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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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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4.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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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12화-별의 노래(2)

DUMMY

“제발, 제발 조금만 더! 아직 이름조차 불러주지 못했어!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능력마저 한계까지 운용하고서야 겨우 몸의 마비가 풀어졌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한걸음을 내딛은 그가 서 있는 곳은, 처음의, 어둠이 사위에 내려앉은 그곳이었다.


“아······”


그저 허공을 움켜쥐고 있을 뿐인 손을 내밀고 있는 그를 향해 이곳의 주인인 그 존재의 질문이 들려 왔다.


“감상이 어떻지?”


하지만 그 질문에는 대답할 정신도 없이 아인즈는 그저 손에 감도는 허망함과 머리속을 헤집은 미래시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잔인하게도 존재가 다시 질문을 던져왔다.


“네가 강제로 열어젖힌 문 안을 감상한 기분이 어떻지? 감상이 자못 궁금하군.”


“하.”


“음?”


기대와는 전혀 다른, 한숨 같은 그 탄성에 존재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아인즈에게서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으음?”


더욱 알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존재의 모습에 성큼 다가간 아인즈가 그 목이라 추정되는 부분을 잡아 올렸다.


“대체, 나한테 이런 빌어먹을 짓거리를 벌이는 이유가 뭐냐.”


“······?”


“그 전에도! 지금도! 대체 왜 중간에 다 끊고, 길을 막고! 약속된 모든 것을 어째서 다 막아서고 있냐고! 나는 묻고 있는 거다!”


“아.”


그 말에 알았다는 듯, 검은 형체일 뿐인 존재가 감탄사를 뱉었다. 그리고는 웃었다. 이가 드러날 정도로 활짝.

온통 검은 그림자 뿐인 그 형상에 그런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 활짝 웃었다.


“나는 또 뭐라고. 겨우 그런게 궁금했던 거야?”


“이 자식!”


그 알에 아인즈의 분노가 가일층 거세어졌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자신이 무슨 감정으로 그곳에서, 멀어져가는 미래에 손을 뻗었는지 그것을 겨우 그런 것. 이라고 치부하는 상대에게 살심이 치밀었다.


“죽여 버린다.”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그 말에도 존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조금 전과는 다르다면 이번에는 키득거리는, 비웃음이 담긴 웃음이랄까.


“아니, 우습잖아? 스스로에게 가해진 축복도, 저주도, 제한도 알아채지 못하는 꼴이라니.”


“뭐?”


“잘들어.”


얼굴을 아인즈에게 들이민 존재가 푸욱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초에 이 세계. 아니, 다른 모든 세계들조차도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움직여. 그런데 그 시스템이 예외가 적용된다? 그건 하나야. 그 시스템을 악의적으로 벗어났거나, 혹은 세계의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거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여전히 으르렁거리는 아인즈를 비웃기라도 하듯 존재가 흩어지더니 아인즈의 앞, 원래의 간격과 같은 곳에 나타났다.

조금 전의 웃음은 마치 거짓이기라도 했다는 듯 어둠이라는 말이 완벽히 어울릴 정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그 두가지 케이스 모두 세계의 사랑, 은총을 한 몸에 입고 있다는 거다. 애초에 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한은 결국 세계의 의지가 개입해야만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건 지금 너 역시 마찬가지이고.”


“······무슨 뜻이지?”


“다, 이유가 있다는 뜻이야.”


잠시 예의 키득거림이 흘러 나오고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존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애초에 네가 가진 능력. 그런 게 과연 고작 이능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일까? 전혀! 그리고 네가 겪은 두번의 제지와 추락은 과연 정상적일까? 아니! 그리고 네가 겪고 있는 아픔은······글쎄. 세계의 의지는 나조차도 잘 몰라서.”


“······”


“아아, 정말이지 아쉬워. 이 모든 이야기를 나 혼자만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니. 정말, 네가 반드시 이곳에 다시금 도달할 것을 알지만 난 성격이 급한 편이라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네.”


