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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작품등록일 :
2024.09.20 11:15
최근연재일 :
2024.09.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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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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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3화.


“네놈이 사는 게 편한 것이지.”


그 말에 녹평의 얼굴이 곧바로 굳었다.


“아닙니다, 총관 어른. 그리하겠습니다.”


노복들이 무인의 앞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총관 앞의 무인들도 같은 처지였다.


총관의 앞에서는 차마 화가 나는 표정을 짓지 못했지만 노복들이 항아리를 싣는 동안 노복들을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 만약 그들이 깨지기 쉬운 술 항아리를 싣는 중이 아니었다면 당장 매질을 하고 피투성이로 만들었을 터였다.


사무영은 자기가 먼저 가도 되는 것인가 하며 조심스럽게 녹평에게 물었다.


“무사님, 제 항아리는 다 실었는데 먼저 가도 될까요?”


“그걸 왜 일일이 묻는 것이냐! 그런 것까지 내가 다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이냐!”


녹평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는 누가 무슨 말을 하건 간에 화를 낼 생각뿐이었다.


만약 사무영이 묻지 않았으면 묻지도 않고 제멋대로 가버렸다고 화를 냈을 것이다. 사무영은 일단 허락을 받았기에 녹평을 기다릴 것 없이 수레를 끌었다.


녹평은 무인이었기에 사무영보다 훨씬 많은 항아리를 실었고 그것 때문에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그리고 기왕 녹평이 갈 거라면 조금 더 크고 편한 수레에 더 많이 싣는 것이 좋다는 총관의 말에 따라 수레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무영은 그 모습을 보고 최대한 빨리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괜히 그와 함께 가면서 불편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왜 아직 안 오지?’


한참을 가다가 사무영은 왜 녹평이 오지 않는가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의 반 이상을 갔는데도 녹평은 보이지 않았다. 사무영은 자기가 기다려야 하는 건가 하다가 그럴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하며 다시 서둘렀다.


사무영이 그렇게 서두르는 동안 녹평은 기가 막혔다.


항아리를 싣느라고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지체된 시간은 반각도 되지 않았다. 사무영이 먼저 갔다고 해도 그것은 고작 반각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녹평은 이제 곧 사무영의 수레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없어?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고?’


그는 혼란스러웠다.


사무영은 특별히 눈에 띄는 놈도 아니었다. 어느 때 보면 상단주와 총관이 사무영을 주시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지만 녹평 자신은 사무영에게서 특출난 것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사무영을 다른 곳에 팔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을 뿐이었다. 금영상단에서는 노복들을 종으로 팔기도 했기에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사무영은 지금 한창 자라는 아이이니 데려가서 일을 시키려는 사람이 있을지 몰랐다.


“순진하다고 생각했더니 정말 다른 곳에 술을 부어버린 것 아닌가?”


그게 아니면 사무영의 모습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연가장으로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서 술을 버리고 있을 것 같았다.


녹평은 어찌하는 게 좋을까 하다가 결국 다시 수레를 끌었다. 연가장에 가면 확실히 확인할 수 있으니 사무영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을 듯했다. 그런 생각으로 그가 연가장에 이르렀을 때였다.


연가장은 과연 그 명성답게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생신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손님들이 미리 모여들고 있었다.


녹평이 다가가자 문 앞을 지키던 무인들이 그를 보았다.


녹평은 그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꼈다. 번듯한 정파 무가의 무인과 자기 같은 자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연가장 무인들은 녹평에게 누구인지 묻기 전에 그가 끌고 온 수레를 보고 있었다.


녹평은 자기가 고작 수레나 끌고 다닐 사람이 아닌데 노복 취급을 받는 게 아닌가 해서 기분이 나빴다.


“나는 금영상단에서 왔소. 연가장에서 쓸 술이 급하다고 해서 내가 도우려고 온 것이오. 나는 금영상단의 무사요.”


사실 녹평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수레에 실려 있는 항아리가 사무영의 수레에 실려 있던 것과 같은 것을 보고 이미 상황을 파악했던 것이다.


금영상단의 무사.


그자들이 얼마나 악랄한지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연가장 무인들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어서 그냥 들여보내 주었다.


녹평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혹시나 하며 물었다.


“혹시 우리 상단에서 어떤 놈이 수레를 끌고 오지 않았소?”


그러자 연가장 무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왔소. 지금 항아리를 내리고 있을 거요.”


사무영은 한참 전에 왔지만 왠지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평은 그 말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놈이 오늘 여기에 몇 번 왔소? 항아리를 모두 몇 개나 가져왔는지 아시오?”


그러나 문 앞을 지키는 이들이 그런 것까지 말해줄 이유는 없었다. 차가운 말로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마침 다른 귀빈들이 오기에 그 말을 그냥 무시해 버렸다.


녹평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들이 바쁘다는 것을 알겠기에 순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갈 때는 소주방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는 사람도 없었다.


사무영은 미리 와서 거의 이각이나 쉬고 있었다. 먼저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녹평을 기다린 것인데 그사이에 잔치 음식을 또 많이 먹었다.


음식을 먹으며 녹평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무영은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더 들었다. 이번에도 강시 이야기가 나왔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직접 강시가 나타난 현장을 봤다고 했다. 오는 길에 마을 하나가 쑥대밭이 돼 있는 것을 보고 가서 물었더니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들이 강시가 나타났다고 말하더라 했다.


