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 검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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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네트
작품등록일 :
2024.09.16 06:53
최근연재일 :
2024.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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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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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4


경기도에 있는 헌터 회사로 갔다. 게이트 발생 초창기에는 ‘길드’라는 이름을 다들 사용했지만 법적으로 헌터에 대한 지위나 게이트에 관한 정의가 이뤄지면서 전부 ‘회사’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나성 기업이라···”


경기도 중에서도 외곽에 있는 허허벌판에 위치한 헌터 회사. 근처에 여러 헌터 회사들이 주르륵 붙어 있는게 음식점 골목 같았다.

네비게이션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나성기업 앞의 주차장에 주차했다. 그곳에는 벌써 도착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차에서 내린 진우는 가방을 챙겨 그곳으로 갔다. 삼삼오오 모여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던 아저씨들의 시선이 일제히 진우에게로 향했다.


“신입인가?”

“어이, 자네. 나성기업에서 일 하려고?”


커피를 홀짝 거리던 아재 하나가 물었다. 수염이 덥수룩 하고 구릿빛 피부의 중년 사내였다.


“예. 여기 F~D급 던전 도는 회사 맞죠?”

“맞지, 맞아. 요즘에 이런 회사가 잘 없어요.”

“젊은 사람이 그래도 용기 있네. 요즘 하급 헌터들은 그냥 다른 일 알아보던데.”

“우리 애들도 그래. 심심찮게 부상도 입고 돈은 안 되고. 누가 이거 하겠어.”

“에잉··· 우리 처럼 못 배운 놈들이나 하는거지.”


아저씨들은 한숨을 푹푹 쉬며 커피를 원샷했다. 그러다 옆에 서 있던 진우를 알아채고는 손사레를 쳤다.


“아이고, 아이고. 자네한테 하는 말은 아니야. 신세 한탄 하는거지. 그래, 자네는 게이트 경험 많은가?”


많다 뿐일까. A급 게이트 위주로 돌던 엘리트였는데. 진우는 그런 기색을 감추고 사람 좋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예. 경험은 좀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이 일이 힘들고 위험한데 그래도 할만해. 지형은 매번 바뀌어도 마물은 그 놈이 그놈이니까. 아마 오늘은 코볼트였나?”


다른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맞어. 오늘 코볼트야. 오늘은 우리들만 갈꺼니까··· 아, 자네 혹시 일반인은 아니지?”

“아닙니다. F급 검사에요.”


아저씨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다행이고. 게이트 가겠다고 나서는 일반인들이 많아서 총들고 찾아오는 통에 힘들다니까. 총이나 좀 쏴보고 오던지.”


아저씨의 넋두리 같은 말에 진우는 맞장구를 쳤다.


“그렇죠? 요즘은 일반인들도 무장하고 게이트를 많이 가니까요.”

“그러니까! 아무리 헌터들의 지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말이지. 옛날에는 위험하다고 게이트 근처에도 안 갔는데.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에잉.”


아저씨들은 한창 땅에 떨어진 헌터의 사회적 위상에 대해 투덜거리다 결국은 종착점인 ‘정치’ 이야기로 넘어갔다.


“무조건 자유헌터당을 찍어야지! 헌터라면.”

“그러니까 말이야. 가뜩이나 헌터질 하기도 힘든데 세제혜택을 없애겠다고? 말이야 방구야.”


아저씨들은 얼굴을 붉히며 바들바들 떨었다. 거기에 대해선 진우도 동감이었다.


“그러니까요. 위험한 게이트 들어가는데 면세혜택은 유지해줘야죠. 그걸 또 떼간다고 난리니 원.”


진우의 말에 아저씨들은 와! 하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역시 헌터들은 한 마음이야.


그 다음 부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래, 결혼은 했고? 잘생겨서 여자가 많을꺼 같은데.”

“아··· 그게··· 이혼했습니다.”

“이혼? 아이고 어쩌다?”

“아내가 바람나서요.”


아저씨들은 다들 소리를 질렀다.


“하! 거 참. 별··· 그래, 괜찮네. 괜찮아. 살다 보면 혼자가 더 편해. 마누라 잔소리에 저 혼자 큰 줄 아는 애들 보면 혼자가 낫다고.”


