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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20 11:15
최근연재일 :
2024.09.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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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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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5화.


“연가장에서 던져주는 음식 좀 받아먹고 나니까 네놈이 대단한 놈이 된 것 같은 모양이지?”


그들은 악을 쓰면서 사무영의 마음을 후벼 파려 하는 것 같았지만 사무영에게는 그런 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사무영은 그때부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무시하고 있다가 술 항아리를 다 실어 올리자 수레를 끌었다.


총관과 무인들 몇 사람이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총관은 일부러 사무영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술 항아리를 더 실으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연가장에서 돌아온 사무영이 달라진 것을 느끼며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그것을 확인해 보려는 마음이 컸다.


무인들은 사무영이 수레를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게 첫 작업이었다면 그나마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하루 종일 일을 해서 몸이 지친 대로 지친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 사무영은 우직하게 수레를 끌었다.


“처음부터 저렇게 싣고 다녔으면 벌써 끝났겠습니다.”


무인 중 누군가 말했지만 총관은 그자를 건방지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감히 총관에게 함부로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말을 한 것이다.


다른 무인들이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일제히 바닥에 부복했다.


총관은 말없이 돌아갔고, 총관에게 말했던 자는 다른 무인들에게 끌려가 처참한 일을 겪었다. 그러는 동안 사무영은 금영상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하지 않고 수레를 끌었다.


그렇게 얼마쯤 갔을 때였다. 길에서 사람의 신형이 나타났다.


“······?”


사무영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연가장에 이것을 나르고 한 번은 더 가야 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놀랄 것 없다. 려운경이다. 네가 나르는 것은 우리 연가장의 잔치에 필요한 술이고 그게 깨지면 우리가 곤란한 일을 겪게 되니 이제부터는 내가 수레를 끌겠다.”


“···네?”


사무영은 깜짝 놀라서 그를 보았다. 왜 그런 일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려운경은 그냥 말만 한 것은 아니라는 듯 옆으로 와서 사무영이 수레를 내놓기를 기다렸다.


“······.”


사무영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것을 려운경에게 넘겼다. 려운경은 사무영의 수레를 끌면서 잠시 멈칫했다. 사무영이 끄는 것을 보고 생각한 무게가 있었는데 자기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근력만으로 끄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려운경은 고민하지 않고 내공을 사용했다. 사무영과 이야기나 해보자는 생각에 온 거였지 고생을 하려고 온 건 아니었다.


려운경은 수레를 끌면서 사무영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연가장에서 본 것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은데 말해줄 수 있느냐, 무영아?”


“네, 단주님. 그런데 정말 별게 없어요.”


그러다가 혹시 그가 궁금해하는 게 자기에게 갑자기 다가왔던 이상한 남자와 관련된 걸까 해서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게 힘이 세지 않았거든요. 어제까지 그런 것도 아니고 오늘 아침까지도 그랬어요. 금영상단에서 항아리를 실을 때 그게 꿈쩍도 안 했거든요.”


사무영은 그때부터 시작해서 연가장에서 있었던 일까지 전부 다 말해주었다. 려운경은 희한하다는 듯이 사무영을 보았다.


“네 말은, 그때 그 사람이 네 어깨에 손을 짚은 후로 네가 달라진 것 같다는 거냐?”


“네, 그게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거든요.”


려운경은 사무영의 얼굴을 보았다. 자기에게 거짓말을 할 만큼 담이 큰 것 같지는 않았다. 사무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할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 아이가 굳이 자기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뭐라는 말인가.


강호에는 별별 희한한 기사가 많이 있었다. 은거고수도 많았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 자들도 많았다.


려운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무영에게 기인이 내공을 주입해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공법에 대해서는 려운경도 말만 들었을 뿐 직접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사무영에게 그런 일을 한 거였을까.


려운경은 사무영의 맥을 잡고 내공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무영아, 내가 네 내공을 확인해 봐도 되겠느냐?”


려운경이 묻자 사무영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에게는 내공이 없는데 그걸 확인해 보겠다고 하니 이상했다. 그러나 이럴 때는 그런 말을 여러 번 하는 것보다 그냥 확인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무영이 려운경에게 다가가자 려운경이 사무영의 몸에 자신의 진기를 주입했다.


