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떨어질 때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새글

강글쓴이
작품등록일 :
2024.09.16 18:09
최근연재일 :
2024.09.23 2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0
추천수 :
0
글자수 :
51,866

작성
24.09.16 18:28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7. 프롤로그(7)

DUMMY

- “이번 진급에서 떨어진 건 나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 이 기회에 일반 병과로 옮기는 게 어떻겠나, 원한다면 후방 부대로 보내줄 수 있어 거기라면 진급하는 것도 수월할 거야, 김상사 자네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707특임대를 위해 노력한 건 내가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는 거야.” 5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 서류가 쌓여있는 책상과 그 책상 뒤로 걸려있는 사진들과 707특임대를 상징하는 백호의 그림들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내가 한말을 잘 생각해 보라고 김상사 자네도 이제 결혼도 하고 주임원사로 진급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지 않겠나.” 책상에 앉아서 서있는 나를 보며 대대장은 말을 했다.

나는 대대장에게 짧은 경례를 한 후 방을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누군가 뒤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게 느껴졌다.

“강진아! 또 대대장이 뭐라고 했구나, 저 꼰대 요즘 들어 잔소리가 늘어난 거 같단 말이지”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나에게 어깨 동무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짧은 웃음을 보였다. 707특임대에 들어온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임무도 함께 했던 내 동기인 이동진이었다.

 “우리도 슬슬 흑복을 벗을 때가 온 거 같네.” 이동진이 입고있는 특임대의 흑복과 내가 입고 있는 흑복을 번가라 보며 내가 말을 했다.

“그치, 우리도 이젠 나이가 있으니까, 후배들한테 물려주고 떠나야겠지, 강진아 예전에 우리 엄청났는데 기억해?”

“다 기억하지,, 생각해 보면 몇 번이고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우린 운이 참 좋았네”

“요새는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한 임무가 없으니까, 맞아! 아들 놈이 계속 사달라고 찡찡거려서 이번에 VR 게임기를 하나 샀는데 게임 종류가 많더라고 그중에 우리한테 어울리는 게임이 하나 있었는데 해보러 갈래?”

“무슨 게임인데?”

“[배틀로얄 이야기]라고 무인도에 떨어져서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는 게임이라고 하더라고 우리 아들은 아직 어려서 안 보이는 곳에 숨겨뒀었지 어때? 우리 아직 안 죽었다는 걸 보여주러 가보자고” 신이 난 채 말을 하는 이동진을 바라 보았다. 벌써 마흔 살의 나이가 되었고 동진이는 결혼 후 아들까지 있는 가장이었지만 둘이서 같이 있으면 훈련소를 막 수료했던 스무 살의 풋내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괜찮겠어? 동진이 넌 날 못 이길 텐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사격은 내가 더 잘하는 거 몰라? 그럼 오늘 퇴근하고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와이프가 내가 게임하는 걸 싫어하거든”

그날부터 나와 동진이는 [배틀로얄 이야기]에 푹 빠져 매일같이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게임은 간단했다. 각자 군용 단검 하나씩을 소지한 채 무인도에 떨어지게 된다. 무인도의 인원은 보통 100명 정도의 인원으로 채워졌으며 죽으면 게임에서 탈락하고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으면 클리어하게 되는 천생 군인인 우리 두 사람은 푹 빠질만한 게임이었다. 그렇게 게임을 즐기던 어느 날 나는 어떤 안내창과 함께 게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김강진의 말대로 김강진에게 상처를 낼수록 김강진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검격의 힘은 강해져갔다. 하지만 제일 까다로운 건 집요하게 목과 심장, 폐만을 노리는 살의가 깊게 담겨있는 공격들이었다.

“제 특전 스킬은 강하게 발동할수록 스킬에게 자아를 먹히게 되고 마지막에는 살인 충동만이 남아있는 진정한 살인귀가 되어버리죠. 지금도 사실 진영 씨의 그 목을 베어버리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강자로 살아온 사람들의 죽어갈 때 표정은 정말이지... 예술이거든요. 진영 씨는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 보고 싶네요.” 김강진은 말을 하며 두 손이 단검을 쉬지 않고 휘둘렀다.

