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이세계 농장으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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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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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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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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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그리고 농장

DUMMY

사람들은 얘기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라고.


학창 시절에는 평범하게 사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대학을 나와, 취직을 하고. 평범한 연애와 평범한 결혼을 하는 삶.


그건 누구라도 가능한 거 아닌가?


그 역시 마찬가지로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흘러가는 인생에 몸을 맡겼고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긴 연애 끝에 결혼했고 이후로도 평범한 나날들이 쭉 이어질 것만 같았다.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이지혜 너 미쳤구나. 매일같이 하는 야근하고 출장이 전부 그 개새끼랑 만나려는 핑계라고?”

“난 더 이상 할 말 없어. 잘못 인정했고 위자료도 넘겨주겠다고 했잖아. 우린 아이도 없으니 그럼 된 거 아니야? 김하준, 너 왜 이렇게 질척대!”


와이프의 불륜 상대는 애 딸린 이혼남. 


직장 상사라며 퇴근 후에도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그녀. 


처음엔 일 때문이라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출장을 다녀오느라.


중요한 미팅을 성사시키느라.


그럼에도 믿었다. 


그녀는 언제나 당차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던 밝은 사람이었으니까.


불륜 사실을 알게 된 건, 평범한 날이었다.


돈을 아끼겠다며 항상 도시락을 싸가던 와이프가 깜빡하고 도시락을 집에 두고 갔던 날.


요리사의 직업 특성상 평일에 쉬는 날이 많았던 하준은 점심시간에 맞춰 가져다주려 했었다.


그녀의 회사 건물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려던 순간.


“아앙,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왜? 스릴 있잖아.”


엘리베이터 쪽에서 팔짱을 끼며 행복한 듯 웃음꽃이 핀 남녀가 걸어 나왔다.


“반차도 냈겠다. 집에 늦는다고 연락부터 해.”

“이따가 야근한다고 보내기만 하면 돼요.”

“그런 걸로 넘어간다니. 네 남편도 어지간히 무신경한가 봐?”

“둔한 걸 넘어서 바보 같다니까요.”

“자 그럼, 신나는 해외여행 하러 갈까?”

“후훗, 어디로요? 난 홍콩이 좋은데.”


다정한 연인처럼 낯 뜨거운 농담을 주고받는 연놈들.


밖에서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행동이었지만.


하준은 짜증을 넘어 분노의 감정으로 불타올랐다.


저 연놈들 중 ‘년’이 하준의 와이프였으니까.


“개 같은 새끼들.”


그런데 웬걸? 증거를 잡아다 얼굴에 들이밀어도 잘못했다는 말은커녕 적반하장으로 제발 이혼해달라며 호소했다.


평소 자신에게 무관심했다며 이혼 사유를 들이밀었지만 증거가 있는 이상 판결을 뒤집긴 어려웠다.


결국 와이프가 유책배우자로 책정되며 많은 위자료를 품에 안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녀를 아직도 사랑해서 그러냐고?


“아니.”


배신감에 치가 떨려서 그렇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는 심정이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고 가슴 깊숙한 곳에 응어리를 맺히게 했다.


“인생 꼬라지 참...”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자부한다. 


비록 공부에는 소질이 없을지언정 흥미가 일던 요리 분야에 뛰어들어 치열한 10년을 보냈다. 


이제서야 수셰프로 인정받으며 남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거늘.


갑작스러운 이혼이라니.


“야 하준아. 그렇다고 퇴사라니.”

“형, 말린다고 마음 안 바뀐다니까요.”


깔끔한 스포츠머리를 하고 막창을 우걱우걱 씹어먹는 남자.


하준의 이혼 소식을 듣고는 바로 달려온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였다.


“참내...고집 하나는.”

“나중에 개업하면 밥이나 먹으러 오세요.”

“됐어 임마. 지인한테 소개해준다고 해도 듣지도 않고.”

“제가 해외를 어떻게 가요. 외국어 하나도 못 하는데.”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그였던 만큼 해외에 나가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레스토랑 하나를 추천해 주었지만 하준은 마음만 받겠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에이 썩을 놈들. 하준아 오늘 진탕 먹고 놀기나 하자.”

“적당히 먹고 들어가요. 저번처럼 형수님한테 쫓겨나지 말고.”

“야, 우리 와이프가 그 정도도 이해 못 해주겠냐.”

“태어날 아이도 있잖아요. 나중에 또 보면 되니까 조금만 먹죠.”