이미 사위가 어두워지고 있었고 애초에 인적이 드문 길이었기에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영은 려운경의 얼굴을 보았다. 어차피 곧 실망하는 기색이 떠오를 터였다. 그러게 처음부터 자기는 무공을 익힌 적도 없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고 했는데 왜 기대하신 걸까. 좋은 분인 것 같아서 사무영은 그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려운경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러더니 허공을 응시하며 집중했다. 사무영은 자신의 몸속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질적인 기운이 몸 안을 휘돌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려운경이 사무영에게서 손을 떼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


“너에게 단전이 있고 거기에 벌써 반갑자의 내공이 쌓여 있다, 무영아.”


“네에?”


사무영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 말을 한 사람이 려운경이 아니었다면 허튼소리로 자기를 놀리려 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참하검 려운경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기 같은 아이를 놀려서 뭘 한다는 말인가. 자기를 놀리려고 여기까지 와서 수레까지 끌면서 이런 귀찮은 짓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벽에 부딪쳤다. 그러면 이 말은 뭐란 말인가. 단전이니 내공이니 하는 말은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금영상단에 무인들이 있었기에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확실히 많았다.


‘반갑자라는 건 엄청난 양일 텐데?’


사무영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려운경이 먼저 말을 해주었다.


“반갑자의 내공이라는 것은 매일 축기해서 30년 동안 쌓은 양을 말한다. 너와 같은 나이의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내공이 아니지. 그런데 더 희한한 것은 네 몸에 지금껏 운기조식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누군가 네 몸에 단전을 만들어놓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단전에 반갑자의 내공을 넣어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려운경이 말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그는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야단을 쳤을 것이다. 단전이 어찌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인가. 그러나 그가 확인한 바로는 그 말이 정확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단주님?”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한 상태로 사무영이 물었다.


“누군가 너에게 갑자기 황금 한 관을 줬다고 생각해 보거라. 그걸 묻어둬도 되고 잘 사용할 수도 있겠지. 내공도 마찬가지다.”


“저는 내공을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는데요?”


“그래···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말도 아주 맞는 건 아니다. 너는 네가 모르는 사이에 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껏 네가 심법이나 무공을 배운 적이 없고 축기를 스스로 한 적이 없이 오늘 갑자기 그 모든 변화가 나타난 거라고 한다면······.”


려운경은 잠시 머뭇거렸다. 말을 하면서도 정말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기를 이렇게 천진하게 보는 사무영을 보고 있자면 사무영이 한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는 네가 한 말에 거짓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네가 직접 본 게 있지 않으냐.”


“······.”


사무영은 점점 떨렸다. 자기는 정말 운도 없고 앞으로 어찌 살지 막막했으며 내일 아침에 시신이 되어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단주가 하는 말은 자기가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하루아침에 단전과 내공이 생겼다. 그것도 반갑자나 되는 내공이었다.


“무영아, 금영상단을 나가는 사람도 있느냐?”


“네?”


사무영은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인가 해서 물었다.


“네가 그곳을 나올 수만 있다면 내가 너를 가르치고 싶다. 방법이 있다면 네가 그곳을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그곳의 노복 중에 상단을 떠난 사람이 있더냐?”


사무영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뇌옥에 갇혀 있던 자기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는 것 같았다. 허접한 손도 아니었다. 단단히 자기를 붙잡고 끌어내 줄 수 있는 강한 손이었다.


그러나 사무영은 금영상단을 빠져나갈 방법을 알지 못했다. 상단을 나간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보려 했지만 죽어서 나가는 사람 말고는 없는 것 같았다.


‘아니야. 내가 기억하지 못한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사무영은 어떻게든 생각을 해내려고 했다. 그런데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던 려운경은 다시 수레를 끌고 시작했다. 술 항아리는 가져다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무영의 대답이 오래 걸리는 것을 보면서 아마 그런 경우가 없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금영상단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었으니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노복을 팔면 다른 곳에 팔려 간 노복이 금영상단에 대한 것을 말할 수도 있는데 금영상단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듯했다.


파음탕을 먹여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필담도 할 수 없도록 손가락까지 전부 잘라서 파는 게 아니라면.


그러나 말도 못 하고 손가락도 없는 노복을 어디에 쓸 것인가.


사무영은 갈수록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금영상단에서 나올 수만 있으면 연가장의 그 귀한 단주님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데 그곳에서 나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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