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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스푼
작품등록일 :
2024.09.20 05:48
최근연재일 :
2024.09.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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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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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제어할 수 없는 힘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내 이성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 또 입꼬리가 올라가버렸어.’


어째서인지, 이런 사태에 아무런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한 번 그 위험한 감각을 만끽하고 싶다는, 쾌락에 대한 기대감만이 있을뿐.


이성이, 인간 이한성으로서의 기억과 자아가 끊임없이 내게 속삭인다. 하지 마라고. 위험하다고.

지금까진 그 말에 납득하여 고민하고 절제했지만.


아니야.

이젠 더는 그럴 필요가 없지.

더는 참을 필요가 없어.


‘지금은 위기상황이잖아?’


맞아. 사실, 참아서는 안 됐다.

코앞까지 다가온 좀비들.

어찌됐든, 지금은 목숨이 경각이 달한 위기상황이니까.

거기에 차일드의 조력까지 있으니, 이유는 충분하다.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망설임은 끝났다.


‘움직여라.’


그대로 마나에 의지를 실었다.

해봤던 것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와 동시에, 마나가 요동쳤다.

주체할 수 없는 쾌락. 아니. 고통에 손이 떨려왔지만, 버틸만 했다.


고통도, 마나도, 차일드가 만들어준 이 리들 차일드라는 시스템이 저지해줬으니까.


우우웅!


자유로이 날뛰려던 마나는 시스템이라는 족쇄에 묶여, 한 곳으로 모인다.

그렇게 손바닥 위로 뿜어져 나온 선명한 푸른 빛.

그야말로, 바라고 바라던 마법이었다.


파아아아앗-!


빛은 탄로를 따라 분산되어, 거미줄처럼 하늘 위로 퍼져나갔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기도 잠시.

허공에 수놓아진 마나라는 별들이, 최악의 무기가 되어 그대로 적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


소이탄과도 같이 아름답지만, 무서울정도로 파괴적인 광경.

수많은 무기가 뿜어내는 불꽃놀이를 보았던 내게도, 참으로 전율이 이는 광경이었다.


콰아아아앙-!


좀비들이 그대로 살점이 되어 뭉개진다.

머리가 뭉개지고, 다리가 부러져도 멀쩡히 움직이던 좀비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애초에 육체라고 할 형태조차 남기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 중에 마력실에 강하게 묶인 어떤 좀비는, 폭격을 피해 뒤로 도망치는 제스쳐를 취했었으나. 그것마저도 얼마 안 가 무자비한 폭격에 스러졌다.


불과 5초.

백여마리가 넘던 좀비들이 사라지는데 드는 시간이었다.

아까까지 발버둥치며 도망치던 것이 무안해질 정도.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음에도, 나는 그 어떠한 감탄사나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에, 오직 한 마디만을 했을 뿐이었다.


“고맙다.”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이었다.

내가 이런 몸으로 다시 살아난 것도, 마법이란 것을 써본 것도, 이런 경험을 해본 것도. 모두 차일드 덕분이었으니까.

내가 차일드를 탄생시킨 것이 아니다.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 중에 차일드가 나를 선택하여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어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나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차일드가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으니, 무안했다. 부끄럼이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데도, 왜인지 귓볼이 뜨거워지는 듯한 생리현상이 느껴지던 때였다.


끼이이-까강!


때마침 다행히도, 경첩이 부서진 철문이 요란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이 또한 아까 벌였던 폭격의 결과.

또한, 우리에겐 새로운 소일거리가 주어졌으니.


[마스터.]


“알고 있어.”


차일드가 실행시킨 전투 알고리즘.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좀비들을 조종하던 검은 실.

그 실의 주인으로 분명한 존재가 실시간으로 멀어지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 육체를 만들었든, 아니든. 이 저택에서 좀비를 다루고 있던 것으로 보아, 필히 이 저택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할 터.

나름 확실한 호신 수단까지 있으니, 망설임은 없다.


“쫓아가야지.”


일단 지금은, 전력으로 달릴 때였다.



***



애애앵-! 애애앵-!

저택의 여러곳을 비추는 모니터들로 가득한 관리실.

시끄러이 울리는 사이렌에, 얼굴엔 보기 흉한 곰보로 가득하고 살집은 양옆으로 축 늘어진, 흉측한 남자가 부시시 잠에서 깼다.


“하암, 또 오작동인가.”


남자는 무심하게 전방의 모니터들을 훑어보다가-


“······!”


어느 곳을 보고서, 깜짝 놀라며 그 육중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가장 주의깊게 보아야 했던 실험실에 이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유리 수조가 반파되어, 잔뜩 어질러진 실험관.

