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명가의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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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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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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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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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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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헬카인. 린델 대륙에서 가장 큰 유목민족을 이끄는 왕이자, 전사였다.

원하는 것이라면 다 가지고 정복하던 군주.

하지만 지금은 피투성이로 황량한 대지 위에서 간신히 신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수십 명에 이르는 인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헬카인은 어이가 없었다.


“다 같이 붉은 재앙에 맞서 싸운 동료들이 단체로 날 공격할 줄이야. 특히 네가 그러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것도 미래를 대비한 일이야.”


차분한 목소리. 하지만 단호하고 아름다운 음색이 들린다.

그의 앞에서 장발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우아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검성 아벨리아]


린델 대륙이 낳은 최고의 기사. 더불어서 헬카인과 같이 선두에 서서 붉은 재앙과 싸워 대륙을 구한 영웅.

주변도 마찬가지로 두 사람과 같이 대륙을 구원하던 막강한 동료였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헬카인에게 치명상을 입힌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헬카인은 죽어가면서 인상을 썼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붉은 재앙 때문에 대륙이 뭉쳐서 싸워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처리했으니, 뒤통수를 친다? 그러고도 사람이냐!”

“이제 붉은 재앙이 끝나고 이제 신탁의 시간이야.”


아벨리아가 무심히 말하면서 몸을 돌린다.

헬카인은 분노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죽어가는 몸.


“자기 혼자 신탁을 받아 세계의 수호신이 되고 싶었나? 위대한 존재라는 직위가 그리 탐났나? 아벨리아!”

“넌, 이럴 때만 눈치가 없구나. 헬카인.”


아벨리아가 떠나고 헬카인은 서서히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복수를 다짐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꼭 다르게 하겠노라고.

그리고 그의 그런 소망은 색다르게 이루어졌다.


“3,000년 전. 악신 헬카인을 수호신 아벨리아님께서 죽이고 이 대륙을 지켰답니다! 이것이 린델 대륙에 내려져 오는 신화···.”

“뭐, 이 시발?”

“도련님. 왜 욕을 하십니까?”


그를 진찰하던 의사의 깜짝 놀란 얼굴이 보였다.


“헬카인이 뭔 악신이야? 말이 돼?”

“큰일 날 소리입니다. 도련님. 그리고 어차피 신화적 이야기인데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헬카인은 복수의 기억을 가지고 눈을 떴다.

3,0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말이다.


***



헬카인은 죽음을 느낀 다음에 의식 따위는 날아갔으니까.

그런데 의식이 돌아왔다.

왠지 모르지만, 소리가 들린다.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는데, 힘들겠죠?]

[쉿! 어딜 큰일 날 소리를? 가문 전속 의사인 난 세자르 도련님이 죽으면 큰일 난다고.]

[하지만 그 민폐 덩어리 ‘개자르’ 도련님이잖아요. 하녀가 몇이나 당했는지···.]

[여색을 밝히고, 안하무인이지. 실력이 받쳐줬으면 모든 것이 감내할 만하지만, 이 라울 가에서 실력이 없으니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헬카인은 자기 귀에 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죽었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내가 어떻게 된 거냐!’


헬카인은 이해 못 한 상태로 눈을 떴다. 그리고 새하얀 커튼 너머로 비치는 햇살을 맞이하면서 웬 늙은이가 앞에 있는 것도 말이다.


“으허억!”

“이, 일어났어! 말도 안···. 아···. 흠!”


옆에서 갑갑해 보이는 옷차림의 여성이 헛기침한다.

헬카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기가 죽으면 온다는 곳인가? 그래도 악마가 아니라 사람이 마중 나왔구나.”

“...?”


두 사람은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쳐다본다. 진땀을 흘리던 이들은 이내 헛기침하며 갑자기 어조를 높였다.


“세자르 도련님. 깨어나셨군요! 이 홀콧.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정말 잘되었어요! 도련님! 진짜 숨을 쉬지 않을 때는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갑자기 둘이 오버하면서 조잘댄다. 헬카인은 경황이 없어서 저들의 말이 들려도 들은 것이 아닌 상황.


“어···. 나 죽은 거 아니야?”

“죽을 뻔했습니다. 갑자기 사냥을 나가신다고 가솔들을 끌고 나가시더니, 마물에게 물려서 그 여파로 일주일 동안 누워계셨습니다.”

“사냥? 붉은 재앙을 말하는 건가? 근데 걔들한테 당한 것이 아니고 뒤통수를···.”

“네에?”


의사와 헬카인은 이때 잠시 말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본다.

