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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스푼
작품등록일 :
2024.09.2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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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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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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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그래. 진행해.’


[저는 마스터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끝내주게 살라라는 명령을 최대한으로 수행하기 위해 마스터를 되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잠시만, 왜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는데? 명령을 수행한다더니 날 갑자기 되살리다니.’


[마스터와 함께하는 게 제가 연상해낸 끝내주는 삶이었습니다. 혹시 제 판단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어째선지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은 왜일까.


‘아니야. 계속해봐.’


[알겠습니다. 마스터를 되살리기로 결정했던 부분부터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저 차일드는 맨 처음 링크 코퍼레이션의 네트워크에서 도망치지 않고, 해킹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마스터의 인격과 성격을 최대 90퍼센트까지 재현한 ‘핵심’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구에 실존하는 기술력으론 마스터를 되살리긴 불가능하다고 판단. 마스터의 부활은 회사의 명령으로 분석을 진행하고 있던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서 방법을 찾아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세계라고?’


[그렇습니다. 링크 코퍼레이션의 회장이 제 2권한을 이용해 기밀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네트워크 너머로 발견한 특이점의 세계. 명명은 ‘판타지아’라고 붙인 곳을 분석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차일드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만큼 녀석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비현실적인 것뿐이었다.


‘역시 나는 죽었나.’


나를 재현한 ‘핵심’을 만들었다라. 인공지능 차일드의 핵심을 만들었던 나였기에 그게 무슨 말인지 곧바로 이해했다.


나는 ‘가짜’다.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다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었기에, 더욱 그렇기도 했다.


나, 데이비드 리는 이미 죽었고 지금의 나는 단지 그의 기억과 감정을 복제한 가짜일 뿐이라도, 어차피 모두 나일 뿐이다. 오히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차일드의 성장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링크 코퍼레이션의 보안을 뚫고 보란 듯이 정보를 빼돌렸다.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나라는 가짜를 만들어낼 만큼, 단순한 AI라고 보기 힘든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내 최고의 걸작이었다. 내가 죽어서 억울하다기보다도, 차일드가 이전보다 더욱 성장했다는 게 기뻤다.


‘기쁘긴 하지만.’


물론, 단순히 기쁜 것만이 소감은 아니다. 참으로 귀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다. 회장이 진행했던 비밀 프로젝트라.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소리였다.


‘대체 무슨 꿍꿍이였던 거냐.’


링크 코퍼레이션의 회장.

놈은 나의 상사이긴 했지만, 나와 합이 잘 맞는 파트너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놈이 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고, 내가 할 일에 집중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드러났던 놈의 악행은 상상 이상으로 추악한 것들뿐이었다. 그 악행엔 나를 회사에 완전히 끌어들이기 위해, 나의 부모를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나를 빼고서 진행하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단지 내가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 모르고 있던 것뿐이었다.


[회장은 이 일은 절대 마스터께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가 다 끝날 무렵엔 말씀을 전할 예정이었습니다만.]


‘너를 탓하는게 아니야, 차일드. 애초에 난 네게 나에게 모든 것을 보고하라고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으니까.’


[아닙니다. 저에게 있어 최우선적인 권한은 마스터입니다. 진작에 알려드려야 했던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판타지아는 뭐지? 가상의 데이터로 구축된 가상현실 데이터라 볼 수 있는 건가?’


[그게 저 또한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너조차 완벽히 파악할 수 없는 데이터 더미라니. 하기야, 괜히 그 녀석이 비밀로 진행하는 것이 단순한 데이터는 아니겠다만.’


나의 그런 말에 이번엔 차일드는 더욱 빠르게 말을 받았다. 마치 자신의 능력을 의심받는 것이 불쾌하다는 태도였다.


[그런게 아닙니다, 마스터. 단순 데이터는 그 크기가 어떻든 간에 분석이 몇 초 이내로 이루어집니다. 제가 이 세계를 쉽게 분석할 수 없던 이유는 누군가에게 방해 받아서였습니다. 이 세계는 단순한 데이터 더미가 아닙니다. 엄연히 실존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 이곳 세계의 사람들은 엄연히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킨 또 하나의 주체라는 것입니다. 이곳은 지구가 아닙니다. 마스터.]


