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平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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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4.09.17 16:33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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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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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했지만 다시 놓아주다

DUMMY

저 멀리,백기를 휘날리며 요하를 건너오는 사람들의 무리는 대체 정체가 무엇이였을까.

이련의 지시에 따라 한어(漢語)에 능통한 병사들이 직접 이들 무리를 향해 다가가 말을 건넸다.


[어디서 왔느냐?]

[아이고,저희들은 모용씨를 피해 피난온 유주,기주의 백성들입니다요!]

[그게 사실이냐?]

[살기 위해 도망쳐왔을 뿐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고구려의 군사들이 의심을 거두지 않고 추궁하지만 이들은 간절한 눈빛으로 그들의 손을 붙잡고 사정을 이야기하니 군사들도 점차 경계심은 풀렸을까?

그러던 그때,중국 관리의 옷을 입은 한 인물이 앞으로 나왔다.


[누구냐!]

"허허,나는 진(秦)나라의 건위장군 공손진(公孫鎭)이오. 나를 고구려왕께 데려가주시오."


그의 이름은 바로 공손진.

그런데 중국 관리 치고는 유창한 고구려어를 하질 않나,자신을 연나라 사람이 아닌 하북 땅에서 쫓겨난 진나라 사람이라고 칭하며 태왕을 감히 알현하겠다고 하니 고구려의 군사들 입장에선 여러모로 수상해보일 터.


"정체가 무엇이냐?"

"허어... 이렇게 의심이 많아서 쓰겠소?"

"똑바로 말하거라!"

"진국 건위장군 공손진. 이미 말했소."

"이놈이 감히...!"


한참 실랑이가 이어지는 이때...


"자,장군!"

"이자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모용씨를 피해 유주,기주에서 피난온 자들이라 합니다."


호수(胡帥)가 등장하자 병사들은 자리를 비켰다.

그러나 공손진과 고구려군 병사들 사이에선 실랑이는 여전히 이어지고... 호수는 그들 앞에 다가가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무슨일인가?"

"이자가 진나라의 건위장군을 칭하며 태왕께 알현할것을 청합니다."

"알겠다. 내가 직접 상대하마."


공손진의 앞에 선 호수.

자신보다 높아보이는 연배,누가봐도 중국의 관리다운 모습을 한 공손진을 본 호수는 그를 범상찮게 여기며 훑어보기 시작했다.


[공손진이라 하였소?]

[그렇소. 저들은 연의 무리를 피해 피난온 유주와 기주의 백성들이고 나는 진나라의 건위장군 공손진이오.]

[음... 헌데,그대는 왜 함부로 태왕전하를 뵙고자 하는것이오?]

[전하께 전해드릴 이야기가 있어 뵙고자 청하는 것이오.]


낙랑 한인 유이민 출신답게 유창한 한어로 공손진과 대화하는 호수.

잠시 대화를 끊은 호수는,뒤돌아 생각해보니 이들을 인솔하여 데려오라는 이련의 어명을 받은 터.

호수의 손짓은 요동을 향하고,이를 본 고구려의 군사들도 일사불란하게 이들을 인솔하며 요동성에 입성했다.


(요동성,관청)


"신도현 사람이자 진나라의 건위장군 공손진이 태왕전하를 뵙사옵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과인을 뵙길 청했는가?"

"실은..."


잠깐 주위를 살피는 공손진.

그러더니 안심한듯 다시 입을 뗐다.


"비수의 싸움으로 부씨 사직이 무너지고 간웅(姦雄) 모용수(慕容垂)가 부씨를 몰아내 하북을 차지하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전하께서 요동과 현도 두 군을 차지하셨으나 모용수는 반드시 이를 탈환하려 할것이며 그는 요동을 다시 차지하고 나서야 칭제를 하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전하께서는 깊이 헤아리시어 이를 대비하시길 말씀드리옵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관청에 모인 장수들은 임금과 주변을 의식하며 술렁였다.

모용수가 반드시 요동,현도 2군을 탈환하러 온다는 이야기니 당연히,격한 반응이 나올 터.


"전하,모용씨는 백년의 원수이옵니다. 만일 그들이 설령 요동을 침구한다 한들 이 기세를 몰아 맞서싸워 격퇴하는것이 옳은 계책이라 사료되옵니다!"


"전하,이자의 말을 쉽게 믿지 마시옵소서,모용씨가 비록 하북을 차지했다 하나 내외로 둘러싸여 고립되었거늘 어찌 감히 요동을 넘볼수 있겠습니까?"


누군가는 지난날의 원한을 기억하며 피가 끓어오르고,또 누군가는 설마 진짜로 탈환하러 올까 의심하며 술렁이는 지금,

가만히 이를 지켜보던 이련의 손이 올라가자 술렁이던 장내가 어느새 잠잠해지고,이련은 다시 공손진을 쳐다봤다.


"아직 연(燕)의 무리에 대적하기 어렵다는건 과인도 잘 알고있다. 허나,우리의 피를 흘려 얻은 이 강토를 순순히 내주지 않을 것이다. 더 할말이 있느냐?"


이련의 말이 끝날 즈음,공손진은 술렁이던 때와 달리 지금은 비교적 밝은 얼굴로,대답을 이어나갔다.


"소신은 전하께서 요동을 포기하라고 권한게 아니옵니다. 선택은 전하의 몫이시나 단지 작금의 고구려는 모용씨의 예봉을 꺾기 어렵다 생각하여 말씀드렸사옵니다."


