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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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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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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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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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_001

DUMMY

게이트와 몬스터가 휩쓸고 간 대한민국은 폐허가 되었고.

그 아비규환의 지옥도에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다시 한번 폐허 위에서 도약을 준비했다.


* * *


봉천동 산동네 판자촌.

눈이라도 내리면 온통 스키장 저리 가라 할 만큼 높은 산 위에···. 오갈 때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만들어진 정착촌.

그렇게 그 수가 백여 세대가 넘어가는 제법 큰 마을이 되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새벽.

강한 찬바람이 한 번씩 지붕을 스쳐 지날 때마다.

나무판자로 누더기처럼 엮은 지붕이 들썩여 주변에 정막을 깨곤 했다.


마을 어귀에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가장 끝자락에 있는 집.

일곱 식구가 모여 사는 판잣집 하나가 있었다.

오늘부로 막 마흔 살이 된 이 집 가장 강기섭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인 강기섭은 오늘도 일해야 했기 때문에.


“어이구! 어이구.”


그의 입에서 연신 앓는 소리가 나온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눕기를 반복하며 인상을 찡그린다.


‘오늘은 일하러 가기 싫은데.’


전날 생일이라고 같이 일하는 동네 사람들과 과음을 한 것 때문에 숙취가 심했다. 그에게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속도 메슥거리고 목도 탄다.


‘오늘은 아프다고 하루 쉰다고 말해볼까?’

슬그머니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을 아내의 자리를 바라본다.

하지만 아내는 없었다.


덜그럭! 덜그럭!

그때 판잣집 단칸방에 딸린 부엌에서 그릇을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떡!

강기섭이 화들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의식중에 나온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이러다 경을 치지.’


그가 몬스터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아내는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무뚝뚝하고 말 없는···. 곰 같은 성격의 아내이지만 게으른 건. 정말 딱 질색을 한다.

힘도 장사라 며칠 전엔 동네에 흘러들어온 고블린 세 마리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

물론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

다만 진짜 화가 나면 내뿜는 그 살기···.

그게 사람의 오금을 지리게 한다.


그런 아내의 화난 모습이 연상되자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저 여편네는 나이가 들수록 어째 더 무서워지냐?’

강기섭이 눈을 가늘게 뜨고 부엌문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머리맡에 놓여 있던 양은주전자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을 타고 차가운 물이 흐르자.

숙취로 인한 갈증이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일은 해야지 우리 새끼들 먹여 살리려면,’


그리고 능숙하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벽에 걸린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 입기 시작했다.

옷을 다 입었을 때 그의 눈이 방구석 한쪽으로 돌아갔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단잠을 자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가 한동안 아이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들.

그의 입이 씰룩인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상!’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조용히 외쳤다.


“크크크.”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장난기가 발동했으나 꾹꾹 억눌러 참았다.

자칫하면 아침부터 아내의 매서운 손에 의해 등짝에 불이 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항상 이쁘고 든든한 1호 미영이.

요새 공부는 뒷전이고 한참 멋 부리고 다녀서 걱정인 2호 은숙이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로 넘어간 3호 철수.

그리고 아빠 바라기 우리 4호 윤수.

요새 부쩍 잔병치레가 심한 네 살 우리 5호 혜영이.


2남 3녀.

강기섭의 살아가는 힘이자 이유.


털컥!

그때 부엌문이 열리며 그의 아내 오유진이 음식이 한가득 차려진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밥상 위엔 평소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음식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국과 밥 그리고 반찬 한두 가지가 전부인 아침 식사이건만. 오늘은 미역국, 잡채, 돼지 불고기 종류만 열 가지는 족히 넘어 보였다.

그릇마다 수북이 쌓여 있는 밥과 반찬들!

무거워 보일만 하건만 아내는 별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여보 뭘 이런 걸 또.”

감격한 강기섭이 부엌문 앞으로 달려갔다.

방금까지 부엌문을 흘겨보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눈이 반달이 된 그가 벌떡 일어나 생일상을 맞잡는다.


없는 형편에 그래도 생일이라고 이렇게 차려주는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가장 체면을 이렇게 차려주니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밥상이 방바닥에 놓이고.

음식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자.

넷째 윤수가 코를 킁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수야 아침 먹자 형, 누나들 깨워라.”

아내와 함께 밥상에 수저를 놓던 강기수가 윤수를 보며 말했다.

졸린 눈을 비비던 윤수가 재빨리 형제들 사이를 오가며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족들의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와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쌀밥 고깃국.”