“거, 보면 어째 우리 와이프보다 잔소리가 심해.”


직장 선후배 관계로 만났던 하준과 그는 10년 가까이 지내며 가족과도 같은 관계를 유지했다.


포장마차에서 몇 가지 안주를 곁들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술기운이 적당히 올라왔을 때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간다 하준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네 형. 조심히 가세요.”


그를 먼저 태워 보낸 하준은 길가에 놓인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할 만큼 했잖아. 이젠 나하고 싶은 대로 살자.”


하준은 나중에 아이가 태어날 걸 생각해 자신만의 식당을 개업하자는 꿈을 버리고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받아낸 위자료와 모아온 돈은 대충 3억 가까이.


그걸로 한적한 거리에 식당을 세워 하고 싶은 요리를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대단한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만든 음식을 즐기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을 뿐.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



“아오, 그냥 업체 부를 걸 그랬나.”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2층 건물.


1층은 상가, 2층은 가정집이 있는 곳으로 하준이 딱 원하던 매물이었다.


대출을 어느 정도 끼고 사긴 했지만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퇴직금은 언제 들어오는 거지.”


10년이나 일한 직장에서 나올 두둑한 퇴직금이 있기 때문.


하준은 그런데도 돈을 아끼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했다.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식당이기에 들뜬 마음으로 작업에 착수했지만.


막상 일을 벌이다 보니 너튜브나 티비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스케일과는 많이 달랐다.


이곳은 오래된 동네 밥집이 있던 곳으로 수도나 가스 설비는 되어 있었지만 여기저기 노후된 곳이 많아 싹 다 갈아엎어야 했고, 인테리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었던 하준은 골머리를 썩혀야 했다.


“타일이랑 도배도 해야 하고, 싱크대도 바꿔야 하는데...”


준비기간을 한 달로 잡았지만 진행 상황을 보면 턱도 없어 보였다.


생각보다 할 게 많다 보니 하준은 진작에 업체를 부르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음? 여긴 뭐야.”


주방 안쪽에 위치한 나무 문.


“뒷문도 아니고 바깥쪽 방향도 아닌데?”


따로 창고로 쓰던 방이었나 싶어 문을 열자. 


“···지하실?”


밑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제대로 관리되지는 않은 듯 천장에 엮여있는 거미줄과 계단을 밟을 때마다 꿉꿉한 먼지가 휘날렸다.


“콜록..어후, 청소좀 해두시지.”


나선형으로 이어진 계단은 꽤 깊숙한 곳 까지 이어져 있었고.


마지막 계단을 내려온 그는 당황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왜 문이 또 있냐.”


지하실로 향하는 입구와 똑같이 생긴 나무 문.


그것이 계단 끝에 위치해 있었다.


‘스읍, 불안한데.’


구조상 말이 안 되는 위치. 


따지고 보면 남의 집 지하와 연결되어 있는 통로가 아닌가.


이대로 돌아가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곳의 정체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할듯싶었기에 눈 딱 감고 과감하게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은 경첩이 비틀리는 소리를 들으며 문을 열어 확인한 장소의 정체는.


“어라···?”


수우우웅.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넓은 초원 한복판이었다.


[사용자 확인 중······]


“우왓! 뭐야.”


풀 내음 가득한 풍경을 온전히 감사하기도 전, 불투명한 파란색 창이 떠오르며 그의 시야를 가렸다.


[확인 완료]

[사용자 김하준]

[축하합니다! 이세계 농장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이세계 농장은 비옥한 토지와 넓은 들판이 들어서 있는 장소. 농장주의 손길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여러 작물과 동물을 키우며 사용자 김하준만의 농장을 넓히세요!]


“···꿈인가? 그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는데.”


그러지 않고서야 먼지가 가득 낀 지하실에 이런 넓고 푸른 초원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짜아악!


“아닌데, 아픈데”


뺨을 때리고 꼬집고 별 짓거리를 다 해도 생생히 전해지는 고통.


눈을 씻듯이 비비고 머리통을 쥐어박아도 변하는 건 없었다.


[농장주가 되신 당신! 보다 매끄러운 농장 생활을 위해 스타터 패키지가 지급됩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세요!]


“인벤토리? 그건 또 뭐야.”


마치 게임과도 같은 장면들.


인벤토리라는 말을 입에 담자마자 그의 눈앞에 네모난 칸이 정렬된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진짜 게임 같네···"


인벤토리를 천천히 살펴보자 수많은 칸들 중 딱 두 개의 아이템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자 씨앗 x 30]

[단단한 괭이]


“씨앗?”


