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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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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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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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센 - 성년 파티 1

DUMMY

오늘은 내가 16살이 되는 날이다.


칸다르디야에서 16살은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한 최소한의 나이이다. 그래서 성대한 파티를 열어 어른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축하해 준다.


물론 그렇다 해도 진짜로 성인취급을 해주지는 않는다. 투표권이 생기고 경제적 활동을 시작하는 20살은 되어야 독립된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어쨌든 16살 생일은 특별한 날인 것이다.


상인 계층이지만, 우리 집은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다. 회의장이나 파티용으로 쓰는 큰 응접실과 티파티용 응접실, 정원 파티용 회랑이 따로 있는 집이니 웬만한 귀족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 생일을 축하한다는 핑계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 집이 좁아 보였다. 평소 닫혀있던 큰 응접실과 작은 응접실은 문을 활짝 열었고, 복도와 회랑에도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우리 집은 최신 유행으로 차려입은 어른과 아이들로 가득했다. 연주자들의 생음악을 배경으로 정장용 턱시도와 풍성한 레이스를 단 버슬 드레스의 물결은 기묘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1층과 2층의 창문을 모두 열었음에도 실내에는 사람들이 만든 텁텁한 공기가 가득했다.


성공한 상인은 귀족보다 우수하다는 가훈이 맞았다.


도시의 고위급 인사인 상원의원인 후작과 백작에 하원의원들, 상공회 회장과 박물관 관장등 기타 등등의 사람들이 속속들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여왕님의 조카인 시장도 나에게 생일 축하 선물을 줬다.



“윙클리드, 생일 축하한다.”



“이제 어른이구나.”



“감사합니다. 네, 법적으론 성인이죠.”



친척 분들과 이웃들도 나를 붙잡고 축하해줬다. 나도 덩달아 답변을 했다.


저쪽엔 아까부터 와서 선물과 함께 덕담을 건네줬던 친구들이 보였다. 진작에 인사를 끝낸 친구들은 군데군데 모여 아직은 금지 품목인 술을 어른들 몰래 마시고 있었다.


분명 알콜이 들어간 칵테일이나 독한 브랜디 아니면 코냑일 텐데. 특별한 날이라 그런지 어른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지나가 줬다.


아니면 누구 집 애들인지 몰라서 그런 걸까?

방황하는 십대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으니까.



“축하한다.”



“예, 감사합니다.”



이웃들과 부모님 친구 분들, 기타 여러 어른에게 인사를 했음에도 내가 모르는 사람이 가득했다.


당연하다. 이곳 사라센은 칸다르디야의 그 어느 곳보다 사교 문화가 발달한 도시였다.


어느 집 아이의 16번째 생일 같은 건 사실 어른들이 축하파티를 가장한 사교모임을 가지는 것이었다. 우리 집 큰 응접실은 무도회장이 될 만한 크기는 됐다.

나 같은 애들은 가장자리에 붙어서 구경만 한다는 전제로 말이었다.


명목상 내가 주인공이니 선물과 맛있는 음식은 모두 내 차지였다. 성인이 된 것을 기념으로 공식적으로 얻어 마신 술도 몇 잔이나 됐다.



“오! 친구. 기분이 좋아 보이는 군!”



가장 친한 친구인 리큐르드가 호들갑스럽게 다가와 빈 양 손을 들어 보이더니 한 손으로 내 손을 쳤다. 며칠 전에 선물을 미리 주더니 가볍게 온 모양이었다.



“오! 친구, 당연하지. 아직 어린이인 자네와 달리 나는 오늘부터 어른이니 말이야.”



나도 손을 맞닿아 치며 대꾸했다.



“아유, 그러셔요. 곧 늙어서 지팡이가 필요하겠네.”



리큐르드가 빙글거리며 응수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생일인 이 친구는 성인식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난 한번 픽 하고 웃어줬다.



“짜식.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많이 먹었냐?”



집주인으로서 손님을 소홀히 대하면 안 되는 법이었다. 난 자상한 집주인을 연기하며 친구의 배는 부른지, 목은 마르지 않은지, 서비스는 괜찮은지 체크 했다.



“많이 먹었지. 고기, 빵, 음료수, 케이크에 술도.”



어쩐지 평소보다 들떠 보이더라니. 들뜬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의 손님이 대부분이라도 내가 주인공인 날이었고, 평소엔 사용하지 않는 장소도 개방되어 있었으니까.



“성년 생일잔치에 간 경험이 별로 없어 그런지 좀 복잡하긴 하다.”



“너도? 나도 그래. 우리 집이지만 낯설다. 구경이나 할까?”



기분이 좋아진 난 리큐르드와 함께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 집 구조야 훤히 알고 있으니 구경이라 봤자 별건 아니었다.


지금 내 나이 남자들의 관심사는 뻔하다.


예쁜 여자 아니면 얼굴은 예쁜 여자, 아니면 몸매가 예쁜 여자. 혹은 내가 아는 예쁜 여자와 모르는 예쁜 여자, 그리고 스포츠.


오, 누구네 집 누구네. 오늘따라 화장을 잘 받았는데.

누님 친구 아무개네. 예뻤는데, 얼마 전에 애 낳았다더니 아줌마 다 됐다.