대답을 들은 고이련. 다시 찾아온 고뇌의 시간.

현실적으로 하북을 차지한 모용씨에 대적하기 어렵다는것은 고이련도 잘 알고 있었다. 부왕(고국원왕)이 겪은 고통을 그 자식이 모를까.

그전에,이련은 담덕을 쳐다보면서 동시에 손가락은 공손진을 가리켰다.


"이번엔 네게 묻겠다. 저자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


"소자의 짧은 생각으로는,전하께서 저 사람을 기용하시는것이 어떨까 아뢰옵니다."

"기용이라...?"

"하늘로 돌아가신 성태왕(고국원왕)께서는 동수를 비롯하여 한(漢) 사람들을 중히 쓰셨다고 배웠습니다. 저자는 홀몸으로 온게 아닌 중원의 백성들을 끌고 귀부하지 않았습니까. 하여..."


손짓 한번으로 잠시 담덕의 말을 끊은 이련은,한편으론 마치 해답을 얻었다는 듯이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대(공손진)를 국소대형(國小大兄)으로 임명하겠다. 따르겠느냐?"

"소신,성심껏 태왕전하께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날이 밝는대로 국내성으로 돌아갈것이다. 요동과 현도의 백성들을 데리고 돌아갈 터이니 속히 준비하라!"

"예,태왕전하!"


마침내 떨어진 명령.

장군 호수를 비롯한 일부를 남겼지만,고구려의 대군은 1만의 백성들과 함께 회군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회군길에 동행한 대사자 어구루(於九婁)는 걱정된다는듯이 이련에게 회군의 이유를 물었다.


"전하,공손진이라는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력을 기울여 요동을 수비해야 할것이옵니다. 정말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으시겠나이까?"

"형제들의 피를 흘려 얻은 이 땅을 쉽게 내주고 싶진 않네. 허나 모용씨의 기세가 강성한것 또한 사실이니,만일 국소대형의 말대로 이뤄진다면 다음을 기약해야 하네."

"아아..."


그의 뜻을 이해했을까. 어구루도 마침내 아쉬운 침을 삼키며 국내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태왕이 이끈 군대가 국내성으로 돌아오니 국내성의 신하들과 백성들은 성상의 깃발(聖上幡)아래 엎드려 지켜보고,편전으로 들어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신하들이 태왕의 발걸음 아래 고개를 숙였다.


"과인이 데려온 백성들의 터를 마련하라."

"예,전하."

"백잔(百殘)의 위협은 없었는가?"

"백잔주 침류(枕流)가 진(晉)나라의 승려를 맞이했다는 소문만 있사옵니다."

"으음..."


역시나 돌아오자마자 먼저 찾은건 백제의 움직임. 그런데 진(晉)나라와의 교류 소식 말고는 변경을 위협한단 이야기 하나 없으니 오히려 이련은 그게 더더욱 의심스러울 뿐.


"수고했다. 앞으로도 백잔의 무리들을 주시하라!"

"예,전하!"


뜨거웠던 여름의 요동 정벌이 점차 마무리되고,시간은 흘러 가을을 지나 어느새 겨울이 다가왔다.


(국내성,편전)


"전하,급보이옵니다! 연왕 모용수의 아들 모용농이 수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요하를 넘어 요동에 도달했다 하옵니다!"


그순간 편전에 모인 신하들은 모두가 얼어붙었다.

공손진이 경고했지만,생각하기도 싫었던 그 순간이 코앞에 닥쳐오니 당연지사.


"네녀석(공손진)의 말이 옳았구나."


공손진을 한번 쳐다본 고이련. 그다음에는 신하들을 바라보니...


"호수는 살아돌아올 것이다."

"전하,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지난날 과인이 왜 호장군을 남기고 대군을 국내성으로 돌렸는지 잊었는가? 이는 오로지 오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함이였다."

"아아..."

"적은 숫자로 많은 적에 맞서는것은 중원의 병법에 이르길 옳은 계책이 아닐 터,하여 요동과 현도는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각 구루(溝漊)에 전하라! 앞장서서 다가오는 부대는 필시 호장군의 군사들일 것이니 맞이하라 알리거라."

"예,전하!"


이련의 지시가 떨어지니 고구려의 신하들은 그즉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각 성(城,구루)에 전령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전령들이 달려나가는 사이,요동성에 주둔한 장군 호수(胡帥)또한 멀리서 적들을 바라보곤 움직이기 시작하니...


"3만은 족히 되어보이는구나. 우리의 병사는 몇인가?"

"약 4-5천에 불과합니다."

"대적할 필요 없다. 현도성에 알려 철군하라고 해라."

"예? 그것은..."

"태왕께서 내리신 교(敎)다. 속히 철군하겠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모용농의 진영도 긴장하던 찰나...

오히려 고구려 내지 방향으로 요동의 군사들이 도망치니,모용농은 긴장이 풀린듯 웃었다.


[허, 가소롭구나. 차지하지도 못할 땅을 포기한단 말인가?]

[하지만 고구려의 무리는 옛적부터 유주를 탐했으니 경계하지 마십시오.]

[알고있다. 요동을 포기한다면 현도 또한 마찬가지일 터. 저들을 쫓지 말고 성에 입성하라!]


그날로 요동의 싸움은,연나라가 요동을 다시 손에 넣으며 끝나갔다.

그사이...


"박적(狛賊)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백제의 누군가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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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령했지만 다시 놓아주다 24.09.18 8 0 10쪽
1 요동을 함락한 고이련 24.09.17 2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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