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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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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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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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1)

DUMMY

승아가 이겼지만 XK 마르스의 위기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2:2 상황에서 잠시 쉬고 재개된 경기.

이어진 경기에서 XK 마르스는 위기 상태인 팀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패배, 그리고 또 패배. 그리고 시즌 첫 경기의 패배.

경기를 하다보면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었지만 XK 마르스 팀원들의 경기력이 문제였다. 질 경기는 어이없이 지고, 이길 경기는 겨우 이기거나 졌다.


5세트의 제갈길은 언제나 그렇듯이 무난한 운영을 선보이면서, 무난하게 졌다. 상대가 강팀의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괴물다운 물량도 없었고, 그렇다고 강한 찌르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무난히 패배한 제갈길. 분명 팀 내 평가전에서는 6위안에 드는 성적으로 종원을 잡기까지 했지만, 실전은 달랐다. 새가슴이라고 평가받는 제갈길의 문제였다.


6세트의 손동운이 이런 상황을 반전 시키리라 모두 의심치 않았다. 상대는 인간 종족의 이진영. 근대 안에서 주전이기는 하지만 손동운이 날카롭게 잡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왠걸.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동운은 언제나처럼 기계전사 찌르기로 시작했는데, 기계전사 찌르기에 일꾼이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이진영은 기계전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이에 앞마당을 빨리 가져가서 많은 물량으로 손동운을 압도하며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지 않고 경기를 4:2로 근대의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XK 마르스는 학도가 살아나고 승아가 완벽한 실력을 보여주지는 않았더라도 지난 시즌과 달리 어느정도 멘탈이 회복되어 초창기같은 날카로운 찌르기로 희망을 주었다면, 그외의 모든 것은 암담해 보였다.


5세트에 출전한 제갈길이 패배한 것은 항상 그랬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6세트에 출전한 손동운이 패배한 것은 XK 마르스의 팬들로서는 충격이었다. 지난 시즌 승아가 멘탈이 흔들려 부진했을 때에도, XK 마르스의 팬들은 참고 견뎠다. 주장인 동운이 건재했고, 종원도 점점 실력이 올라오고 있었다. 승아가 댓글 등에 흔들려 멘탈이 약해져 경기가 이상해 졌을 때에도 팬들이 믿고 버텼던 것은 팀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애정은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상욱이야 부상으로 경기를 빠졌었기 때문에 부진하다고 해도,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XK 마르스의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운영을 간 선수들은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으며, 초반 찌르기를 간 선수들은 창이 날카롭지 못했고, 초반 찌르기를 막는 선수들은 방패가 튼튼하지 못했다.


***


그날 밤.


경기가 끝나고 휴게실에는 동운과 승아, 그리고 원재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재는 휴게실의 자판기에서 고려콜라 캔을 뽑았다.


덜컹-


“음. 역시 콜라는 고려콜라지. 승아는 같은걸로?”

“네. 오빠.”

“오케이. 동운이는?”

“아.. 저는 쿨식스요.”

“음? 그거 먹으면 잠 안올텐데? 카페인이 박카스보다 더 들어있어 그건.”

“후.. 놀면 뭐해요. 연습이라도 해야죠. 오늘 질 경기가 아니었는데..”


“음.... 그렇지. 자. 일단 받어. 웃쌰!”

“핫. 예.”


턱- 따각.


치이익---


동운은 원재가 던진 쿨식스 캔을 몸을 살짝 움츠려 받아내고는 캔을 땄다. 쿨식스의 청량한 소리가 동운의 귀를 잠시 시원하게 해 주었다. 원재는 동운에게는 캔을 던졌지만, 승아에게는 캔을 따서 앞에 가져다 주었다.


“형. 숙녀 우대에요? 승아는 캔 따서 주고.”

“응? 넌 쿨식스잖아. 승아는 고려콜라고. 콜라는 던지면 안돼.”


원재는 동운의 불만을 넘기며 고려콜라를 따서 마셨다. 청량한 느낌이 목과 식도를 타고 넘어가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크아~ 역시 고려콜라야. 근데 동운아. 왜? 무슨 이야기 하려고?”


