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인기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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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4.09.1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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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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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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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데뷔시킬 수 있다면 뭐라도 할 텐데

DUMMY

1화


[지금 화면에 비치는 사람이 유시한 부모님인가?]

[와 진짜 반씩 닮았다ㄷㄷ 역시 모든 건 DNA로 설명이 가능하구나]

[젊으셨을 때 유시한보다 잘생기고 예쁘셨을 듯 한데?]


대형 소속사의 아이돌 데뷔 프로그램이었다. 데뷔조에는 마지막 한 자리만 남아있었다. 시한은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부모님은 그런 시한을 쳐다보고 계셨다.


[근데 유시한 부모님 떨리는 게 아니라 묘하게 빡친 표정 같지 않냐?]


시한의 아버지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저 놈의 X끼가···.”

“여보, 카메라 있으니까 이따가 욕해.”


시한은 실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늘 데뷔의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던 자신이었다. 시한의 데뷔를 간절히 바라는 팬들 사이로 부모님의 얼굴이 보였다.


‘나 오늘 데뷔 못하면 엄마 아빠한테 죽는다고!’


부모님과 눈이 마주친 시한은 다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게 점수야? 너 진짜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라는 걸 안 하고 지냈구나?”


시한은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으려니 다리가 저렸다. 입모양으로 야옹거리다가 걸려서 한차례 혼난 뒤여서 행동을 사려야 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으면서 얼굴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너 뭐하려고 그러냐?”


시한의 아버지는 이마를 짚었다. 이럴 거면 그냥 수능을 보지 말든지. 네가 뭐 이불이라도 되냐? 다 깔아주고 다니게? 시한은 고개를 퍼뜩 들며 말했다.


“아빠, 나 아이돌 할 거라니까?”


시한의 말에 아버지가 코웃음을 치셨다.


“너보다 내가 데뷔하는 게 더 빠르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엄마 아빠가 그 나이에 어떻게 아이돌로 데뷔해!”

“엄마가 생각해도~ 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솔직히 우리 시한이보다 잘생기긴 했을 거 같아~”

“그만큼 너도 말이 안 된다는 얘기잖냐.”


시한은 입을 비죽였다. 나 얼굴도 좀 생겼고, 노래도 엥간치 하고, 춤도 나쁘지 않은데.


“보여드리죠.”


지금이라도 어필하면 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한은 벌떡 일어나서 생목으로 댄스라이브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때? 어? 아들내미 노래 잘하지?”


아버지께서는 눈을 감으셨고 어머니는 정신 사납다며 시한의 바지춤을 잡고 앉히려고 하셨다.


“에휴.”

“앉어.”


시한은 반쯤 내려간 바지를 주섬주섬 올리며 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왜 엄마 아빠는 아들이 열심히 한다는데 왜 응원도 안 해주고!”

“에이구, 됐을 거면 벌써 됐지.”

“아, 엄마! 나 제대로 마음 먹은지 얼마 안 돼서 그래!”


철딱서니 없는 아들을 보고 한숨을 쉬던 아버지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진지하게 말하자면,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수 없는 시장이라서 말리는 거다.”


시한은 이 분위기에서 나대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


“거긴 열심히 하고 재능있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잖아.”


아버지의 말씀에 어머니도 박수를 치며 거들었다.


“그래, 아빠나 엄마가 연예계 종사했던 사람이면 빽이라도 되어줄 텐데 그게 아니니까 엄마는 솔직히 미안하기도 하고.”


어머니는 말씀을 하시다가 갑자기 울컥하셨는지 눈가가 벌게지더니 눈물을 흘리셨다.


“알았어요.”


아버지의 진심 어린 충고와 어머니의 눈물까지 보았는데 여기서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는 없었다.


“재수···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돈 걱정 하지는 마. 엄마랑 아빠가 어떻게든 모아볼 테니까. 그리고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 들면 그냥 더 열심히 하면 돼. 알지? 우리 아들 엄마가 사랑해~”


그렇게 시한은 어머니 아버지가 주신 재수학원비로 댄스학원에 등록했다. 기숙학원이라고 구라치고 서울로 가서는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시한이 아슬아슬하던데 투표해달라고 문자라도 돌려야 되는 거 아냐?”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부모님께서는 3화 정도 방영되고 나서야 지인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투표라고? 무슨 투표?”


혹시 우리 모르게 정당에 가입해서 청년대표로 선거라도 나간 건가?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께 동창 순자가 유튜브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다.


yuotube.com/watch?v=wklt___

초딩매력 유시한 입덕영상ㅋㅋ.

샨샨 구독자 1.3만명

조회수 7.3만회 5일 전

[데뷔조 문턱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멤버라 안심할 수 없어요ㅠㅠ 영상 재밌게 보신 분들은 브링더스타앱에서 시한이 좀 투표 부탁드립니다! ···더보기]


얌전히 공부한다면서 일주일에 한 두번은 책상 앞에서 사진까지 찍어보내던 아들놈이 사실은 아이돌 하겠다고 서바이벌에 나갔다니. 열불이 터진 부모님은 당장 시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끔쪽이

[엄마아빠 ㅈㅅ해요ㅠㅠ 저는 꿈을 찾아 가겠습니당]


시한의 답변은 부모님의 뒷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불효자식 시한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렸다. 기숙학원은커녕 숙박형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터라 부모님인데도 불구하고 만날 수가 없었다.


“아, 이거 일부러 울리려고 그러는 거죠!”


부모님의 영상편지를 보며 눈물을 짓는 회차도 있었다. 그때 시한은 억지로 슬픈 생각을 하며 눈물젖은 자신의 얼빡샷을 남기려고 했었다.


“데뷔 못하면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라.”


