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7)
숀의 눈이 더욱 커졌다. 탄산음료들이 담긴 상차치고는 제법 많은데다가 언뜻 보이는 상자에 표시된 상표들도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숀으로써도 이렇게 많은 상표의 탄산음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커진 눈으로 말없이 상자들을 바라보는 숀을 보면서 재임은 연신 마른 침을 삼키며 눈치를 보았다. 일단 부탁을 해서 구해오기는 했지만, 아직 숀의 허락을 받아서 움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놀라서 멍하니 약국 앞에 놓인 상자를 바라보던 숀은 점차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느 틈인지 약국 앞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들고 있는데, 약국 앞에 높게 놓인 상자 때문인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숀은 일의 원흉(?)을 찾으려던 생각을 바꿔야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약국 앞으로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원흉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바로 재임이 높여 쌓여진 상자 옆에서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엉거주춤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임은 뭔가 잘못을 한 아이처럼 잔뜩 움츠리고 있었는데, 확실히 그 모습에 이 일의 원인이 재임이란 것을 알 수 있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숀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일단 지금은 재임에게 이유를 물을 때가 아니었다.
“일단 상자를 안으로 옮기자. 어서 딕을 불러오너라.”
숀의 큰 소리에 재임은 화들짝 놀라서 허둥지둥 약국 안으로 들어갔다.
재임이 딕을 부르러 가는 것을 본 숀은 우선 자신이 먼저 약국 앞에 놓은 상자를 약국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재임에게서 불려나온 딕과 계속해서 숀의 눈치를 보는 재임도 이내 그 대열에 합류를 했다.
생각보다 제법 많은 양이었기에 상자들을 다 안으로 옮기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약국 내부에 상자들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지하로 옮겨놓는다고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야 말았다.
마지막 상자를 내려놓은 후에야 피곤이 몰려온 숀이 상자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딕과 재임을 바라보았다.
딕은 힘이 들었는지 축~ 처져 있었고, 재임 역시도 제법 힘이 들었는지 연신 땀을 훔치고 있었다.
그러다 숀의 눈길을 받은 재임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숀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 확인해 볼 것도 없이 이 일의 원흉은 재임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쉰 숀이 재임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재임은 숀의 물음에 바로 대답을 못하고 잠시 망설였다. 사실대로 말하기도, 말하지 않기도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상자들을 몰래 받아다가 하나씩 선보이려 했었는데, 그대로 배달을 해주는 바람에 들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재임도 빌이 구해주었다는 사실과 애런을 만났다는 사실에 반가워서 잠시 잊고 있던 문제이기도 했다. 바로 숀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점 말이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재임은 어쩔 수 없이 잠시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대답을 했다. 사실 속일 생각도 없었지만, 속이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로 눈 앞에서 숀이 모든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빌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고, 나름 어려움을 감수하고 도와준 빌을 위해서라도 숨겨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재임은 지하에서 숀과의 일이 있고 나서부터, 자신이 해왔던 일에 대해서 천천히 털어놓았다.
숀은 재임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한숨이 깊어져갔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재임이 기특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가볍게 생각했던 자신에 비해서 재임은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이기도 했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차마 제대로 재임을 살피지 못한 탓이 컸다.
더구나 빌에게까지 가서 부탁을 하다니.
숀이 생각하기에 빌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거친데다가 불법적인 도박중개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숀은 재임이 그와 친하게 지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사실 빌을 보기에 보통 사람들은 그가 마피아와 별다를 것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재임이 빌과는 거리를 좀 두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재임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둘은 자신의 가족과 못지않은 가족처럼 엮여있었다. 처음부터 재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켜봤던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을 때에서야 걱정과는 달리 거칠고 무식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순간순간 번뜩이는 빌의 눈빛은 숀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엮이는 것이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작정 이민에 뛰어든 사람들이 현실과 말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또한 숀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재임이 그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달갑지 않을 뿐이었다.
아무튼 이번의 이 일은 숀의 생각으로는 재임이 좀 오버한 것이었다. 물론 숀도 이렇게 여러 샘플을 얻어서 참고를 해보려고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대규모로는 아니었다. 그저 아름아름 아는 사람이나 여행하는 사람에게만 부탁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샘플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모든 상황이 당황스러운 면서도 기쁜 마음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그리고 그 점이 숀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마피아와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이런 일을 벌인 재임을 혼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한 마음에서 벌인 일이란 것을 알기에 무작정 혼을 낼 수도 없었다.
지금만 해도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을 한 것은 아닐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안쓰러울 뿐이었다.
“휴우~~”
긴 한숨을 내쉰 숀이 앉아있던 상자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재임이 몸을 움찔거렸다. 사실 재임은 숀이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났을까봐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은 분명히 월권이면서 어떻게 보면 주제넘은 짓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숀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재임으로써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몰래 받아놓고 하나씩 보여드리려고 했는데....에이~ 정말.’
