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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20 11:15
최근연재일 :
2024.09.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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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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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2화.


안타깝게도 강시에 대한 이야기는 호응이 없어 거기에서 멈추고 다른 이야기로 흘러갔다.


“작년 생신연 때는 손님이 이렇게 많이 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확실히 참하검(斬河檢) 대협의 위명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참하검 대협이 연가장의 검단 하나를 맡는 것과 동시에 공자님의 검술 스승이 되어주기로 하셨다지요?”


“사실 지금 연가장이 이렇게 세력을 영위하는 것에는 참하검 대협의 공이 크다 할 수 있지요. 소장주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흉수가 아직 밝혀지지도 않은 게 아닙니까.”


이야기는 흥미로웠으나 갈 길이 바쁜 사무영은 서둘러야 했다.


사무영이 다시 수레를 끌고 가려는데 금포를 입은 사람이 멀리서 걸어왔다. 희한한 것은 그가 오는 동안 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의 걸음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마치 연기를 통과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그냥 통과하고 오는 금포인을 보면서 사무영은 겁이 나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너무 무서워서 소주방으로 도망치려 했는데 그 남자가 사무영 앞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수십 장의 거리를 줄이고 신형이 사라졌다가 눈앞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사무영이 놀라 비명을 지르려 하는 순간 그가 손가락을 탁, 탁 튕겼다. 그러자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놀랄 것 없다. 너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입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그가 사무영의 어깨에 손을 얹자 사무영은 제 몸에서 무언가 격동하는 것을 느꼈다. 피가 역류해 솟구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속에서 불에 달궈진 뱀이 날뛰는 듯했다.


사무영의 어깨에 손을 얹은 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제법이구나. 네가 버티니 너에게는 조금 더 허락할 수 있겠구나.]


이번에는 미친 용 두 마리가 뒤엉키며 싸우는 것 같았다. 오장육부의 위치가 다 바뀌고 내장이 조각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정신을 놔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버텼다. 그러면 그럴수록 금포인의 눈에는 더욱 짙은 의혹이 깃들었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누군가 자기의 시신을 두엄 더미에 던질 것이고 자신의 시신은 짐승에게 뜯어 먹힐 텐데 죽어서까지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금영상단에서 사무영이 봐온 죽음이 그랬기에 사무영은 함부로 죽을 수가 없었다. 저가 너무 불쌍해서, 제 시신이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눈앞의 사람은 점점 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무영은 혼란스러웠다. 끝이 없는 느낌이었다. 자기가 참으면 더한 고통이 찾아올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눈앞의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제법이라는 표정이었다면 이제는 놀랍다는 표정이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때는 경이로워하는 듯했다.


사무영은 결국 그 자리에 쓰러졌다. 더 이상은 의지로 어찌할 수 없게 되어버려 그런 거였다. 금포인도 그 사실을 아는 듯했고, 쓰러진 사무영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신기한 아이로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네가 어찌해 낼지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고 싶기는 하구나.”


그가 말하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사무영은 그가 사라지고 난 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내가 언제 쓰러진 거지?”


그러다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자기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기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으면 사람들이 와서 무슨 일인지 묻기라도 할 것 같은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했는지 생각하면 더욱더 희한했다.


‘다들 바쁘시니까.’


사무영은 너무 오래 지체됐다는 생각에 서둘렀다.


수레를 끌고 가는데 수레가 비어서 확실히 가벼웠다. 걸음도 정말 가볍고 날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무영이 수레를 끌고 가는 걸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아이가 어찌 저렇게 빨리 가는 거지? 짐을 내렸다고는 해도 너무 빠른데?”


특히나 문 앞을 지키다가 사무영을 소주방에 데려다주었던 무인은 더욱 놀랐다.


사무영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수레를 끌고 갔다.


“정말 가벼운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금영상단이었다. 사무영은 정말 당황했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랐지만 너무 빨리 도착한 것 같았던 것이다.


사무영이 수레를 끌고 가자 상단 사람들도 희한하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항아리 싣는 일을 떠넘기던 노복은 깜짝 놀라며 다가와 사무영을 다그치기까지 했다.


“너! 연가장에 가서 내려놓고 온 것 맞는 거야? 일하기 싫다고 도중에 아무 데나 버리고 온 거 아니야? 설마 너! 사고를 낸 거냐? 도중에 수레가 뒤집혀서 항아리가 전부 깨진 거냐?”