주말농장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생김새.


감자는 대체로 씨앗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감에 싹을 틔워 씨감자를 만들어내 땅에 심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자가 맞긴 한 건가.”


기름지고 속이 옹골차 보이는 씨앗. 


크기도 어찌나 큰지 적어도 손가락 두마디는 되어 보였다. 


<농장의 시작점>

[분류 : 메인]

[난이도 : F]

[농사 구역을 설정해 작물을 키워 보세요!]

[목표 : 농사 구역 설정(0/1), 감자 심기(0/30)]

[보상 : 당근 씨앗, 500 크레딧]

[실패시 : 손재주 -1]


“이건 또 뭐야.”


게임 퀘스트처럼 난이도와 보상, 그리고 실패 패널티까지 주어진다는 황당한 말들.


하준은 너무 심신이 피로한 나머지 헛것을 보는 거라 생각했다.


“하루쯤은 뭐···"


이곳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 떠오르는 시스템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무엇 하나 확실하게 알지 못했지만, 우선은 따르기로 했다.


‘저 실패 패널티도 신경 쓰이고.’


손재주 -1.


-1 이라는 게 어느 정도로 영향이 미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고작 감자를 심는 것 정도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게도 어차피 준비 중이니.’


하준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는 괭이를 꺼내 손에 쥐었다.


“아무 데나 하면 되나?”


쪼그려 앉은 하준은 곧장 괭이로 흙바닥을 내려쳤지만.


티잉!


둔탁한 쇳소리가 나며 괭이가 튕겨져 나왔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농사 구역이 아닙니다. 농사 구역을 설정하여 주십시오]


“농사 구역? 설정을 어떻게 하는 건데.”


[인터페이스를 조작하여 구역 설정 -> 농사 구역 설정 클릭 후 원하시는 구역을 지정하시면 됩니다]


하준의 말을 듣고 있는듯 자연스러운 안내. 


그는 찝찝한 감정을 뒤로 한 채 허공에 떠 있는 메시지의 말대로 인터페이스를 조작했다.


“이런 식이구나. 그럼 우선은···"


농사 구역 설정 칸에 들어가자 그의 눈에 렌즈가 덮어 씌워진것처럼 지정할 수 있는 범위들이 초록색으로 빛났다.


“여기는 안되나 보네.”


농사가 불가능한 지역은 붉은색으로 표시되며 아무리 연타해도 지정이 불가했다.


적당한 구역을 고른 하준은 농사 구역을 설정했다.


[농사 구역이 설정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씨앗을 심어 작물을 길러 보세요!]


그러자, 하준이 지정한 구역에 나무 울타리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나타났고.


그는 괭이와 씨앗을 들고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푸욱.


이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 싶어 괭이를 천천히 밀어 넣었더니 부드럽게 쑥 들어갔다.


“나름 주말농장 에이스란 말이지.”


그가 다녔던 레스토랑 뒤편에는 갓 수확한 작물로 요리를 만들기 위해 조그마한 텃밭이 존재했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종종 찾아가서 관리를 해주곤 했었고 그가 길러낸 작물들은 맛이 꽤 좋았다.


“일단 토양부터 확인해 볼까.”


구석에 위치한 흙을 뒤집어 토양의 상태를 확인한 하준.


“뭔데...왜 이리 촉촉한 건데.”


나름 비싼 토양을 사다가 길렀던 레스토랑의 텃밭보다도 상태가 좋아 보였다.


비료 따위 필요도 없을 만큼 말이다.


“이 정도면 바로 심어도 되겠네.”


토양의 상태는 좋았지만, 문제는 평평한 땅.


하준은 미친 듯이 괭이질하며 이랑과 고랑을 만들었다.


“어후...평소에 운동 좀 해둘 걸 그랬나.”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서서 일하는 직업 특성상 다리 근육 하나는 끝내준다고 자신하고 살아왔건만 농사는 역시 만만히 볼 분야가 아니었다.


심을 건 30개 정도 하는 씨앗.


씨감자도 아닌 감자 씨앗을 심어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고민을 거듭하며 신중히 심을 장소를 골랐다.


“감자는 경사면에 심는 게 맞긴 한데.”


두툼하고 불규칙하게 자라는 감자 특성상. 


이랑 꼭대기에 심는 것 보다는 경사면을 파고들어 심는 게 효율이 좋았다.


“평소대로 심어 볼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글모장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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