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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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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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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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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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라센 - 성년 파티 3

DUMMY

“흠흠.”



옆에서 흥미 있게 반지를 쳐다보던 그녀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아, 커런덤 양. 내 아들은 이미 알고 있을 테고, 이쪽은 친구인 윙클리드 프란시아 발세르입니다. 어제 16살이 된 파티의 주인공이죠. 윙클리드, 이분은 엘자 첼린샤 커런덤이고 경매에 참석하려고 오셨지. 반지 알을 다시 넣으려고? 빠진 건 어쨌냐?”



아저씨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알이 부서진 것 같아서요. 새로 넣을게요.”



“그러면 며칠간 맡겨놔야겠구나. 일이 좀 밀렸거든.”



아저씨가 다시 나에게 반지를 돌려주는데 리큐르드의 시선은 가죽가방에 고정되어 있었다. 빤히 쳐다보는 게 나도 가방 속의 내용물이 궁금해졌다.


이 안에 뭐가 들었죠? 아버지 가방은 이렇게 빵빵한 적이 없잖아요? 리큐르드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먹는 건 아니죠? 비싼 건가요?

나도 그런 눈으로 아저씨를 쳐다봤다.


조금 전부터 두근거리던 심장을 진정시키려면 시선을 다른 것으로 돌려야 했다.


리큐르드든지 테이블이든지 가방이라든지 아저씨라든지. 우리의 눈빛 공격이 강했음이 틀림없었다. 아저씨가 고개를 젓더니 커런덤 양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차피 공개할거다마는. 잠시 이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되겠소?”



“그렇게 하세요. 다른 사람의 감상도 듣고 싶네요.”



가죽 가방 속의 내용물은 단단한 상자였다. 상자를 여니 역시 부드러운 재질의 천이 무언가를 감싸고 있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천을 벗긴 아저씨의 손에 맑고 선명한 보석이 들려있었다. 내 주먹 크기의 붉은 보석은 아무런 장식도 없었고 모서리는 단순히 둥글게 다듬어 져있었다. 하지만 보석 알은 그 자체로 완전해 보였다.


나는 보석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아주 귀하고 엄청나게 비싼 것은 확실했다.



“리큐르드? 말해봐라.”



눈빛에 이채가 서려 있다가 아버지에게서 보석을 건네받은 리큐르드가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렇게 큰 루비라니! 커보숑 컷(컷은 보석을 깎은 모양을 말하며 커보숑 컷은 모서리 없이 그냥 부드럽게 깎은 걸 말한다)이라 외관이 조금 둔하군요. 거의 원석이라 볼 수 있겠네요. 몇 개의 조각을 낸 뒤 더 다듬으면 가치가 수십 배는 올라갈 텐데.

이 색은 ···맙소사! 피죤 블러드인가요? 흠집은 ···에? 완벽하군요! 이런 루비라니!”



빛에 비춰보고 작은 광학 안경으로 꼼꼼하게 이리저리 보던 리큐르드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친구는 홀린 듯이 루비를 보다 아저씨에게 넘겨줬다.


' 대단한 거니?'


' 최고야!'


내 침묵의 질문에 눈빛으로 대답한 그의 눈은 내내 보석 뒤를 쫓았다.


반응을 보아하니 아마도 저 정도 크기와 색상의 원석이나 보석은 살아서 두 번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아렌 아줌마는 보석디자이너이고, 아저씨는 디자인에 맞춰 보석을 직접 가공하는 장인이기도 했다.


보고 자란 것이 그 것이라 모조 보석은 조금씩 가공해봤다지만, 저런 보석은 리큐르드가 건드릴 수 없는 거다. 그래서인지 친구의 표정엔 무언가 아쉬움과 억울함이 보였다.

왜 이런 보석이 벌써 눈에 띄었는가, 나도 이런 보석은 한 번쯤 손질을 해보고 싶은데 같은.


커런덤양은 부자간의 대화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배웅은 안 해 주셔도 되니, 아렌씨만 믿겠어요. 두 분도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뵙지요.”



인사를 한 그녀에게 우리도 얼결에 인사를 했다.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는데 문 앞에 있던 그녀가 고개를 한번 갸우뚱 거리더니 다시 뒤돌아 나를 쳐다봤다.



“그런데 발세르씨? 혹시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요?”



난 태어나서 한 번도 칸다르디야를, 심지어 사라센도 떠난 적이 없었다. 아니 아기일 때 부모님 따라 몇 번 외국 나들이 한 적은 있었지. 그리고 어제 내 생일 파티 때 눈이 마주친 걸 가지고 만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없···습니다만?”



“그렇군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내가 그녀를 숭배한다는 것을 알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나에게 커런덤 양은 악수를 청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이 손은 영원히 씻지 말아야지. 그 손을 감싸 쥐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작은 양산을 쓰고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니 머리핀이 선명한 파란색이었다.


아까는 분명 진한 붉은 색이었는데?



“신기하네. 분명 빨간색 핀이었는데?”



내 중얼거림을 들은 리큐르드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가 커런덤양의 뒷모습을 보고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머리핀? 알렉산드라이트 라이크 사파이어야. 광원에 따라 색이 변해. 그녀가 커런덤 가의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그냥 알렉산드라이트라고 생각했겠지만.”