원재가 동운에게 묻듯이 지금의 세명의 모임은 동운이 요청한 만남이었다. 원재가 다른 층에서 다른팀의 감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계열사의 팀인데다가 동운에게 있어서 언제나 마음의 주장은 원재였다. 클랜시절부터 원재에게 물어보면 항상 답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동운은 쿨식스를 꿀꺽꿀꺽 마셨다. 쿨하게 한입에 다 털어넣은 동운은 원재에게 말했다.


“아. 네. 형. 다름이 아니라 우리팀 문제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잘 모르겠어요.”

“무슨 문제?”

“아니.. 뭔가 자꾸 경기를 지는 것 같아서요. 지난 시즌도 그렇고.”

“야. 니가 주장인데 니가 모르면 내가 아냐? 나도 당장 감독에 주장까지 하느라 힘들다.”

“형. 그러지 말고 좀 가르쳐 주세요. 안에서 보는거랑 또 틀릴지 모르잖아요. 형이 보는 눈도 정확하고. 형이 보기에 문제점이 있다면 좀..”

“너도 주장인데 이제 알아서 해야지. 그리고 승아랑 이야기하면 거의 나오지 않아? 승아야. 동운이가 왜이리 심각한건데?”


승아는 앵두같은 입술로 고려콜라를 홀짝홀짝 빨아가며 조금씩 마시면서 원재의 물음에 답했다.


“그게.. 오늘 경기 말에요, 오빠. 이상하잖아요. 아무리 우주전쟁이 승패를 알 수 없는 게임이라지만 오늘 근대가 너무 저희를 잘 막았어요.”

“아니, 근대라도 잘할 수도 있지. 승아 너 그거 위험한 발언이다? 다들 프로야. 프로. 프로 사이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알잖아?”

“아우.. 알아요. 그런데 그런 의미가 아니구요. 우움.. 뭐랄까.. 아! 그러니까 연습실에서는 분명히 날카로웠던 빌드인데, 실전에서 잘 안먹히는 거에요. 저도 이기기는 했지만 뭔가 많이 답답했어요.”

“승아 광희랑 한 오늘 그 경기 봤는데, 기계 상대로 8일꾼 소총병 참호러쉬는 너무한거 아니냐? 그건 당연히 막히지. 이게 무슨 황실의 전투 같이 거리가 가까운 맵도 아니고.. 상대도 프로다. 얕보지 마.”

“뭐. 안먹힐 줄 알았나요. 그래도 그 타이밍에 어느정도 피해를 줄 수 있을 줄 알았죠.”

“설마 그 빌드 연습실에서 먹혔다는건 아니겠지? 그거 당한 놈 누구야? 종원이? 학도? 이건 좀 심각한데. 타이밍이 절대 안먹히는 타이밍이야 그건. 기계 종족인데 그걸 당할리가 있나.”


원재가 인상을 찌뿌리며 승아의 말도 안되는 빌드에 당한 전 팀원들을 나무라자 동운이 눈치를 슬쩍 보다가 손을 들며 말했다.


“.......원재형. 사실.... 접니다.”

“너였냐.. 그런거 당해주니까 승아가 그거 먹히는 줄 알고 쓰는거 아냐.”

“아니, 분명 날카로웠어요. 일꾼을 그렇게 제대로 비빌 수 있는 줄은 몰랐죠.”

“승아가 보여준 컨인데 그걸 모르면.. 승아 너도 다른 기계종족 애들한테 써 보고 실전에서 쓰지..”

“오빠. 우리 기계종족 동운오빠 뿐이에요.”

“그런가?”

“네.”

“호진이.. 아.. 없지.”


잠시 호진을 생각했던 원재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후.. 마르스에 이제 기계 종족이 너 뿐이던가?”

“네. 호진이가 한국항공으로 갔으니까요.”


