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of v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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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vain
작품등록일 :
2024.09.19 20:07
최근연재일 :
2024.09.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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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chapter 1


아버지!

아버지!

익숙한 목소리다.


아버지 잠깐 일어나 보세요!

아버지...아버지라고...?

아하 우리딸 영은이가 왔구먼...


지현아 할아버지 좀 일으켜 드려라


할아버지?

지현이?

일으켜... 드려?


상황판단이 되지 않는다.

가만 있어보자... 음... 영은이는... 내 딸이다.

이건 맞고... 지현이? 지현이...

갑자기 낯선 기억들이 순식간에 머리속에 주입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선...첫번째 목소리는 분명 내 딸...영은이다.

그리고 내 아내는? 죽었다...20년쯤 전에...

그러면... 내 아내는... 누구더라?


엘렌... 아니 손윤정...

음...어쨋든 내 딸 영은이의 딸은 지현이로군... 그럼 틀림없는 내 손녀로군...

난 할아버지가 맞군...


그런데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하지?


할아버지! 물좀 드세요.

누군가가 다정하게 내 어깨를 짚으며 컵을 내밀었다.

이 목소린 지현이다... 내 손녀가 맞다. 확실하다.

그런데 아이의 목소리가 아니다.

30대 여자의 목소리다.

내 손녀 지현이는... 벌써 30대?


가만있자... 그럼 지금 나는 몇살이지? 완전히 쭈구렁 할아버지인거네?

그리고... 왜 이렇게 어둡지?

왜 이렇게 모든 기억이 희미할까?


생각났다.

난 당뇨병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그리고 요즘은 하루종일 누워서 지낸다.

내 나이는... 이럴수가 83세... 83세다.


지현이가 내 입에 알약을 몇개 넣어주자

나는 반사적으로 꿀꺽 삼키고 있는 중이다.


음 가만있자...

내 손녀 지현이에게도 이미 두 딸이 있다...

기억이 나는군 이제.

그래 갑자기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지금, 현재의, 직전까지의, 인생의 모든 과정이...

내 인생이 기억나기 시작한다.


젊었을때의 내가.


'거짓을 찾아서' 에서 수박소녀를 만났고... 엘렌을...

엘렌과 결혼하고 그럭저럭 평범해지고

한동안은 원서를 번역하고 원고도 교정하며 월급을 받으며 살았다.

철수라는 사람에게서...


이미 오래전에 엘렌은 죽었고, 나도 이제는 노화로 죽어간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은...

물론 알고 있고 예상했고 슬프지 않을 자신 있었다.

이게 내 인생이다. 왕복이 아닌 편도의 인생이다.


그런데...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왜 나는 지금 이순간에 존재해야 하며, 지나온 인생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걸까.

인간으로서의 유전자 전달에도 성공했으니 이제 죽기만 하면 되는 건데 말이다.

곤충처럼.


그러나 죽음이 내곁에 와 있는게 실감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몸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 그걸 느끼고 있다.

아프다. 온 몸이 아프다.


그런데...

왜 이게 자연스럽지 않은걸까?

나에게 뭔가 지금 이순간을 설명할 이유가 있었던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내가 정말 이렇게 살아온 것인가?

내가 83년을 살아온 것인가?

정말 나라는 존재가 이렇게 사그라지는 걸까.


뭔가 중간의 기억이 붕 떠있다. 아니다. 내 자아가 지금 이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죽고싶지 않다.

영은이와 지현이는 내 분신이 아니다. 독립된 존재다.

내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인가?

그들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번 것은 당연한 것인가?

물론 내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사실은 엘렌을 사랑했을 뿐인데... 지금은 그녀의 후손만 남았다.

나는 이미 폐기물이 된 것일까?

자식 잘 키웠으니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구먼...이런 자세로?


등골이 오싹하다.

혼자 있고 싶다.

난 지금껏 어떻게 살아온 거지?

30대 이후의 기억이 모두 흐릿하다.

어쨋든 나는 아직 죽고싶지 않다.

난 아직 생각이라는 걸 할수있고 내 세상의 지배자니까.


누군가가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준다.

사랑하는 딸 영은이다.

이래서 내가 영은이를 키운거다.


지현아 할아버지 내일 3시에 병원 예약이다.

영은이가 말했다.

네 할아버지 내일은 저랑 가시면 되요.

지현이가 대답했다.

나는 누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 지현이와 영은이가 일어섰다.

지현아 엄마랑 같이 가보기로 했던 유치원 있잖아?

