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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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문
작품등록일 :
2024.09.15 20:20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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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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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무언가를 통달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묻는다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1만 시간이라 답할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 국내에서 크게 유행하며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기술 혹은 학문을 통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쯤된다 생각하는 탓이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끝없이 노력했다.

1만 시간만 쓴다면, 나 또한 이 세계에서 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혈연, 지연, 학연.

황금으로 만들어진 그 줄들로 엮인 대한민국과 달리, 여긴 최소한 내 힘만으로도 정점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까.


그 기회가 무공이었다.

삼류만 되어도 일반인을 압도할 수 있다.

이류부터는 고수라 불린다.

일류는, 그런 이류고수들을 쓸어버린다.


그 위에 자리하는 천외천의 경지인 절정, 초절정, 그리고 화경의 고수들은 내게는 꿈과 같았다.

하지만 언제고 반드시 닿을 목표이기도 했다.


분명 그리될 것이라 확신했다.

이들과 달리 나는 훨씬 미래에서 온 사람이니 그 지식으로 더 체계적으로 수련하며 더 빠른 성취를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40년.

자그마치 40년을 날렸다.


하루에 6시간씩 10년을 수련하면, 그 시간의 총합만 2만 시간을 가뿐히 넘어선다.

그 4배의 세월을, 그것도 6시간이 아니라 하루종일 쓰러질 때까지 노력했음에도 내 경지는 겨우 이류에 머물렀다.


“···.”


사실 어느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억지로 깨닫게 되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노력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시간을 온전히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이제 내게 남은 건 무공뿐이었기에.

부모님의 얼굴도, 내 얼굴도, 내가 살았던 고향의 모습과 냄새도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나 긴 시간을 이곳에서 살았다. 무공만을 익히며.


부모도 자식도 없다.

친구도 인연도 없다.

내게 남은 건 정체된 경지와 스승님이 남긴 낡은 비급뿐이다.


‘스승님.’


스승님을 생각하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음에도 아직 감정이 풍부한 탓이다.

참 한심스러웠다.


“무능한 제자라 죄송합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를 걱정해주시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럼에도 원망만 했었다.

겨우 이런 저급한 무공에 몇십년을 소모했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어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허나 이제와 생각하니, 그건 전부 내 문제였다.

난 자신의 문제를 외부로 돌렸을 뿐이다.


그 증거가 바로 천마.


“이름···.”


눈앞에 서 있는 이 젊은 사내였다.


천마 위정천.

약관의 나이에 무공을 접한 탓에 다른 이보다 15년은 늦게 수련을 시작했음에도 불과 삼년만에 일류가 되었고, 그후 10년 간의 수행 끝에 결국 조화경의 경지에 오른 사내.


그가 살아온 시간보다, 내가 무공을 수련했던 기간이 더욱 길다.


그럼에도 차이가 이토록이나 크다.


하나의 초식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그에게 명줄을 붙잡혔다.

꾸드득!

내 목을 붙잡은 손이 무섭게 꿈틀거렸다. 통증은 없다.

위정천이 내뿜은 내공에 내 신경이 모조리 타버린 탓이다.


“이름이 뭐냐.”

“···제천.”

“그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원하던 건 이뤘나?”

“아니.”

”그런 것 같군. 허나 오르지 못했어도 떨어지기는 했으니, 결국 이름대로 되기는 했구나.”


위정천이 한 번 더 손에 힘을 주자 뿌드득하며 목뼈 어긋나는 소리가 울렸다.

전신의 피는 역류해 얼굴은 터질 것 같고, 목 아래로는 감각조차 없다.

그럼에도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


위정천이 안쓰러운 눈으로, 왜 그런 눈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안타깝구나.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분명 좋은 벗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을. 삶이란 이토록 가혹하구나.”


의미를 모를 말이다.

허나 그 뜻을 물을 수 없었다.


이제 숨이 끊기려는지 눈앞이 흐릿하다.

다음 생에는, ···아니, 다음 생은 없기를 바란다.

이제 생에 미련은 없으니까.


하지만, 참으로 세상 일이라는 게 어찌될지 모를 일이다.


난 한 번 더 기회를 받았다.

또 다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로.

금화상단의 둘째.

망나니로 유명한 이금천이 되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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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체면치레 24.09.17 37 1 11쪽
2 파혼 24.09.16 52 1 13쪽
» 프롤로그 24.09.15 6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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