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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404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3.27 13:00
조회
2,037
추천
18
글자
12쪽

9화-세계수(2)

DUMMY

남좌 9성

결계 파괴 술식

Mirror Drop

아인즈식 변형

명현(明賢)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볼 수 없었을 그의 뒷모습이 아인즈의 뒷모습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아아아······”


의지했고,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하지만 갑작스레 떠나가고야 말았던 그의 모습의 투영에 그녀의 입에서 감격에 찬 탄성이 흘러 나왔다.

분명, 분명 그였다. 떠나간 그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떠나갔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저 뒷모습은 결코 자신을 떠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것을 약속이라도 하는 듯 그의 외침이 공간 전체를 뒤흔들었다.


-부수어져라!


그리고, 주변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마치 저 위에서 떨어진 유리판이 부서져 내리는 것처럼, 안개가 개이는 것처럼.

그렇게 부서져 내린 그 너머로 그녀는 보았다. 이 모든 어둠의 근원이자 자신과 동일한 세월을 전혀 다른 곳에서, 자신과 같은 빛이 아닌 이 탑의 어둠 속에서 살아왔던 존재를.


-!!!!!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나무였다. 엔트? 드라이어드? 고작 그런 것으로는 저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뭇잎은 한장도 없고, 모조리 불에 탄 것처럼 검었고, 금방 불이 꺼진 것처럼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앙상한 그 가지에서 세상의 온갖 부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그녀의 몸이 가늘게 떨려왔다. 그것은 빛을 받고, 누리며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게 되는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저 앞, 바로 그 존재의 앞에 서 달려 나가는 아인즈는 온몸을 감싸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아, 하하하하!”


그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저 기쁘고, 흥분되어 그러는 것이 아닌 마치 무언가를 토해내려는 것처럼.

정말 슬프고, 외로울 때에 사람들이 우는 것처럼 그는 그렇게 웃었다.

눈물이 슬픔을 씻어내고 외로움을 감싸 안는 것처럼. 웃고, 또 웃으면 그 소리가 그의 모든 것을 끄집어 내 어루만져주기라도 할 것처럼 그렇게 웃었다.

차라리 그건 울음보다도 못하고, 배는 족히 더 슬픈 그런 곡(哭)이었다. 세상에 내지르는 절규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끝없이 자신을 비관하고 포기해야 하는데, 포기하고 싶은데 그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이의 처절하고 슬픈 그런 울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웃었다.

친구가 부탁했고, 노인이 충고했고, 아버지가 안아 주었다. 그래서 죽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니까, 가면을 쓰고 위선을 뒤집어 쓰고 살아가야만 하니까.

그러니까 웃었다.

적어도 그렇게 상처를 덮어두고, 가면을 뒤집어 쓰고 웃고, 또 웃다 보면은 상처가 썩고, 곪아 문드러져 버리든, 어느샌가 나아 흉터만이 남아있든 언젠가는 결정이 날 테니까.

그러니까,


“놀아보자!”


그는 자신에게 스스로가 쥐어준 역할에 충실하기로 결정했다.

그래, 이 세계라는 거대한 연극 무대 위에 자신이라는, 행복하고 즐거운 자신이라는 배역을 상처입고 힘들고 지치는 자신이라는 배우에게 쥐어준 것이다.

그러니 그는 웃는다. 그것이 처절하게 들릴지라도, 고통으로 점철된 것일지라도 웃는다.

그것이, 그가 세계를 살아가기로 하며 스스로에게 씌운 족쇄이며 의무이니까.

그러니 웃는다. 슬프고 아파도 최선을 다해 배역에 충실해서 웃는다.

그러니,


“아하하하하!”


북좌 8성

집중타격 술식

Gatling

아인즈식 변형

연쇄(連鎖)


북좌 9성

범위타격 술식

Big Bang


연계발현

도폭선(導爆線)


웃는다.


콰과과광!


-!!!!!!


거대한 폭발이 존재를 집어 삼키고 그 여파가 아인즈와 스피카마저 덮쳐 들었다. 족히 빌딩 한두개를 뭉갤만한 폭발.

하지만 아인즈는 계속해서 나아가며 마력을 움직였다. 주변의 마력을 끌어 모아 망토처럼 둘러 검은 밤하늘을 만들고, 그 안에 별들과 성좌를 그려 넣었다.

