좀비 잘 잡는 예쁜 여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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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가
작품등록일 :
2024.09.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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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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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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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총괄과(02)

DUMMY

“···밴디트한테 털렸다고?”

“네···. 관공서는 쉽게 타겟이 되니까요.”

“하아···. 망할 놈들. 역시 검은 머리 짐승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니까···.”


하루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밴디트라···.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나도 밴디트한테 털릴 뻔했으니까.


운이 좋아 살아남긴 했다. 초반에 권총을 주웠으니까. 만약 권총이 없었더라면 밴디트 놈의 성노예가 됐겠지.


한 차례 숨을 고르고 있을 무렵.


파바박!!


창 밖을 때리는 타격음. 핏물이 창문을 뒤덮었다. 좀비의 시체가 날아와 외벽에 틀어박혔다.


“···뭐야?”


불길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하루가 창 밖을 힐끗 엿보았다. 그녀가 숨을 죽였다. 커튼으로 가린 창문. 그 어렴풋한 틈 사이로 둔탁한 총구가 드러났다.


“총이잖아···?”


괴한이었다. 머릿수는 약 5명 정도. AK-74. 전부 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방탄 조끼와 체스트 러그. 허리춤에는 쿠크리나 마체테 따위를 묶었다.


군인이나 경찰로 보이지는 않았다. 대충 보아도 합법적 무력 집단과는 꽤 거리가 있는 불량배들.


백주대낮. 좀비가 넘쳐나는 길거리에서 칼질을 해대는 무리. 뭐하는 놈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위험했다.


“토끼···?”


결정적으로 토끼 모양의 머리탈.


피가 묻은 분홍색 인형탈이 기괴했다.


뾰족하게 솟은 토끼귀. 우스꽝스런 낯짝. 댕그런 눈알에 익살스런 앞니. 광대들이나 쓸 법한 토끼탈이었다.


꺼림칙했다. 저 토끼탈은 하루도 본 적이 있었다. 일전에 죽여버린 강간마 새끼. 그 놈이 들고 있던 것과 닮았다.


“저 놈들은···!”


새해가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에 원한이 서렸다.


하루는 직감했다. 총을 든 저 토끼들이··· 분명 새해의 동료를 죽였으리라고.


“죽여버리겠어···.”


새해가 해머를 들었다. 그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려 했다.


“잠깐만.”


하루가 새해를 가로막았다. 싸늘한 눈동자. 그녀가 45구경 권총을 들이밀었다.


“비켜요···.”


새해가 이를 꽉 깨물었다. 그가 분노를 씹어 삼켰다.


“이대로 나가면 넌 개죽음이야···. 알고는 있지?”


하루가 씨익 웃었다. 그녀가 권총을 까딱거렸다. 흥미롭다는 시선. 하루가 새해를 빤히 쳐다봤다.


“저 놈들이 내 동료를 죽였다고요···!”

“무슨 근거로? 아닐 수도 있잖아?”

“놈들이 확실해요···! <토끼단>! 머리에 토끼탈을 쓰고 다니는 미친놈들은 <토끼단>밖에 없다고요···!”


새해가 악에 받쳤다. 그가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에이··· 하지만 겉보기에는 나도 토끼잖아?”


하루가 자신의 토끼 귀를 만지작거렸다. 바니걸 수트에 달린 검은색 토끼귀. 인형탈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 장난 칠 기분 아니에요.”


새해가 싸늘하게 으르렁거렸다.


“알았어~ 일단 진정하시고··· 자세히 좀 말해볼래? 그 <토끼단>이란 게 도대체 뭔데?”


하루가 새해를 진정시켰다.


새해가 조용히 바닥을 쳐다봤다. 그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토끼단>은··· 이 근방의 유명한 밴디트 팩션이에요. 항상 토끼탈을 머리에 쓰고 다니는··· 괴상한 놈들이죠.”

“그건··· 나도 알 것 같아. 나도 저 자식들한테 당할 뻔했거든. 그 토끼들이 네 소방서를 털었구나?”

“네···. 놈들이 제 동료들을··· 전부 죽였죠.”


새해가 하루를 마주봤다.


“그러니까 말리지 마세요. 복수할 거니까···!”

“에이~ 또 그런다! 수틀리면 너가 죽는다?”

“그럼 하루씨는 이대로 보고만 있을 거예요? 가만히 놔두면··· 저 놈들이 분명 다른 사람들을 죽일 텐데···!”


새해가 이를 빠득 갈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죽을 수는 없잖아.”

“또 그딴 무책임한 말을···!!”

“쉿!”


하루가 새해의 방독면을 톡 두드렸다.


“넌 그냥 가만히 있어. 형이 ‘짬바’라는 걸 보여줄 테니까.”

“뭐, 뭐라고요···?”


새해가 멍하니 하루를 쳐다봤다.


