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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20 11:15
최근연재일 :
2024.09.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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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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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4화.


‘혹시 그 일 때문인가?’


사무영은 곰곰이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평범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던 남자가 물처럼 사람들을 그냥 통과해 다가와서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수레가 비어서 가벼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었던 건가? 음식을 먹어서 힘이 난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건가?’


생각을 해보니 희한한 것투성이였다. 몇 번이나 오가면서 쉬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매번 연가장과 금영상단을 오가는 시간이 단축되어 있었다. 자기를 보던 사람들의 눈에 서린 놀라움도 뒤늦게 떠올랐다. 그 표정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된 것이다.


‘내가 너무 빨리 와서?’


금영상단 사람들이 자기에게 술을 길에 붓고 간 게 아니냐고 했던 것이 이제 이해가 되었다.


‘그분은 누구지? 나에게 뭘 하신 거지? 그분 때문에 힘이 생긴 게 맞는 모양이야.’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조금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다는 말인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무 얘기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진 것이 아쉽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사무영은 연가장에 도착했다. 문 앞을 지키는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면 자기 생각이 맞는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너······.”


그들의 얼굴에는 사무영이 상상한 것과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만약 사무영과 함께 온 무인이 아니었다면 사무영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었을 텐데 함께 온 무인이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사무영은 검일문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그가 문파의 제자였나 보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영이 가는 동안 눈부시게 새하얀 장포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가장으로 들어섰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사무영은 수레를 끄는 중이었기에 멈춰서 뒤를 볼 수가 없었다. 어차피 거의 다 왔기에 술 항아리를 내리고 구경하면 될 것 같아 사무영은 열심히 서둘렀다.


“아저씨, 여기 가져왔어요.”


이미 여러 차례 와서 친숙해진 사람에게 말하자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정말 고생이 많구나.”


연가장의 사람들이 안타까운 얼굴로 사무영에게 말했다.


사무영도 고생이었지만 그곳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는 사람들도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사무영에 비하면 힘들다고 할 처지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지치지 않은 것은 아닐 터였다.


자기가 있는 동안 도와준 것도 많고 잘해준 게 고맙기도 해서 사무영은 항아리 내리는 것을 도와주려 했다. 혼자서 드는 것은 어렵지만 거들어주면 훨씬 일이 편해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


그런데 왠지 항아리가 처음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금영상단에서 들어보려고 했을 때는 꿈쩍도 하지 않아서 잘못하다 항아리를 떨어뜨릴까 봐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가벼워서 깜짝 놀랐다. 만약 같이 잡고 있던 사람이 없었다면 무게를 가늠하지 못해서 떨어뜨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아이고, 몸집도 작으면서 힘이 왜 이리 장사야? 무거운 수레를 지금까지 지치지도 않고 끌고 온 걸 보면서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사무영에게 다가왔다.


“아니에요. 혼자는 못 들어요.”


“아닐 것 같은데? 나는 지금 힘을 거의 주지도 않았어.”


“아닐···걸요?”


사무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신기하다는 듯이 다가와 말했다.


“이걸 혼자서 한번 들어봐.”


사람들은 슬슬 지쳐가는 중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한 듯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무영도 그들이 악의 없이 재미로 시킨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안 될 것 같은데······.”


그러면서 사람들 앞에서 다시 시도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항아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힘을 다 주지 않았다. 좀 전에 항아리를 떨어뜨릴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뭐지?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사무영은 일단 항아리를 들어보았다. 그러자 그것이 들렸다.


단지 움직이는 것에만 성공한 것이 아니고 완전히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무영은 신이 났다. 그래서 수레에 있던 항아리를 전부 스스로 내렸다.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사무영을 보았다. 처음에는 신기해했지만 나중에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놀란 것 같았다.


“무공을 배웠나?”


그 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사무영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사람들이 놀라며 웅성거렸다.


“참하검 대협이 아니신가?”


“단주님이 직접 말을 걸어주시다니··· 단주님이 연가장에 오신 후 여기에 오신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사무영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눈앞의 장년인을 보았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건지 확실히 비범해 보였다.


“나는 연가장의 검단인 참천단의 단주 려운경이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사무영은 그가 자신의 소개를 하는 것에 놀랐다. 많은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고 탄성을 듣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 왜 자기 따위에게 직접 자신의 소개를 하는 건가 해서 송구했다.