비록, 아직 자격이 되지 않아 상대천좌는 없지만 지금의 대적에게는 이정도 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걸음, 두걸음, 그리고 세걸음.

마침내 그 존재를 눈 앞에, 공간에 담아낸 아인즈가 얼굴 가득, 비소를 그렸다. 그런 그를 발견한 듯 존재가 분노로 포효했다.


-KAAAAA-!


아팠다. 싫었다. 기껏, 겨우 밖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되었건만 어째서 저들은 자신을 괴롭히려 하는가!

그렇기에 존재는 분노하고, 포효했다. 자신이 느낀 이 고통을 돌려주고, 똑같이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하게! 이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존재의 앞에 선 아인즈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거 알아?”


-KAAAA-!


존재가 휘두르는 몸체가 휘둘러져 거대한 궤적과 함께 바닥에 거친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애초에 그를 노리고 노려졌을 그 궤적은 무의미하게 바닥을 긁었을 뿐이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건만, 그 어떤 징후도, 징조도, 원인도 없이 변해버린 결과에 아인즈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말이야.”


그의 몸이 앞으로 나아가고, 그런 그를 따라 그의 주변의 일정한 공간이 함께 그를 따라 움직여 나갔다.

마치, 그 공간이, 그 안에 속한 작은 세계가 그를 따르는 것처럼.


“내가, 신이야.”


마력을 두르고 있었지만 그것은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이것은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던 일종의 ‘권능’. 그래, 권능이다.

다른 이들의 것처럼 ‘이능’이라 불리는 것이 아닌 신의 그것과도 맞먹는 ‘권능’.

그의 권능에 따라 마력이 도구로서 휘둘러지고, 마력에 상응하는 딱 그만큼의 존재가 스러져갔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합치면 0이 되어 아무런 의미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아인즈의 눈 앞에 있던 거대한 존재가 담고 있던, 지니고 있던, 유지하고 있던 막대한 마력이 아인즈의 마력과 함께 0이 되어 사라져갔다.


“아아······”


그 놀라운 모습에 스피카의 입에서 멍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저것은, 마법이 아니다. 저것은 단순한 ‘의지’의 산물이다. 그래, 그야말로 신의 그것과 같은. 범위는 비교하는 것이 수치스러울 정도로 차이가 날지 몰라도 저것은 정녕 신의 그것과 같은 ‘권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보이는 마법이.

그가 보이는 재능이.

그가 투영하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저런 재능을 가지고, 저런 능력을 가지고 무엇인들 불가능할까. 범위가 아무리 작다고 한들 그것은 신의 기준.

인간의 기준에서는 너무나 넓고 큰 범위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곳의 신은 세계의 룰을 지키는 선에서 무한히 강해질 터였다.

그 스스로가 이 세계를 유지하는 법칙 위에 설 때까지.

그렇기에 그녀는 맹세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짐했다.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고.

속물이라 해도 좋다. 야비하다 해도 좋다. 창녀라 욕해도 상관 없다.

자신은 그저, 그의 곁에 있고 싶은 것일 뿐이니까.

수천년의 시간을 지나 보내며 그녀가 깨달은 것은 하나였다. 인간은, 언제까지고 인간일 수 밖에는 없다는 것.

제아무리 긴 시간을 보내고, 제아무리 높은 격을 이루고, 제아무리 강대한 힘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그 근본은 인간일 뿐이라는 것.

그렇기에 그녀는 다짐하고 맹세했다. 그의 곁에서 언제까지고 지키고, 돌봐줄 것이라고.

그가 그 길에 지치고 힘들어서 쓰러지고 싶을 때 그가 몸을 기댈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그가 그 여정에 외롭고 아파서 포기하고 싶을 때에 그의 뺨을 닦아 줄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위로를 주었듯, 자신 역시 그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싶었다. 적어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만큼은 그에게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되는 이가 되고 싶었다.


“아아······”


‘나는, 사랑에 빠지고야 만 거군요.’


그가 고맙고, 그를 사모한다. 그러니 그도 자신에게 의지하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설혹 그러지 않더라고 그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언제까지고 기다릴 터였다.

수천년의 끝에서, 마침내 찾아온 그 끝에서 그녀는 진정 사랑을 만났다. 진심으로 가족이 되고 싶은 이를 만났다.


‘내가, 지켜줄게요.’


“후우······”


완전히 0으로 돌아가 소멸해버린 존재의 모습에 아인즈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지 모르게 허탈하고, 개운한 그런 한숨이었다.

