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로 국가권력급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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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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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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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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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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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키를 얻는 대신 재입대!

DUMMY


2.


부대로 복귀하며 생각에 잠겼다.


제1 보병사단, 몬스터 사냥 중대.

그게 바로 우리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 사냥단으로서 각종 지옥도에 투입되는 소방수들.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몬스터와의 교전.

헌터의 역할은 권장이 아닌 필수였다.


'아으, 더럽게 무겁네.'


완전 군장 상태로 순찰 업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오래간만에 숨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아니, 차올랐다.


회귀하면서 내가 만든 '실전압축근육'은 '실전압축지방'으로 변했다. 젠장, 입대 전에 놀지말고 열심히 운동이나 했어야 했는데.

빌어먹을, 속이 버쩍 탔다.


“최인호 병장님. 전진.”

“전진.”


신식 생활관 앞.

최인호 병장이 다 피운 연초를 어금니로 꼬나물고 있었다.


비굴하게 곧추선 눈매.

황톳빛의 방한복과 군밤 모자가 마리오 시리즈에 개근하는 굼바를 닮은 놈이었다.


내 경계를 받은 최인호 병장이 다 피운 연초를 퉤 뱉고는 방한복 주머니를 두리번거렸다.


“야. 기인아, 담배 안 피우는 건 아는데 혹시 불 있냐?”


기인奇人.

그 별명도 오래간만에 듣는다.

이름이 이성한이라 짬 차지 않은 신입 땐 저렇게 놀림 받았지.

내가 괜스레 안 가지고 다니겠는가?


“불 붙여드리겠습니다.”


틱틱. 지포 라이터를 꺼내어 담뱃불을 붙인다.

영하 10~20도는 기본값으로 왔다 갔다하여 속이 퍽 시렸다.


“크으으. 군대 담배 꿀맛이다. 야, 세상 개 같다. 그치 성한아? 내 전역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최인호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러고는 한 모금 연초를 빨았다.


이 인간은 전역 전날 각성해서 A급 헌터가 된다.

정확히는 그날 하필 탑이 떨어졌다는 의미.

지금 이 중대도 생각 해보면 각성자는 1명도 없었다.


'탑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아직 능력 각성조차 없지, 게이트가 열렸는데도.'


일단 최인호 이놈 각성 능력은 ‘사냥’. 몬스터를 식별할 수 있는 좋은 기술로 연 쌓아도 손해는 없음!

그래서 내 현금 캐시를 뭉텅이로 갖다 바치고 있다.

젠장, 리X지 패키지 지를 돈을 남정네한테 쓰다니. 치욕스럽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전역 전날 탑 떨어지면 나 같아도 정신 붕괴가 터질 것 같긴 했다.


전역은 물 건너가는 거다.

그걸 모르는 말년 병장의 얼굴이란······.


아, 나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기분이다.

사실 최인호가 내 깔깔이를 뺏어서 두 겹을 입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후우, 맛 좋다."


최인호가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을 맛나게 피웠다.


“기인아. 눈 감아봐라. 뭐가 보이느냐 중생아?”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크크크. 그게 네 미래다.”


최인호가 비릿이 히죽거렸다.

그래도 천성이 선한 인물.


생활관 앞에서 피우는 담배가 꿀맛이지, 짬 차면 해봐라. 저 비흡연자인데. 아무튼 하라고. 그런 시니컬한 잡담이 오갔다.


이런 평화는 오랜만이기도 하고.

나도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


끼이익. 멀리서 군화 소리가 들렸다.


“최뱀! 간만에 여자친구분께서 오신 것 같습니다! 어? 야, 이성한. 너도 면회다. 빨리 환복하고 움직여!”


말구평 상병이 서류 뭉치를 든 채로 우리를 불렀다.

혹여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완전 군장 상태.

언제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면회.'


송골이 묘연해진다.

이런 늦은 시간?

너무 급작스러운데.


“말구평 상병님. 면회객 누구인지 혹시 알 수 있습니까?”


스읍. 말구평이 서류 뭉치를 휘리릭 넘기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군모가 스륵 올라가며 까까머리가 드러났다.


