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쓰는 차원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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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초밥
작품등록일 :
2024.09.19 13:11
최근연재일 :
2024.09.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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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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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갑자기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렸는데, 본인이 웬 황무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진짜야? 진짜로 손자를 다른 차원으로 던져버린 거냐고요!”


여기, 열두 살 소년 서한결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1단계, 부정.


“아닐 거야. 아무리 그래도 손자인데 그럴 리가 없어. 그렇죠, 할아버지?”


2단계, 분노.


“왜 나야! 나 열두 살이야! 어른들 많잖아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그러고도 내 할아버지야?!”


3단계, 협상.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빈둥대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할게요. 정말 효도하며 살게요. 제발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1단계부터 3단계까지를 섞어가며 무한 반복.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면 4단계, 우울.


“아···.”


아무리 팔딱팔딱한 아이라도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하는 건 꽤 힘든 일이다. 계속 소리 지른 탓에 목이 아프다면 더더욱.


콜록콜록, 모래먼지 섞인 기침이 나온다. 목이 마르지만 물을 마실 수가 없다. 몸이 불편하니 기운이 빠져 우울해진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한결은 그가 떨어진 공간을 둘러보았다.


주위에 있는 거라고는 황량한 벌판. 생명체라고는 바퀴벌레조차 없는 완벽한 무인의 세계.


그나마 천체가 있어 시간의 흐름은 가늠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일 뿐.


태양이 매정하게 자기 갈 길을 가면서 하늘이 점점 붉어진다. 망연자실해진 한결은 마지막 5단계에 도달···하려다가 말았다.


‘그래. 나는 앞으로 여기서 살아야겠···다고 인정할쏘냐?’


다시 2단계로 회귀.


‘으아아아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할아버지, 집에 돌아가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러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한결의 몸은 착실하게 움직였다.


덜렁덜렁.


팬티조차 입지 않은 태초의 상태로 걷기를 수십 분.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한결은 허름한 건물을 하나 발견했다. 10㎡쯤 돼 보이는 크기의 폐가였다.


곧바로 문을 열고 집이었던 것에 입장.


끼이익, 덜컹.


얼른 문을 닫아 먼지가 피어오르는 바깥 공기를 차단해 주었다.


폐가 안은 잡동사니 때문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쉴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한결은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폐기물 잔해를 뒤적였다. 여기가 포션 크래프트 클리커를 모방한 세계라면 분명 그게 있을 테니까.


뭔지 모를 나무때기. 지푸라기. 밟으면 위험한 못 같은 것들. 왜 있는 건지 모를 벽돌. 그리고···.


“찾았다.”


장식 없는 은색 끈 하나.


“하아, 진짜로 이게 있네.”


그것을 발견하자 한결은 드디어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포션 크래프트 클리커는 고작 장사하고 공방 꾸미는 게임에 불과하지만 그런 게임에도 목적은 있다. 바로, 특정한 개수의 보석과 지고의 에테르를 모아 ‘아르스 마그나’란 이름의 목걸이를 완성하는 것이다.


아르스 마그나는 이 폐허 세계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징표이며 ‘아카식 레코드’로 통하는 열쇠.


평범한 끈처럼 보이는 이 은색 목걸이가 바로 아르스 마그나였다.


한결은 아르스 마그나를 목에 걸었다. 못을 하나 줍고는 눈을 질끈 감고 엄지손가락을 찔렀다.


송골송골, 피가 맺히자 손가락을 아르스 마그나에 가져다 대어 주인 의식을 치렀다.


이내 미친 것처럼 목걸이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어두운 밤. 빛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가 사라졌다.


바뀐 목걸이의 형태를 확인했다.


은색 줄의 중앙부에 장식이 생겼다. 전갈자리 모양의 별자리이고, 선들을 연결하는 별 부위엔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구멍 개수를 세어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럴 것 같긴 했다만, 망했네.’


플레이어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별자리의 개수만큼 빈 구멍에 특정한 보석들을 채워야 하는데, 아르스 마그나는 주인의 생일을 반영한다.


한결의 생일은 10월 30일이고, 전갈자리의 경우엔 아홉 개의 보석을 모아야 한다.


‘좋게 생각하자. 쌍둥이자리가 아닌 게 어디야.’


갈 길이 태산인데 궁상떨고 있을 시간은 없다. 한결은 머리를 흔들어 우울감을 떨쳐냈다.


아르스 마그나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서 새 공방이 뚝딱 나타나는 게 아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공방을 세워야 한다는 설정이다.


마실 물을 생성하고 잠잘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일이다.


그러니 제일 먼저.


“상태창!”


한결은 힘차게 외쳤다. 그리고 한 1분쯤 기다렸다.


“···.”


1분 후, 또다시 분노 상태 돌입!


