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X용사X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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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눅
작품등록일 :
2024.09.17 23:57
최근연재일 :
2024.09.2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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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용사(勇士).

마대륙에 마왕이 있다면 인대륙에는 인간들의 영웅인 용사가 있다.

그는 가진 자던 가지지 못한 자던, 선한 자던 악한 자던 상관하지 않는다. 평등하게, 오롯이, 인간을 위해 검을 휘두르며 인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바친다.

숭고한 그의 발걸음은 홀로 수만의 마왕군을 상대하고 당연하게도 단신으로 마왕과 대적하며 고고히 마족들의 시체 위에 서 승리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인간에게 있어서 용사의 이름은 바로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작이자 가장 첫 번째로 인간을 위해 검을 들었던 초인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지크문드 반 오거다.


***


《여전히 몸에 피를 묻히는 야만적인 전투를 하는군, 검쟁이.》


“그러는 넌 뒤도 안보고 마력을 펑펑 써대는군.”


네로는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그 피는 자신이 죽인 마수의 것과 자신의 얼굴에서 흐른 피가 섞여 있는 것이었다.


《이 정도로 나약할 줄은 이 몸도 몰랐단 말이다!》


“마족의 왕이라는 자가 자신의 백성을 헤아리지도 않다니.”


《나도 몰랐다고!》


“넌 정도나 되는 마법쟁이가 모르기는. 오랜만의 현세에 들뜬 거겠지.”


머릿속 여성의 목소리는 더 이상 반박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네로는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 설원은 병사의 시체와 마수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피가 흘러 눈을 적셨지만 그럼에도 전투가 끝난 뒤의 고요함은 네로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똥폼 잡지말거라, 검쟁아.》


머릿속 목소리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적막을 깼다. 네로는 한 숨을 쉬며 눈을 감지 못하고 혀를 축 내민 채 죽어있는 마수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


그리고 가만히 마수의 시체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뭐하는 것이냐. 어서 해체하거라.》


여성의 목소리가 그를 재촉하자 그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중 대답을 했다.


“우선 이 소년을 좀 깨우고.”


***


꿈을 꾸었다.

잠시 잊고 있던 기억의 한 조각.

마도서를 보고 마법이란 것을 처음 접했던 소년은 자신이 전혀 보지 못했던 신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년이 보고 있는 마도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마법의 일부만이 담겨있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소년은 그 책에서 재미를 느꼈다.


자신도 이런 마법을 배워보고 싶다. 마법을 사용해보고 싶다. 작은 방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자유를 갈망하는 소년에게 있어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씁쓸한 눈으로 책 안의 신비가 자신의 것이 되기를 바라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서 푸른 불꽃이 튀었다. 이윽고 손바닥에서부터 피어오르는 푸른빛은 소년이 읽고 있는 책의 그림과 똑같은 모양을 그려냈다.


-펑!


잠시 뒤 모양을 유지하던 푸른빛은 터지는 작게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짧은 기행이었지만 이는 소년의 가슴이 벅차오르기에는 충분한 시간과 사건이었다.


‘이것이 마법인가.’


방 안을 밝게 비추던 푸른빛은 소년의 가슴에도 찬란한 빛을 밝혔다.


마법은 분명 신이 내린 재능의 하나.

그레이가의 현 당주는 물론 그 안주인을 비롯해 그들이 낳은 자식들 그 어느 누구도 마법이라는 재능의 편린조차 피워낸 이가 없었다.

가문에서 오직 하나. 오직 네로만이 재능을 피워낸 것이다.


이후 소년은 또 다른 꿈을 품기 시작했다.


***


〈눈을 떠라, 소년.〉


《애송이! 눈을 뜨거라! 어서!》


“으어어! 피... 피가!”


네로는 버둥거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며 성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눈을 감기 전 까지만 해도 쏟아져 나와 밖으로 흘러내렸던 창자들은 다행히도 보이지 않았다. 살점이 절반 이상 찢겨져 나간 복부도, 목이 패인 상처에서 튀어나가 버린 성대도 지금은 멀쩡히 돌아온 상태였다.

다만 두통으로 인해 머리가 아파왔고 코와 눈에 흘러내린 핏자국은 남아있었다.


"피가 멈췄네...?"


〈드디어 일어났군.〉


“누... 누구세요!”


묻는 것인지 화내는 것인지 모를 소년의 외침에 머릿속 목소리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 몸의 이름을 묻는 것이냐? 이 몸은 말이지...》


〈저 쪽은 바하무트, 이 쪽은 지크다.〉


《으아잇! 흥을 깨지말거라!》


“...바하무트? 지크...?”


자신들을 바하무트, 지크라고 소개하는 이들의 이름을 듣자 네로는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잠시 동안 정적했다.

분명 사니가 가져다 준 책에서 본 이름들이다. 책 제목은 종간 역사학. 역사학자인 크레스토가 지은 책으로 히스클리프의 책 다음으로 네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였다. 마족과 인간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각 종의 시작부터 삶의 방식의 변화, 문명의 변천사 등을 기록한 책으로 이 책의 중간부터는 전쟁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의 이름이 바로 바하무트, 그리고 지크라 불리는 지크문드 반 오거. 마족의 정점인 마왕과 인간의 영웅인 용사의 이야기였다.


“조... 좋은 이름들이네요. 하하. 그래서 다들 어디 계시는거죠? 얼굴을 보면서 이야길 나누고 싶은데.”