지금의 이 싸움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았고, 자신의 존재를 정의했다. 하지만 그것에 헛웃음이 나왔다.

기껏 내린 결론이 배우라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제고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어릿광대와 자신이 다를 것이 무얼까.


‘아니, 됐어.’


우울한 상념을 털어내며 걸음을 옮겼다. 이미 결정된 사항. 이런 식으로 돌아본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그렇게 속으로 말하며 발을 내디딜 때 무언가가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잘그락.


“음?”


뭔가, 하고 허리를 숙여 집어보니 맑고, 투명한 결정이 있었다. 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수정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세계, 그 자체였다.


“이게 무슨······?”


그가 그렇게 의문을 표할 때 그의 주변을 도도히 흐르고 있던 마력이 수정에 빨려 들어갔다. 아니, 수정이 빨아들였다.

황도, 북좌, 남좌, 별, 밤하늘이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그대로 쏟아지듯이 빨려 들어갔다.


“무슨······?!”


그 당황스러운 상황에 그가 황망히 손을 털자 결정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분명 맑고 맑은 투명한 수정이었건만 어느새 물든 것인지 그 안에는 검은 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아인즈의 마력처럼.


“······?”


“아인즈!”


이해할 수 없는 변화에 그가 의아함을 표할 때에 스피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그가 고개를 돌리자 절박한 얼굴로 달려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 잡혀왔다.


“아인즈!”


스피카는 소원했다. 자신의 마음이, 이 절박함이 그에게 닿기를. 하지만 닿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그저 의아함을 얼굴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마력 자체가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며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아인즈!”


찰나라고 해도 좋을 시간에 간신히 그의 곁에 도달한 그녀가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손은 끝내 그에게 닿지 못했다.

콰웅.


“······!”


둔중한 액체가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이, 액체가 덮쳐 들기라도 하는 듯이 그녀는 자신을 감싸는 무겁고, 부드러운 물결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달려왔던 거리만큼을 다시 튕겨나가며 바닥을 구른 그녀가 다급히 고개를 들어 올려 아인즈를 찾았다.

그리고 보았다. 그녀의 새 가족을.


“아인즈!”


저 멀리 어딘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아니, 그녀는 분명 가까이에 있다. 기껏해야 100m도 되지 않는, 한 호흡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그녀는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액체 같은 물성을 띄고 있어서일까? 그녀의 목소리가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아인즈는 그런 것에 생각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일어나는 신비가 그만큼 그의 시선을, 신경을 앗아가고 있었으니까.

그가 내던진 결정에서 다시금 마력이 뿜어지며 주변의 마력을 일제히 끌어 당겼다.

만약 터지기라도 한다면 단숨에 왕국을 멸망으로 몰고 갈 그런 수준의 마력이었지만 아인즈의 시선은 오직 그 마력에 빼앗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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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1) 16.06.04 1,110 18 12쪽
25 24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2) +1 16.06.04 994 16 12쪽
24 23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1) +1 16.06.04 1,102 18 12쪽
23 22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2) +1 16.06.04 1,062 18 12쪽
22 21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1) +1 16.06.04 1,063 17 14쪽
21 20화-만남을 위한 이별(6) +1 16.06.04 1,244 18 12쪽
20 19화-만남을 위한 이별(5) +1 16.06.04 1,215 21 11쪽
19 18화-만남을 위한 이별(4) +1 16.05.29 1,219 16 12쪽
18 17화-만남을 위한 이별(3) +1 16.05.22 1,346 19 12쪽
17 16화-만남을 위한 이별(2) +2 16.05.15 1,487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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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별의 노래(3) +1 16.04.24 1,506 16 12쪽
13 12화-별의 노래(2) +1 16.04.17 1,570 21 12쪽
12 11화-별의 노래(1) +1 16.04.10 1,625 18 12쪽
11 10화-세계수(3) +1 16.04.03 1,778 20 12쪽
» 9화-세계수(2) +2 16.03.27 2,038 18 12쪽
9 8화-세계수(1) +1 16.03.20 1,959 21 13쪽
8 7화-천문대(2) +2 16.03.19 2,270 27 13쪽
7 6화-천문대(1) +2 16.03.19 2,699 32 12쪽
6 5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3) +2 16.03.19 2,902 29 12쪽
5 4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2) +1 16.03.19 3,399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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