김강진은 내 공격을 피할 생각도 막을 생각도 없이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단검으로 빠르게 공격하는 하나하나의 일격을 막고 피하느냐고 검법을 쓸 제대로 된 자세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협회장님 이제 멈추시죠. 그 몸 상태로 계속 싸우시면 얼마 못가 생명이 위험하실 겁니다.”

“진영 씨는 소중한 친구가 있으신가요?”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없네요.” 나는 잠시 내 인생의 지나갔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줄곧 혼자였다. 그렇기에 물론 소중한 친구라고 말할만한 사람이 없다.

“그럼 진영 씨는 저를 이해 못하실 겁니다.”

말을 하고 나서 정교하던 김강진의 공격이 점점 흐트러지는 게 보였다. 아무리 특전 스킬을 발동했어도 지금 김강진에게는 엄청난 데미지가 쌓였을거다. 당장 눈으로만 보더라도 내 첫 일격을 맞고 상처가 난 가슴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흐트러지는 공격들을 느꼈는지 공격을 퍼붓던 김강진이 나에게서 뒤로 물러났다.

“사실 제가 제일 죽이고 싶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입니다. 실제로 현실 세계 오고 나서 몇 번 인가 시도를 한 적이 있죠. 그때마다 특전 스킬이 멋대로 발동해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죠. 하지만 오늘 진영 씨를 만나고 겨뤄보니 오늘이야말로 제 염원을 이룰 날인가 봅니다.”

순간 김강진은 들고 있던 단검 한 자루로 다른 한 자루를 쥐고 있는 자신의 팔목을 그었다. 팔목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김강진을 두르고 있는 검은색의 아우라는 더욱더 짙어졌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 후 검에 기운을 불어넣어 검강을 띄우고 마음속으로 검결을 외웠다.



-게임 속과 같은 무인도로 떨어진 나는 먼저 주위를 살펴보았다. 옷은 근무 중 입고 있던 검은색의 특임대 흑복이었고 휴대폰 같은 소지품은 사라지고 게임 속에서 쓰던 단검 한 자루만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정말 게임 속과 같은 무인도 정글의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잠을 못 잤나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정말 내가 게임 속으로 들어온 것을, 게임 속에서는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아픔 또한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본 결과 게임 속 무인도와 다르게 무인도의 크기 또한 거대했다.

일단 임시 거처를 만든 후 지내기를 며칠이 지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이동진을 만났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내가 만든 임시 거처에서 같이 생활을 하며 우리를 공격해오는 사람들의 숨을 끊어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상태창에 현제 인원이 뜨기 시작했다. 처음 우리가 본 상태창의 현제 인원은 7,1234명 정도로 7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표시되었다. 하지만 그 표시 인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고 일주일 정도가 더 지나자 7만 명이었던 인원이 5만 명까지 줄어있었다. 동진이와 말은 안 했지만 줄어든 숫자가 사망한 사람의 숫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강진아 넌 왜 707에 들어왔어?”시간이 지나 생존 인원이 3자리 숫자가 될 때쯤 유난히 전투가 많아 힘들었던 어느 날 밤에 거처에서 모닥불을 피워 쉬던 중 모닥불이 죽지 않게 불쏘시개로 모닥불을 건들면서 동진이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글쎄,,, 멋있어서였나. 이젠 기억도 잘 안 나네, 넌 왜 707에 들어왔는데?”내가 말을 했다.

“너한테도 숨기고 있던 얘기인데, 사실 우리 아버지는 중앙정보부 요원이셨어,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항상 세탁기를 고치러 간다면서 집을 나가시고는 며칠을 안 들어오시곤 하셨데 세탁기를 고치러 간 게 아니라 임무를 나가셨던 거지,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평소처럼 출장을 다녀온다는 아버지가 떠나고 며칠 후에 아버지 대신 아버지 친구가 편지 몇 장과 함께 집을 찾아왔어, 그 편지는 아버지가 임무를 나가기 전 항상 써놓고 나갔던 유서 느낌의 편지였던 거지 그때 알았어 아버지가 중앙정보부 요원이었고 임무를 나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말을 내뱉는 이동진의 눈에서 서서히 눈물이 몇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이동진의 눈물 섞인 말을 덤덤하게 계속 들어주었다.

