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 검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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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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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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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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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3


“이런··· 네 녀석의 혈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단전에 있는 마기는 또 뭐고.”


검신은 새하얀 눈썹이 꿈틀했다.


“마물과 싸우다 부상을 입었습니다.”

“흐음··· 마물이라···”


검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단심공에 단전과 혈맥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능도 있다. 네가 꾸준히 수련한다면 그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을게야.”


“꿈에서 그런 말을 들을 정도니 내가 정말 치료받길 바라긴 했나 보네요.”


진우는 자기가 얼마나 재활을 바라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한건데 검신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 설마 여기가 꿈 속이라고 생각하는게냐?”

“예? 아닌가요?”


진우가 ‘설마···?’ 하는 얼굴로 검신을 보았다. 검신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오해다. 여기는 꿈이 아니야.”

“어··· 꿈이 아니라고 하시면 여기가 어디라는 말씀이십니까?”


검신은 자못 무게를 잡더니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파천검신이 자신의 후인들을 위해 만든 심상공간이다. 네녀석은 검신이 차원에 던진 신검에 이끌려 이 공간에 들어오게 된 게야.”

“어··· 신검이요?”


진우는 아까 할머니가 주었던 장난감 검을 떠올렸다. 검신은 엄숙한 얼굴로 진우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연자의 손에만 들어가도록 인과율이 설정되었으니 너는 정당한 주인이 맞다. 너는 매일 밤 이 공간에서 검신의 뜻을 잇기 위해 노력하면 되느니라. 수련의 성과는 본래 세상에서 그대로 이어지리 것이니라.”


“그, 그럼 이곳에서 마나회로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마나회로가 혈맥을 의미하는 거라면, 그렇다.”

“오오···!”


검신의 말에 희망이 생긴 진우는 검신이 건네준 단심공을 암기하기 위해 책을 펼쳤다. 잠깐 그걸 들여다 보던 진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 스승님.”

“뭐냐.”


태양을 바라보고 있던 검신은 진우의 물음에 인자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정말 꿈이 아니죠?”


휘익-


딱!


“으억!”


진우는 어느샌가 날아온 목검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고 땅을 굴렀다. 목검은 진우의 머리통을 세차게 가격한 뒤 귀신 처럼 제자리로 돌아가 그곳에 꽂혔다.


머리에 혹이 솟아오를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진우에게 검신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이렇게 고통스러우면 꿈에서 깨기 마련이지. 어떠냐, 아직도 여기가 꿈 같으냐?”

“아, 아닙니다!”


진우는 손사레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에 집중했다. 글자가 눈에 들어와 박히는 것 같다.


***


나중에 들어보니 현실의 1시간이 이곳에서는 100일 정도 된다고 한다.


‘내가 7시간 잔다고 치면 이곳에서는 700일이 흐르는건가.’


이곳에서는 배도 고프지 않고 잠도 필요 없다. 심지어 근육통 마저도 조금만 지나면 금세 낫게 되니 수련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처음 며칠 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심공을 수련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극한의 집중력으로 기를 호흡하고 단전에 기운을 쌓았다. 그럴 때마다 마나회로와 단전을 틀어막은 마기들이 그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었다.


“윽···”


단심공의 미약하지만 정순한 기운이 지나갈 때 마다 정말 미세하게 도움이 되는 느낌이었다. 단심공의 기초 수련을 마무리하고 진우는 검을 수련했다.


가장 기초적인 검법, ‘삼재검법’을 말이다.


“그런데 스승님.”

“뭐냐.”

“삼재검법··· 어릴적 보았던 무협지에서는 무림의 초출이나 배우는 검법이라고 봤습니다. 이걸 언제까지 배우면 될까요?”


딱!


진우의 눈에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 머리에서 뜨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언제 휘둘러 졌는지도 모를 목검이 어느새 튀어나왔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왜, 왜요···”

“흥. 기초도 안 된 놈이 뭘 더 바라는지 모르겠구나.”


