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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連進)
작품등록일 :
2024.09.1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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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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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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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망태

DUMMY

1화



“우리 과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검은 정장을 입은 입학 사정관들이 물었다.

유진은 미리 준비했던 답안을 차분히 말했다.


“어릴 때부터 범죄자들을 잡고 시민들을 지켜주는 경찰들을 동경했습니다. 단순히 강력 범죄를 잡아서 치안에 이바지하는 것부터 어려움에 처한 약자들을 도와주는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떨림 없이 당당히 내뱉은 답변. 내용이 너무 정석적이고 평범해서 그런지 입학 사정관들의 표정엔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아직은 괜찮다.

어차피 지원하게 된 동기야 다른 면접자들도 비슷할 거고, 다음 질문에서 이점들을 어필하면 된다.


시간은 충분하다.


유진은 그렇게 스스로 위안하며 긴장을 몰아냈다.


입학 사정관들은 수시 서류를 쭉 훑으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때마다 유진은 연습 때처럼 떨지 않고, 최대한 당당히 자신의 이점들을 어필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학 사정관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답변을 조금 더 특별하게 할 걸 그랬나?’


이곳은 한국대 경찰행정학과 면접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공부해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최선을 향해 달려왔고, 나름대로 스펙도 열심히 쌓았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한국의 대입이 악명 높지 않았겠지.


아쉽게도 공부 머리가 영 없던 탓에 유진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나마 면접 비중이 높아 1차 서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서류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다른 이들보다 면접 점수라도 높게 받아야 최종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


유진이 전전긍긍 하고 있는 사이, 수시 서류를 훑은 면접관들이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1학년 때부터 경찰의 꿈을 꾸고 달려왔더군요. 입학할 때도 경찰이 되고 싶어 했고 희망 직업 목록에도 경찰이 꾸준히 있고요. 경찰이 되었을 때 원하는 목표가 있습니까?”


이 또한 미리 준비해 왔다.

시민들을 많이 도와 표창장을 받고 싶다의 진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유진의 직감은 그의 입을 막았다.


여기서까지 평범한 답변을 하게 된다면 무조건 떨어진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잠시 고민한 유진은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가 강박적으로 경찰을 고집한 이유를.


“사실···저는 중학교 3학년. 그러니까 16살부터 경찰의 꿈을 꾸게 됐습니다. 이유는 부모님의 죽음 때문입니다. 당시 부모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범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당시 경찰들은 그를 추적했지만, 아직도 신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찰이 되어 그를 직접 잡고 싶었습니다.”

“···음. 그렇군요.”


살인이라는 말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입학 사정관들은 유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합격을 위해 부모까지 파는 패륜아를 보는 듯한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한순간에 싸해진 면접실.


사실만을 말했던 유진은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여기서 뭐라고 할 순 없었다.


그렇게 적막을 깨고 면접관이 짧게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 분.”


면접을 마친 유진은 면접실을 나와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갔다.


저 뒤에 펼쳐진 한국 대학교 건물. 너무나도 가고 싶은 대학이지만···아무래도 떨어진 것 같다.

입학 사정관들 표정과 성적, 마지막으로 보였던 날카로운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이라는 후회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유진은 집에 도착했다.


“삼촌.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유진은 삼촌과 함께 살았다.

삼촌 외에는 가족이 없었고, 마침 삼촌도 자취 중이어서 흔쾌히 수락했다.


덕분에 유진은 이른 시기에 부모를 잃었음에도 결핍 없이 자랄 수 있었다.


“삼촌?”


그의 삼촌은 외주 프로그래머였다. 그래서 주로 집에서 일을 했고,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삼촌이 차려준 밥을 든든히 먹고 나왔다.


집안 곳곳을 살핀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가셨나? 오늘 나간다는 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메시지로 언제쯤 오시냐고 물은 다음, 침대에 뛰어들었다.


오늘 본 면접만 해도 두 개.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했다. 조금 쉴 필요가 있다.


유진의 방 벽면에는 당시 부모님이 살해당하셨을 때 찍힌 cctv사진들이 붙어 있었고, 머리맡에는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 액자 속에 걸려 있었다.


유진은 부모님의 액자를 뭉클하게 바라봤다.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는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 두 분을 보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특히 입학 사정관들의 표정에 대해 이리저리 하소연했다.


삼촌이 돌아온 건 저녁쯤이었다.