모녀가 내 방을 나가면서 둘만의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

불도 꺼졌다. 그녀들은 나에게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이젠 다시 꿈을 꿀 것이다.

늙으면 교회 다니게 된데...

예전 엘렌의 말이 불현듯 귓가를 맴돈다.


난 늙었지만 아직 감정이 있는 인격체다.

그리고 여전히 소년이다.


엘렌의 꿈을 꾸기 위해 잠을 청해 본다.


-다른곳-


갑자기 주위가 밝아진게 느껴진다.

눈이 부시다.

반대쪽으로 돌아눕자 주위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벽이다. 벽지의 무늬가 낯설다.

커튼 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내 얼굴을 직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직으로 짠 이불이 허리까지 덮혀있다. 여러가지 색깔의 사각천을 이어붙인 이불이다. 아주 고급스럽네... 뭐라고 하더라? 모자이크? 아라베스크? 적당한 단어가 금방 생각나지 않아 답답하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텔이나 뭐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여기가 어디지?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린 나는 서둘러 침대를 빠져나와 창가로 다가갔다.


방안은 여전히 어둡다. 두려움이 밀려든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당황스럽다.

침대 옆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그리고... 거기에 누군가 앉아있다...

좀 전에는 없었는데 누군가가 앉아 있다!


못본건가? 정말 계속 거기 있었는데 몰랐던건가?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안보인건가? 분명 조금 전에는 못봤다. 아니 없었다. 분명 방안을 충분히 둘러보았으니까... 내가 못봤을리는 없다.

나는 서둘러 커튼을 활짝 열었다.

빛으로 그(사악한?) 뭔가를 몰아내고 싶은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창문은 매우 커서 순식간에 방 안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약간이나마 안도감이 느껴진다.

밝아서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나서 소파쪽으로 몸을 천천히 돌렸다.

정말 아직도 있을까?

'그'는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잘잤어?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가 말을 걸어왔다.

친근한 말투다. 이 정도의 친근함이라면 분명 내가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누군지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야 당신...

미소를 지어보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는 옷을 잘 차려입고 있다.

하늘색의 바지와 (옆단엔 어두운 줄무늬가 있는데 참 이쁘군) 흰색티를 입었다

소파 팔걸이에는 자켓이 놓여 있는데 바지와 같은 색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누구더라? 도대체 누구더라?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계속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화가 난다. 저사람 때문이 아니라 형편없는 나의 기억력에 화가 난다.

그건 그렇고 일단은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야겠다.

내가 어젯밤에 어떤 실수를 했던게 분명하다...

클럽에 갔었나? 술을 많이 먹었었나?


저...실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난 당황한 기색을 굳이 감추지 않고 말했다.

내 말이 사실이라는걸 빨리 납득 시켜야한다.

그런데...혹시 지금 실례를 범하고 있는건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알고있어. 내가 설명해 줄께.

다정한 말투다. 그리고 초면에 반말이다.

젠장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그러자 나의 방어본능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일단 그는 엄청나게 머리가 좋은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게 그냥 느껴진다.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알겠나?

그가 입을 열었다.


말투가 무척 점잖군... 자네...자네라면... 혹시... 모리어티 교수?

갑자지 셜록 홈즈가 까불거리며 빙의했지만 무시했다. 이게 웃을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난 자네가 기다리던 사람이라네.


기다렸다고?

내가 기다렸던건 누구지?

어떤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나는 오른손으로 내 뺨을 철썩 때렸다.


역시나 꿈이로군...

가만보자... 그런데 적당히 아픈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만약 이게 꿈이라면 서둘러 깰 필요는 없다는생각이 들었다.

그순간 좀전에 때린 오른쪽 뺨에 고통이 밀려온다.

정상적인 아픔이다. 차라리 좋다.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꿈은 아니란다. 아니 너에게는 꿈일수도 있지. 내가 왔으니까 말이야.

그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대답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가...

원숭이 같은짓을 하고 있는 나를 지켜 보면서도 그의 표정에는 동요가 없다는 것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난 그가 누군지 안다.

기억난게 아니고 깨달은 거다. 아니면 반대이던가.


나는 늘 잠들때마다 신과의 만남을 간절히 기원했다.

기도같은 건 아니지만 인간보다 우월한 누군가가 있다면 제발 나를 찾아와 주기를 간청해 왔었다. 정말 그 소원이 이루어 진것일까?

나는 물어보기로 했다.


혹시... 신입니까?