애런 때문에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하지만 애런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애런은 그런 자신의 입장을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애런이 그런 것을 신경 쓰지는 유형도 아니고 말이다.
애런은 지금도 재임이 약국 일을 돕는 것을 그만두고 빌과 함께 일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는 것을 재임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칠 것도 없는 것이 애런이었다.
이는 모두 부주의했던 자신의 탓이란 생각에 재임은 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행동에 일일이 반응하는 재임을 보면서 오히려 안타까움을 느끼던 숀은 고개를 돌려 가만히 지하창고에 놓여있는 상자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다양한 상표의 여러 가지 탄산음료들이 있었다.
‘휴우~ 어쩔 수 없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재임을 혼내는 것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고를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제임스~!!”
숀의 부름에 흠칫 놀란 재임이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했다.
“네.”
고개를 숙인 채 움찔 거리는 재임을 보면서 숀은 화낼 마음도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당부는 해두어야만 했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숀은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을 혼자서 하면 안 된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부터는 꼭 상의해야한다. 무슨 말인지 알았지?”
숀의 말에 재임은 번쩍 고개를 들고 숀을 바라보다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재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거리고 있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숀은 가만히 다가가서 재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재임은 그대로 숨을 죽이며 눈물을 훔쳤다.
“도움이 되고자 하는 네 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일은 네가 할 일은 아니란다. 오히려 미안하구나. 너에게 걱정을 끼쳤기에 네가 이렇게 나선 것을 말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나에게 미리 의견을 구했으면 좋겠구나. 혼자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알겠지?”
재임 연신 소매를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숀은 가만히 무릎으로 앉아서 재임의 얼굴에 눈물을 닦아주었다.
“괜찮다. 괜찮아. 아무튼 고맙구나. 이렇게 신경을 써줘서 말이다. 그리고 도움이 많이 될 거다.”
숀이 말에 재임은 울음이 가득한 눈으로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숀도 가만히 웃어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말없는 신뢰가 쌓여가고 있었다.
그날 밤에 지하에 모인 두 사람은 종류별로 탁자에 놓인 탄산음료를 바라보았다. 병은 비슷했지만, 비슷하면서도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진 음료였다.
상표들도 다양했다. 체리색의 닥터 페퍼(Dr. Pepper)라는 제품도 있었고, 비슷한 이름의 닥터 브라운(Dr. Brown’s)이란 상표도 있었다. 다만 두 제품은 조금 달랐는데, 닥터 페퍼는 탄산음료 쪽이었고, 닥터 브라운은 진저 에일 쪽이었다.
비슷한 계열로 요즘 한창 캐나다 쪽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캐나다 진저에일이란 제품도 있었다. 귀여운 비버가 그려져 있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로얄 크라운(Royal Crown) 진저에일이라는 제품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한참 건강을 위한 재료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진저(ginger)를 재료로 하는 진저에일 제품이 여러 가지였다.
같은 회사 제품으로 체로 콜라라는 제품도 있었고, 코카콜라는 물론이고 그와 비슷한 펩시콜라라는 제품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레몬 계열의 맛을 가진 것에 비해서 클렘 오렌지(Clem’s orange)소다라고 오렌지 맛을 하는 것도 있었고, 참고로 닥터 페퍼는 체리 맛이 강했다. 캐러멜 맛이 강한 홀린저(Holinger)의 제품도 있었다.
빌이 첨부한 편지에 의하면, 구할 수 있는 최대한 유명한 것을 구한다고 했지만, 구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고 했다. 심지어 닥터 페퍼 같은 경우에는 텍사스지방에서 구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각기 각 민족마다 선호하는 것도 다르고 인종별로도 그렇다고 했다.
이 중에 재임이 아는 것은 코카콜라를 비롯한 몇몇 가지뿐이었다.
두 사람은 비장한 표정으로 제품을 바라보다가 한 병씩 뚜껑을 열고는 맛보기 시작했다. 종류별로, 그리고 계열별로 맛을 보는 데도 불구하고 이미 반도 마시지 못했는데. 10병이 넘어가고 있었다.
더구나 모두가 탄산계열의 제품이라서 뱃속은 가스로 부글거리고 있었다. 숀도 힘이 든 표정이었다.
배가 불러서 숨을 헐떡이던 재임은 간절한 눈으로 숀을 바라보며 말했다.
“끄윽~ 숀 아저씨. 우리만으로는 힘들겠어요.”
이미 얼굴이 헬쓱해진 숀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다른 사람들을 부르자꾸나.”
숀의 말에 재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도 마실 것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임은 급히 위쪽으로 올라가서 에일린과 마가렛을 비롯해서 딕까지 불러 내려왔다.