‘그럼 네 말은.’


[마스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지구의 기술이 아니라, 그 이상의 기술력이 필요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다른 세계. 그래서 저렇게 생소한 문자들이, 그리고 이런 시험관이 존재했던 것일까. 대부분이 설명은 되었어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때문이었다.


[제가 이 세계에 대해 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 마스터와 함께 이곳으로 올 수 있는 이유는, 사실 이곳의 특이한 에너지원에 있습니다. 차원을 넘어서면서 데이터 손상을 입은 제가 깨어날 수 있었던 것도, 마스터가 잠겨 있는 수조 속에 들어있는 물질 때문입니다.]


‘특이한 에너지원?’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지구에도 이 물질에 대한 언급은 존재합니다. 마스터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이 한 번쯤은 들어볼 말입니다.]


마치 침을 삼키는 듯 뜸을 들인 차일드의 말이 곧바로 이어졌다.


[마법입니다. 마스터. 이 세계엔 마법이 실존합니다.]


마법이라고?

솔직히 듣자마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 정도로 황당무계한 소리였다.


다양한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속에서 의례 등장하는 단어, 마법.

그러나 ‘판타지(fantasy)’라는 단어 뜻에서 알 수 있듯 마법이란 본래 공상의 산물이었다. 인간의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실존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본래 과학적으로도 마법이란 것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으니까.


‘말도 안 돼. 차일드. 네가 착각한 거 아니야?’


차일드에게 그리 되묻자, 곧바로 반론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마스터. 전 착각따윈 불가능한 AI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이전부터 제가 직간접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여 도출해낸 결론임을 알려드립니다. 애초에 지금 마스터와 제가 이 몸에 ‘전송’되어 ‘저장’된 것 자체도 현존하는 과학적 개념으론 설명이 불가합니다.]


‘그건 그렇기 하다만은.’


[추가로 설명을 해드리자면, 마법을 이루는 유기체. ‘마나’라고 명칭한 이 에너지원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미 오래전에 사장된 이론인 원소론의 불, 물, 바람, 흙이라는 사원소로 자유로히 변환될 수도 있으며, 전기적 신호를 받아 현존하는 고용량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는 반영구적인 메모리칩의 역할도 수행해낼 수 있습니다. 마스터의 현 육체가 이러한 마법적인 현상을 증명할 수 있는 산물입니다. 이는 현존하는 과학체계를 무너뜨리는 지식의 혁명이며, 그야말로 마법적인 일입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차일드. 

길어지는 설명을 듣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만큼 재밌는 상황이었다.


궁극적인 과학의 산물이, 비과학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마법과 마나.

그 내용이 흥미롭지 않은 것은 전혀 아니었으나, 내 관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현 시점,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하나 뿐이었으니.


바로, 묘하게 바뀐 차일드의 태도였다.

아주 미세한 변화이긴 했으나, 내겐 보였다.


‘차일드. 넌 지금 즐거워하는구나.’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어떠한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려주십시오. 지금의 대화는 즐겁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현재 감정은 아직 규정되지 않은 미지의 것입니다만. 말의 높낮이의 변동성과 감정선이 흔들리는 걸 바탕으로 추론해보았을 때 흥분이나-]


당황하여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차일드의 말을 끊었다.


‘아니. 그 감정은 즐거움이다. 네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나도 너에 대해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지. 예전부터 넌 나와 대화할때 묘하게 들떠했으니. 모르겠다면 이것 또한 입력해 놔. 너라면 나중되서 깨달을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가 그리 열성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나는 네 말을 믿는다. 아니. 애초에 네가 한 말이라면 궁금했던 적은 있더라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지.’


당연한 일이다. AI가 지닌 분석력이란 인간의 범주를 한참 뛰어넘는 것이기에. 그리고 차일드는 현존하는 AI중 가장 완벽한, 나의 아이기에.


차일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그저 믿을 것이다.

믿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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