“그게 무슨 말······!”


존재 홀로 기억한다는 말에 아인즈가 걸음을 내디뎠지만 그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어느새인가 위는 물로 아래도, 바닥도, 좌도, 우도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태초의 혼돈과도 같은 그 상태에서도 아인즈는 분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기억하려고 애쓰지마. 떠올리려 애쓰지마. 끄집어내려 애쓰지마. 되찾으려 애쓰지마. 그저 나아가고 또 나아가.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존재가 환하게 웃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분명 이루어 질 테니까.”


‘그게, 무슨······!’


몸의 기능조차 상실되어 버렸는지 완전히 멈춰버린 몸탓에 그저 생각 밖에는 하지 못하는 그 눈을 보며 존재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최대한으로 노력해서 다시 돌아와. 나는 그때까지 네 것들을 보관하고 있을 테니까. 세계가 너로 하여금 많은 것을 빼앗아갔지만 그건 모두 세계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네가 불행하면 세계 역시 불행해.”


그 말을 끝으로, 아인즈의 의식이 어둠 저편으로 내던져졌다.


* * *


“아······아아······!”


아무것도 없이 그저 홀로 하늘 아래에 있을 뿐인 자신을 발견한 그가 처음 보인 반응은 지독한 절규였다.


“아아아, 으아아아아! 으아, 으아아아아!”


분명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분노하고, 말하고, 대화하고, 만지고, 감지하고, 기억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 어느 것도 모두 어둠에 집어삼켜져 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명 그 잔재는 남아 그때의 감정이 이토록 선명하건만 기억이 없다. 그때의 감정들이 이토록 아프게 가슴을 헤집어 놓고 있는데 그 감정의 근원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치, 흐릿한 메아리만이 들리는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는 그 느낌에 아인즈는 미칠것만 같았다.


“으아아아아! 으아아! 으아아아아아!”


“아인즈!”


그때 무언가를 감지한 듯 굳은 안색으로 올라오고 있던 스피카가 바닥을 뒹굴며 절규하는 그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아인즈! 정신 차려요!”


“아아, 으아아아! 아아······!”


“아인즈, 정신 차려요. 네? 아인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서일까. 온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좋을 대로 뒤틀고 있던 그의 눈이 그녀를 마주했다.


“스······피카······”


얼마나 크게, 간절하게 울었으면 이렇게 목이 다 쉬었을까. 그런 생각에 잠겨오는 목소리를 부여 잡으며 떨리는 그의 몸을 가만히 끌어 안았다.


“스······피카······!”


이제 그 가슴을 후벼 파는 것만 같던, 내장마저 모두 토해내는 것만 같던 절규는 그쳤지만 자신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들썩이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더 애달프고, 아파 보였다.


“아인즈······”


“나, 나······흑, 크흑······!”


“아인즈······”


“크흑, 헉, 크, 하악! 크흐흑······!”


말을 잇지 못하고 들썩이기만 하는 그 모습에 그를 품고 있는 그녀의 얼굴마저 일그러져 갔다.

얼마나 아프면 이렇게 말도 잇지 못하고 들썩이는 것일까.

얼마나 슬프면 이렇게 그 울음마저 제대로 못한 채 흐느낌만을 토하는 것일까.

자신을 안아주고, 보듬어 주던 그의 모습이 투영되며 오히려 더한 애잔함이 그녀를 덮쳐 왔다.


“괜찮아요. 괜찮아. 제가 있잖아요. 혼자 그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까 저한테 속 시원하게 말해 봐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아니면 그 울음 섞인 목소리에 답하는 것일까. 아인즈의 잠ㄸ그 잠긴 목소리가 들려 왔다.


“스피카······나, 내가, 분명히, 분명히······봤어. 봤다고.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그런 걸······봤는데······!”