아저씨들은 진우를 위로하며 자판기 커피를 하나 뽑아주었다. 어제 심상공간에서 600일간 수련하면서 전처에 대한 분노마저 사그러진 마당이라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진우는 덤덤하게 커피를 받아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워 보였는지 아저씨들은 혀를 차며 덕담 한 마디씩 했다.


벌컥-


나성 기업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성격 안 좋아 보이는 남자가 튀어나왔다. 제법 탄탄한 몸에 두피가 비치는 머리카락, 부리부리한 눈에 심술궂게 생긴 입매까지.


빈말로라도 ‘착하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힘든 사람으로 보였다.


“다 왔나.”

“예, 사장님.”


나성기업의 사장은 끄덕이며 인원수를 체크했다.


“어디보자··· 어? 한 명 더 있는데? 어이, 거기 젊은 친구. 자네는 오늘 처음인가?”


진우를 가리켰다.


“예. 맞습니다.”

“흠.”


그는 진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젊군. 좋아. 어차피 여긴 맨날 일손이 부족하단 말이야. 안으로 와서 서류 작성하고 헌터증 보여주게.”

“네.”


진우는 나성기업 안으로 들어갔다. 지저분한 사무실에는 직원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컴퓨터를 두드리며 뭔가 하고 있었다.


“어이, 여기 신입이다. 서류 작성시키고 헌터증 복사해서 남겨둬. 협회에 보고 올리는거도 잊지 말고.”

“예, 예.”

“대답은 한 번만하라고!”

“예.”


건성건성 대답하던 직원은 일았다고 대답하고는 진우를 데려다 서류를 작성시켰다. 신상명세와 주소 등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이트 진입 동의서’. 요는 게이트에 들어가서 부상 당하거나 사망해도 감수하겠다는 동의서다.


“됐습니다.”


진우는 사무실에서 나와 바로 차에 올라탔다. 함께 가는 아저씨들의 뒤를 따라 차를 몰았다. 얼마 떨어진 곳에 있는 웬 건물에 차들이 섰다.


“자자- 장비 점검하고!”


대장격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장비 점검을 시켰다. 총 인원은 진우 포함 8명이다.


“전열을 셋, 후열 넷··· 신입은 전열에 서야겠군. 검을 쓴다고 했으니까 탱커 뒤에 잘 붙어 있으라고.”


F~D급이라 해도 헌터는 헌터. 알아서 척척 전열을 나누고 무기를 꺼내 점검까지 마친 그들은 건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어~ 미스 양. 여기 여덟명 들어간다.”

“여기에 헌터증 두시고 가세요.”

“그래.”


그들은 나성 기업의 여직원에게 헌터증을 맡기고 일제히 게이트 앞으로 향했다.


‘하급 게이트는 대충 관리된다는 소문이 맞구나.’


고위 게이트일수록 철저하게 관리된다. 정부에서 사람이 나와 기업의 관리 실태까지 살필 정도니까. 그러나 이런 하급 게이트는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지는 않았다.


게이트는 기이한 색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액체 같이 보였다.


“들어가지.”


매번 드나드는 게이트지만 그럼에도 아저씨들의 얼굴에는 일체의 웃음이 사라지고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거리 유지해.”


가장 선두에는 탱커가 섰다. 커다란 방패로 앞을 막으며 전진했다. 손에는 철퇴를 들고 있었다. 그 뒤에는 검사인 진우와 창을 든 아저씨 한 사람이 섰다. 그 뒤로는 힐러, 마법사 둘, 궁수 두 명이 있었다.


그 때 진우의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긴급 퀘스트 발생!]

-코볼트 1000마리 처치

-보상: 신검에 업이 조금 쌓입니다!


‘업이 쌓이다라···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마물을 잡으라는 소리였나.’


“가지.”


탱커가 전진했다. 커다란 방패로 최대한 몸을 감싸며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탱커의 뒤를 따랐다. 각자 켠 랜턴의 불빛이 어둑한 게이트 내부를 비추었다. 동굴처럼 생긴 게이트 내부를 랜턴에 의지해 걸었다.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오는 마물은 같지만 매번 달라지는 게이트의 구조상 어디서 코볼트들이 나올지 모른다.