넷째 강윤수가 감격에 겨운지 코를 킁킁거리며 밥상을 살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보는 진수성찬에 눈을 반짝거리며 아버지 강기섭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먹자 다들 시장할 텐데.”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과 밥상을 보고 있던 강기섭이 수저를 들어 식사를 시작하자.

아이들도 수저를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즐거운 식사시간.


잠시 후.

밥을 먹던 맏딸 강미영이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수저를 놓았다.

그리고 동생들을 쳐다보며 눈짓했다.

부지런히 수저를 놀리던 아이들도 식사를 딱 멈추고 일제히 수저를 놓았다.

넷째 윤수만 빼고.

녀석은 걸신들린 듯이 밥과 반찬을 입에 퍼넣고 있었다.

그런 윤수를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던 셋째 형 철수가 손으로 녀석의 허벅지를 툭툭 친 다음에야

윤수는 상황을 눈치채고 수저를 놓았다.


“뭐···. 뭐야 갑자기? 밥 먹다 말고.”


아이들이 다들 식사를 멈추자.

강기섭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슨 일이냐는 듯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도 이유를 몰라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이들이 서로 말을 맞춘 듯 일제히 일어서더니 뒤로 물러났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리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제히 합창이라도 하듯이 외치더니 큰절을 했다.

이제 네 살 된 막내 혜영이는 뒤뚱거리며 언니와 오빠들을 따라 허리를 굽히다가 엉덩방아를 찧기까지 했다.


“너희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던 강기섭이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목이 메여 오더니 급기야 코끝이 시큰해졌다.

가진 게 없어서 항상 못 해준 거 같아 미안하기만 했는데.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오늘만 같아라.’

아이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가 속으로 기도를 했다.

간절하게.


난리 통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며 외롭게 자란 그였지만 이제는 외롭지 않다. 그에게도 서로 보듬어줄 가족이 생겼으니.


강기섭의 눈이 점점 충혈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아내 유진이 다가와 말없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 * *

관악구 신림동 사거리에 있는 허름한 2층 건물.

건물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부터 머리가 백발인 노인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잡담을 나누거나 드럼통으로 만든 난로에 몸을 녹이고 있었다.


국제인력 사무소.

이 건물 2층에 일명 용역이라고 불리는 인력사무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인부들을 모집하는 사무소였지만.

게이트가 터진 후에는 헌터 공략대와 길드의 짐을 나르는 짐꾼들을 모집하는 장소가 되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진 세상에서···.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짐꾼이 보수가 가장 높았다.

보수가 높은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소리였다.

게이트에서 자칫 공략대가 전멸하면 짐꾼도 예외가 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모든 것이 파괴된 세상.

가족들과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물론 강기섭도 예외는 아니다.


끼이익!

건물 2층 창문이 소음을 내며 열리더니 사람 머리 하나가 내밀어졌다.


“김 경찬 씨, 황 인봉 씨, 노 경우 씨,”


내밀어진 머리는 호명이 끝나자 다시 빠르게 창문 안으로 사라졌다.

국제인력 소장 이찬구였다.


호명 받은 세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바닥에 놓여 있던 자신들의 배낭을 어깨에 메고 건물 안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주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일은 중요했다. 일을 못 하면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간절했다.

2층 창문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인력사무소 앞에 대기하던 사람들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팀을 이루어 오더지(인력파견명세서)를 챙겨 받아 각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오늘 공쳤다고 생각하거나 어제 돈벌이를 해서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더 흐르고.

아침 7시가 되었다.

이제는 인력사무소 앞에 남아 있던 사람들도 거의 다 사라지고 간절한 몇몇 사람만 남아 혹시라도 일이 있을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오늘 더는 자신들의 일거리는 없을 거라는 것을.

그렇게 더 시간이 지나고.

남아 있던 몇 사람마저 힘없이 돌아서려고 할 찰나.


“잠깐만요.”


건물 계단에서 다급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십 대 중반쯤의 덩치가 크고 머리숱이 풍성한 남자.

인상이 매우 좋아.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의 얼굴의 주름과 흉터가 그가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국제인력소장 이찬구였다.

그의 손에는 큰 검정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멈춰선 사람들 옆을 돌며 빵과 음료수 하나씩을 꺼내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남아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수첩에 적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와요. 꼭 일 보내줄 테니.”

이 소장이 빵을 나눠주며 사람 좋은 미소로 일일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연신 허리를 굽히며 빵과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이 처참하고 힘든 시대에 어쩌면 누군가의 생명줄이 될지도 모르는 빵과 음료수였다.


