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잘 잡는 예쁜 여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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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가
작품등록일 :
2024.09.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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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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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총괄과(01)

DUMMY

도끼로 맞았으면 아마도 즉사했겠지?


하마터면 소방 도끼로 얻어맞을 뻔했다. 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란 말인가. 그걸 나한테 휘두르다니.


그래놓고는 ‘대인공포증’이라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박새해, 이 미친년은 겁이 많은 게 아니었다. 그냥 특성을 잘못 찍은 것일 뿐.


그것도 모자라서 이 미친년은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저기요···. 박새해씨···, 너는요···, 지금 무식하게 힘만 쎈 떡대 남캐라고요. 본인의 신체 스펙을 좀 자각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여리여리한 팔목. 야들야들한 팔뚝. 도끼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시던 옛날과는 차원이 다르단 말이지.


당신의 그 떡대 소방관 바디는요. 맨손으로 좀비를 두 동강 내는 흉폭한 헬창. 좀비보다 무서운 근육 괴수란 말이다.


지금 박새해 네년이 후려친 테이블도 단숨에 토막이 났지 않은가?


“우이씨···! 졸라 살벌해버리는구만~”


하루가 식은 땀을 삐질 흘렸다.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포동포동한 두 허벅지 사이로 내리꽂힌 소방 도끼. 위력을 보아하니 제법 진심이었다.


“그러게··· 왜 쓸 데 없는 말을 하고 그래요?”


새해가 투덜거리면서 방독면을 뒤집어 썼다. 그가 공구 벨트에 소방 도끼를 결속했다.


새까만 방독면과 함께 그의 ‘대인공포증’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얼굴을 가리면 치료가 되는 것일까.


“참나···! 그렇다고 사람한테 도끼를 휘둘러? 소방관 주제에! 사람을 구할 생각은 안 하고!”

“구해줬잖아요?”

“구해주고 잡아먹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너! 일부러 잡아먹으려고 나를 구한 거지! 이 강간마! 짐승!”

“하아···. 제가 어디에 써먹으려고 같은 여자를 잡아먹어요?”

“우으음··· 혹시 레즈비언이야?”

“도끼 한 대 더 처맞을래요?”


새해가 소방 도끼를 만지작거렸다.


“아, 아니요···. 그, 그것보다··· 애초에 나는 원래 남자였다구···! 그러니까 너는 같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잡아먹으려 한 거지!”


요컨대, 내가 여캐를 선택했다가 여캐로 환생한 것처럼···


박새해는 남캐를 선택했다가 남캐로 다시 태어난 것뿐이었다.


아마도 알맹이는 여자겠지.


“성별 이전에··· 왜 제가 잡아먹는 게 전제인 건가요?”

“엑···. 잡아먹으려고 구한 거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죠···. 이 멍청아···. 하아아···.”


새해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그럼 왜 구해준 건데?”

“소방관이잖아요.”


따분하다는 목소리.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눈초리다.


“그건 그냥··· 게임 직업 같은 거잖아···! 굳이 날 구해주지 않아도 별 상관은 없었을 텐데···?”


하루의 눈동자가 교묘하게 반짝였다.


확실히···. 박새해의 행동에는 꽤 수상한 구석이 있었다. 갑작스레 경찰서를 깨부수고 들이닥친 소방관.


박새해가 진짜 소방관이었다면 이상하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이곳은 <하드코어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 게임>이다.


새해에게 소방관이란··· 그저 게임 속의 직업일 뿐이다. 그러니 새해의 진짜 직업이 소방관은 아닐 것이다.


“너무 계산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예요?”


새해가 차분히 답했다. 그러자 하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산적이라니···?”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만약에 나한테 구할 능력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새해가 진중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인명 구조란··· 새해에게 있어서 상식이었을까?


“죽어가는 송장이 있다고? 그럼 존나 개꿀이지!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체를 루팅한다!”


이하루가 눈동자를 반짝였다.


“으와아··· 쓰레기···.”


새해가 질색을 했다. 그가 하루에게서 멀찍이 물러났다.


“에헤헤~ 여기는 좀포칼립스잖아! 쓰레기가 되어야 살아남는 거라구~”


하루가 배시시 웃었다. 장난스런 미소.


새해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가 멀뚱히 하루를 쳐다봤다.


“저는··· 그냥 당신이 죽을 것 같아서 구한 것뿐이에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니까···.”

“네가 하는 일?”

“네. 저는 소방관이잖아요.”

“참나~ 또 그런다! 그건 그냥 게임 직업이라니까! 무슨 컨셉 플레이라도 하는 거야?”


하루가 어이 없다는 듯이 비꼬았다.


그러자 새해가 멀뚱히 하루를 바라봤다.


“하루씨는··· 아직도 이게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응?”


하루가 멍하니 새해의 방독면을 마주봤다.


“만약 여기서 또 죽으면··· 그 때도 우리한테 다음이 있을까요···?”