“무슨 말이야? 난 보석은 다이아몬드나 루비, 사파이어 밖에 몰라.”



리큐르드가 쓰레기통을 살피면서 말해줬다. 잠시 중단했던 청소를 마저 하는 모습이 왠지 내가 도와줘야 할 것 같기도 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커런덤 가는 루비와 사파이어만 취급한단다. 사파이어 중에서 빛의 종류에 따라 색이 변하는 걸 알렉산드라이트 라이크 사파이어라 부르지. 그냥 알렉산드라이트 역시 빛의 종류에 따라 색이 변하는 보석이야.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보석이란다. 어쨌든 저렇게 색의 변화가 뚜렷한 건 드물어.”



어느새 가방을 치우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아저씨가 우리 뒤로 오면서 내 질문에 대답해줬다.

아, 그렇구나. 뭔지 모르겠지만 역시 평범한 보석은 아니란 거네요.

아저씨가 진열대 뒤로 돌아가는 순간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딸랑.



“아우∼. 이를 어째! 루비가 알맹이만 사라졌어요!”



나는 것을 잊어버린 도시 속의 비둘기.

풍부한 먹이와 천적이 없어 걸어 다니는 비둘기를 닮은 폰트로르 의원 부인이 호들갑스럽게 팔찌를 흔들며 들어왔다. 그녀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 난 인사를 하고 재빨리 빠져나왔다.


점심때까지 갇혀있어야 할 친구는 안됐지만, 저 부인의 수다는 기본이 한 시간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동네 친구를 만나 같이 점심을 먹고 집에 들어오니 잔치 분위기였다. 누님의 결혼 날짜가 잡힌 것이다. 보석 반지 하나를 손가락에 끼고 과장된 몸짓을 하며 나에게 다가온 누님이 자랑했다.



“이것 봐. 지금부터 마술을 보여줄게. 넌 잘 모르겠지만 이건 알렉산드라이트라고 아주 귀한 거야.”



너도 결혼 할 땐 약혼녀에게 최소 이 만큼의 선물은 줘야 감동할거다. 이런 표정이었다.

누님 손에 들린 반지에는 콩알만 한 크기에 약간 탁한 붉은 보석 알이 있었다. 평소보다 느리고 크게 팔을 움직인 손이 창가로 가면서 햇빛을 받았다. 햇살을 받은 보석 알이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 색이 됐다.


아아 그러셔~. 이거 자랑 하려고 그랬구나.



“어때, 신기하지?”



“글쎄. 완전하게 파란색이나 빨간색으론 안 되네?”



“얘는, 색이 이 정도로 바뀌는 것도 구하기 힘들어. 색이 완전하게 바뀌는 건 정말 귀한 거야. 구경하기도 어렵다 구.”



그럼 커런덤 양의 큼지막한 보석 핀 역시 경매에 내놔도 손색없겠네.

도대체 정체가 뭐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던데, 그렇게 비싼 보석들을 가지고 있다니.


가문이 루비와 사파이어만 취급한다고? 어느 행성의 왕족인가? 집안이 보석 광산이라도 소유하고 있나?


알 수 없는 것에는 더 끌리기 마련이다. 대상이 이성일 경우에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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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달 열흘은 핀시아의 16번째 생일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그 애를 싫어한다. 몇 년 전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님이 소개를 해줬다.

어머니들끼리 여학교 동창이고 우리도 동갑이라 아이들도 친하게 지내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인사하기 전까진 동갑내기 얼굴이 예쁜 여자와 통성명을 하게 된 기대감에 약간 설렘도 있었다. 나도 잘 생긴 것으론 나름 유명한 편이라 혹시 어울리는 한 쌍이 될지 싶던 기대감은 금방 부서졌다.


그 날 핀시아가 그랬었다.



“발세르 부인의 아드님이라고요? 동갑이니 말을 놓아도 될까? 윙클프리 프린세스 발싸개군 만나서 반가워.”



난 그때 순간적으로 굳어버렸고, 어머니도 멈칫거렸다. 분위기를 풀어줘야 할 핀시아의 엄마인 엑스룬 부인은 오히려 재밌다고 웃기만 했었다.


프린세스 발싸개? 물론 내 이름을 잘못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성이 발세르면 내 성도 발세르가 아닌가! 얼굴만 예쁘면 뭔가?

알고 보니 그 애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소문 날 만큼 머리는 보기 드문 깡통인데!


그래도 성년 파티라 가족과 함께 핀시아 엑스룬의 집에 도착해 축하해주고 예의상 작은 선물도 줬다. 아직 내가 아는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섞이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맛있는 파티음식과 조금씩 홀짝거린 와인의 도움도 있었다.



“발세르씨, 오랜만이군요. 잘 지냈나요?”




작가의말

보석 연마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결혼 예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는 브릴리언트로 불리는 라운드 형이 많이 유명하죠. (일반적으로 많이 생각하는 디자인)보석의 종류, 크게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양이 있고, 커보숑 컷 = 캐보션 컷 입니다.


링크를 따라 가시면 다양한 형태를 보실 수 있어요.

출처 : MV코리아보석학원

http://blog.naver.com/mvfgak/22059703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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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라센 - 성년 파티 4 16.07.06 220 1 9쪽
» 사라센 - 성년 파티 3 16.07.05 167 1 10쪽
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2 1 10쪽
4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8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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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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