“어디 갔다 오셨어요?”

“볼 일이 있어서 갔었지. 음. 일단 저녁부터 먹자.”

“오늘 저녁은 된장 찌개에요. 앉으세요.”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면접은 어땠니?”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나 봐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주저리 풀어놨다.

가만히 듣고 있던 삼촌은 마지막 밥풀 하나까지 싹싹 긁어먹은 후, 수저를 내려뒀다.


“잘 먹었다.”

“저도 다 먹었으니까 할 말 있으면 하세요.”

“그렇게 티가 났나?”

“네.”


유진은 어릴 때부터 남의 표정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관찰력이 좋았다.


이마에 잡히는 주름 하나. 입꼬리의 사소한 움직임. 눈매의 변화에 따라 대상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감정까지 파악했다.


이상하게도 이쪽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한때는 심리 상담사를 꿈꾸기도 했다.


삼촌은 물로 잠시 입을 행군 후,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쯤 되니 궁금했다.


항상 장난기 가득하던 삼촌이, 도대체 왜 이렇게 분위기를 깔고 진지를 연출하는 걸까.


어디 들어나 보자는 식으로 집중한 유진이었다.


“재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건 형님을 죽인 살인범을 잡겠다는 꿈이 여전하다는 거지?”

“네. 당연하죠. 전 한순간도 놈을 잊은 적 없어요.”


삼촌은 가방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많이 위험할 거야. 만약 그놈이 미친놈이면 쫓는 도중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계속할 거야?”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을 거라고, 설령 목숨이 위험해지더라도.”


어린 아이에게 부모는 하늘과도 같다.

어떨 때는 울타리가, 어떨 때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두 사람이 살인범에게 살해당했다. 그것도 집 안에서.


유진이 품고 있는 분노는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했다.


삼촌은 한숨을 쉬며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여길 찾아가봐. 살인범을 쫓을 방법이 나올 거야.”

“예? 여기요?”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류 봉투를 열었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살인범을 쫓을 방법이 있다는 걸까. 경찰도 아닌 삼촌이 그건 또 어떻게 알았고?


여러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건 다름 아닌 지도였다.


초록색 산으로 뒤덮인 곳. 청옥산이라 적힌 산 북쪽에 작은 깃발이 찍혀 있었다.


“강원도에 있는 청옥산이라는 곳이다. 따라가다 보면 집 하나가 나올거야.”

“혹시 여기에 살인범이 삽니까?”

“아니. 다만 살인범을 쫓는데 도움이 되는 녀석이 살고 있는 곳이야.”

“이 산에요? 자연인으로 살고 있는 전직 경찰 같은 건가요.”

“뭐···. 자연인이라고도 볼 수 있지. 찾아가 볼 테냐?”


유진은 잠시 고민하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이 위험한 곳을 추천했을 리는 없고, 수시가 끝나면 어차피 학교 하루 이틀 정도는 안 나가도 된다.


거리가 먼 게 좀 흠이긴 하지만.


“근데 자는 건 어떻게 해결해요?”


미성년자라 숙박업소 예약이 불가능하다.

삼촌은 걱정하지 말라며 고갤 저었다.


“자고 먹는 건 거기서 다 해결해 줄 거다. 언제쯤 갈 생각이냐?”

“내일 당장 다녀올게요. 어차피 주말이잖아요.”


* * *

부우우웅.

버스가 매캐한 매연을 뿜어내며 멀어졌다.

유진은 매연에 콜록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높게 솟은 나무. 낡은 버스 정류장,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도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배경이었다. 이런 곳에 와보는 게 얼마 만인지. 괜히 기분이 좋았다.


“여기가 이쪽 방향인가?”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휴대폰으로 좌표를 찍고 가는 중인데, 가도 가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여기선 어디로 가야 하지?”


지도상엔 앞으로 가야 한다고 돼 있는데, 등산로는 반대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앞쪽으로 이어진 길은 없었다.


아무리 산을 많이 타본 유진이라도 길이 없는 곳을 개척하는 건 부담스러웠다. 특히 처음 오르는 산이라면 더더욱.


그때 위쪽에서 사람이 한 명 내려왔다.


전문적인 등산복과 장비를 착용한 것으로 봐선 등산객으로 보였다.


“실례합니다, 혹시 이곳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으응?”