서늘한 밤 공기가 목덜미를 핥았다.



***



통 속의 뇌.


만약 미친 과학자가 나의 뇌를 뽑아서 통 안에 처넣었다면? 뽑은 뇌에다가 완전 리얼한 환상을 보여주고 있는 거라면? 만약 내가 그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이 게임은 현실일까? 아니면 리얼하게 만든 환상일까?


<하드코어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 게임>.


이 게임은 내게 있어서 통 속의 뇌였다.


맞으면 아프고 굶으면 배고프다. 추위, 졸림, 피로, 배변, 심지어는 성욕까지···.


모든 자극이 실제처럼 생생했다.


현실과 다를 바 없는 환상.


말 그대로 ‘통 속의 뇌’.


그렇다면 만약···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저 빌어먹을 좀비들한테 뜯겨서 토막난다면···? 운이 나빠 좀비들의 역병에 감염된다면···?


그 때도··· 나는···


게임에서처럼 다시 리스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를 구한 거라고?”

“네. 총성을 들었거든요. 누군가··· 경찰서에 갇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 만약에 내가 널 쏴버렸으면?”

“하아···. 실제로도 쏴버릴 뻔하긴 했죠. 참나···. 구해준 사람을 쏘려고 하다니···.”


새해가 하루를 빤히 노려봤다. 책망하는 눈초리였다.


“아니···! 그건 그냥 깜짝 놀랐을 뿐이라구···!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밴디트야! 밴디트!”

“밴디트라면···?”

“강도 새끼들 말이야! 강도 새끼들! 총 들고 물건 뺏어가는 씹새끼들! 요즘은 강간마 새끼들도 있더라! 하! 참나!”


하루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만약 그랬다면··· 처죽였겠죠···.”


새해가 묵묵히 답했다. 살벌한 음성이었다.


“그러니까아···! 혹시라도 내가 밴디트라서 너를 쐈으면 어쩔 뻔했는데!”

“흐음··· 그건··· 맞고 나서 생각해볼래요.”

“너··· 총에 안 맞아봤구나? 총에 맞으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죽는 거야! 악! 하고 그냥 죽는다고~!”


하루가 권총을 꺼내서 빙글빙글 돌리며 장난을 쳤다. 진짜로 총에 맞아본 사람의 여유일까.


“하지만··· 하루씨는 저를 쏘지 않았죠···.”

“거의 쏠 뻔하긴 했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새해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었다.


“에이~ 내 입장이 한 번 되어 보라구! 좀비를 한 열 다스 정도 때려잡았는데! 갑자기 벽이 와장창 무너지면서! 오함마에 피를 처바른 방독면 떡대가 나타난 거야! 그럼 이 청순가련한 토끼 아가씨께서 별 수 있겠어? 총이라도 들어야지! 빵야빵야!”


하루가 권총을 들고 쏘는 동작을 취했다.


“···진짜 총으로 그런 장난 하지 말아줄래요? 그리고 청순가련한 토끼 아가씨라니···. 하루씨···. 은근히 바니걸 놀이를 즐기고 계신 거 아니에요? 실제로는 징그러운 아저씨 주제에.”

“뭐, 어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한 번 찌찌빵빵한 미소녀 바니걸을 해보겠어? 너도 소방관 놀이를 즐기고 있는 건 마찬가지잖아?”

“하아··· 소방관 놀이라뇨···.”


새해가 이마를 짚었다.


“놀이가 아니면 뭐야? 컨셉 플레이잖아! 컨셉 플레이!”

“···잊었어요? 소방복에는 물림과 긁힘 내성이 있다고요.”


새해가 고리타분하게 답했다.


“아. 그랬던가? 하긴. 소방복 방어력이 기깔나긴 했어.”


하루가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소방복에는 그런 효과가 있었다.


물림과 긁힘에 대한 내성 수치. 바니걸 수트와는 다르게 방어력이 상당한 복장.


하지만··· 소방복은 덥고 무거웠다. 그런 걸 둘둘 말고 돌아다니는 건 미련한 짓이다.


애초에 안 긁히고 안 물리면 그만. 적어도 이하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반면 새해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게다가··· 여기서 죽으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잖아요.”

“그건··· 안 죽어보면 모르는 거잖아···?”


하루가 망설이며 답했다.


“그래요. 아직은 모르죠. 하지만 원래 죽음이란 게 그렇잖아요? 직접 죽어볼 수도 없는 거고··· 그래서··· 제가 하루씨를 구해준 거예요. 죽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

“만약··· 그러다가 네가 죽으면···?”


하루가 새해를 바라봤다. 그녀가 진중하게 되물었다.


“제가 죽을 것 같으면···”


새해가 잠시 답변을 망설였다. 그가 조용히 호흡을 몇 차례 골랐다. 그러더니 하루를 빤히 마주봤다.


