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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스푼
작품등록일 :
2024.09.2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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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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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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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빌어먹을.”


평소에 욕을 잘 안하는 나도, 절로 욕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내가 걸치고 있는 흰 실오라기에 열쇠가 있을리 만무.

디지털 방식이었다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차일드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었겠지만, 이건 진짜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물리적으로 여는 수밖에.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좀비들을 빠르게 돌파한 덕분에, 일단은 내게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놈들의 느릿한 속도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의 거리를 곧바로 덮치지 못할 테니까.


따라서, 그 시간 내에 이 문제를 타개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철컹!


혹시 모르니 철장을 잡고 흔들어봤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아무리 세게 흔들어봐도 조금 흔들리기만 할뿐.

내게 주어진 초인적인 힘으로도 이 두꺼운 철장이 열릴 기미는 없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아까와 같은 마법뿐인가.

잠시 망설이던 때였다.

불길한 직감이 엄습했다. 직감에 몸을 맡겨 곧바로 땅 위를 굴렀다.


두두두둑-!


역시나, 내가 서있던 자리 그대로.

좀비들이 우루루 한꺼번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그것도 소리 없이, 순식간에 다가온 채로.


‘······빨라졌어?’


피하지 못했다면 죽었을 상황.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내 감정은 이 정도 일로 흔들리지 않았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지금 이 상황을 분석했다.


‘뭔가 트리거가 있는게 분명해.’


순간적으로 여러 좀비들이 나를 덮치려 하긴 했지만, 모든 좀비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와 가까운, 일부들만 빠르게 움직였을 뿐이다.


그 증거로, 뒤편의 좀비들은 아직도 느릿하게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으니.


여기서 몇 가지의 가정을 세웠다.


첫째, 원래 좀비들은 저리 빨리 움직일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


둘째, 좀비가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이 정해져 있다.


전자는 아닐 가능성이 농후했다. 저런 숫자를 가진 놈들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후자쪽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맨 처음 마주했던 좀비들은 우스울 만큼 느릿했으니까.


‘좀비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반경이 있다면 혹시-’


퍼억-!

나를 죽일듯 달려드는 좀비 둘의 머리를 뼛다구로 강타하며 확신했다.

확실히 좀비들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저 철장 문 주위에서만.


‘과연 그런 건가.’


어림잡아보아 대략 반경은 5미터.

철장 주위로 다가온 좀비들은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저 철장 근처엔 좀비들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

그렇다면 그 범위만 벗어나면 될 터였다.


그아아아악!


맨 처음 넘어져 있던 한 놈이, 미친듯이 이빨을 드러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몸을 옆으로 틀어 놈의 돌진을 피해냈다. 피해낸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내 옆으로 달려드는 놈의 머릿통을 강하게 내리쳤다. 


퍼억-!

쇠창살은 부수지 못하지만, 물렁해진 머리뼈를 함몰시킬 정도의 충분한 힘.

철장 주위에서는 이런 타격은 아예 소용이 없었다. 기괴한 모습으로 파인 부위에서 살점이 꿈틀거리며 일어나 빈곳을 채운다.


“언데드라 이건가.”


그외에 내게 다리를 얻어맞았던 좀비들도 마찬가지.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몇 번 절뚝거리더니 다시 멀쩡하게 걷기 시작한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었다. 방향을 바꿔, 문 쪽으로 떨어지기로 했다.

비교적 허술하게 모인 곳을 파고들어 사이드 쪽 벽에 도달했다.


그렇게 철장에서 조금 멀어지자, 예상대로 철장 주변에선 빠르게 움직이던 좀비들이, 그 범위 바깥에선 다시 평소대로의 멍청한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이었다.


그 기이한 회복력도 발휘하지 못해, 놈들의 다리를 망가트리기만 한다면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턱.

삼면이 좀비들로 둘러싸인 지금.

내겐 도망칠 곳이란 없었다.

저 앞엔 좀비들이 느릿하게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나마 있던 출구로 빠져나가기는 불가능.


‘그걸 시도해 봐야 하나?’


수조를 깼던, 그 기이한 마법.

굳이 마법을 쓰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지만, 이젠 더는 버틸 수 없다.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쓰려던 때였다.


[일대의 마나를 장악하는대에 성공했습니다.]


