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X용사X소년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새글

셔눅
작품등록일 :
2024.09.17 23:57
최근연재일 :
2024.09.21 00:19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0
추천수 :
0
글자수 :
26,913

작성
24.09.18 00:07
조회
4
추천
0
글자
12쪽

2화

DUMMY

2화.


“그레이라는 이름을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라.”


가문의 당주이자 네로의 아버지인 호세 폰 그레이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농사라는 가업의 특성상 그레이 가문은 상인들의 조합인 길드(Guild)에 소속되어 있었고 그들이 수확하는 쌀들은 최상의 품질을 자랑했다. 그렇기에 지역의 시민들은 물론, 대귀족들에게도 납품되곤 했다. 지역의 대부분이 그레이 가문의 쌀을 먹고 그들을 통해 배부름을 영위하였다. 그렇기에 그런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작게나마 변방에서 귀족으로서의 작위를 얻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네로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겼다.

비록 자신의 육체는 가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머리만큼은 가문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책을 읽고 배워나갔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사니에게 들었다. 밤낮없이 배움에 전념하고 있다지?”


그런 아버지의 칭찬에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하는 네로는 여전히 작은 소년이었다.


“아닙니다, 아버님. 제 육체가 강하게 태어나지 못했기에 가문에 누를 끼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지식만큼은 형님, 누님들보다 빠르게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런 네로의 답변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최대한 그의 꿈을 지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네가 책을 좋아하고 세상에 관심이 많다기에 이것저것 가져와봤다.”


여러 도시와 지역을 오가며 무역을 통해 가업을 번창해나가는 그레이 가문의 사람들은 타지에서 거래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여러 물건을 들고 왔는데 그중 네로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바로 책이었다.

대륙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 세상에 대한 여러 정보들은 저택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미지의 지식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저택이 유일한 세상이던 네로에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만드는 일이 되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님!”


그러한 책들 중에서도 네로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 히스클리프가 출간한 저서 생태에 대하여였다.


세계는 거대한 바다 포세이(大海)의 중앙을 길게 가로지른 안개 협곡 리바이어던(海上峽谷)을 기준으로 인간들이 사는 세계인 인대륙(人大陸)과 마족들이 사는 세계인 마대륙(魔大陸)으로 구분이 된다.

히스클리프가 출간한 책은 이곳 마대륙의 환경, 마대륙에 서식하는 생명들에 대해, 그리고 마대륙의 지성체인 마족들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 여덟 권에 걸쳐 기재 되어있는데 한 권당 5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책이었다.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던 네로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마대륙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언젠가는 자신이 발을 딛을 곳에 대해 익혀나갔다.


“이건...”


특히 이 책 안에서 네로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마수에 대하여라는 챕터인데 이 대목은 특히 히스클리프조차 위험하다고 말한 대목이었다.


마수(魔獸)

마대륙에는 일반적인 동식물 뿐 아니라 마수라는 개체가 살고 있었는데 이름 그대로 마귀와 같은 짐승을 일컫는다. 평범했던 동물 혹은 식물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마력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자연적으로 발생한 개체가 있는 반면에, 누군가의 불순한 의도로 인위적인 저주와 마법에 의해 기형적인 신체와 흉포한 정신상태를 지닌 변이체로서 존재하는 개체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자연을 지키는 영물로서 사람들의 숭배를 통해 마을의 수호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저주받은 마물로서 취급되어 이들을 배척하고 제거하려 한다.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불순한 의도에 의해 탄생한 존재이기에, 그 의도가 어떻든 필시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마수들은 전혀 환영받지 못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개체들이었기 때문에 히스클리프는 책에서 그들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며 위험도를 기재해 이에 따라 그들을 구분했다.

대부분의 모험가나 여행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이들의 서식지를 피해 다른 길로 우회해서 목적지로 가거나 혹은 토벌대를 꾸려 이들을 사냥하곤 했다.


***


“하 씨... 큰일 났네.”


곰? 아니다 그것은 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몸집을 지니고 있다.

억센 흰색의 털로 뒤덮인 그것은 사람의 머리뿐 아니라 상체 전체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크고 거대한 앞발을 갖고 있었고 그 거대하고 날카로운 발톱에는 피로 인해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있었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기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잘근잘근 저작운동을 지속하는 거대한 주둥이,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쉬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공이 뭉게진 푸르스름한 눈동자.

흉측한 모습을 한 그것은 더 이상 짐승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르렁”


작게 신음하며 식사를 계속하는 그것의 주둥이 밖으로 튀어나와있는 날카로운 어금니에는 방금 섭취했던 누군가의 살점이 꽂혀있었고 그 두꺼운 목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식사를 계속하는 모습이 더욱 괴이함을 자랑했다.


대설원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극지 속에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거센 눈보라와 설원에 방문한 누구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지는 냉혹한 잔인한 한기였다.

대설원의 위험 요소는 그뿐이라고 네로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위험 요소는 따로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마수다.


“저건 스노 베어(雪熊)...?”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에게는 자신이 책에서 봤던 짐승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스노 베어라 함은 다 자란 성체도 2m가 채 되지 않고 공식적으로 기록된 가장 큰 크기의 스노 베어 또한 2.2m 정도였다. 더욱이 둥글둥글한 인상, 잡식이긴 하지만 육식보다는 채식을 주로 하며 사람들에 대해 친화적이며 온순한 성격을 갖고 있는 개체였기 때문에 하얀 것중에 가장 귀여운 것은 스노 베어다, 라는 말은 대중들에게 어떠한 반박 하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동물이 바로 그들이었다.