모자를 흘깃 올린 남성은 유진을 위아래로 한번 훑었다. 그러곤 지도를 한번 살폈다.


“아아, 여기. 여기 가려면 저 뒤쪽으로 돌아가야 해.”

“뒤쪽이요?”

“어.”


남성은 친절히 알려줬다.

그의 말대로 따라가 보니 정말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길이 나왔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슬슬 해가 산등성이에 걸리고, 노을이 졌다.

특히 산은 해가 빨리 지는 편이다.

밤이 되면 조난되기 십상이라 유진은 서둘렀다.


“헉. 헉. 저긴가?”


숨을 헐떡이며 언덕을 넘으니, 마침내 낡은 2층 저택 하나가 보였다.


역사책에 나온 오래된 고성처럼 난쟁이 덩쿨이 지붕까지 올라가 있었고, 근처엔 거미줄이 피어 있었다.


유진은 숨을 고르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있으세요?”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다.


주인이 올 동안 기다리기로 한 유진은 슬슬 추워지는 밤공기에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산이라 해는 더욱 빨리 졌고, 하필 겨울이라 겉옷 하나로는 한기를 막기 힘들었다.


결국 버티다 못한 유진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다리다가 얼어 죽을 순 없잖아.


“잠시 실례합니다.”


마치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 조심조심 걸었다.

낡은 나무 판자가 끼익 소리를 내고, 뿌연 먼지가 휘날렸다.


“이게 전등인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줄기의 달빛에 의존해 스위치를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스위치는 이것 하나뿐이어서 눌렀다.


그러자 천장에 있는 조명에서 빛이 나왔다. 동시에 평범하던 책장이 옆으로 밀려났다.

마치 영화 속 등장하는 숨겨진 방처럼 새로운 공간이 나왔다.


드르르륵.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유진은 당황했다.


“뭐, 뭐야?”


아무래도 누르지 말아야 했던 버튼을 눌러버린 것 같다.


“다시 누르면 닫히려나? 아니 이거 왜 안 닫혀.”


스위치를 여러 번 꾹꾹 눌러봤지만, 책장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결국 원상복구를 포기한 유진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책장을 살폈다.


먼지 가득한 집안과 달리 유난히 책장 쪽에는 먼지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이 버튼을 평소에 자주 쓴다는 뜻이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책장으로 숨겨야 했을까?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다. 슬며시 안쪽을 살폈다.

어둠만이 가득해서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들어가 보고 싶지만, 들어가는 건 예의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바닥에 가만히 쪼그려 앉아 주인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이리 와보거라.”

“?”


무슨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귀를 후볐지만, 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유진은 반대쪽 귀를 막고 소리에 집중했다.


그 결과 소리가 책장 옆 새로운 공간에서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저기요?”

“이리 와보거라.”

“이리 와보라고요?”

“그래. 아이야. 이리 와보거라.”


유진은 늙은 노인의 목소리에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저 노인이 이 집의 주인일 수도 있다.


저벅. 저벅. 저벅.

적막만이 가득한 곳, 유진의 발걸음이 울려 퍼진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노인의 목소리는 커졌다.


“어디 계세요? 어두워서 앞이 잘 안 보이네요.”


창문이 하나도 없어서 달빛이 들어오지 않았고, 전등 스위치도 없었다. 입구 쪽은 밖에서 나오는 전등 빛 때문에 괜찮았는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빛이 적어졌다.


“뒤에 있다. 아이야. 어서. 어서 뒤를 돌아 나를 구해다오.”

“뒤에요?”


유진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강철로 된 쇠창살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때 어두웠던 방의 불이 켜졌다.

동시에 쇠창살 안쪽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 다만 얼굴이 돌아가 눈과 입의 위치가 뒤바뀐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좌우로 찢어진 눈동자에선 피눈물이 줄줄 흘렀는데, 그 새빨간 눈동자를 마주본 순간 알 수 없는 한기가 유진을 에워쌌다.




“이, 이게 뭐야.”

“뭐긴 뭐야. 크립티드지.”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좋은 추성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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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그슨대(2) 24.09.18 12 1 12쪽
4 4화 그슨대(1) +1 24.09.17 13 2 12쪽
3 3화 나 좀 죽여줘 24.09.17 16 1 14쪽
2 2화 한울 24.09.17 17 1 11쪽
» 1화 망태 24.09.17 2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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