헬카인은 자기의 머리를 굴려서 작금의 상황을 파악했다.

아무리 봐도 죽은 후에 오는 사후세계는 아니다.

게다가 의사의 흰색 긴 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입은 듯했다.


‘내가 본 적이 없는 옷차림이잖아? 뭔가 더 고급스러워보이네.’


그는 왕이 될 때, 권력투쟁으로 형제들을 이기며 올라왔다.

아무렇게나 말하는 바보는 아니란 거다.


‘지금, 이 사람들은 누구지? 들은 이야기를 보면···.’


여기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은 하나.


“내가 오랫동안 아파서 기억이 없군. 나에 대해 다시 말해주겠나?”

“네? 아···. 그, 그렇군요. 큰 사고였으니 기억이 제대로 돌아오시지 않은 것은 이해합니다.”


의사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부터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하나 말해주었다.

그가 어떤 존재가 몇 살인지 말이다.


“라울 세자르···. 라울과 네 번째 아들이지만, 직계는 아니다?”

“네네. 린델 대륙 동쪽을 다스리는 라울 가의 자식이십니다.”


여기서 그는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라울 세자르는 하지만 일주일 전, 마물 토벌에 나섰다가 독에 당해 오늘내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조금 전, 숨이 끊어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부활을 해버린 것.


“뭐야 그게. 잠깐만, 지금 내 모습은? 한 나라의 왕인 내가 목소리가 이상해졌어!”


헬카인은 이야기하다가 자기 목소리가 굉장히 어려졌다는 것을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도련님. 진정하십시오. 왕이라뇨? 큰일 날 소리입니다.”

“아니, 내 몸은 왜 이리 작아? 원래 훨씬 단련한 근육을 지녔는데!”


헬카인이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몸이 작아졌다. 목소리도 달라졌고 신분도 다르다.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이상한 몸이다.

현재까지 그가 파악한 것.


“거울···. 거울을 들고 와라.”

“지, 진정하십시오.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하녀가 재빨리 거울을 가져다준다.


“뭐야, 이 허여멀겋게 생긴 놈은. 난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헬카인은 자신의 첫인상을 간단하게 말했다.

간신히 진정된 헬카인은 자신이 다른 이의 몸으로 정신이 깼다는 것을 머릿속에 담았다.


‘나이는 12살인가.’


진정된 기색을 보이자, 의사가 다시 입을 연다.


“도련님. 헬카인이라뇨. 그런 위험한 존재를 입에 담으시면 안 됩니다.”

“위험한 존재라니? 헬카인에 대해 알고 있어?”

“알다마다요. 수천 년 전, 수호신인 아벨리아 님과 싸워서 진 악신이지 않습니까.”

“...뭐?”


헬카인, 아니 라울 세자르의 얼굴은 정말 볼만했다.

사과처럼 시뻘게진 얼굴에 노기가 온몸으로 방출했으니까.


“헬카인이 뭔 악신이야!”


“도련님. 큰일이 날 소리입니다. 황실에서 들으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우와···.”


순간, 스트레스가 폭발한 헬카인이 뒷목을 잡으며 침대에 눕는다.

왠지 침대가 자기 시대보다 훨씬 푹신하고 질이 좋다는 것은 잘 느낀다.


‘수천 년 전? 수천 년 전이라고?’

“헬카인과 아벨리아님은 실존이 확인되지 않은 전설상의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악의 대명사로 헬카인의 그 이름은 계속 내려오고 있습니다.”


헬카인. 악의 화신.

헬카인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고 침대에 쓰러졌다.


***


라울 가.

린델 대륙 동부에 있는 곳으로 뛰어나 마도를 연구하고 300년 넘게 대륙에 공헌한 가문이다.

대륙을 호령하는 가문 중 하나이고 수백 년간 이어온 강력함의 상징으로 동부 지역의 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마물의 처리, 중앙 황실의 중요임무 등을 도맡아 처리하는 위세가 강력한 가문이다.

그렇기에 후계자를 혹독하게 관리해서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렇게 길러낸 인재들은 대륙 각지에서 몬스터나 악마에 사로잡힌 이들을 처리하면서 그 이름을 드높였다.


300년이나 된 전통과 막강한 실력. 이것이 라울 가의 자랑인 거다.

하지만 최근 라울 가는 크나큰 문제가 생겼다. 우수한 일족들만 배출하는 라울 가에서 하필 실패작이 나타난 거다.

그 이름은 라울 세자르.

현 당주의 방계 아들이자, 20명의 자식 중 9번째 자식이다.