하루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가슴을 쭉 뻗었다. 커다란 가슴이 파도처럼 쏟아졌다. 하루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잘 봐. 길거리에 널린 좀비들이··· 우리 대신에 토끼들을 잡아먹을 테니까···.”


하루가 식탁에 있던 라디오를 붙잡았다.


무슨 짓을 할 속셈일까. 상대방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강도들. 라디오 따위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루가 다시 한 번 창 밖을 바라봤다.


파악! 파악! 콰곽!


도로변은 난장판이었다. 일방적인 도륙의 현장. 핏물이 용솟음쳤다.


<토끼단>이 막칼로 좀비를 사냥하고 있었다. 꽤 능숙한 솜씨. 조직력 또한 상당했다. 정면으로 맞붙었다가는 승산이 없을 것이다.


놈들이 사라질 때까지 숨어서 기다릴까. 아니다. 꼴을 보아하니 저 자식들의 목적은 ‘루팅’. 인근 주택지를 약탈할 속셈이겠지.


그 약탈 반경에는 우리의 위치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잠자코 있다간 우리의 위치가 탄로날 것이다.


그 전에 도망칠까.


그것도 무리. 놈들은 자동 소총으로 무장했다. 잘못 걸리면 벌집이 될 테지.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우리가 먼저 놈들을 사냥한다.


“있지··· 나 취미가 락앤롤이거든?”


하루가 생긋 웃었다. 회심의 미소였다.


“네···?”


새해가 하루를 꺼림칙하게 쳐다봤다. 락앤롤이라니···? 갑자기 무슨 말을 떠드는 걸까.


하루가 흥얼거리며 라디오를 조작했다.


음량 다이얼은 최대로. 채널은 <클래식 락 앤 팝 라디오>.


하루가 찡긋 윙크했다.


그녀가 창문을 열었다. 아찔한 전투의 현장. 한 동안 <토끼단>의 교전을 바라보던 이하루. 그녀가 밖으로 라디오를 집어던졌다.


탁상용 라디오. 조그마했다. 하지만 도로 전체를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Love~ Love~ Love~”


달콤한 메아리가 주택가를 두드렸다.


주변의 이목이 라디오에 쏠렸다. 목숨이 얼어붙은 망자들이 라디오를 쳐다봤다.


“뭐야···! 씨발!”


강도들이 당황했다. 뜬금 없이 날아온 라디오. 그것도 높은 음량의 사랑 노래. 괴상한 징조였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끄어어어억···!! 끼게게게겍···!


뼈가 뒤틀리는 기괴한 소음. 찢어진 성대에 공기가 들이찼다. 좀비들의 메아리가 스산하게 울려퍼졌다.


빠그라진 시체들이 꿈틀거렸다. 죽음의 잔향이 고개를 들었다. 수백 구에 달하는 좀비들이 라디오를 노려봤다.


“크윽···! 마, 망할···!!”


강도들이 칼을 붙잡았다. 그들이 용케 대열을 유지했다. <토끼단>이 칼을 들고 좀비 무리와 맞섰다. 꽤 잘 훈련된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으아아악···! 씨발···! 씨바아알···! 저리가아아···!! 으와아아아악···!!”


‘패스트 좀비’. 일명 ‘뛰좀’.


아직까지 근육과 운동신경이 소실되지 않은 괴물. 게다가 적극적인 공격성과 야만성, 포악함까지 갖춘 까다로운 개체가 날아들었다.


‘뛰좀’은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될 때까지 신체를 불태운다. 인간을 잡아 죽이겠다는 원초적인 분노가 ‘뛰좀’의 연료다.


그 흉폭한 살의의 원본. 날 것 그대로의 야만성 앞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겁에 질리고 만다.


결국 강도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놈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다당···!!


AK-74 돌격소총이 불을 뱉었다. 밝고 경쾌한 소음. 경박한 총격이 온 사방을 뒤흔들었다.


파바바바박!!


검붉은 핏물이 안개처럼 흐드러졌다. 몇몇 시체들이 으깬 젤리처럼 조각났다.


그러나 효과는 거기까지였다. 곧 좀비들이 강물처럼 범람하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악···!!”


공황에 빠진 강도. 그가 총기를 난사했다. 하지만 총성은 이곳의 시체를 불러모을 뿐이다. 돌격소총은 그저 악마를 연성하는 술식에 지나지 않았다.


곧 마을의 모든 좀비들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이 미친 새끼가···!!”


퍼어억!!


“커억···!”


목이 달아났다.


곁에 있던 강도의 우두머리. 그가 칼을 들어 총을 쏘던 인간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놈은 잔인하고 비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냉철한 지휘관이었다.


“잘 들어!! 정신 바짝 차리고 여기서 탈출한다!!”


강도들이 전투를 포기했다. 놈들이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퇴로는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


“All You Need Is Love~ All You Need Is Love~”


노래는 이미 클라이막스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달콤한 멜로디였다. 극적인 반주가 대기를 뒤덮었다.


“망할···!!”


