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는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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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박이
작품등록일 :
2024.09.23 20:30
최근연재일 :
2024.09.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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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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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1화






“으아아아아아!”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 누워서 칭얼거리고 있었다.




드르륵.


누군가 남자의 방에 문을 열고 들어왔고, 침대에서 칭얼거리던 남자는 밝게 웃으면서 방 문을 연 사람을 반기며 말했다.


“나 심심한데 놀아주려고 온 거야?”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는 웃으며 그 남자를 바라봤지만, 방에 들어온 남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 숨을 내쉬며,


“천호님, 지금 일하러 오시지 않고 뭐하시는 건가요.”




이곳에서 천호라 불리는 이. 구나일.


천년을 수행하며, 아니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천호는 가진 이름만 천호일 뿐 실제로는 그 이상을 나보다 더 오래 살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수행했는지조차 이곳에 존재들도 알고 있는 존재들이 몇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 천계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데.


“당장 일어나십시오.”


그런 강하고 지위도 있는 존재가 침대에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저런 모습을 누가 믿을까.




“윤덕아, 나 아프다. 오늘 일 못한다고 전해줘.”


진짜 내가 더 강하면 한 대만 때리고 싶다.


나보다 더 강한 존재이니 내가 강제로 이불 속에서 끌어 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소리치며 말싸움을 한다면 내가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낮은 것들에게 보일 모습이 아니니까 어떻게 든 조용히 끝내야 한다.




“천호님, 안 아프신 거 알고 있습니다. 당장 일어나세요.”


“아니 진짜 아파. 나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일 못해. 당장 돌아가.”




어차피 저런 모습은 자주 봐왔다. 내가 천호님을 모신 지 기간을 따진다면 정확히 셀 수 없을 정도이니까. 기억할 수 있다면 기억하고 싶지만 천계의 일은 너무도 해결해야 될 것들이 많으니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윤덕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왔고, 방 바닥에 굴러다니는 병을 하나 주워 온 힘을 다 해 침대로 던졌다.




챙그랑!




“아악!”


윤덕이가 던진 술 병은 얼마나 힘을 담아 던졌는지, 이불이 충격을 흡수했음에도 술 병은 깨졌고, 윤덕의 힘이 담긴 병을 맞은 나일이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프잖아.”


머리를 맞았는 지 머리를 문지르면서, 이불 밖으로 나왔지만


“당연히 술을 그렇게 마셨으니까 머리가 아프죠!”




윤덕이가 술 병을 하나 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나일이의 방 안에는 수많은 술 병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윤덕이는 그 중에 하나를 던진 것이었다.


“당장 일어나십시오. 저도 더 이상 못 참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네가 조금만 더 고생하자.”




나일이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알겠습니다. 저는 분명히 선택권을 드렸지만 움직이지 않으시니까 어쩔 수 없네요.”


“응?”




순간 윤덕이의 말에 궁금증이 생긴 나일이가 윤덕이를 바라봤고, 윤덕이의 손에는 기다란 밧줄이 손에 들려 있었다.


“그걸로 나 묶어서 데리고 가게?”




그 말에 윤덕이는 웃으면서,


“제가 그럴 힘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저는 문관일 뿐인데. 그저 상제께서 빌려주신 물건이죠.”


“상제께서?”




나일이는 그 물건에 대해서 물어보려 했지만, 더 이상 말은 나오지 않았다. 윤덕이가 간단하게 휘두른 그 밧줄은. 아니 채찍은 엄청난 속도로 나일이를 때렸다.




당연히 평소였다면 나일이 정도 되는 이에게 채찍질이 아플까? 아니 애초에 몸에 닿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덕이도 저런 이를 상대하는 데에 평범한 물건을 가져온 것이 아닌 상제의 힘이 담긴 물건이다.




“끄아아아아아악!”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 이불에서 뛰어나와 맞은 부위를 움켜 잡으며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윤덕이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한 대 더?”


나일이도 저 미소는 처음보는 것 같았다. 여태 윤덕이의 수많은 표정을 보았지만, 저런 미소는 처음보는 것 같다. 저 미소는


“윤덕아 재밌냐?”




채찍을 만지며 윤덕은


“이런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제가 왜 여태까지 고생했을 까요?”




그 말을 끝으로 윤덕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오직 행동만을 보일 뿐이었다.


촥! 촤악!




계속되는 채찍질 소리에


“끄악!”


“아파!”


“아프다고!”




누군가의 고통에 소리치는 소리가 천계에 울려 퍼졌지만,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미 나일이에 관한 일이라면 모두 손을 땐 상태이고 윤덕도 생각보다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으니 누구도 쉽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쿠당탕!