컹- 컹-


저 멀리서 아스라히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온다.”


개의 머리를 한 난쟁이 마물, 코볼트. 그 때문에 녀석들이 움직이면 여지없이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동굴 벽에 반사되어 위치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그것들이 움직인다는건 확실했다. 탱커 아재의 말에 따라 다들 무기를 꽉 쥐었다.


동굴 벽을 옆에 두고 전진한다.


키에에에엑!


“왔다!”


랜턴 불빛 너머에서 기성이 들렸다. 탱커 아재가 방패를 바짝 붙이며 어그로 스킬을 썼다. 마법사 아재가 불덩어리를 어둠속에 투척하며 시야를 밝힘과 동시에 공격을 시도했다.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며 어둠이 살짝 물러났다. 거기에는 개 머리를 한 난장이들이 펄쩍펄쩍 뛰며 들고 있던 창을 내질렀다.


캭- 캭-!


“어딜!”


일제히 방패를 향해 날아왔다. 탱커 아재가 방패로 여유롭게 튕겨 냈다.


퉁-


퉁겨나는 창들. 진우는 틈이 생긴 코볼트의 창대를 자르고 목을 날렸다. 창을 든 아재도 코볼트의 목을 단번에 꿰뚫었다.


“잘 했어!”


코볼트 두 마리를 처치한 그들은 마석을 챙겼다.


“좋았어, 신입! 게이트 여러 번 오간게 맞구만? 당황 않고 잘 죽였네.”


진우의 솜씨를 칭찬한 아재들은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


방패 아재가 선두에 나서서 앞으로 걸어간다. 방금전과 마찬가지다. 긴장한 채로 앞으로 걸어가는데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코볼트들이다. 아까 보다 훨씬 시끄럽고 사나운 소리다.


“여럿이군.”


방패 아재가 단단히 방패를 치켜들고 자세를 잡는다.


컹!


어둠속에서 나타난 수 십 마리의 코볼트들이 일제히 무기를 내지른다. 어설프게 내지르는 창이지만 떼를 지어 날아오니 무섭다. 방패 아재는 어그로를 잘 끌었다. 스킬도 쓰고, 고함도 지르며 코볼트들을 도발했다. 그것들의 시선이 돌아가면 기다렸다는 듯 마법과 화살이 날아가 코볼트들을 꿰뚫었다.


‘생각보다 잘 하는데?’


등급은 낮아도 베테랑은 베테랑이란 건가. 자주 손발을 맞춰본 티가 난다. 진우도 거기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검을 휘둘렀다. 일격필살. 코볼트들에게 한 번 검을 휘두를 때 마다 코볼트가 죽는다.


아재들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호오? 이것 봐라?’


생각치도 못 하게 신입이 너무 잘 싸운다. 몸을 사리지 않고 그렇다고 저돌적으로 코볼트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세로로 가로로 베고 찌르는데 마치 폭풍같다.


다들 힐끔힐끔 그걸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투쟁심이 솟구쳤다.


‘질 수 없지!’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렇게 외치며 코볼트를 맹렬하게 죽였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탓일까. 방패 아재가 동굴 이끼를 밟고 그만 벌렁 넘어지고 말았다.


“형님!”


무거운 갑옷 탓에 넘어지는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아재는 바로 일어나지 못 했다. 코볼트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아재에게 구멍을 뚫어주기 위해 달려들었다.


캭! 캭!


“안 돼!”


화살을 쏘고 마법을 날리고 창을 내질렀지만 기회를 잡은 코볼트들이 넘어진 아재에게로 달려든다.


이대로 가면 아재는 코볼트 무리에게 휩쓸려 죽을지도 모른다!


다들 비명을 지르며 이를 악물었다. 노력을 해보았지만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푸슉-!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 십마리의 코볼트들에게로 뛰어든 진우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저, 저거···?”

“미쳤네, 미쳤어···”


혼자 코볼트 무리에 뛰어들어 찌르고 베는데 검이 신들린 것 처럼 코볼트의 목을 날렸다. 다들 여기가 어딘지도 잊고 진우의 검이 움직이는걸 넋 놓고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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