“빈칸인데. 가서 한번 확인해 봐. 애초에 아는 사람 같던데.”


말구평이 코 먹은 소리를 냈다.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안 갈수는 없어서, 사복으로 환복.

무거운 발걸음으로 면회실을 향해 걸었다.


신식 생활관답게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

복도는 난방이 되지 않아 한기가 밑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누구 있습니까?"


끼이이익.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원탁. 의자가 뒤로 밀려 잡소리가 메아리쳤다.


“안녕하십―”

"어?! 너, 너!"


탑의 관리자.

재입대 시킨 망할 놈.


“개새끼가!”


그놈이 왔다.





* * *





멱살을 잡고 싶지만, 통하지 않을 걸 알기에 한숨만 퍽 내쉬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아주 잘. 누구 덕분에."


무명이 그 대답을 듣자 종이컵에 담긴 커피 믹스를 양손으로 홀짝였다.

차분한 미모가 돋보였다.



"그럼 다행이군요. 계약자로서 마땅이 지켜야할 부분도 없잖아 있으니."



그래, 야밤에 대놓고 찾아오는 걸 문전박대 하기는 힘든 법이다.



"어떻게 들어온 거야. 이것도 탑의 힘인가?”

"관리자는 탑이 존재하는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일부 조정하거나 각성 여부도 관여합니다.”


힐끗. 무명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차도녀의 이미지가 강했다.


“계약자님에겐 통하는 건수는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본론부터 얘기하죠.”


크흠. 가볍게 목을 푸는 무명.


“탑으로 갑시다."

“······설마 탑을 다시 열 생각인가.”


이를 사리문다. 혹여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대검도 챙겨놨다.


효과가 없을 지도 모르지만, 도전 정신이야말로 인간을 정의하는 가장 큰 무기 아니겠나?


“탑을 다시 개방하는 건 저희 측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후우. 무명이 궐련을 콱 태웠다. 흰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이윽고 새까만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사측은 탑을 폐쇄하길 원합니다. 계약 조항에 따라 귀하를 징발할 수 있습니다."

"아."

"가시죠."


츠팟!


───

【〈대한민국 제1 메인 탑〉 :: 입장 】

【〈대한민국 제1 메인 탑〉 :: 0층 회랑 】

───


무명이 손을 스냅하자 순식간에 탑 내부로 전이했다.


텔레포트.

각성자가 탑으로 진입할 때 사용되는 기술.

무명이 뒷짐을 진 채로 성큼 걸어 나갔다.

어두컴컴하여 육안으로 길을 찾기 어려웠다.


“이곳은 대한민국 제1 메인 탑. 아직 투입 대기 중인 상태죠."

"투입 대기?"

"점검 중입니다. 자, 제 손을 잡으시죠.”

"싫은데."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마력 파장.

강압적인 태도로 인해 마지못해 손을 맞잡는다.

차갑지만서도 어딘가 따스한, 미적지근한 온도였다. 그리고 손이 축축했다. 뭔지는 모르게도.


무명이 먼저 앞다퉈 전열로 나섰다. 손을 맞잡은 나는 그 뒤를 유유자적 따라갈 뿐이었다.


“야, 질문이 있는데··· 왜 탑을 폐쇄하려는 거지?”


그 말에 무명이 어깨를 으쓱했다.

짙은 어둠이 환히 밝아졌다.

무명이 홀로그램 키보드를 생성하여 타이핑 하고 있었다.

맞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시꺼먼 장발 머리가 은은히 부닥치는 바람에 흩날렸다. 멀끔한 섬유유연제 냄새였다.


“상부의 지시입니다. 회사는 더 이상 탑 등반부의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핏 기억은 나는군만. 등반하는 헌터들을······ 강제로 노예로 만들었지. 솔직히 너무하지 않냐?"

"노예가 아닙니다. 방송인이죠."

"그 논리면 그럼 염전 노예도 어엿한 직장인이겠네?"

"······비유를 잘못했군요. 그나저나 손에 너무 뜨거우시지 않습니까?"


무겁게 한숨을 뱉는 무명. 차츰 내부 조명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니까요."