“저는··· 저는 금영상단에서 온 사무영이라 합니다. 잔치에 쓸 술 항아리를 나르라고 해서 온 것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다시 묻겠다. 무공을 배웠느냐?”


“아닙니다. 당치도 않으십니다. 제가 무공을 어찌 배웠겠습니까? 저는 그냥 잡일이나 하는 아이인데요.”


려운경은 사무영의 말을 듣고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며 사무영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은 끝났느냐?”


“몇 번만 더 나르면 됩니다.”


“아침부터 날랐겠구나. 잔치에 쓸 술이 많이 필요했을 테니 말이다. 혼자서 했느냐?”


“아닙니다. 상단의 무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녹평이 온 것은 한 번뿐이었고 그것도 도와줬다기보다 사무영이 길에 술을 버린 게 아닌지 확인하려고 온 거였지만 사무영은 자세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왠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구나.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길도 좋지 않은데 어둠 속에서 나르다가 수레가 넘어질 수도 있지 않으냐. 오늘 나른 것도 많으니 내일까지는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허락한 것이니 너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


사무영은 자기를 위해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총관은 그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총관은 상단의 약속을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것은 어차피 자기가 아니었기에 금영상단 노복들의 몸을 갈아서 자신과 상단의 명성을 챙겼다.


사무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젓자 려운경도 사무영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그래, 알겠다. 그럼 수고하도록 하여라.”


“예, 단주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려운경이 지나가면서 사무영의 어깨를 톡톡 다독여 주었다. 별것 아닌 것이기는 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사무영은 눈물이 핑 돌았다.


금영상단에서는 사무영이 아무리 고생을 하고 하루 종일 밥 한 풀 먹지 않아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애썼다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연가장에서는 처음 보는 자기에게 너무나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고 있었다.


사무영은 마음이 울컥해지는 것을 감추려고 애쓰며 빈 수레를 끌었다. 이번에는 거의 날아가는 것처럼 움직였다. 확실히 신기했다. 자기 앞에 나타났던 신기한 사람으로 인해 알 수 없는 힘이 생긴 건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갈수록 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드는 건 이상했다.


‘이상해. 확실히 이상해. 그런데 나에게 안 좋은 것도 아니니까 잘된 것 같아.’


사무영은 부지런히 금영상단에 도착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가장에서 오늘 전부 다 나를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셨다고 총관에게 전했다. 그러나 총관은 비웃는 듯이 사무영을 보더니 다른 이들에게 명령했다.


“수레에 빨리 술 항아리를 싣지 않고 뭘 하느냐. 이놈 얼굴이 쌩쌩한 것을 보니 한 동이 정도는 더 실어도 되겠다.”


사무영은 깜짝 놀라며 그를 보았다. 해가 지고 있는데 거기다 한 동이를 더 실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항아리가 깨질 수도 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총관님.”


자기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러는 건가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연가장 사람들의 배려를 받았다는 것이 화가 난 거구나. 그래서 나에게 벌을 주려고 일부러 이러는 모양이구나.’


어차피 금영상단에서는 이유가 없어도 벌을 내렸다. 그러나 특정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이유로 잔인한 체벌을 받는 것을 보면 다른 노복들에게 교육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사무영은 자기가 그 대상이 된 거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어쩐지 오늘은 하루 종일 운이 좋았다. 총관의 말을 들으니 하루 종일 붕 떠 있던 몸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들은 술 항아리를 실으면서 사무영에게 도우라고 했다. 이제부터 길을 나서서 수레를 내내 혼자 끌고 가야 하는 사무영에게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연가장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자기 일도 아닌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사무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을 보고 노복들은 화를 냈다.


“항아리 싣는 걸 도와드리면 제가 수레를 끌고 가는 동안 연가장에 같이 가면서 뒤에서 수레를 밀어주실 건가요?”


사무영이 말하자 노복들이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동안 사무영이 자기들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응당 사무영의 몫으로 가야 할 것을 가운데에서 챙기고 뺏어도 군소리 없던 아이였다. 사무영은 주위에서 이루어지는 잔인한 폭력에 주눅이 들고 겁을 먹은 듯, 웬만하면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굴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소리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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