“아 할아버지! 나한테 포션 크래프트 클리커에 나오는 능력을 준 거 아니었어? 플레이어 특전 없이 이 황무지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라고? 아르스 마그나는 있는데 왜 시스템은 없어? 시스템 없이 내가 여기서 물하고 음식을 얻을 방법 있으면 말해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보고 있죠!”


쿨럭쿨럭.


기침하는 손자가 불쌍했던 걸까? 곧 누군가가 인도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잉-!


벽과 출입문은 바람을 버텨냈는데 지붕이 내려앉았다.


“으악!”


한결은 처량하게 쓰러졌다. 초가집이라서 머리는 안 다친 게 다행이었다.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 사방을 둘러보자, 지푸라기가 문자 형상으로 바닥에 배열되어 있었다.


- 에테르


“아?”


아무래도 에테르로 뭘 하라는 얘기 같지?


단어의 의미를 해석한 한결은 할아버지를 찾으려다가 말았다. 이만하면 할아버지에게 그를 지구로 돌려보낼 의사가 없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때가 됐다.


한결은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날 적부터 각성자였으므로 당연히 에테르를 쓸 줄 알았다. 아르스 마그나에 에테르를 불어넣었다.


지이이잉-!


목걸이가 발작하더니 그토록 바라던 상태창이 떠올랐다.


{공방} (잠김)

{마법약 제작} (잠김)

{아이템 제작} (잠김)

{채집} (잠김)

{특수 상점} (잠김)

{에테르 생성}

{분해} (잠김)


다 잠겨 있어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현재 접근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딱 하나.


{에테르 생성}


이거 터치하면 눌러지나? 꾹!


눌러졌다.


툭. 허공에서 거대 진주 같은 하얀색 구체가 떨어졌다.


구체를 받아낸 한결은 목걸이의 끈과 별자리 장식을 연결하는 두 개의 고리 중 하나, 그 빈 구멍에 가져다 댔다. 손바닥만 했던 구슬이 새끼손톱의 절반만 한 크기로 줄어들며 구멍에 안착했다. 결속 완료.


원래는 이 구슬을 누르면 화폐로 사용하는 에테르가 만들어지는 건데, 되려나 모르겠다. 구슬을 원래 크기로 되돌리고는 다시 한 번 꾹!


‘안 되는군.’


빠르게 포기하고 직접 구체에 에테르를 밀어 넣었다.


좀 전에 목걸이가 빛났던 것처럼 또 구체가 빛났다.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공간에서 금빛 바람이 불어와 구체 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멋진 풍경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한결은 생각했다.


‘이거, 클리커 게임에서 방치형 게임으로 바뀌었나?’


게임이 현실이 되면서 에테르 수집 방법이 좀 달라진 것 같았다. 보통 클리커 게임은 방치 기능도 제공하지만 포션 크래프트 클리커엔 그런 기능 따윈 없었다.


‘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만히 관찰하니, 1분에 1에테르씩 충전되는 것 같았다.


‘방치 기능이 열렸다니 좋네.’


결론적으로, 단말기가 에테르를 확보하면서 잠겨 있던 기능 중 두 개가 해금되었다.


{공방} (잠김)

{포션 제작} (잠김)

{아이템 제작} (잠김)

{채집}

{특수 상점} (잠김)

{분해}


당장 {채집} 버튼을 눌렀다.


[일반 채집]

: ···.


[특수 채집]

: ···.


약 만들 거 아니니까 일반 채집 항목으로 들어갔다.


<물(정제수)>

<물(증류수)>

<벼 이삭>

<감자>

<사탕수수>


기타 등등.


현재 충전된 에테르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항목은 정상적으로, 너무 비싼 항목은 흐릿하게 보여졌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다. <물(정제수)>을 터치.


갓난아기 머리만 한 크기의 미지근한 물방울이 허공에서 생성되었다. 한결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물이었다.


그걸 마시면서 동시에 세수를 했다.


“으어~ 시원하다.”


그러고 나서는 곧장 {분해} 탭으로 접속했다. 이번에는 허공에서 검은색 구체가 툭.


빈 고리에 끼워 결속을 완료했다가 뺀 뒤, 집 안에 널브러져 있던 잡동사니들 앞에 가져다 대었다.


그 구체에 닿자 하나씩, 하나씩, 쓰레기들이 말 그대로 분해되었다. 크기며 재질 등, 가치에 따라 0.01부터 30까지 에테르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덤이었다.


바닥이 어느 정도 깨끗해지자 {공방} 카테고리가 열렸다.


[시설]

[일반 기구]

[일반 가구]

[확장] (잠김)

[탐험] (잠김)


[시설]란은 전선 까는 것처럼 에너지원을 공방 등에 도배하는 기능.


[일반 기구]란은 연금술 실험을 위한 도구 등을 제작하는 기능.


[일반 가구]와 [확장], [탐험]은 문자 그대로다.