나일이는 그런 윤덕을 상대로 도망을 선택했지만, 그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 채찍이 일반적인 채찍이었다면 길이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 뭔 채찍이 길이가 이렇게 길어!”


상제의 힘 때문인지 길이의 제한이 사라졌고, 오직 휘두르는 자가 때리고 싶은 자만 노려 때리는 신기한 채찍이었으니, 나일이가 아무리 빠르게 도망가도 채찍은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어 나일이를 때릴 뿐이었다.




“끄아아악!”


당연히 나일이의 속도를 잡을 수 없는 문관 윤덕은 그저 채찍이 향하는 곳을 천천히 따라가며 나일이를 쫓아가고 있었다.




쾅!


나일이가 채찍을 맞으며 어떤 방의 문을 강하게 열며 소리쳤다.




그 방에 있던 방의 주인은 그런 나일이가 이미 올 줄 알고 있는 듯 방 문을 연 나일이를 아무런 말도 없이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상제님!”




하던 일을 멈추고 아무런 말도 없이 나일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나일이는 그런 상제를 보고


“미치셨습니까! 윤덕이에게 저런 위험한 끄악!”




채찍은 나일이를 끝까지 따라왔고, 상제의 방에 들어온 나일이를 때릴 뿐이었다. 상제의 힘이 담긴 물건이라 나일이가 힘을 끌어올려도 반항하기 쉽지 않았다.




장소가 다른 곳이었으면 몰라도 천계 위에서는 상제의 힘이 가장 강한 곳이니까. 그것도 그 본인과 가깝기까지 하니 쳐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채찍은 나일이가 상제의 방에 들어온 지도 모르게 계속 휘둘러 졌고, 윤덕이가 뒤 늦게 상제의 방에 도착했을 때는 나일이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윤덕은 상제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소인. 천호님께서 상제님의 방에 들어가신 줄 모르고 채찍을 휘둘러 상제님을 혼란스럽게 한 죄 달게 받겠습니다.”


허리도 90도로 굽히며 상제님께 죄를 청했지만, 상제는 별 다른 반응 없이


“그건 신경 쓰지 말 거라. 애초에 너에게 휘두르라고 준 채찍이니까. 채찍은 눈이 없지 않느냐.”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윤덕이를 바라보는 상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제를 남자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상제의 모습은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런 상제의 시선은 윤덕의 옆에 있는 일그러져 있는 나일이에게 향했고,


“내가 너에게 좋은 물건을 줬구나.”




웃으며 말하자, 일그러져 있던 나일이는


“이 미친 할망 끄아아아악!”


윤덕이 채찍을 휘두르지도 않았지만, 나일이의 입은 누군가 잡고 당기는 듯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털썩.




이미 윤덕이가 휘두른 채찍에 일그러졌지만, 상제의 힘을 제대로 맞은 나일이는 더욱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상제는 그런 나일이의 모습을 보며


“윤덕아 채찍을 적당히 휘둘렀어 야지. 저 잘생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지 않느냐? 그렇지 않아도 볼 것은 얼굴 밖에 없는 놈인데.”




마지막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든 것은 상제였지만, 윤덕은 그저 고개를 숙여


“죄송합니다.”


이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옆에 일그러진 나일이는


“저 미···”


쾅!




무언가 나일이를 강하게 때렸고 나일이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일이가 쓸데없는 말을 참 많이 하는 구나.”


상제는 웃으며 윤덕이를 바라봤고, 윤덕이는 그런 상제를 바라본 뒤, ‘죽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일이를 바라봤지만, 상제님께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죽은 것은 아니겠지.




“죽었나?”


“예?”


항상 침착함을 유지했던 윤덕의 얼굴이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쓰러져 있던 나일에게서 상제로 시선이 옮겨졌지만, 상제는 정말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윤덕도 천계에 있은 지 오래 되었고, 천호를 모시다 보니 상제를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천호가 일을 하지 않으니 모든 천호의 일을 윤덕이 처리하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윤덕이도 저런 상제의 반응은 많이 본 적 없는 반응이었다. 아무리 장난 끼가 많고 유치한 모습도 보일 때도 있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적도 거의 없고 매사에 장난이고 누군가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고···


“윤덕아 표정에 다 보인다.”


“크흠.”




아무튼 그런 상제지만 저렇게 당황하던 표정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저런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것이면 정말로 당황한 것인데, 윤덕이의 시선은 다시 나일이에게로 향했고 나일이는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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