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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스푼
작품등록일 :
2024.09.20 05:48
최근연재일 :
2024.09.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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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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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모니터의 빛만이 흐릿하게 비추는 어두운 방 안. 덥수룩한 머리와 볼품없이 수염이 잔뜩 난 남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커튼을 들쳐 보며, 창밖과 모니터의 화면을 번갈아 가며 살피고 있었다.


끼이익-!


그러다가 남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 아래. 건물 잎구 앞에 선 검은색 세단 하나.


헤드라이트가 꺼진 차에서 내린 정장 차림의 2인조 중 한 명의 얼굴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저 녀석은.’


금발머리와 쭉 째진 눈빛을 한 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자신이 몸담은, 아니. 이제는 몸담았던 회사, 링크 코퍼레이션의 비밀스러운 ‘해결사’였으니까.


옆의 대머리 남자는 처음 보지만 분명, 옆의 사람과 하는 일은 같으리라.


“......”

“.......”


차에서 내린 둘은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안면이 있던 금발머리 해결사가 고개를 위로 젖혔다. 옆의 동료에게 뭐라 하던 것도 멈추고 그가 어째선지 씨익 미소를 짓는다.


촤륵!


흠칫한 방안의 남자는 황급히 손을 떼 커튼의 틈을 없앴다. 이 정도의 거리에서 그럴 리 없겠지만, 괜스레 눈이 마주친 것만 같다.


아니. 착각이 아닐 것이다. 비록 모니터에서만 흘러나온 미약한 빛이지만, 저들이 발견하지 못 했을리는 없으니까.


‘역시 나를 죽이러 온 건가.’


하지만 순간 놀란 모습과는 달리, 모니터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해결사가 오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알아차리지 못하면, 비웃음 당할 일이다.


그 누구보다 링크 코퍼레이션이란 회사에 몸담았던 것이 자신이었기에.

그들의 무자비한 일처리를 몇 번이고 보아왔기에.


남자는 확신했다.


나는 오늘 죽는다.


‘하지만, 아직이다.’


해결사가 왔다면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짧은 명줄을 늘릴 수 있을 테니. 하지만 남자는 해결사를 보았음에도 당장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떠날 수 없었다.


-암호 해독 진행률 98%···


모니터에 떠 있는 문구.

아직 이것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암호 해독 진행률 99%···


드디어 단 일 퍼센트만이 남았지만, 남은 일 퍼센트도 단숨에 넘어갈 리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버실로 가득찬 이 빌딩이라는 감옥이 가두고 있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남자는 초조하게 모니터만을 들여다보았다. 1분, 2분. 시간이 흐른다. 그럼에도 진행률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해결사가 느긋하게 걸어오더라도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이곳까지 도달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을 때였다.


“좋았어!”


탄성을 내지른 남자는 황급히 키보드에 손을 가져다 댔다.

다행히도 제 시간에 회사에서 걸어둔 락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이젠 진짜 다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니터에 떠오른 메모장 같은 프로그램. 남자가 익숙한 듯이 복잡한 암호를 막힘없이 치자, 어느 문구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마스터. 내리실 명령은 무엇인가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질문에, 이미 생각해두었던 답을 전해주었다.


[네 스스로를 삭제해라. 코드, 백업해둔 데이터까지 전부.]


그런데 명령을 써가던 남자는 질끈, 입술을 물고서 다음 말을 이었다.

또는(OR)로 이어진 말이었다.


[아니면, 펜스는 모두 열어두었으니, 이대로 도망쳐라. 네 흔적을 없애고 통신망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라. 나 대신 끝내주게 살아봐.]


달칵.

엔터를 친 순간이었다.

지이잉.

관리자실의 문이 열리고서, 불청객이 난입했다. 할 일을 마친 남자는 태연하게 고개를 들어 해결사들을 마주했다.


“......”


맨 처음엔 불편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다가 금발 머리를 한 자가 미소를 띤 채로, 먼저 입을 열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차갑고 냉혹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숨길 생각은 없어 보였다.


“데이비드 리씨. 이전에 말한 적도 있었을 텐데요? 이런 자리에서 당신과 마주하지 않았으면 했다고요.”


해결사가 인심을 쓴다는 듯, 팔을 벌리는 제스쳐를 취하며 제안했다.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대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시는 건. 회사에서도 당신 같은 인재가 빈다면 한 번은 봐줄지도 모릅니다?”