[일반 기구]와 [일반 가구]란은 나중에 아이템으로 기구와 가구를 만들게 되면 거의 버려지게 된다. 하지만 초반에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한결은 [일반 가구] 탭으로 들어가 누더기 이불 하나를 만들었다.


하늘에 달 비슷한 게 떠 있긴 하다만, 그 외엔 별다른 광원이 없어서 사방은 온통 어두웠다. 잘 시간이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이것저것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날 여기 보낸 목적은 이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서 힘을 기르라는 거겠지? 그 뭐냐, 외신을 손님으로 맞이해도 될 정도로?’


덜덜덜.


죽음의 5단계 중엔 없지만 공포 단계 돌입.


그래도 곧 뭔가를 떠올린 한결은 공포를 떨쳐냈다.


‘포션 크래프트 클리커는 힐링 게임이야. 그리고 뭐··· 문제 생기면 할아버지가 날 구해주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초월자를 빽으로 둔 손자의 태평함이었다.


마음이 편해지니 졸음이 몰려왔다. 얼마 후.


드르렁드르렁.


을씨년스러운 폐가에 소년의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포션 크래프트 클리커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1. 아르스 마그나 완성

2. 도감작 완료

3. 세계를 구원하기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의 요정과 뭔가 오묘한 팁창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 플레이어님, 신비로운 세계 지구가 멸망해 가고 있어요! (Tip. 행성 이름이 이상한가? 지구는 땅구슬이라는 뜻이고, 사람이라면 보통 자기네 행성을 지구라고 부른다네.)


- 멸망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세계에 구멍이 뚫려서예요! 세상의 축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물건들이 사라졌거든요! (Tip. 그중 하나가 아르스 마그나라네.)


- 그러니 플레이어님, 세계가 잃어버린 개념들을 되찾아 주세요! (Tip. 도감서를 채워 보게. 혹시 모르잖나? 어쩌면 세상에 변화가 생길지도.)


1 → 2 → 3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게임을 완벽하게 클리어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


포션 크래프트 클리커는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게임이다.


또한, 연금술사를 포함해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그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러나 그중 아무도 100% 도감작을 달성하지 못했다.


클리커 게임이긴 한데, 한편으론 클릭만으로는 깰 수 없는 게임이었던 셈이다.


‘뭐. 게임 생각은 이쯤 하고.’


한결은 {공방} → [일반 가구] 탭에서 <모닥불과 희미한 불씨>를 불러왔다. 아침밥 먹을 시간인데, 현재로선 이게 제일 가성비가 좋았다.


호호 불씨를 불어 가며 모닥불에 감자를 삶았다.


곧, 군데군데 탔지만 먹음직스러운 감자 구이가 완성되었다. 곧바로 한입 크게 앙~!


“앗. 뜨뜨뜨-!”


입천장을 데었지만 그럼에도 곧장 튀어나오는 감탄사가 있었으니.


“어흐흑. 천상의 맛이다.”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어지간한 스테이크나 케이크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감자를 다 먹고 나서는 알뜰살뜰하게 감자 껍질을 {분해}했다. 불씨는 꺼지지 않게 장작과 쓰레기 천으로 잘 덮어줬다.


그다음엔 집 안에 남은 잔해를 검은 구에 먹였다. 큼지막한 벽돌은 물론 작은 못까지 이 잡듯이 찾아내서 없앴다.


점심밥으로는 고구마를 먹어줬다.


“고구마는 역시 밤고구마지!”


그런 뒤, 빗자루와 천으로 만든 쓰레받기 세트를 소환해 폐가의 먼지를 싹 쓸어내자 [시설]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이 열렸다.


<차원의 문>


이 고립무원인 세계와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연결하는 게이트.


공방 청소를 끝내면 그냥 설치할 수 있는 거라 소모 에테르는 0이었다. 이 ‘세계’의 기본 능력이란 설정이었다.


집에 틀어박혀 하루 정도 뒹굴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모래 먹는 걸 감안하고 밖으로 나갔다.


‘지붕 날아간 폐가에 계속 누워 있으려니 정신병 걸리겠더라고.’


적당한 위치를 선정해 차원 문을 설비하자 [탐험] 기능이 열렸다.


차원 이동 가능한 곳 중에 지구가 있나 하고 눈을 부릅뜨고 살펴봤는데 없었다. 딱 게임에서 봤던 세계들만 나왔다.


<에오스>

<무천>

<드리야>


기타 등등.


게임에선 첫 번째 세계 연결은 공짜로 시켜줬는데 어떨는지 모르겠다?


맨 위에 있는 에오스를 한 번 눌러 봤는데.


“어, 어어?”


그 순간 회색이던 문이 보랏빛 안개를 뿜어냈다. 쉬이이익-!


안개에는 마치 블랙홀 같은 효과가 있었다. 옆에서 얼쩡대고 있던 한결은 순식간에 문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아니 잠깐만! 마음의 준비는 좀 하고···!”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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