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이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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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티
그림/삽화
파르티
작품등록일 :
2024.09.20 20:22
최근연재일 :
2024.09.21 19:54
연재수 :
1 회
조회수 :
2
추천수 :
0
글자수 :
1,122

작성
24.09.21 19:54
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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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3쪽

Prologue

DUMMY

붉게 물든 하늘, 곳곳에서 울리는 절규와 아우성.

무너진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 한 남자가 몸을 일으킨다.

건물이 무너질 때 다치기라도 한 걸까, 머리에서는 피를 흘리며 일어난 남자는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다.

남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참혹하기 그지없는 광경. 평화로웠을 도시는 온데간데 없고, 무너진 건물들과 불타는 거리를 활보하는 괴물들. 그리고 한때는 인간이었을 고깃조각들까지.

남자는 올라오려는 토악질을 애써 참으며 폐허 사이로 몸을 숨겼다. 괴물들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기를, 이대로 괴물들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바랐다.

그런 그의 바램이 무색하게도 그에게 다가오는 육중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남자에게 다가오던 발소리는 남자가 숨은 조그마한 벽 뒤에서 멈췄다.

지나간 건가 싶어 고개를 든 남자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앞으로 몸을 날렸다. 남자가 몇 초 전까지만 하더라도 움츠리고 있던 자리에 괴물의 거대한 앞발이 떨어졌다. 간발의 차로 고깃덩이가 되는 신세를 면한 남자는 그저 앞으로 내달렸다. 땀이 방울져 내리고,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내달려도 뒤에서 들리는 묵직한 발걸음소리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리에는 점점 힘이 빠져오던 중, 발을 헛디딘 남자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이대로... 끝인가...'

남자의 눈에서 희망이 점점 빠져나가던 그때.

턱.

무언가 손에 걸렸다.

고개를 들어 확인해보니 새하얗게 빛나는 은색 총이었다. 나를 쥐라는 듯, 내가 널 구원해주겠다는 듯한 총의 목소리에 남자는 홀린 듯이 총을 쥐었다.

오로지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 탄생한 과거 문명의 이기는, 이제 남자의 유일한 삶의 희망이 되고 있었다.

'...어차피 더 이상 도망칠 순 없어.'

도망치다 괴물의 먹이로 삶을 마감하는가, 끝까지 괴물에 맞서다 쓰러지는가.

흔들리던 눈동자는 점차 결의에 차올랐다. 총을 손에 쥔 남자는 공포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고개를 돌려 괴물을 마주 보았다.

발걸음 소리는 진작에 멈췄다. 남자의 눈에는 자신에게 내려 찍히는 큰 앞발만이 보였다. 아니, 그 너머로 보이는 괴물의 눈. 오로지 살의만을 품은 그 눈을 마주 보았다.

삶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품고, 남자는 공포에 방아쇠를 당겼다.

무너진 도시에 기나긴 총성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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