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of v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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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vain
작품등록일 :
2024.09.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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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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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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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시작과 동시에 시작

DUMMY

---시작에 앞서---


이세상은 혹시, 내가 관찰하는 순간에만 구현되는 최적화 프로그램이 아닐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감이 안온다면 조금 풀어서 설명해 보겠다.


1. 잠시후 내가 도착할 버스 정류장은 이미 그곳에 정말 존재할까? 관찰하기도 전에 말이다.

2.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처럼(?) 자아를 가진 실제 인격체일까?


이런 의문이다.


물론 요즘은 이런 관념들이 흔하디 흔해서 영화나 만화의 소재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는 겨우 일곱살쯤 되었을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글도 막 배운 겨우 일곱살에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비범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런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말고도 있을까? 라는 자만심은 필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트루먼쇼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가 나왔고, 충격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이런 생각들을 나만 할줄 아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고작 그런 영화 나부랭이(?)들은, 나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약한지와, 내 지능과 지식도 결국 그저그런 수준밖에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보통 사람이었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세상에 널려 있었다.

이세상이 현실이든 매트릭스든 간에 내가 트루먼이나 네오가 아닌건 확실해 보였다.


역시나 이상한 것은, 왜 이런 흥미로운 영화들이 내 인생에 대한 의미를 잃게 만들고, 냉소적으로 보게 했느냐 하는 이유이다.

아마도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니까, 우주가 나를 기준으로 최적화를 하지 않으며, 나의 죽음이나 소멸로 우주가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였을까?

확실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렇게 대단한 생각을 하는 '나'라는 개체가 고작 NPC라면 뭔가 잘못되었다.

인간의 육체적 진화가 정신적 진화에 한참을 못 미쳐 있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소멸해도 이 세상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건 어려운 일이다. 소멸되고 싶지 않으니까.

결국 소멸되는 영혼이라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야 할까?

나는 정말 우연히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진화의 부산물이자, 생태학적 인류이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다음세대에 DNA를 전달하면 되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킨다?


사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해맑은 글을 끄적이고 있지만, 이 문제를 계속 고찰하고 있고, 이것은 너무나도 심오하여, 모든 과학과 철학이 결국 이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도 안다. 인간은 소멸되고 싶지 않아서 과학과 신을 탐구하는 것이다.


닉 보스트룸이었나? 지금 세상이 가상현실이라고 결론 내린 사람이?

사실 누구든 이런 의문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살아남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신을 상상하건 만들어 내서 의지하던가, 그냥 가정을 만들고 자신을 몰아부쳐 열심히 돈이나 벌다 가던가(?) 아니면 일론 머스크처럼 현실을 매트릭스라 단정짓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기치며 살던가...


문제는, 아무리 머리속으로 탐구해봤자,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지금의 3차원 세상에서는 도저히 결론을 내릴수 없다는 것에 있다. 정말 빅뱅으로 우주가 생겼다면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을까? 또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끝없는 순환의 모순에 빠질 뿐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한계를 맞는다. 종이로 테서렉스를 접을수는 없을 것이고 과거로 돌아가서 의문을 해소하지도 못할것이다.

결국 이런 방식으로는 인간이 세상의 존재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끝없이 물질계를 소급해서 양자 단위까지 연구해도 별 소용없다. 언젠가는 과학자들의 소원대로 쿼크 속의 가느다란 끈과 진동이 관측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그걸 또 잘라봐야 직성이 풀릴 것이고, 과학과 종교의 경계는 더더욱 모호해진다.


지식을 갈망하는 인류는 물리학과 천문학과 고고학, 역사학과 지질학을 날조하고 스스로를 세뇌 시켰지만, 반론할 만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탈출구가 없다.

이것은 모태신앙인 사람이 종교를 버리기 어려운것과 비슷하다. 과학도 종교이기 대문이다.

지구는 정말 둥글까? 지구가 정말 태양을 도는걸까?

이런 소박한 의문조차 과연 수백년의 연구로 해결이 되었는가?


사실 해결책은 다른곳에 있다

지금 내가 사는 매트릭스에서 빠져나갈 치트키를 찾아보는 것이다.


--시작--


너 혹시 지금 백수니?

나경이가 원고 뭉치를 툭 내려놓으며 말했다

재미없어? 지금 겨우 딱 한 장 읽은거야?

어떤 내용인지 감이 와서 그래

왜? 어렵다는 거야? 상업성이 별로 없겠지?

어휴 이 등신아


고등학교 동창 나경이는 일찍부터 작가로 활약한 인물이다.

전공이 영문학이라 글도 잘 쓰고, 지식도 풍부하고, 일단 말이 잘 통하는 친구다.

요즘은 유명 웹툰 작가와도 협업하는 등 잘 나가고 있다.

멘토가 되어줄만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이 원고를 보여준 것이다.


넌 이런 글이 팔릴 거라고 생각해?

일단 끝까지 읽어보기나 하고 얘기해주라

읽어보긴 하겠는데 니 말대로 상업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내용도 흔해 빠졌어!

이런게 흔하다고? 나비효과나 해리포터 같은 얘기거든? 끝까지 읽어보고 말해라! 상업성이 있을수도 있어.

근데 너 그거 알아?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소설이 한 두개가 아니야. 아마 수백개는 되겠지... 근데 다 돈벌었을까?

글쎄?

'해리포터' 만 성공한거야! 무슨말인지 알아? 왜 그런지도 알아? 그냥 처음부터 재미있게 술술 읽혀야 된다고. 해리포터가 처음부터 켈트족이 어쩌구 흑마술이 어쩌구, 그리핀도르 역사가 어쩌구 하면서 설명부터 시작하디? 자연스럽게 세계관이 녹아 나와야 거부감이 없는거야.

아하 이해가 약간 되는것도 같다. 도입부분이 어려워서 흥미를 잃게 만든다는 거네?


어려워? 어려워서 그렇다고? 그럴리가 있겠냐? 니가 개뿔 뭐하는 놈인지도 모르는데 독자들이 이런걸 계속 읽고 싶겠어? 몇줄 읽다가 던져버릴거다.

애들이 이런걸 읽을 수 있어? 이게 철학책이야 소설이야?


그러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경이는 프로다. 난 우물안 개구리고. 소설을 써서 돈을 번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나게 어려운 세계였던 것이다...


니 말이 맞다. 좀더 흥미 위주로 써야겠어. 다시 써볼께.

원고를 건내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나경이는 내손을 툭 쳤다.

일단 끝까지 읽어는 볼께

고맙다! 그래도 니가 도움이 될것 같다.


그건 그렇고 너 지금 백수 맞지?

아까 그렇다고 했잖아.

아니 대답 안했었는데? 그럼 지금 뭐해서 먹고살아?

왜? 취직시켜주게?

소개해줄 사람이 있긴한데 내일 전화할께 오늘은 할 일이 좀 많다. 그리고 너도 이제 서른 넘었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 알겠냐? 너 열심히 돈 안벌면 니 여자친구... 윤정이라고 했지? 도망간다?


나경이가 마지막 남은 커피 한모금을 홀짝 마시며 말했다.


커피숍을 나와 지하철 4호선에 몸을 실었다. 어차피 딱히 갈 데도 없으니 집으로 가는 중이다. 창밖으로 동작대교의 하늘색 철골이 보인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나를 계속 쳐다보는데 웬지 낯이 익다. 늘 타는 4호선이니까?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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