“괴물...”


스노 베어와는 그 크기와 성질부터가 확연히 다른 그것은 영락없는 식인괴물의 모습이었다.


“쿠오...?”


그리고 마수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네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x됐다...!”


네로는 황급히 눈 더미 뒤로 몸을 숨겼다.

눈을 밟는 소리가 천천히 자신에게로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죽음의 그림자가 지척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네로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고동은 빠르게 요동쳤고 피의 순환이 빨라지자 온몸에서 맥박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 심장을 손으로 쥐어짜는 격통이 가슴에 퍼지자 고동소리는 귓전에 울릴 정도로 커졌고 그와 함께 눈과 코, 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새하얗게 보이던 세상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


《진정해.》


정신을 잃기 직전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그것은 다소 음역대가 낮은 나긋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어디서부터 들려오는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 네로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전음(全音)과 같이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울리는 목소리였기에 누군가 주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대화를 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정체 모를 누군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자신이 스스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 아니야.》


그때 다시금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누...누구세요?”


전음을 보낼 수 없었던 네로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물었다.

머릿속으로 목소리를 보낸 이가 죽음의 공포를 맞이한 소년의 작은 혼잣말과 같은 물음을 들었을 리 없다. 그렇게 생각한 네로는 주변을 둘러보며 마수가 어디로 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았다.


“그르르르르...”


언덕을 사이에 두고 마수와 네로의 눈이 마주친 절망적인 상황. 아주 잠시 동안 서로를 응시한 피식자와 포식자의 입장의 두 존재는 이윽고 포식자의 단 한 번의 외침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쿠오오오오오!!”


“제기랄!!”


네로는 필사적으로 마수를 벗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기초 체력은 물론 뛴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네로에게 있어서 사족보행의 흉포한 마수를 떨쳐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설원처럼 눈 안에 발이 푹푹 빠지는 곳은 평지의 몇 배는 더욱 달리기 힘들었다.


“오... 오지마!!”


그럼에도 네로는 살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눈 위에 쓰러져도 팔을 움직여 기어서라도 도망쳐야 했다.

자신을 향해 쫓아오는 마수를 돌아본 네로는 요동치는 심장이 이제는 진짜로 터져버려 죽을 것처럼 느껴졌다.


《힘들어 보이는구나.》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긋나긋하게 자신에게 말을 거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할 새도 없이 네로는 자신의 어깨 위에 무언가 끈적끈적한 타액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붉은 피가 섞인 진한 것이었다.


-콰직!


타액이 마수의 것임을 알아차린 것은 네로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뜬 뒤였다. 마수의 앞발 질 한 번에 네로의 연약한 몸은 대량의 피를 흩뿌리며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뒤 눈밭 위를 굴러다니며 수 m를 날아간 그의 몸은 힘없이 눈 위에 안착했다.

눈밭이라고는 해도 지면을 구르며 몇 m 날아간다고 한다면 강인한 체력과 단단한 신체를 지닌 훈련 받은 병사들조차 어딘가 하나는 부러지기 마련이다.


‘안돼...’


반면 병사들은커녕 일반적인 타인에 비해 한참 연약한 네로의 신체는 그런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 견딜 수 없었다.

머리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얼굴을 적셨고 상반신의 절반은 거대한 발톱에 무참히 찢겨져 척추 뼈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장기들 일부는 상처부위에서 흘러나오기도 했고 일부는 충격에 터져버린 것도 있었다.


“아...으아...”


네로는 구조 신호는커녕 고통에 신음할 수조차 없었다.

성대도 완전히 찢겨 목 안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 위 어딘가에 조각 나 떨어져 있을 것이었다. 네로의 대부분의 살점과 장기들이 그러하듯이.


《처참하구나.》


머릿속 여성은 네로에게 말을 걸기만 할 뿐 실질적으로 도와주지는 않았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네로에게 있어서 이제는 조롱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녀에게 더 도와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대로 빨리 고통에서 해방되어 죽음을 맞이하고 싶기도 했다.

걷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화초의 자신의 인생이 과연 행복했을까? 창밖을 부러워하며 형제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만 웃음꽃을 피우는 자신의 인생은 과연 행복했던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가족은 물론 자신을 알고 있는 타인들에게 그저 의존만 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지금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살고 싶어?》


그녀의 질문에 네로는 눈물을 흘렸다.

비록 평생을 저택에 갇혀 지냈지만 따뜻했던 온기가 느껴지는 자신의 집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이곳저곳에 수소문해 구하기 어렵다는 희귀한 책들을 구해주었다.

형제들은 행여 자신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에 우울해할까봐 밖에서의 노동에 대한 고단함을 내색하지 않고 늘 웃는 얼굴로 즐겁게 대해주었다.

식솔들은 집안의 명령과는 별개로 자신을 위해 손이 되고 발이 되고 눈이 되고 귀가 되어주었다. 그들 덕분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품었지만 세상에 대해서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따뜻하고 다정했던 가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살려줘...”


들리지 않는 음성으로 소년은 자신의 간절함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그리고 네로는 이내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X용사X소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5화. NEW 6시간 전 0 0 12쪽
4 4화. 24.09.19 5 0 11쪽
3 3화. 24.09.18 4 0 12쪽
» 2화 24.09.18 5 0 12쪽
1 1화. 24.09.18 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