"그 새끼들?"

"······너무 입이 험하셔서 탈입니다. 고객 컴플레인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걸요?"


무명이 검지로 위를 가리켰다. 그곳은 어두운 공허가 있었다.


“유희거리를 찾는 그분들은 격에 맞지 않는 추태를 보이시기도 하죠.”

"그 점은······ 동의해야겠군."


딸깍. 무명은 쌀먹들이 매크로로 스킬을 돌리듯이 홀로그램 키보드의 엔터를 눌렀다.


칙칙한 고딕 양식의 회랑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 옆에 붙어주십시오."


자잘한 티끌이 우수수 떨어졌다.

상승하듯 발아래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탑의 층들이 재배열 되고 있었다.


"꼭 게임 같아."

"게임으로 설계되었으니까요."


재활성화 작업은 매 이벤트마다 발생한다.


등장 몬스터, 층 구성, 배치도까지 모두 바뀐다고.

로테이션이라 봐도 무방하다.


무명은 재배열되는 위층들을 올려 봤다.

변화 없이 그대로다.

무감정한 기계의 얼굴.


“저희는 고객에게 더 질 좋은 상품을 판매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익이 되지 않는 걸 정리해야죠.”

"······그렇게 돈이 안 되나? 얼핏 들어보니까 미쳐 돌아가던데."

"헌터님의 사후로 계속 적자였습니다. 그야말로 본사의 밥줄이었으니까요."


푸쉬이이이. 사방으로 흰 연기가 올라온다. 조명이 환히 밝아져 대낮처럼 느껴졌다.


무명은 맞잡은 손을 쿡 쥐었다.


"재배열이 끝났군요."

"아픈데 이제 좀 놔주지?"

"보정 절차입니다, 대기해주십시오."

"흠."


조심스럽게 우리 2명은 회랑에 발을 내디뎠다.

먼지 한 톨 없이 선선한 공기.

바닥에는 화려한 십자별 문양이 새겨져 있다.

돔 형태의 천장은 성스러움을 물씬 풍겼다.


'회랑. 여기도 오랜만이군.'


이곳에서 헌터들은 휴식을 취하고 탑을 등반한다.


“회랑도 그대로군.”

"그렇습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은 곳이니. 따라오시지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띠리링!

저 망할 텍스트 박스도 그대로고.


「헌터명 : 이상한.」

“이성한.”

「정정. 헌터명 : 이성한. 개체 접속 확인. 인증 확인. 현재까지 접속 기한······.」


오류가 걸린 것처럼 TTS가 늘어진다.


또 저러네.

무명이 덤덤히 다가와 허공을 툭툭 건드렸다.


원래라면 아직 점검 기한이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무명은 설명을 그렇게 덧붙였다.


「탑 관리 시스템. 정상화 완료. 대한민국 제1 메인 탑. 테스트 모델 AAA-1 진행 시행. 통제권 획득 완료.」


쿠구궁!

성당처럼 둥근 돔이 열렸다.

일직선으로 솟아난 탑 내부 구조가 보였다.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생명체의 장기처럼.

불행스럽게도 저 위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던가!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착잡해진다.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무명이 맞잡은 손을 풀더니 회랑 반대편으로 달려나갔다.


커다란 쇠창살이 있었는데, 아파트 10층은 가벼이 넘길 높이였다.

무명은 그 쇠창살을 한손으로 큼지막하게 들어 올렸다.


성문처럼 기어가 맞물리는 작동음이 들렸다.

원래 센서가 있어서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열리는데 테스트 버전이라 작동을 안 한다고.


"아니, 저딴 힘을 가지고 있다고?"

“힘조절은 능히 할 수 있습니다만, 폐쇄 안 할 거라면 계약 파기를 검토······."

"알았어! 알았다고, 참 심장 쫄리게 만드시는구만. 어련하시겠어."


츠팟!


───

【〈대한민국 제1 메인 탑〉 :: 1층 대수림으로 진입합니다.】

───


그 선택이 날 엿같이 굴릴 시발점이라는 건 직후에 판단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폭염 경보가 있군요."


탑도 폭염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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