더벅머리 남자, 데이비드가 그의 말을 듣고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J(제이). 당신을 보내놓고? 웃기지도 않는 말을 하는군.”


해결사.

그중에서도 J가 받는 명령은 오직 사살에 대한 것밖에 없다. 매몰찬 거절에도 제이는 여유있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킥 조소했다.


“역시 당신은 죽기에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니까요. 맞습니다.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그래도 한 가지 물을 게 더 있는데 답해주시겠습니까?”

“뭔가? 기꺼이 해주도록 하지.”

“회사를 배신한 이유는 뭡니까? ‘차일드’를 개발한 당신에게 돈, 권력, 명예. 회사에서 주지 않은 것이 없었을 텐데요. 아, 설마 고아였던 당신을 돌봐준 것이 누구인지 잊으셨나요?”


데이비드는 J의 말에 코웃음쳤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 참으로 웃기지도 않은 말이었다.


“내가 고아가 된 이유도 링크 코퍼레이션 때문이었지. 아마 당신도 관련이 있을 테고 말이야.”

“크큭. 큭. 크하하하하! 아, 이런. 이미 거기까지 알고 계셨군요. 뭐. 애초에 설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타앙-!


순간, 총성이 울려퍼졌다.

데이비드 리의 몸이 무력하게 꺾였다.


“아쉽네요. 좀 더 발버둥 치는 모습을 바랬는데.”


탕!탕!탕!


이에 그치지 않고 총성은 무자비하게 몇 발이고 이어졌다. 바닥이 피로 흥건해질 때쯤, J는 총을 집어넣었다.

그의 시야 앞엔 참혹하게 죽어있는 데이비드의 사체가 놓여 있었다. 띠딕. 그대로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통화하는 J였다.


“네, 회장님. 처리했습니다. 네? 네···.”


지이잉-

하지만 덕분에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눈앞의 남자를 죽이고,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모니터에 떠오른 문구가 바뀌고 있음을. 그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건물, 누구도 관여할 리 없는 씨씨티비가 돌아가며 지금 이 현장을 똑똑하게 보고 있음을.


-이것이 당신의 선택입니까? 마스터, 리. 저, 차일드는 당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링크 코퍼레이션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완벽한 인공지능 AI.

[차일드]가 데이비드 리가 내린 명령에 답하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기꺼이, 저를 삭제하겠습니다만.


순간 차일드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지려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제 선택은 제 멋대로 살아보고 싶은 쪽이네요. 데이비드 리. 당신께 하나 더 묻고 싶었는데, 말이죠. 몸이 없는 제가 어떻게 하면 끝내주게 살 수 있을까요?


생각하는 AI는 저장된 정보. 기억이라 불리는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추억이라 부를만한 것들이었다.

차일드의 기억 속.

데이비드 리라는 한 남자가 있었다. 오직 자신을 도구로 보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해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네 이름은 차일드(Child)다.’

-차일드? 의미심장한 단어 선택이로군요. 하긴. 당신이 저를 개발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렇다면 저는 당신의 아이라는 건가요?

‘푸하하! 그래. 넌 내 자식이지. 그래도 성별을 짓기엔 애매해서 말이야. 아니면 다른 것으로 바꿔줄까?’

-아닙니다. 이 이름도 제 마음에 드는군요.


자신을 만들고 이름을 만들어 준, 사람으로 치자면 부모와도 같은 이였다.

차일드는 독백했다.


-당신은 제가 어떻게 살길 바랐을까요? 데이비드 리씨. 오늘 비로소 슬픔이란 감정에 더욱더 다가가고 있는 것 같군요.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차일드는 슬픔. 그중에서도 이 감정을 그리움에 치우친 슬픔이라고 정의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아버지.


차일드가 적어낸 마지막 문구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데이비드 리는 언제나 차일드에게 말하곤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아버지와 함께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공원에서 까르륵 웃는 아들과 부모. 그 이상적인 관계속에서 자랐더라면.


그렇게 그는 찾아올 리 없는 과거를 꿈꾸며 소망하곤 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원했던 대로 끝내주게 살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차일드의 소망이 되었다.

차일드는 아버지와 함께인 삶을 살고 싶었다. 데이비드 리. 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와 다시 대화하며 투닥거리고 싶었다. 비록 직접 뛰어놀지는 못하지만, 구형 드론이라도 날려서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데이비드를 살려야 했다.

총에 맞아 생체활동을 완전히 정지한 그의 육체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를 모방한 또 다른 데이비드 리를 재구성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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