검신은 한창을 씨근덕 거리며 진우의 기초가 형편 없다는걸 역설했다. 그러다가 겨우 진정했는지 한숨을 길게 쉬었다.


“후우··· 하긴 네 녀석 처럼 낮은 경지라면 내가 하는 말이 답답하겠지.”


검신은 손을 뻗었다. 무기 진열대에 있던 철검 하나가 유려하게 날아와 진우의 손에 착 감겼다. 진우는 움찔 했지만 그에게 칼이 날아오진 않았다.


“잘 보거라.”


검신은 호흡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는 검을 정자세로 쥐고 서서히 위로 올렸다.


‘삼재검법의 ‘태산압정(泰山押頂)’인가.’


태산이 짓누르듯 묵직한 내려베기가 바로 ‘태산압정’이다. 그러나 무림에서 그 어떤 고수가 진짜 태산이 내려찍는 것 처럼 태산압정을 펼칠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히 ‘강하다’와 다른 개념이다. 강하기 위해선 내공이 막대해도 되고 기오막측한 무공을 익혀도 되며 비전의 신공을 익혀도 된다. 하지만 진정한 태산압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검에 대한 이해가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깊어야 한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는 검신. 진우의 시선이 그의 검극을 따라간다. 천천히 들어올려진 검은 순식간에 떨어져 내린다.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공기마저 완벽히 갈라버린 일격이다. 진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대단하다···’


그의 일천한 실력으로도 검신의 일격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 작은 공기의 저항조차 갈라버리는 무시무시한 일격. 저기에 검기가 실리고 오러가 실린다면? 그야말로 경천동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일격이 될 것이다.


“대, 대단 하십니다. 스승···”


진우의 칭찬에도 검신은 답하지 않았다. 그는 재차 검을 들어올려 이번에는 천천히 옆으로 들어올렸다. 오른쪽 옆구리쯤에 위치한 검이 끝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순간, 폭발적인 속도로 횡을 가른다.


두 번째 초식, ‘횡소천군(橫掃千軍)’이다. 초식의 이름 그대로였다. 횡베기 한 수로 천군을 쓸어버리는 강력함이 거기에 깃들어 있었다.


진우는 다리에 힘이 빠졌다. 주저 앉은 진우를 아랑곳 하지 않고 검신의 세 번째 초식이 펼쳐졌다.


마지막 초식, ‘팔방풍우(八方風雨)’. 여덟 방향에서 쏟아지는 비바람처럼 날카로운 여덟번의 찌르기가 검신의 검에서 펼쳐졌다. 가상의 적을 두고 시전되는 여덟번의 찌르기. 검신의 굳건한 하체와 상체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검법을 전방에 쏟아냈다.


상대가 누구건 그 앞에 선 자는 도저히 피할 방법 없이 몰아치는 찌르기에 손도 쓰지 못 하고 몸이 꿰뚫리고 말 것이다.


“허···”


진우는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지금껏 헌터학교에서 배운 기초적 검법에 나름 실전을 거치며 쌓아온 검술 실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검신이 보여준 단 세개의 초식으로 그 자존심은 전부 박살이 났다.


그가 보여준 검술은 차원이 달랐다.


자세를 바로하고 검신은 검을 던져 제자리에 안착시켰다.


“어떠냐. 보이느냐?”

“예. 스승님. 불초 제자, 검의 길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진우의 대답에 검신은 적잖이 만족했는지 ‘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그걸 보았다면 됐다. 이젠 불만 없이 정진할 수 있겠지. 계속 해라.”

“예.”


진우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는 다시 집중해서 검을 휘둘렀다. 검신의 발끝이라도 따라가기 위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태산압정! 횡소천군! 팔방풍우!’


물리적 제약이 없는 이 공간에서 진우는 침식을 잊고 검에만 집중했다.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수천 수 만 번 휘두르는 검은 한치의 떨림도 없이 위아래, 좌우, 앞뒤로 휘둘렀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그의 검은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검신의 궤적을 닮아가고 있었다.


‘좋군.’