그렇진 않지만 너희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건 맞아.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감정을 제어할수 없다. 꿈이면 싫다.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큰일이다.

혹시 꿈이라면 깰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꿈에서 울면 잠을 깬다.

그러나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다. 감격이 제대로 벅차오른게 분명하다.

이러다 갑자기 깨어나 버리는 건가?


꿈에 돈을 줏었을때도 이런 기분이었지? 그러니까 잘 생각해봐.

셜록 홈즈가 초를 친다.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도 미소를 풀지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가볍게 팔짱을 낀 채로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로 꼬고 앉아 있다.

당당하고 우아한 자세다.

밝은 태양광에 의한 그림자까지 정확한 위치에 있다.

이게 평소의 꿈이라면 아마 그의 그림자까지는 신경쓰지 못했을 것이다.

내 꿈은 그렇게 꼼꼼하지 않으니까.


네가 나에 대해 궁금해 하길래 잠시 온거란다. 물론 내가 요즘 심심하기도 했다만 말이다. 하하


이게 웬일인가. 그가 인자한 표정을 보였다.

눈물이 또 흐른다. 혹시 오랫동안 헤어졌던 부모를 만났을때가 이런 감정일까?

그럴것 같다. 그런 기분을 지금 느끼고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던가?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머리속은 온통 뒤죽박죽이다. 아 정말 생생한 꿈이야.

역시나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그의 맞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제가 성공한건가요?

그래.

여긴 어디죠?

네 방이야

아아 그렇군요.


맞다. 내 방이었다. 이미 나는 그걸 알고 있었어야 했다.

크기도 틀리고 구조도 다르지만 분명 내 방이 맞다.

커튼을 열었을때 바깥 풍경이 조금도 낯설지 않다는걸 왜 몰랐을까.


정말 당신은 신인가요?

그래... 그렇지만 '조금 앞선존재'일 뿐이지 그렇게 대단하진 않아. 너도 알고 있잖니?

정말로 저를 만나러 오시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이리 오렴.

내가 다가가자 그는 일어나더니 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희미한 라임냄새가 난다.

역시 꿈이 아닐거야.


그가 곧 나를 떼어놓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우는애들 달래주는건 질색인데 말이다.

나는 그의 말을 듣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도 이해는 한단다... 이제 좀 진정이 되니?

네.

나는 바쁘진 않으니까 마음 편하게 가지거라.

네.

신의 존재가 궁금했지?

네...


그는 신이니까 물론 모든걸 알고 있는게 당연하겠지...


너는 돈이 한푼도 없을때만 나를 불렀다는 걸 알고있니?

그... 그랬나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

그러나 나는 바보가 아니다!

음... 잘 생각해 보자. 생각이라는 걸 한번 해보자.

일순위가 충족되면 두번째는 큰 의미가 없는 거니까...

이미 신을 만났는데 돈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

그렇지만 좀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만약 그가 갑자기 바쁘다는 핑계로 가버린다면?

나는 그냥 깨어나 버리고?

그건 절대 안된다. 이 꿈에서 깨기 전에 신에게 뭔가를 부탁하고 얻어내야만 한다.

그에게는 분명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 테니까...


그러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 입은 이미 방정을 떨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느라고 저의 시간과 재능을 썩히는게 정말 아까웠어요. 세상에는 알아야 할게 너무 많잖아요. 인생은 너무 짧고요...


아...비굴한 변명을 내뱉어 버렸다.


그래 물론 네가 재능이 있기는 해. 그렇지만 너무 게으르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어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당황하지는 말거라 얘야.

네...

사실 넌 머리가 좋은건 아니야. 그냥 생각하는 법을 알고 있는거지.

네...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이란다. 너의 약점들도 대부분 인간으로서는 당연한거라서 그런게 없다면 더 이상할 수도 있겠지.

네...


이건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같은 결론이다. 난 잘못되지 않았다! 신은 나를 이해해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런 유치한 나에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꿈은 결국 꿈으로 끝날 것이다. 뭔가를 잡으려 하거나 뛰어가도 장면이 바뀌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꿈... 결국 기억도 나지 않는 꿈...

너 혹시 파우스트 읽었냐? 그때 셜록홈즈가 무심한척 또 한마디 한다

그러자 생각하지 않으려던 생각이 불현듯 머리속에 떠올랐다.

신이 착할리가 없다는 것.

착한 신이라는건 존재할 수 없다는것.

진작에 내가 내려놓은 결론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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