전에만 해도 강시 이야기를 믿지 않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놀라며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사무영도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녹평이 올 때까지는 기다리고 있어야 하니 당당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사무영이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마침내 녹평이 소주방 앞에 당도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사무영이 일을 제대로 했는지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그 앞에 있는 술 항아리의 수를 보기만 해도 확인이 되었던 것이다.


연가장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빈 항아리만 받고 태평하게 있지야 않을 터였다.


그래도 일단은 그 앞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확인차 물었다.


“이 아이가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데 술을 제대로 배달했소?”


그러자 일하던 사람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보면 모르오? 그냥 딱 보기만 해도 여기에 항아리가 있는 걸 알 텐데 왜 묻소? 내가 그리 할 일이 없어 보이오?”


녹평은 기가 막혔다. 만약 여기가 금영상단이었다면 그자의 머리통을 부수는 건 문제도 아니었을 것이다.


녹평은 기분 나빠하면서도 그 자리를 바로 떠나지 않았다. 잔칫집에 왔으니 잔치 음식을 조금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그렇게 인심 좋던 소주방 사람들이 그때부터는 일에만 전념하며 녹평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녹평은 그들의 야박한 인심에 화가 나서 괜히 사무영을 다그쳤다.


“항아리를 내렸으면 빨리 갈 것이지 왜 가지도 않고 여기서 죽치고 있는 것이냐? 이렇게 해서 오늘 다 나를 수는 있겠느냐? 오늘 안에 다 못 하면 내일 새벽까지 해서라도 네놈이 혼자서 다 날라야 하니 그리 알거라. 이번에 내가 도와줬다고 내가 계속 도와줄 줄 아는 거냐?”


사무영은 깜짝 놀라며 수레를 끌고 갔다.


사람들은 녹평이 하는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하면서도 전부 들었고 애만 태웠다. 그러다가 녹평이 사라지자 다들 한숨을 쉬었다.


“저 아이 불쌍해서 어째. 어쩌다가 금영상단 같은 곳에 붙잡힌 건지.”


“관도 나서지 않으니 하늘이 외면한 게 아닌가. 무거운 수레를 끌고 오느라고 힘들 텐데 여기 와서 음식 먹는 게 좋아서 웃는 게 어찌나 불쌍한지.”


“도대체 어떤 배경이 있으면 관도 금영상단을 건드리지 못하는 건지, 원.”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하며 혀를 찰 뿐, 직접 나서서 해줄 것이 없었다. 그저 사무영이 다시 오면 그때 주려고 새로 만든 음식을 옆에 챙겨두는 것이 전부였다.


***


날라야 할 술 항아리가 열 개도 남지 않았을 때 사무영은 연가장으로 가다가 웬 젊은 무인을 만났다. 그는 그 옆을 지나가는 사무영을 불러 세워 연가장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장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온 하객인 것 같았다.


“저도 거기에 가는 길인데 저를 따라오시면 돼요.”


연가장에 고마운 일이 많던 차에 이렇게 도울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아져 사무영이 말했다.


“그러느냐. 한데 너는 무거운 수레를 끌어야 해서 속도가 느릴 것 같으니 나에게 방향만 알려주어라.”


“예, 어르신.”


그러면서 사무영은 연가장이 있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여러 번 갈림길이 나와서 한 번 듣고 기억하는 것은 어려울 듯했다.


그는 일단 한번 가보겠다고 말하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사무영은 특별히 서두르지도 않고 그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사무영이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을 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


“······?”


사무영은 그가 왜 서두르지 않는 건가 해서 조심스레 보았다. 그러나 일단 자기는 길을 알려줬고 할 일을 먼저 마치는 것이 급했기에 자신의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한눈에 봐도 절대 가벼워 보이지 않는 수레를 끌고, 나이도 어린 아이가 달려가는데 자기보다 빠르다는 사실에 무인은 경악했다. 그는 어리둥절하면서 속도를 냈다.


‘혹시 무공을 익힌 건가?’


잠시 그 생각을 했지만 무공을 익힌 아이가 술 항아리 배달이나 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채 의도하지 않은 경공술을 펼쳤다. 그러고 나서야 겨우 사무영을 이길 수 있었다.


잠깐 동안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데 경공술을 펼쳐서 그 아이를 앞선 것이 지금 좋아할 일인가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사무영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같이 가려고 했는데 바람을 일으키고 수레가 지나갔다.


“······!”


무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연가장 장주의 생신연에 먼저 가 있으라는 스승의 말을 듣고 온 검일문의 제자였다. 스승과 사형제들도 곧 도착할 텐데 자기는 하루라도 빨리 가서 참하검을 보고 싶어 서두른 거였다. 검일문에서 그의 무위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뒤지는 정도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만난 아이에게 뒤처진 것에 충격이 컸다.


사무영은 그가 느낀 당혹감을 알 것 같았다. 사무영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는 그냥 서둘러서 가는 것뿐인데 왜 이 무인이 자기보다 느린 걸까.


사무영은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계속해서 서둘렀다. 무인도 더 이상 사무영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경공술을 펼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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