“아인즈······”


“그런데, 그런데······아무것도 기억이 나지를 않아. 아무것도! 분명히 잊어서는 안 되는데!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어! 분명히, 분명히 기억해야 하는데도!”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그의 주먹이 움켜쥐어졌다.


“아무것도······기억이 나지를 않아······”


“아인즈······”


그 말을 끝으로 자신에게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그를 품은 스피카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한가득 원망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세계는 이토록 이 사람에게 잔인한 것인가요. 그 역시도 견디기 힘들만큼의 슬픔을 안고 있는 것을 아는데 어째서 이렇게 또 다른 슬픔마저 주는 것인가요.’


첫 만남. 그때 그의 눈을 본 그녀는 분명히 알았다. 그도, 자신과 다를 것이 없는 상처투성이의 엉망이 되어버린 약하디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안고, 달래어 주었다.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도 않고 그렇게. 겉으로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 얼마나 여리고 약한 이가 있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모두 당신이 싫어하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인간이 감당키에는 과분한 사랑이기 때문인가요. 그것이 무엇이건 저는 당신에게 원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 닥치는 시련의 크기는 그의 존재의 크기와 동일하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폐인이 되는 것은 그저 그의 그릇이 약할 뿐. 그는 본래 시련을 이길 수 있는 존재일 터였다.

그러니 그녀는 소원했다. 부모님이 떠나가고, 원망을 한 뒤로 다시는 올려다 보지 않은 밤하늘의 별들을 향해 기원했다.


‘하지만 부디, 이런 부족한 저의 소원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부디 그에게 주어질 슬픔을 한푼을 덜고, 기쁨을 한푼만 더해 주세요. 제가 이렇게 소원합니다.’


그녀의 눈에서, 별을 닮은 빛이 하나 떨어져 내렸다.


* * *


털썩. 그런 소리가 날 법한 모습으로 아인즈의 몸이 소파에 푹 파묻혔다. 온몸에서 힘을 쭉 빼고는 그대로 오른 손을 들어 얼굴을 덮는다.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아인즈의 모습을, 스피카는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아인즈가 절규하던 그 날부터 벌써 일주일.

어쩐지 텅 비어버린 듯한 그의 모습을 보며 스피카는 하루도 편히 지낼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시선을 떼었다가는 그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런 그의 상태를 곧장 느끼고 있는 것인지 그것은 에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곧잘 아인즈에게 달라 붙어 애교를 부리거나 칭얼대고는 하던 그녀였지만 그날 이후로는 조용히 그의 곁에서 책을 보거나 손장난을 하고, 아인즈의 품에서 잠드는 정도가 전부였으니까.

아인즈 역시 그런 에아의 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고는 했다. 애초에 그 역시 에아와 스피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따름이었으니까.


‘낙천(落天)······이라.’


그날, 그 공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서고에 마련된 수 없이 많은 장서의 사이에서 자신과 꼭 같은 일을 겪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낙천이라 불리는, 일종의 규정되지 않은 격의 추락현상. 본래대로라면 곧장 진리에 도달해 신위를 획득해 인간이라는 한계를 벗었을 터이나 알 수 없는 사유로 인해 그것이 차단된 상태.

하나같이 경험한 이들을 절망과 분노로 끌어들인 그 현상이 자신에게 일어났다는 것에 아인즈는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간신히 삼키고 있었다.


‘하아······’


낙천을 겪고도 그 위로 올라간 이는 사실상 없는 상황. 그저 세계의 변덕에 절망하며 한숨과 눈물로 생을 허비한 이들이 전부였다.

그것이 자신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는 상황.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아인즈는 한켠으로는 안도를 느끼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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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1) 16.06.04 1,110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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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만남을 위한 이별(3) +1 16.05.22 1,34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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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별의 노래(3) +1 16.04.24 1,506 16 12쪽
» 12화-별의 노래(2) +1 16.04.17 1,570 21 12쪽
12 11화-별의 노래(1) +1 16.04.10 1,625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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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세계수(2) +2 16.03.27 2,03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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