“그 때는··· 하루씨가 구해주겠죠···?”


새해가 옅게 웃었다.



***



강변 마을. 고급 주택지.



강변 소방서. 하루와 새해가 차지한 임시 거점.


소방서는 넓고 설비가 잘 되어 있다. 공구나 장비, 차량, 의약품··· 생존에 필요한 물자도 충분했다.


단점이 있다면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 물이야 소방차나 소화전을 따면 그만이다. 하지만 식량의 경우에는 케이스가 달랐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는 식당이나 마트를 털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인접한 주택지.


하루와 새해가 선택한 곳은 주택지였다. 이유는 간단. 주택지에서는 식량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잡동사니를 긁어모을 수 있으니까.


아직 게임은 초반부다. 분명 필요한 물건이 상당할 터였다.


파각!


두개골이 으깨지는 소리에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한껏 들떠서 좀비를 패죽이던 이하루. 그녀도 이제는 피곤에 절어 입을 다물었다.


“으하아···! 야! 박새해! 새해야! 좀만··· 좀만 쉬었다 하자!”


하루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피가 잔뜩 묻은 야구 배트. 그걸로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뻐어억!!


피가 튀었다. 웅장한 스윙. 10kg짜리 오함마가 거뜬히 회전했다. 새해가 좀비 한 마리를 패죽였다.


날아가는 골통. 두개골이 박살나며 썩은 육편이 흩날렸다. 피와 뇌수. 조각난 대뇌와 뼛조각 따위가 벽면을 어지럽혔다.


“쉴 시간이 어디 있어요?”


슬레지 해머를 내려놓은 박새해. 그녀가 따분하다는 듯이 하루를 쏘아붙였다.


“야! 담탐! 담타암! 우리 담배 한 대만 태우고 하자!”

“···저는 담배 안 피우는데요.”

“그럼 간접 흡연이라도 하고 있어! 임마! 내 담배를 공짜로 나눠 피면 되잖아! 이거 비싼 거라고~ 한 개비에 200원짜리야!”


하루가 담배를 꼬나 물었다. 박새해의 의견 따위는 묻지도 않고 바로 불을 붙였다. 정말이지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후우···. 이걸로 얼마나 모았지?”


하루가 더플백을 힐끗 곁눈질했다. 너저분한 통조림 따위가 몇 개. 인스턴트 식품도 꽤 많이 챙겼다.


거기에 더해 아직 신선한 생고기와 생야채. 이게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게임의 특징은 점진적인 하드코어다. 한 달 안에 수도와 전기가 끊길 것이다.


따라서 냉장보관된 신선한 고기와 채소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빌어먹을 통조림만 까먹어야겠지.


“챙길 수 있을 때 더 챙겨야죠. 아직 날이 밝으니까요”


새해가 식탁에 몸을 기댔다. 그가 슬레지 해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괜히 욕심 부리다가 피 본다~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 새해야. 나 힘들어~”


하루가 담배를 뻑뻑 태웠다. 그녀가 징징거리며 투정을 부렸다.


“<대응총괄과>에 필요한 물자는 아직 한참 부족해요···. 좀 더··· 좀 더 챙겨야······.”


새해가 선반을 뒤졌다. 식기와 통조림. 그리고 부서진 폐기물 따위가 쏟아졌다.


“<대응총괄과>라니···. 너··· 그거··· 진짜로 하게···?”

“그럼 가짜로 해요?”


새해가 하루를 빤히 쳐다봤다.


<대응총괄과>.


팩션, 그러니까 조직. 다른 게임으로 치면 길드와도 같은 개념일까.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닉네임 앞에 세력 태그가 표시된다. 또한 지도를 공유하고 자원도 나눠가진다. 그 외에는 알량한 소속감 정도.


하지만 현실에는 태그도, 닉네임도 없었다. 조그만 소속감 정도가 팩션의 전부였다.


하지만 현실의 소속감이란 게임의 시스템 따위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다.


배신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극히 당연한 논리다.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이해타산과 조직 체계.


현실에서 팩션에 가입한다는 의미는 분명히 남달랐다. 몸 담을 둥지. 함께 할 동료를 선택한다는 뜻이니까.


“애초에··· 소방서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데? 그··· <대응총괄과>라는 조직도 원래는 소방서의 하부 조직 아니었어?”


하루가 조곤조곤하게 되물었다.


“···죽었어요.”


아련한 목소리였다. 새해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으엑···. 죄다 좀비가 됐구나···.”

“아니요. 대부분 살아있는 사람한테 죽었죠.”

“뭐라고···?”


하루의 목소리가 언뜻 뒤바뀌었다.


“···밴디트 무리가 소방서를 털었거든요.”


새해가 피 묻은 장갑을 꽉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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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응총괄과(02) 24.09.18 16 0 13쪽
» 대응총괄과(01) 24.09.17 19 0 13쪽
3 불장난(03) 24.09.16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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