축축한 바닥에서, 엎어져 있는 금발머리의 소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남자가 황급히 의자를 다시 세운 다음, 키보드를 두드렸다.


“뭐야, 대체 뭔 일이 벌어진 거야.”


하필 문제가 터진 곳이 그 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던 실험실이다. 그런 중요한 장소에 본인이 잠깐 조는 동안 무슨 문제가 생기다니.

만약 이 일이 자신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고, 이를 그분이 알게 된다면-


‘죽을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겠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해버린 남자는 오한을 느꼈다.

어떻게든 일을 무마해보기 위해.

어설프지만 열성적인 움직임으로 양손 검지를 사용해, 익혔던 대로 열심히 자판을 눌러댔다.

그러나 곧, 주변의 감시카메라를 확인하고, 영상을 뒤로 돌려보려던 남자의 노력은 헛된 수포로 돌아갔다.


치이익!


노이즈가 끼며 이상해진 소년의 실험실 쪽의 화면.

마지막으로 확인한 장면은, 고개를 들어올리던 실험체의 모습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치지직!

노이즈가 차례대로 타고 번지며 갑자기 모든 감시카메라가 먹통이 됐으니까.


‘큰일났다.’


이젠 진짜로 남자의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나 쯤은 우연이라 쳐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일은 우연일 리가 없다.

특히, 독자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이곳의 설비에 이런 식의 문제가 생겼다면 더더욱.


‘실험체가 감시 카메라에 망가트릴리도 없을 테니.’


불행하게도 정답에 근접한 남자였지만, 이를 알 리 없는 그는 열심히 추측을 이어갔다.

동시다발적으로 감시카메라가 먹통이 되었다면, 침입자의 소행일 터.

그렇다면 놈들만 잡는다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혹시나 싶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 보았지만.


“젠장! 빌어먹을 고물 같으니라고!”


이런다고 이미 나가버린 화면이 돌아올 리 없었다.

쾅!

키보드를 내리친 남자.

괜히 애꿎은 곳에 분풀이를 하고선 옷을 챙겨 낑낑대며 문 밖으로 나갔다.

보안 경보가 울렸으니, 침입자가 있다는 가정 하에 어찌됐든 모조리 처리장으로 떨어질 터. 그들을 잡는다면 자신의 죄가 정상 참작될 여지가 남아있다.


그리고 애초에 고작 이런 기계들을 다루는 것은 자신의 재능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자신은 주인님의 아래, 지금껏 살아남을 수 없었을 터.


“내 인형으로 만들어주마.”


널찍한 복도에 도달한 남자가 양 손바닥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렸다. 손등에 그려진 붉은 문신.


[언데드 마리오네트]


이를 통해, 언데드들과의 시야를 공유했다. 이쯤이면, 침입자들도 느릿한 자신의 권속들의 움직임에 익숙해졌을 테니.

자신이 직접 언데드를 조종하면, 방심하던 적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만만하던 남자의 입꼬리가 얼마 안 가, 이상하게 비틀렸다.


‘침입자가···없어?’


총 네 곳에 위치한 처리장. 그 중 세 곳에선 침입자들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갓 죽어나간 시체조차도. 남은 한 곳엔 지하로 떨어진 실험체가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곳 역시 침입자는 없었다.


‘단순히 사고였나?’


그렇다면 안심이다.

조금 표정이 밝아진 남자가 언데드에게 명령했다. 저 나사 빠진 실험체를 제압하기만 하면 이번 일은 일단 무마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저 놈이 참, 날랬다.

문에 가까워 질수록 언데드에 대한 지배력이 강해져, 더욱 강한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 속도로 지금껏 침입자를 놓친 적이 없기에. 게다가 방심한 실험체가 등을 돌리기까지 했기에, 쉽사리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후로도 실험체는 꽤나 요리조리 잘도 피하고 있었다. 

간간히 반격까지 해오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거기까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저 가녀린 실험체를 코너에 몰아붙였으니까.

이젠 그냥 숫자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게임 오버인 것이다.


‘자, 많이 다치게는 하지 않을 테니, 얌전히 잡히라고.’


당황한 듯한 실험체를 보며, 즐거운 미소를 짓던 그때였다.

남자의 눈에 이상한게 비쳤다.

실험체의 손 위에 선명하게 피어오른 마력의 증거.

푸른 마력이 기이하게 하늘로 뻗어나가, 좀비들에게 내리꽃혔다.

콰과각!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분신인 것을 잊고 도망치려 했으나.


“히익!”


시야가 끊기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원치 않았음에도, 다시 본래의 육체로 의식이 되돌아와버렸다.


식은땀을 흘리며 손등을 살피니, 피가 뚝뚝 흐르며 문신의 문양이 망가져 있다.


남자, 뚱땡이 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뭔데 저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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