그렇게 남아 있던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이 소장은 잠시의 휴식을 위해 사무실 문을 닫을 준비를 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

오전에 일꾼들을 각 헌터 길드로 보내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에 퇴근하는 일꾼들의 싸인지(업무확인표)를 받고 그날 일당을 지급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앞에 서 있던 입간판을 옆으로 치우고 길가에 쓰레기도 치웠다.

이 소장이 사무실 앞을 정리하고 문단속을 위해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한 남자가 배낭을 지고 느릿느릿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이 소장은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와 함께 그의 눈살이 자동으로 찌푸려 졌다.


“아 이 사람아! 이제 오면 어떻게 해!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이 소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남자는 그냥 말없이 웃었다.

이 소장이 답답하다는 듯 재차 말했다.


“어이구! 강기섭 씨 해가 중천에 떴다고. 일 다 나갔어.”

“알고 있습니다.”

“아니 알고 있다면서 지금 나오면 어떻게 해.”

“소장님 얼굴이나 보고 들어가려구요.”

“허허.”


이 소장이 허탈하게 웃었다.


“사람이 실없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소장의 얼굴에는 정감이 묻어났다.

기섭은 인력사무소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기로 모두가 인정한 사람이라 더 그랬다.


“그럼 저는 이만 다시 들어가 보겠습니다.”

강기섭이 이 소장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내일은 꼭 일찍 나와요.”

이 소장이 다짐을 받듯이 말했다.


“네!”

기섭이 발걸음을 돌렸다.

일을 공쳤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발걸음이 묘하게 가볍다.

그가 국제인력으로 출근한 지도 벌써 5년째이다. 나름 국제인력의 에이스.

이곳에 정착한 후 다른 인력사무소에도 나가보기도 했지만, 국제인력 이 소장이 제일 인간적으로 짐꾼들을 대우했다.

그게 마음에 들어서 이곳에 눌러앉았다.

그게 벌써 오 년!


앞을 향해 걷던 그가 뒤를 돌아보니 정리를 끝낸 이 소장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생일날까지 일할 순 없지.’

길을 걷던 강기섭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그가 늦은 이유.

출발은 제시간에 했다.

아내와 아이들의 배웅도 받았다.

하지만! 열 걸음 걷고 한번 쉬고를 반복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다.

먹고살기도 팍팍한 세상에 지금껏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오늘만은 왠지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마눌님께는 오늘 공친 거로.’

거짓말을 할 생각에 약간 양심의 가책은 받기는 했으나 오히려 마음은 가볍다.


“일단 먼저!”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확인한 그가 재빨리 옆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바지 속에 손을 찔러 넣어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손에 쪼깃쪼깃한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이 들려져 나왔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용돈을 모아 만들어둔 비상금.

아내의 눈을 피하고자 바지 속에 속주머니까지 만들어 관리해왔다.


“흐흐흐.”


그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같은 날 그냥 넘어갈 수 없지.’

‘................’

‘그래 오늘은 우리 가족 전부 외식이다. 돈은 이러려고 모으는 거지.’

골목을 나온 그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향하는 길······. 일은 공쳤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몇 년 만에 난생처음 하는 가족 외식이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근데 뭐 먹지? 삼겹살? 양식? 초밥?’


그의 머릿속이 온통 가족들과 함께할 외식 생각으로 가득 찼다.

좋아할 아이들과 아내의 기뻐하는 모습.

무뚝뚝한 여자이지만 이번만은 꼭 좋아해 주리라.


그렇게 걷고 있을 때!

그의 뒤로 들리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의 다급한 외침.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강기섭 씨! 강기섭 씨.”

들려오는 소리에 흠찢 놀란 기섭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거의 뛰는 것과 다름없는 빠른 걸음.

그는 들려오는 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귀까지 막고 싶었으나 그러면 티가 나니까 그것까지는 하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누군지 다 알고 있었다.

“강기섭 씨! 강기섭!”

점점 애가 타는 목소리

“........”

“야! 강기섭! 거기 안 서!”


급기야 쫓아오던 남자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국제인력사무소 이 소장의 목소리였다.


인력사무소의 일은 대부분 아침 일찍 마감되지만, 가끔 늦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작업 인원이 갑자기 펑크 난 경우.

또는 갑작스럽게 일이 잡힌 것이 그거다.


“아 오늘은 제 생일이라니까요. 식구들이랑 외식할 겁니다. 일 안 해요.”

기섭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더욱더 머리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블! 따블이라고.”

뒤따라 달려오던 이 소장이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다시 외쳤다.


‘따블?’

빠르게 걷던 그의 다리가 갑자기 멈췄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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