네로는 그들의 대답에 어색한 웃음으로 반응하며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머릿속에 말을 거는 이들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바하무트와 지크는 어리둥절해 했다.


《이 녀석, 아직 부상이 회복이 덜 된 것이냐? 내 마법은 분명 제대로 작동했다만...》


〈아니. 그냥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저... 저기. 숨어서 전음으로 말씀하시지 말고 나와서 마주보고 얘기하는 것이 더 좋을 거 같아요. 절 구해주신 감사 인사도 드리고 싶고...”


네로는 자신이 피투성이가 된 이후의 기억이 또렷하지 않았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기억의 일부는 자신의 상처가 치료되고 있는 것과 마수의 목이 분수처럼 쏟아내는 피와 함께 땅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그 모든 일이 자신의 몸으로 행해진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에게 말을 걸 뿐인 의문의 존재들이 도와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싶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경계심을 갖고 있는 네로였다.


〈일단 그건... 네가 한 일이지만 네가 한 일은 아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남자 목소리의 수수께끼 같은 답변에 이해를 하지 못하는 네로였다.


《아이 고지식한 검쟁이. 잘 듣거라 애송아. 쉽게 말해서 우리가 네놈 몸을 빌려서 널 치료하고 저 마수를 죽인 것이란다.》


그 모습에 답답해하는 여자 목소리는 직설적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제 머릿속에 말을 거는 게 아니라 제 머릿속 안에 있다는 거죠?”


《그렇다.》


“그리고 제 몸을 빌려서 절 치료하고 저 마수를 죽인 거고.”


〈그렇지.〉


“게다가... 바하무트, 지크문드 반 오거... 제가 아는 그 바하무트와 지크문드 반 오거와 동일인물이신거고...?”


《기왕이면 마왕님이라고 부르거라.》


〈...나는 지크면 된다.〉


역사책 속 전설의 인물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네로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다.


“말도 안돼...”


***


방금까지 자신을 죽이려는 마수였지만 막상 죽음을 맞이한 그 눈동자를 보고 이렇게 시체를 난도질 하고 있으려니 마음이 복잡해지는 네로였다.


“그러니까... 우욱... 진짜 마왕님과 용사라는 거죠?”


하지만 바하무트의 명령에 의해 그의 손에는 부러진 칼이 쥐어져 있었고 어느새 시체가 된 마수의 가슴을 갈라 해부를 하고 있었다. 시체에서 풍기는 피비린내로 속이 울렁이는 네로였지만 이 설원에서 시체가 썩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입안으로 마수의 피가 들어가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 거주 중인 마왕과 용사에게 되물었다.


《맞다고 몇 번을 말하느냐, 애송아! 너는 참 쓸데없는 의심이 많구나. 그 어떤 어리석은 이가 굳이 이 설원에서 너 같은 약골 거지한테 전음으로 사기를 치겠느냐?》


"하긴 그렇네요."


같은 질문을 자꾸만 되묻는 네로에게 짜증을 내며 폭언을 하는 바하무트였지만 네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이 상황이 그저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칼질에 더 집중이나 하거라. 마수의 핵은 예민한 물건인지라 섣부르게 손대면 안된다.》


마수의 핵.

마수라는 존재는 일반적인 짐승과는 달리 마력과 저주로부터 비롯되어 탄생한 변이체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과는 별도의 마력 공급원인 핵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지금 네로가 열심히 칼질하여 근육을 찢고 비로소 보이는 심장 부근에 위치해있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구체는 심장과도 같아 마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이는 마수들에게 있어서 급소이자 마수를 사냥하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전리품과도 다름 없다. 더욱이 이는 가공하여 마석이라 불리는 마도구에 중요한 기관이 되는 원료로 사용되는데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핵 하나에 4개의 마석이 나온다.

다만 마수의 핵은 마수의 죽음 이후에는 빠르게 부패하기 떄문에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마수를 죽인 뒤 빠른 시간 안에 보존처리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마석처리용으로 구하는 마수의 핵은 표면에 각종 방부제를 입힌 뒤 영구보관이 가능한 인벤토리에 담아 보관 및 운송을 하곤 한다.


“마수의 핵이라... 책에서 보던 것하고 똑같이 생겼네요. 덩치가 커서 그런가 크기도 꽤 크네요. 이 정도면 돈이 얼마야? 근데 이걸 어떻게 보관해야...”


《으아앗!! 무슨 아까운 소리를 하는 것이냐! 팔다니? 이 귀중한 것을?》


“파는 게 아니었나요?”


네로의 자본에 대한 욕심이 가득한 질문에 바하무트는 치를 떨었다. 바하무트는 이를 자금 확보용으로 구하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검쟁아. 내가 아무리 과거의 망령이라곤 하지만 요즘 마족들은 참으로 개념이 없는 것 같구나.》


〈...그게 인간한테 할 얘기냐?〉


그리고 그녀는 한탄했다.


《안타깝게도 이건 파는 게 아니란다, 이 돈만 밝히는 애송아.》


네로는 바하무트의 꾸지람을 들으며 그녀가 시키는 대로 마수의 핵을 집어들고는 자신의 심장 부근에 가져갔다. 죽인 뒤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직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공명하듯 고동하지 않던 마력의 핵에서 고동이 느껴졌고 자신의 가슴 안쪽에 심장과는 다른 묵직한 울림이 핵의 고동에 맞춰 울리기 시작했다.


“이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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