패닉이 인간을 잡아먹었다.


겁에 질린 강도들. 그들이 부지런히 칼을 휘둘렀다.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용케 길을 뚫고 있었다. 역시나 잘 훈련됐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이하루. 그녀가 마침내 무기를 들었다.


“지금이야!”


그녀가 야구 배트에 묻은 피를 털었다. 가볍고 쫀득한 그립감. 생명체를 패죽이기에는 최적의 밸런스.


하루가 짜릿하게 웃었다. 고양감에 젖은 미소. 곧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꾸덕한 황홀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중독될 것만 같았다.


“자, 잠깐만요···! 저긴 좀비밭이라고요···? 뚫고 지나가자는 말인가요?”

“그래! 전부 쓸어버릴 거야.”


피 묻은 콘크리트. 좀비가 들끓는 뻑뻑한 소음이 춤을 췄다. 그 사이로 석양을 등진 바니걸 한 마리가 인간을 잡아먹고자 입맛을 다셨다.


상기된 뺨. 정신이 나간 눈동자. 곧게 뻗은 토끼 귀. 피에 젖은 레오타드. 그 괴이한 광경을 앞에 두고 새해가 잠시 호흡을 당겼다.


“···그, 그러다가 만약에 우리가 죽으면요?”

“걱정하지 마! 우린 안 죽어! 트럭으로 죄다 로드킬하고 튈 거니까···!”


하루가 차 키를 흔들었다. 피에 젖은 픽업 트럭. 새해가 가져 온 차량이었다.


“그, 그건 제 차잖아요···!”

“이제부터는 ‘우리’ 차지. 너랑 나는 같은 팩션이잖아!”


하루가 방글방글 웃었다.


“으윽···! 괘, 괜히 같은 팩션 하자고 했어···!”


새해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새해와 하루는 같은 <대응총괄과>였다. 이제부터는 일심동체가 되어야 했다.


곧 죽어도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해야 하는 팔자.


“너가 말했잖아? 저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나는 네 소원을 들어주는 것뿐이야.”

“그, 그렇지만······.”

“왜? 불만있어? 원한다면··· 지금 당장 도망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걸? 저 멍청이들이 어그로를 끌어주는 동안에 말이야.”


하루가 창 밖을 가리켰다. 필사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강도 무리들.


살고자 발악을 하는 토끼가 4마리. 발치에 남은 시체는 좀비들에게 뜯겨 이미 토막난지 오래다.


“···아니에요. 전부 죽여버리죠.”


새해의 선택은 역시나 살인. 그는 밴디트를 용서하지 않았다. <토끼단>의 숨통을 확실히 끊으려 했다.


괜히 강도들을 살려주면 후환이 된다. 게다가 <토끼단>은··· 새해의 원수. 새해는 강도들에게 동료를 잃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럼··· 교통사고나 한 번 내보자고.”

“···좋아요. 안전운전 해주세요.”

“푸핫! 너 지금 농담한 거야?”


하루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신호였다.


콰앙!


하루가 곧장 문을 걷어찼다. 도로변에는 픽업 트럭이 한 대 서있었다. 올리브색으로 칠한 토요타 하이럭스.


트럭의 아가리에는 쇠파이프를 박아 넣었다. 일명 캥거루 범퍼. 전투 범퍼로도 불리는 이 쇳덩이는 짐승을 처죽이기 위해 개발되었다.


그것이 지금은 인간을 노려보며 살인의 선도를 당기고 있었다.


콰악!


문을 열자말자 좀비떼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이하루는 망설이지 않았다.


조그만 체구에 거대한 바스트. 피에 젖은 바니걸이 야구 배트로 좀비를 처죽였다.


단촐한 스윙. 꽤 능숙했다. 묵묵한 얼굴 위로 시꺼먼 핏물이 스쳤다.


“나오자마자 달려들고 지랄이야···. 퉤!”


하루가 타르 섞인 침을 뱉었다.


걸쭉한 욕설. 곱상하고 예쁘장한 얼굴과는 영 딴판이었다.


“야! 타!”


하루가 트럭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차키를 꽂고 엔진을 깨웠다. 그르렁거리는 235마력짜리 6기통 엔진. 하루가 덜덜거리는 핸들을 붙잡고 창 밖을 바라봤다.


“All You Need Is Love! Love! Love Is All You Need···.”


라디오가 곡의 엔딩을 알렸다. 지지직거리는 싸늘한 잡음이 하늘을 태웠다.


하루가 차갑게 목표를 노려봤다. 그녀가 단숨에 엑셀을 짓밟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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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응총괄과(03) NEW 22분 전 0 0 13쪽
» 대응총괄과(02) 24.09.18 12 0 13쪽
4 대응총괄과(01) 24.09.17 16 0 13쪽
3 불장난(03) 24.09.16 21 0 13쪽
2 불장난(02) 24.09.16 29 0 14쪽
1 불장난(01) 24.09.15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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