“아버지 편지의 마지막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조국을 지키다 죽을 수 있어 후회는 없다’라고 쓰여있었어, 그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 그냥 우리 곁에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켜주면 안 됐던 걸까 왜 아버지는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 이 나라를 지켰던 걸까, 이해할 수 없어서 난 성인이 되자마자 입대를 했어, 근데 강진아 이제 나도 그 당시의 아버지 나이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자식이 생기니까 그때 아버지 마음이 어땠는지 이젠 알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를 지킨다는 게 뭔지.”

말을 이어가는 이동진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젊을 때의 생기는 없어지고 이젠 그 자리에는 진중함이 묻어 있었다.

“그니까 강진아 만약에 내가 잘못되면 내 몫까지 이 나라를 지켜줘, 너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이 나라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자.”

이동진의 말을 듣고 내가 지켜야 될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동진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같이 살아 나가서 평소처럼 우리의 나라를 지키자.”-





승부는 찰나의 순간으로 결정됐다. 검과 주변의 기운을 빼자 매섭게 흩날리던 매화 잎들이 힘을 잃고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김강진의 마지막 혼신의 일격은 강했지만 내 검법에는 미치지 못했다. 나는 뒤에서 쓰러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김강진을 바라보았다.

“누가 그러더군요. 그 사람의 목숨을 가져갈 때는 그 사람의 업 또한 같이 가져가야 된다고, 진영 씨 저는 소중한 친구를 비롯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그래서 짊어지고 있는 업 또한 많지요. 미안하지만 이것들을 이젠 진영 씨가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바닥에 누워있는 김강진은 피를 토하면서도 한 글자 한 글자를 묵묵하게 내뱉었다.

“전 제가 죽인 사람들의 업을 모두 가져갈 정도로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협회장님의 업 하나쯤이라면 제가 짊어지겠습니다.” 내가 말을 끝내자 김강진은 약간의 미소를 지은 후 눈을 감았다.

김강진의 눈이 감기자 갑자기 특성창이 켜지더니 맨 밑에 있는 스킬란 중에 이야기를 클리어하고 얻은 특전 스킬인 ‘신의 대적자’의 글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른 특성창이 눈앞에 보였다.

[특전 스킬 신의 대적자가 활성화 됩니다.]

[효과 : 스킬의 플레이어가 사망할 경우 스킬의 플레이어에게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납니다.]






-나와 이동진은 결국 모두를 죽이고 2명이서 남게 되었다. 마지막 플레이어를 죽이고 나서 나와 이동진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먼저 담검을 휘두른 건 이동진이었다. 그렇게 이동진의 공격을 방어만 하다가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방어 후 단검이 든 손을 이동진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지만 힘이 담겨있지도 빠르지도 않은 공격이었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이동진은 날아오는 공격을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왜 피하지 않은 거야, 왜!!!”심장에 검이 꽂히고 그대로 쓰러지는 이동진의 몸을 붙잡고 내가 말을 했다.

“내가 말했잖아 소중한 사람을 지키자고 그 소중한 사람들 중에는 너도 있어 임마. 사람을 죽이면 그 사람의 업도 가져가야 하는 거 알지? 그니까,,,,”이동진은 뒷말을 채 잇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리고 바로 축하한다는 안내창이 눈에 나타났다. 나는 급하게 이동진의 목에 걸려있는 군번줄 인식표 목걸이를 손으로 잡아 뜯고 땅에 떨어진 단검을 주웠다. 단검을 주움과 동시의 나의 몸은 원래 세계로 소환되었다. 소환된 장소가 집안이었는지 길가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저 이동진의 군번줄을 붙잡고 그 자리에서 계속 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매화가 떨어질 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 현자의 이야기 NEW 4시간 전 0 0 9쪽
10 10. 2라운드 NEW 5시간 전 1 0 8쪽
9 9. 파티 NEW 6시간 전 3 0 11쪽
8 8. 프롤로그(8) 24.09.16 4 0 15쪽
» 7. 프롤로그(7) 24.09.16 6 0 12쪽
6 6. 프롤로그(6) 24.09.16 3 0 10쪽
5 5. 프롤로그(5) 24.09.16 3 0 12쪽
4 4. 프롤로그(4) 24.09.16 3 0 10쪽
3 3. 프롤로그(3) 24.09.16 3 0 8쪽
2 2. 프롤로그(2) 24.09.16 5 0 10쪽
1 1. 프롤로그(1) 24.09.16 1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