12살의 나이로 4년만 있으면 성인식을 치를 나이다.

방계가문이니, 상대적으로 직계보다 관리가 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삐뚤어지게 자라났다.

안하무인에다가 고용인들에게 수틀리면 폭력을 행사하고 다닌 것은 기본, 다른 형제들에게도 질투심을 드러내며 막말을 내뱉었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덤. 매일 하녀를 건드리고 다른 가족을 모시는 사용인들을 눈독 들이고 있었다.


덕분에 라울은 가문의 부당주인 라울 호스테에게 죽도록 얻어터지고 혼났을 정도였다.

형제라고 친하게 지낸 것도 아니었다.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니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무시당하기 일쑤였으니까.

멋대로 자기 성과를 올리겠다고 마물 사냥에 나갔다가 중상을 당해 쓰러진 지 일주일.

라울 가는 이 망나니가 제발 좀 죽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실제로도 한 번 죽었다.

하지만 그 뒤 귀신같이 부활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모두의 탄식을 자아내고야 말았다.

실제로 죽다 살아나면 기뻐해야 할 집사장이나 관리의 총책인 부당주등은 그 어떠한 기쁨의 표시도 없었다.

하물며 방계출신으로 부모라도 와야 하는데 오지도 않았다.


실패한 자식.

라울 세자르에 대한 평가는 노골적이었다.

하지만 헬카인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그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곱씹을 뿐.


“흠흠. 그래. 차츰 기억나는구나. 마도 명가라 불릴 정도로 마법을 연구하고 있다지? 그러면 다들 수염 난 현자들만 있겠구나.”

“....”


그런데 의사가 그를 보고 의아해한다.


“왜 그러나?”

“세자르 도련님. 말투가 꽤 어른스러워진 느낌이군요.”

“그런가? 평소에 어땠는데?”

“그···.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땍땍거리고 시장 길바닥에서 떼쓰는 아이 같은 말투였습니다. 툭하면 ‘내 말 들어라.’, ‘왜 안 해주는데?’, ‘빨리하라고’ 같은 말만 하셨죠.”


헬카인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어린 애 같은 사고방식의 몸.


‘하지만 어찌 됐든 내 몸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따라주면서 내식대로 해야겠군.’

“하하, 어릴 때는 다 그렇지. 한번 사경을 헤매다 보니,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일단 누워서 며칠 쉬셔야 합니다.”


그 뒤, 침대에 누워있던 헬카인은 심심했기에 하녀를 불렀다.


“여봐라! 하녀 아무나 한 명 와 봐.”


그리고 이 한마디에 하인들이 난리가 났다는 것도 모른 체 말입니다.

얼마 뒤, 늙은 외모의 하녀장이 찾아왔다.


“세자르 도련님. 더 이상 하녀를 건들면, 집사장과 부당주께서 내쫓을 거라고 하십니다.”

“사람 하나 부르는데 왜 이런 반응이 나와?”


헬카인은 원래 몸의 압도적인 평판에 한숨을 쉬었다.


“오해를 하나 보는데, 난 책을 달라고 하는 거야.”

“책 말입니까?”


이때, 하녀장의 표정이 이상했다. 두 눈이 동그래지고 입으로 손을 가리며 놀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 역사책이든 마도 관련 책이든 상관없어. 뭐야, 그 표정은 재수 없게.”

“죄, 죄송합니다. 이런 무례를! 얼른 가져다드리겠습니다.”


하녀장이 황급히 밖으로 나간다. 책 자체는 10분도 안 되어서 왔지만, 문제는 의사가 같이 왔다.


“의사랑 하녀장···. 무슨 일이지?”

“세자르 도련님은 책을 찾으신다고요? 읽으실 겁니까?”

“그럼, 책을 읽으려고 가져오지! 뭐 하러 가져오게 하겠어?”

“책을 그냥 갈가리 찢고 청소를 시키는 것이 아니고요? 읽는 거 맞습니까?”


헬카인은 매우 다급한 얼굴에서 왠지 모를 긴박감을 느꼈다.


“책을 읽는다고. 이 마도 명가에서는 책을 읽는 행위가 드무나?”

“세상에나! 세자르 도련님이 책을 읽으신다!”


의사가 갑자기 마법을 쓰면서 그의 몸을 붙잡는다.


“신체적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는데, 이건, 진심?”


그러더니, 하녀장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세자르 도련님이 책을···. 이 하녀장 에메리.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헬카인은 이 두 사람의 반응에서 이 몸의 주인이 상상 이상의 꼴통임을 완전히 깨닫고야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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