기다리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우쭐한 듯한 녀석의 목소리.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음에도.

그 목소리에 나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마스터. 이전의 실험실과는 다르게 처리장에선 예상보다 넓은 지역 장악이 가능해서, 최대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늦어졌습니다]


“유용한 정보?”


[그렇습니다. 저 유기체들의 등 뒤에는 무수한 마나의 실다발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실의 근원지가 바로 저 철장 너머에 위치한 공간이고요. 의문의 누군가에게 장악당한 마나는 해킹이 불가능하긴 했지만, 그 위치까지 역추적은 성공했습니다.]


"그 말은 즉."


[맞습니다. 이 좀비들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죠.]


이제야 이해가 됐다.

어쩐지 문에 가까운 곳일수록 좀비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했더니, 저 바깥에서 누군가가 좀비들을 조종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 밖에 이 끔찍한 살인을 자행한 인물이나 그와 관련된 이가 있다는 것인가.

유의미한 정보를 얻긴 했어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스터께서 버텨주신 덕분에, 정보 수집과는 별개로 무사히 마스터와 저만의 첫 전투 알고리즘을 완성했으니까요.]


“전투 알고리즘이라고?”


[그렇습니다. 마스터께서 수조를 깨고 나왔을 때부터 진행하던 작업입니다. 마스터께서 마법을 쓰는데에 최적화 할 수 있도록 감각 공유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 첫 전투 알고리즘, 이름하야 <리틀 차일드 no.1>입니다.]


어째선지 지독했던 인류의 역사에 등장하는 폭탄 이름이 떠오르는 듯 했으나.

이어지는 차일드의 말에 그러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리틀 차일드 no.1>을 실행합니다.]


순간, 감각이 뒤집혔으니까.

수조에서 경험했던 그 전지전능했던 시야처럼.

머릿속엔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정보량이 불어닥쳤다.


그래도 그때만큼의 죽을 듯한 괴로움은 없었다.

누군가가 도와주는 것처럼, 허용가능한 정도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울렁거림은 있긴 했지만, 멀쩡히 서 있을 수는 있었으니.


‘이건.’


무엇보다 차일드가 말한 감각의 ‘제한’이란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깨달았다.

모든 것이 수치화 됐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내겐 어떤 '길'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좀비들의 등허리에 연결된 묵빛의 실. 그 연결고리의 좌표까지 연결된 마나의 탄로(彈路).

리틀 차일드라는 이름, 이 전투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설마······.


[격발할까요, 마스터?]


“······.”


차일드가 순진하게 물었다.

나는 곧바로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마법이란 이름의 다중 폭격.

열심히 도망치는 동안, 나 또한 이것을 실행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나를 모으고 발사하는 일차원적인 포격이란 이미지를 넘어서, 이 마법이란 것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마법을 쓴 순간부터 여러 활용처들을 떠올리기까지 했었으니.


하지만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내 몸에서 일렁이는 이 불길한 힘.

마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래···너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이제야 이해가 됐다.


수조에 갇혀 있을 때, 차일드가 말한 적 있다.

이곳엔 ‘억제’하는 미증유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당시의 난, 그 억제란 것이 단순히 나의 육체를 구속하기 위한 것이라 착각했다.

굳이 나를 억제해야 할 또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미지로 가득찬 이 새로운 세상에서 또 한 번 현실의 잣대를 대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수조에서 빠져나온뒤, 점차 느낄 수 있었으니까.

수조의 역할은 안전장치였다.

마나란 위험천만한 물질을 잔뜩 머금은, 나라는 불완전한 폭탄을 제어하기 위한 안전장치.


‘차일드.’


[네, 마스터.]


‘확실히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리틀 차일드 no.1>을 통해 강제적으로 마나를 소비. 그로 인해 마나의 출력값을 부차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점차 마스터께서 성장하시면 시스템을 개선해, 이 과정의 효율을 높일 예정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지금도 느껴진다.

체내에서 날뛰고 싶어하는 이 위험천만한 힘이.


나로서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저, 쓸 수 없던 것이다.

수조에서 나오자 점차 깨어나는 이 육체의 괴물같은 신체 능력.

마찬가지로 이 마나란 것의 흉포함도 더욱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이 육체 따위는 가볍게 찢어발길듯이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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