다른 부모님들의 애정어린 말들에 눈물을 짓던 연습생들도 시한의 아버지의 말에는 웃음을 터트렸다. 시한만 웃지 못했다. 아버지의 저 말,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저 진짜 데뷔 못하면 쫓겨난다고요!’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평소 장난스러운 모습이 많던 시한도 마지막이라 그런지 굉장히 간절하구나 생각했다.


“브링온의 마지막 멤버는!”

“아, X발. 지금 저 말만 몇 번째야.”

“이거 편성 몇시까지인지 검색해봐. 그때까지 저 X랄일 듯.”


MC는 큐시트에 따라 진행하는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질질 끈다는 이유로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었다. 하지만 팬들은 대기시간부터 합하면 근 6시간을 서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예민한 게 당연했다. 거기다가 내 최애가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바로바로!”

“됐어. 한 서른번 더 반복하고 말할 듯.”

“유시한···!”

“헉!”

“군과 한도진군 중에 누가 될까요?”

“X발.”


지금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속아버렸다. 여기저기서 방송에 나가기엔 적합하지 않은 욕설이 터져나왔다.


“여기서 연습생들 인터뷰 한 번 하고 가겠습니다.”


MC는 무언가 신변을 위협할만한 물건이 날아올 것 같은 예감에 황급히 연습생 가까이로 자리를 옮겼다.


“도진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 유시한군과 제일 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네···.”

“안타깝게도 남은 자리는 단 한자리뿐입니다. 누가 데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도진의 팬들은 뭐 저딴 걸 물어보냐는 듯한 표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도진이 착해빠져서 자기 대신 시한이 데뷔했으면 좋겠다는 대답은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제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답을 마친 도진은 입을 꾹 다물고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선 다시 마이크를 쥐고 말을 이었다.


“비록 같이 데뷔할 수는 없겠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저는 시한이라는 둘도 없는 친구가 생겨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눈물나는 우정입니다.”


그저 시간 때울 용도로 인터뷰를 했던 것이기에 MC의 반응은 작위적이기 그지 없었다.


“우리 시한군은 어떤 생각인지 궁금하네요.”

“닭다리는 양보해도 데뷔는 양보 못하죠.”


시한이 그와중에도 능청스럽게 대답을 하자 눈물을 참던 도진이 빵 터져서 웃었다. 애써 밝은 척을 했던 것인지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니 시한의 눈가도 붉어진 게 보였다.


“사실 오늘 올라오기 전에 도진이랑 약속했거든요. 울지 말자고. 먼저 우는 사람이 소원 들어주는 걸로.”


결국 도진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도진의 팬들은 이 안타까운 상황에 감정이 동기화 되어 눈물이 고이면서도 한도진 처연미 쩐다는 생각을 했다.


“한도진 네가 먼저 울었으니까 내가 이긴 거다?”


우는 도진을 바라보던 시한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금세 눈물바다가 된 상황에서 시한의 어머니도 훌쩍거리며 눈가를 닦았다. 애써 웃음을 유지하려던 시한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손도 떨리는 탓에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말했다.


“근데 나도 도진이 너랑 데뷔하고 싶었어.”


시한이 도진과 눈을 마주치자 결국 참지 못하고 주저앉아 오열을 했다.


“하, 저도 눈물이 나는데요.”


MC도 뒤를 돌며 눈가를 소매로 닦았다. 사실 진짜 눈물이 나는 건 아니었고 방송에서 명장면 하나 뽑았다는 생각 뿐이었다. 도진이 시한을 일으키며 안아주었다.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며 둘의 얼굴을 클로즈업 했다.


“유시한! 추잡스럽게 울지 말고 이쁘게 울어, 제발!”

“흐엉엉.”


시한의 어머니는 울다 말고 시한이 콧물을 흘릴까봐 전전긍긍하며 소리쳤다.


“안타깝지만 데뷔조에 남은 자리는 단 하나입니다.”


스태프에게 무언가 사인을 받은 MC는 정리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한도진 군과 유시한 군 중 브링온의 마지막 멤버가 될 사람은!”


요란하게 드럼소리가 울려퍼졌다. 도진과 시한은 손을 맞잡고 앞을 바라보았다. 누가 되어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로 약속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되고 싶었다.


“한도진 군! 축하합니다!”


팡파레 소리와 함께 컨페티가 요란스럽게 떨어졌다. 놀란 모습의 도진 얼굴이 전광판에 잡혔다. 도진의 팬들과 시한의 팬들의 반응이 확연히 갈렸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과 욕설이 시끄럽게 뒤섞였다.


‘진짜 떨어졌구나.’


시한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였다. 이미 데뷔가 확정되었던 멤버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와 도진을 안아주었다. 몇몇은 시한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이제 진짜 끝....’


남들이 보기엔 장난스러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시한은 나름대로 서바이벌 내내 진지하게 임했었다. 시한은 욱신거리는 느낌에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얹어보았다.


“유시한.”


도진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시한은 고개를 돌렸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로 했으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음방에서 다시 보자.”


도진은 시한을 와락 안으며 말했다.


“소원은 그때 말해줘.”


눈물바다가 된 파이널 무대를 보며 시한의 어머니가 훌쩍거리셨다. 그러다 옆을 흘깃 보면서 시한의 아버지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당신은 시한이가 떨어졌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애초에 난 유시한 그 놈이 붙을 거라고 생각한 적 단 한순간도 없어.”


시한의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부모로서 자식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남들 앞에서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아버지셨다. 바닥에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어머니께선 조용히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여 주셨다.


“우리 둘 다 시한이가 이렇게 진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잖아.”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시한이 녀석을 좀 믿어줄걸.”

“그러게, 응원뿐만이 아니라 확실히 데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할 텐데.”


그 순간 수상하게 반짝이는 컨페티가 시한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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