세 사람은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놀라고 말았는데, 탁자에 놓은 수 십 병의 음료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숀의 얼굴이 헬쓱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거라. 끄~~~윽~~~”
긴 트림을 하는 숀을 보면서 세 사람은 모두 몸을 움찔 떨었다.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던 딕은 어느새 옆에서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재임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너....너 뭐야?”
재임 역시도 헬쓱해진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우며 딕을 바라보았다.
“딕도 함께 하셔야죠. 이리 오세요.”
재임의 이끌림에 잠시 반항을 했지만, 무심한 숀의 표정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끄윽~~~”
이상한 웃음을 흘리는 재임이 낯설었던 마가렛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 제임스. 괜.... 괜찮아?”
재임은 퀭~ 해진 얼굴로 연신 트림을 하면서 마가렛을 쳐다보았다.
“흐흐~~ 끄윽~~ 흐흐~~ 괜찮아. 자~ 마가렛도 한잔 마셔야지?”
어딘지 이상한 표정의 재임이 건네는 음료수병을 바라보면서 마가렛은 순간 주춤 물러나고 말았다. 순간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 재임을 보고는 순간 움찔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 표정 뒤에 바로 길게 트림을 했기 때문이었다.
“끄~~ 어어어억~~~”
마가렛은 코를 잡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어느 새 다가온 재임이 마가렛의 손에 음료수병을 들려주었다.
“어서 마셔~~ 끄억~ 봐~! 마가렛.”
마가렛은 이상한 재임의 표정에 살려달라는 듯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미 눈을 질끈 감고서 음료수병을 마시고 있었고, 에일린은 곁에서 헬쓱한 얼굴로 말없이 숀이 건네는 음료수를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받아들고 있었다.
마가렛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트림을 유발하는 것 때문에 탄산음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가렛은 가만히 손에 든 병을 바라보았다. 펩시라고 쓰여 있는 코카콜라라 비슷해 보이는 검은 색은 음료수였다. 코카콜라는 마가렛도 한번 먹어본 적이 있기에 눈을 질끈 감고는 음료수를 마셨다.
코카콜라와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음료수의 맛이 느껴졌다. 다행히 재임이 이상하게 변할 정도로 이상한 맛은 아니었다.
“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걸?”
걱정이 기우였다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마가렛이 눈을 뜨고 재임을 보았을 때, 재임은 마가렛의 손에 다른 음료수병을 쥐어주고 있었다.
마가렛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재임은 연신 트림과 ‘흐흐흐~~’을 번갈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가렛은 다시 눈을 질끈 감고서 재임이 건네준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이었다.
새벽 무렵이 되었을 때, 재임을 비롯한 숀의 가족들은 모두 지하의 탁자에 앉아서 연신 트림을 난발하고 있었다.
모두들 밤새도록 탄산음료를 마신 것이었다. 처음에는 기겁을 하던 마가렛도 서너 병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모두 포기한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트림을 하고 있었다.
공부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재임을 찾아서 약국에 온 모세는 연신 들려오는 트림소리를 따라서 지하에 내려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모두들 얼굴이 헬쓱해진 상태에서 연신 트림을 해대며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모세가 다시 뒤돌아 나가려할 때, 자신의 뒤를 막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재임이었다. 다크써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재임은 가만히 모세의 손을 잡더니 음료수병을 하나 쥐어주었다.
“어..... 제...제임스. 도대체 무슨....”
모세가 놀라서 재임에게 물었다. 재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긴 트림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끄어어어~~~억~!”
모세에게는 마치 지옥에서 울부짖는 짐승의 소리처럼 들려서 몸을 움찔했다. 긴 트림을 마친 재임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세야. 내 친구 모세야. 이것 좀 마셔보겠니?”
모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이상한 상표의 음료수를 보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것을 마시면 되는 거니?”
재임은 다시 트림을 하더니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모세는 눈을 질끈 감고는 음료수를 마셨다. 탄산 특유의 짜릿함이 가슴속을 타고 올라왔다.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눈을 떴을 때, 모세는 다시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재임은 다른 음료수병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것보다 더 놀란 것은 그런 재임의 뒤로 다른 음료수 병이 줄을 지어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마가렛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청 지친 목소리였다.
“모세야. 어.... 어서... 도망~~ 끄어어억~~~”
모세로써는 처음 들어보는 마가렛의 목소리였다. 언제나 천사같이 조신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마가렛이 마치 울부짖는 짐승처럼 거친 트림을 내뱉고 있었다.
놀란 모세가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내 재임에게 다시 잡히고 말았다.
“모세야. 이것도..... 끄억~~ 마셔보렴.”
모세는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는 외쳤다.
“이게 다 뭐야?”
결국 그날 재임에게 잡힌 모세는 종류별로 탄산음료를 다 맛보고는 그대로 다른 숀의 가족처럼 퍼져버리고 말았다. 연신 ‘탄신음료는 그만~~ 제발~!!’이라는 말과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거친 트림소리를 남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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