야, 쟤 좀 괜찮네. 솔로일까?

쟨 누구지? 말이나 걸어 볼까?

차라리 춤 신청이나 하지?


슬프게도 우린 춤 같은 것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저 멀리 약혼자와 춤을 추는 누님이 보였다. 자형이 될 드루발 경은 백작가의 장남이었다.

매너 좋고 사교성 있고 사려 깊은 사람인데다 아랫사람이 될 나에게도 높임말을 써 주는 분이었다.


그에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M자형의 앞머리와 부친인 드루발 백작의 대머리 정도였다. 그 정도는 대머리의 무기인 가발이 있으니 커버가 될 것이다.


두 분과 눈이 마주쳤다.

멋 적어진 나는 살짝 눈인사를 했고, 두 분도 나에게 눈인사를 했다. 누님의 눈빛이 매서웠다.


‘너, 술 적당히 먹어! 많이 마시면 맞는다.’


분명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것은 서럽다. 난 슬그머니 손에 든 술잔을 내리고 탄산수 잔을 집었다.

옆에서 같이 인사한 리큐르드도 눈빛을 봤는지 탄산수를 들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같이 맞고 자란 사이라 리큐르드도 누님을 무서워했다.


눈치를 보며 자리를 이동 할 때였다.

무도장의 한쪽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서 있는 자세라든지 감탄하는 소리로 봐선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파티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정말로 놀라는 것에는 몇 가지 없었다. 입담이 좋거나 비싼 보석이나 특이한 옷차림을 한 경우. 혹은 매우 뛰어난 외모나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정말로 드물지만, 그 모든 것을 갖춘 사람. 특히나 대화가 아니라 춤을 추는 중이라면 놀랄 거리가 더 줄어들게 마련이었다.


‘뭐지?’


‘한번 볼까?’


둘이서 어떻게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데 순간적으로 뜨겁고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이 내뿜는 단순한 기운은 아니었다.


열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갑자기 시야가 트였다. 그곳에는 음악에 맞춰 정열적이면서 세련된 동작으로 춤을 추는 한 쌍이 있었다. 그 들은 옷차림도 눈에 띄는데다 춤 동작하나하나에 우아함마저 깃들어 있었다.


화산의 용암같이 붉은 남자의 머리카락도 눈에 들어왔지만 내 눈을 지배한 건 여자 쪽이었다.


나보다 한두 살 정도 많아 보이는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은 일부분을 틀어 올렸고, 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짙은 보라색으로 변했다. 머리색도 특이했지만, 더 눈에 띄는 것은 머리카락의 길이였다.


끝이 살짝 웨이브 져 있음에도 늘어뜨린 부분의 길이가 거의 무릎(!)께 에서 찰랑거렸다. 틀어 올려 모양을 낸 머리는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 문양의 루비 같아 보이는 큰 보석 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피부는 티 없이 밝은 흰색이었고, 스텝을 밟기 위해 위치를 바꾸는 찰나 그녀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순간이지만 영겁의 시간이었다.


나와 그녀 사이의 공간은 황금빛 공기로 채워지고 주변의 모든 것은 멈추더니 어둡게 변했다.


어둠 속에서 부연 구름이 보였다.

구름은 커지면서 푸른색과 붉은 색,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기묘하고 아름다운 색을 띄었다. 어느 순간 그 구름에서 몇 개인가 빛나는 푸른 별이 탄생했다.


빛나는 별은 제각각 순식간에 나이 들어 붉어지더니 거대한 폭발 속으로 사그라졌다.

폭발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주변으로 번진 잔해는 새로운 구름을 만들었다.


새로 생긴 구름 속에서 몇 덩어리의 뭉치가 생기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불멸의 존재성과 미지의 힘이 담겨있는 신비로운 보라색 눈동자는 강한 운명으로 다가왔다.



“윙클리드?”



리큐르드가 나를 불렀다. 그제야 친구가 어깨를 흔드는 게 느껴졌다.

순간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백 만년은 지난 모양이었다. 그 동안 음악도 바뀌었고, 사람들도 흩어져 있었다.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너 괜찮아? 갑자기 이 상태로 계속 서 있어서 놀랐어.”



내가 멍청하게 굳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놀랐다면 미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정말 괜찮아.”



여전히 한 손엔 탄산수가 들려 있었다. 한 모금을 삼키니 백 만년이 지난 탄산수는 그냥 물이 되어 있었다. 내 모습이 영 미덥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 일행 때문이지?”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선 리큐르드가 한 쪽을 슬쩍 보면서 말했다.


작가의말

이번 챕터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의 분위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복은 여성은 버슬스타일이고 남성은 연미복 현태의 의복으로 생각하시고, 시골에는 대저택인 컨트리하우스가 있겠지만, 사라센은 도시라 좀 큰 규모의 저택이라도 광활한 숲과 만나지는 않습니다.

 물론 분위기입니다. 당시의 영국 런던과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사용인들의 직급은 네이버 블로거인 miss B 님의 사이트를 참조했습니다. 이분 자료가 좋더군요...

( http://blog.naver.com/costumedrama/220599769747)


맛있는 것 누가 차려 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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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2 1 10쪽
»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8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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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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