잠시 이 자리에 없는 호진을 생각하던 셋은 다시 이야기하던 주제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승아 니 말은 문제가 뭔지 모르겠는데 있는 것 같다? 동운이 너도 그래서 못찾겠다고 온거고?”

“네.”

“아니.. 나라고 뭐 알겠냐. 그냥 잘하면 이기고 못하면 지는거지. 일단 오늘 경기 영상 파일들 다 있지?”

“네. 근데 지금 없고 연습실에..”

“그래? 그럼 일단 보고 이야기하자. 나도 보긴 봤는데 중간중간 다른거 하느라 다는 못봤거든.”


그렇게 셋은 XK 마르스의 연습실로 이동했다. 연습실에는 경기가 끝나고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1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어? 원재형?!”

“어. 그래. 학도. 근데 이 늦은 시간에 뭐하냐?”

“뭐하긴요. 형. 연습하죠.”

“그래? 근데 왜 연습하는 놈이 내가 오니까 갑자기 컴퓨터 전원을 팍! 끄냐? 뭐했냐? 야동 봤냐?”

“에이. 형. 그런 현실 여자 따위는 관심 없다는거 아시면서.. 그냥 늦은 시간이라 끄고 자려고 한 거에요.”

“그래? 뭐. 알았다.”

“근데. 형. 뭐하시는 거에요? 동운형도.. 승아도?”


학도의 의문을 뒤로하고 동운은 자신의 자리에 가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는 오늘 있었던 경기를 1경기부터 재생하기 시작했다.


“어? 오늘 경기네요? 이걸 왜.”

“학도야.”

“네. 원재형.”

“일단 경기 좀 보자.”

“네.”


학도가 주절댈 기미가 보이자 생각과 분석 모드로 들어간 원재는 학도의 말을 차단하고는 오늘 있었던 XK 마르스와 근대 사이버 경기의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중간중간 원재의 말에 따라 동운은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동영상을 넘기기도, 중간에 잠시 멈추기도 하며 원재와 승아와 같이 경기를 보고 복기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승아는 경기를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속 경기를 보다보니 학도는 이미 들어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승아도 눈을 비비고 경기를 보았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와서 늦게까지 이렇게 버티고 있자니 아무리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마셨다지만 피곤했다.


승아가 눈을 비비는 것을 본 동운은 승아에게 잘 것을 권했다.


“승아야. 잘래?”

“아뇨. 이거 오빠들이랑 같이 마저 보구요.”


원재는 자신이 눈 비비는 것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만큼 원재는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경기를 분석하며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것 같았다. 승아는 화면을 계속해서 보는 원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 원재가 무언가를 알아냈는지 잠시를 외쳤다.


“잠시만. 이거.. 설마..”

“왜요. 오빠?”

“아니, 이거만 가지고는 확실히 모르겠다. 동운아. 너희 연습 한거 녹화한 영상 있어? 그리고 다른 팀 어제 경기 영상도. 아니 다른 팀 영상은 내가 있다. 너희 거만 줘봐.”

“아.. 네. 누구걸로 드릴까요?”

“흠.. 일단 그.. 종원이랑 너.. 아냐. 다 켜 줘봐. 그리고 그거 일단 여기다 켜 놓고, 니들은 들어가봐.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

“네? 금방 알면 저희가 기다릴게요. 저도 봐야죠. 형.”

“그래. 뭐 네가 주장이니 그렇게 하던가. 지금 뭔가 잡힐 것 같다. 잠시만.”


원재는 몇마디 말을 하다가 다시 동운이 켜 준 우주전쟁 영상을 보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승아도 같이 보려고 애썼지만 졸음이 밀려와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정지화면 같은 상황이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암...”


승아가 밀려오는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하품이 막 터져나올 때였다. 가만히 화면만을 바라보던 원재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알았어! 니들.. 이러니까.. 후우...”


원재는 오늘의 경기영상과 최근의 연습영상을 보고 무언가를 알아챈 것 같았다.


“에? 형! 뭐에요? 뭐가 문제에요?”

“오빠?”

“그러니까 말야.....”


원재는 둘에게 알아낸 사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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