“아닌데요. 전부 다 내려놓고 왔어요.”


노복은 멍하니 사무영을 보았다. 그러다가 사무영의 옷에서 나는 냄새와 입에 묻은 기름기를 알아보았다.


“거기서 음식을 얻어먹은 거냐?”


사무영은 그렇다고 말하면 또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 항아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것 좀 실어주세요. 빨리 가져오라고 하셔서요.”


그러자 노복들도 그게 급하겠다는 듯이 항아리를 실었다. 이번에는 나물은 싣지 않았지만 나물이야 어차피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연가장에 갔을 때는 시간이 훨씬 더 짧게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문 앞을 지키던 무인들은 사무영을 보며 확실히 놀랐다.


“왜 갑자기 빨라진 것 같지? 제대로 못 먹다가 잘 먹어서 그런 건가?”


그 생각을 하니 애잔한 마음이 깊어졌다.


금영상단은 정말 어려운 곳이었다. 금영상단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연가장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금영상단이 물건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여오는 건 아닐 거라는 것도 짐작했다. 그런데 금영상단을 통해서 물건을 사면 워낙 많은 돈을 아낄 수 있게 되니 그곳을 이용하게 되었다.


소장주가 죽은 사건 이후로 연가장은 그 일을 파헤치려고 하다가 재정난을 겪은 적이 있었다. 만약 금영상단이 아니었다면 연가장은 그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큰 빚을 질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런 이유로 연가장 사람들은 금영상단을 이용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크게 느꼈다.


사무영은 한번 봤던 사람들이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동안 사무영에게는 그럴 대상이 없었다. 금영상단의 누구에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노복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앗아 가는 무인들은 물론이고 노복들에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사무영은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웃음 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는데 그 순간에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사무영의 웃음을 본 사람들은 저절로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그렇게 천진하게 웃어야 할 아이가 너무나 고되고 막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무영은 이번에도 빈 수레를 끌고 열심히 갔다. 가는 동안 사무영은 연가장에서 만났던 희한한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그 사람은 누구지? 내가 꿈을 꾼 건가? 그게 맞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그냥 통과해서 온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내가 피곤해서 헛것이 보였나?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때 느껴진 고통이 너무 생생하기는 했는데.’


사무영은 좀 더 생각하다가 그냥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자기가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도 아니니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잘 먹으니까 확실히 힘이 나네.”


희한하게도 매 순간 더 힘이 솟는 듯했다. 그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는 것은 금영상단에 도착하고 알았다. 연가장에 다녀온 시간이 훨씬 단축된 것이다.


사무영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모두 달라져 있었다.


노복들은 물론이고 무인들도 이상하다는 듯이 다가왔다.


“너 연가장에 제대로 술을 가져다주고 오기는 한 거냐? 다른 곳에 술을 버리고 그냥 오는 건 아니야?”


사무영은 깜짝 놀라며 두 손을 저었다.


“제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분명히 연가장에 가져다 드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우리가 간다고 해도······.”


무인은 말을 하려고 하다가 멈췄다. 자기들이 간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오지는 못했을 거라고 할 뻔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누워서 침 뱉는 꼴이 될 듯했다. 그리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자기들보다 더 빨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자기들이 작정을 하고 가면 이보다 훨씬 더 빠를 거라고 믿었다.


그들은 사무영을 더 다그치고 싶었지만 그날 날라야 할 양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오래 붙잡아두지 못했다. 그런데 지나가던 총관이 남아 있는 항아리 수를 보더니 사무영을 보았다.


“너, 연가장에 몇 번 다녀온 것이냐?”


“두 번입니다.”


“너 혼자 나르고 있는 거냐?”


“네.”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한 듯 무인 한 사람을 보았다.


“녹평, 이놈을 따라서 다녀오너라. 일하기 싫다고 다른 곳에 부어버리고 오는 건 아닌지 확인하거라. 연가장에 가서 이놈이 전부 다 나른 게 맞는지 그것도 확인을 하고.”


“예, 총관 어른.”


녹평이라는 무인이 말하고 사무영을 기다리자 총관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했다.


“항아리를 안 싣고 뭘 하느냐.”


“···예?”


“오늘 날라야 할 양이 있다는 걸 모르느냐? 가는 길에 수레를 끌고 가면 조금이라도 일찍 끝나겠지.”


“하지만.”


노복이 할 일을 왜 자기가 해야 하냐는 것 같았는데 총관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하고 녹평을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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