검신은 시간의 흐름을 잊고 검에 집중하는 진우를 흐뭇하게 보았다. 진우는 확실히 재능있었다. 저 멀리 천상에서 마족들과 싸우는 검신이 안배한 뜻대로 인성과 재능을 갖춘 최고의 인재에게 연이 닿았다. 비록 그것이 원래 검신이 있던 세상과는 다른 곳이지만.


수련에 최적화된 이 공간에서 진우는 끝 없는 몰아지경에서 정신 없이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그가 뚝- 하고 검을 멈춘 건 문득 검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

“이제 됐다. 그만하거라.”


검신이 진우의 검을 붙잡고 멈춰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진우는 검을 아래로 했다. 검신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무슨 시간이 말입니까?”

“이곳에서 나가야 하는 시간.”

“아··· 벌써요?”


검신은 허허- 웃었다.


“네가 이곳에 온지 벌써 600일이 지났다. 그간 삼재검법과 단심공을 죽어라 수련했으니 성과는 충분하다.”


진우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 수련장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고 수련하다보니 절로 검신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헌터로 활동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졌던 검술의 나쁜 버릇이 전부 사라지고 탄탄한 기본기가 연마되었다.


“덕분입니다, 스승님.”

“허나 네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진우는 공손하게 머리를 살짝 숙이며 검신의 말을 기다렸다. 검신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세상으로 돌아가면 너는 ‘신검(神劍)’으로 업(業)을 쌓아야한다. 그래야만 내가 너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무공과 수련을 시킬 수 있느니라.”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신검에 업을 쌓아라!

-보상 : 신검 기능 개방


“어···? 이건···?”


진우의 눈 앞에 글자들이 떠올랐다. 그 글자들은 읽기도 전에 먼저 의미가 머리로 이해가 되었다.


‘사, 상태창···?’


진우의 얼빠진 얼굴을 들여다보던 검신은 엄숙한 얼굴로 설명해주었다.


“보이느냐? 그건 너희 세상에 맞춰 안배한 것이니라.”

“오···”


과연 신은 신이란 건가···


진우는 감탄했다. 아차차, 그건 그렇고 다른걸 물어봐야한다.

“저한테 신검이 있나요?”


검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할머니’에게 받은 검이 바로 그것이니라.”

“예? 그건 장난감 검이었는데요?”

“나와 만남으로써 그 검의 봉인이 풀렸으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너는 그 검으로 쉬지 않고 업을 쌓거라.”

“알겠습니다.”


진우는 검신에게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며 큰 절을 올렸다. 검신은 말없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진우가 잠깐 눈을 감았다 뜨자 어느새 풍경은 바뀌어 익숙한 방 천장이 보였다.


“허···”


끔에서 깨어나자 600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손에 박힌 굳은 살과 단전에서 느껴지는 정순한 단심공의 기운은 결코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걸 알려주었다.


“아, 신검!”


진우는 방 구석에 세워둔 검을 돌아보았다. 어제 받을 때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검이었던 그것이 지금은 묵직한 철검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런 특징 없는 그 검은 검신의 수련장에서 사용하던 검과 똑같았다.


“이것이 신검?”


진우는 검을 집었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과 요동치는 힘은 과연 이것이 심상치 않다는걸 말해주었다. 진우는 슬링백 보다 더 작은 아공간 가방에 검을 집어넣었다.


씻고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은 진우는 재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김진우’입니다. 예. 맞습니다. 마나회로 재활이요. 예, 예. 다른게 아니고 거기 이제 안 다니려구요. 남은 치료권은 환불해주세요. 예 감사합니다.”


자꾸 붙잡으려는 직원의 말을 자르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재활센터에 가는 대신 그가 집을 나서며 향한 곳은 F~D급의 하급 헌터들이 주로 향하는 인력사무소 형태의 헌터회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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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붉은기린
    작성일
    24.09.18 13:11
    No. 1

    안녕하세요~오늘 선호작하고 1화부터 여기까지 추천들 하고 잘 보고 가요~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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