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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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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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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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5)

DUMMY

@


장호와 이산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계룡산장 밖으로 나왔다.


"진짜 여기 멧돼지 구이 정식은 기가 막힌다. 하나 더 먹고 싶네."


이를 쑤시며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장호를 이산은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제가 기가 막힙니다. 아니 2인분이나 드시고선 또 먹게요? 그거 알아요? 형님 식대비로 우리 번 돈 절반은 나간다는 거."


"웃기지 마! 내가 그럴 리 없어. 그리고 이건 니가 쏜 거잖아."


"평소에도 마찬가지잖아요. 세상에! 아침 한 끼로 45실버나 쓰다니. 우린 방금 좀비 4마리를 먹어치운 거라고요. 오 마이 갓! 좀비를 4마리나 먹다니!"


"야 오버 하지 마. 잘 먹었음 됐지 뭘 그래. 그리고 하늘 같은 리더님께 식사대접 한번 한 게 그렇게 아깝냐? 게다가 공짜도 아니고 수업료였다고!"


"그게 수업입니까? 쥐어팬 거지. 솔직히 형님이 언제 제대로.., 궁시렁궁시렁...."


둘은 티격태격하며 거리를 걸었다.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어제 얘기한 인력사무소였다. 그리고 겸사겸사 무기점에도 들릴 예정이었는데 일단 인력사무소부터 들리기로 했다.


광장으로 나오니 벌써부터 차에 짐을 싣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서성이며 일행을 기다리는 자들도 보였다.


광장은 주차장도 겸하는지라 아침이면 사람들로 붐볐다. 아마 조금 지나면 상행을 떠나는 상단들과 용병들 그리고 사냥을 가는 헌터들로 더 북적거릴 터였다.


둘은 광장 정면에 마주한 공업지구로 걸었다. 공업지구에서는 보통 차량이나 무기의 개조와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데, 그래 봤자 공업소는 두 군데고 무기점은 하나뿐이었다.


공업소 중 하나는 차량 전문이고 다른 하나는 무기 전문인데, 차량공업소는 차량의 수리와 코어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해 주었고, 무기공업소는 각종 냉병기와 방어구의 제조, 수리 등을 해주었다.


공업지구를 가로질러 있는 길 끝에는 주거지구가 있는데 주거지구의 입구에는 경비소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길 좌우로 인력사무소와 무기점이 있었다.


"엥, 이게 뭐야?"


담배를 하나 물고 인력사무소로 들어가려던 장호는 문짝에 붙어 있는 종이 쪼가리를 보고는 멈춰 섰다.



<공고>


2023/5/01 계룡시 토벌작전을 개시합니다.

용병과 헌터... 생략.....


참가신청은 인력사무소로... 생략....


대성요새 군단장 차대성.




"어랏. 토벌령이네. 웬일이래?"


이산도 공고를 보고는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벌할 것이 있어야 토벌할 텐데, 이 근방은 안정화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상한데. 냄새가 난다."


"그러게요. 뭐 들어가서 물어보면 되겠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매캐한 담배 냄새와 어두침침한 조명, 안쪽 정면의 긴 책상에 앉아 뭔가를 쓰는 우락부락한 대머리 사내 한 명이 있었다. 그리고 좌우 벽의 기다란 벤치에는 10여 명의 사람이 잡담을 하거나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소란스럽지 않고 약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헛참......"


내부를 한번 휙 돌아본 장호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역시나 한눈에 봐도 긴장들 하고 있는 것이 초짜들뿐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몇은 이 생활을 좀 한 것 같아 보이기는 했는데 마음에 차지는 않았다. 겪어봐야겠지만 장호는 스스로의 눈썰미가 틀려본 적이 몇 번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력사무소에 나오는 이들은 헌터나 용병에 처음 발을 들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파티나 클랜이 사고를 당해 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보통 다른 곳에서 미리 채간다. 이 바닥은 좁기 때문에 경력만 되면 서로들 데려가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 경험이 최고였다. 싸움 잘하고 실력 좋다는 놈들도 인간 사이에서 얘기지, 뮤턴트는 둘째 치고 좀비 같은 것들과 맞닥뜨려도 몸이 얼어버리는 놈이 있을 정도였다.


내장이 흘러내리고, 목이 반쯤 파 먹혀 있고, 찢어진 입에 날카롭게 변해버린 이빨과 피인지 침인지 모를 것들을 흘리며 달려드는 걸 마주하면 자동으로 패닉상태가 돼버리는 게 초짜들 중 절반이었다. 그리고 그 패닉은 파티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


"오랜만이야."


장호가 책상 앞에 다가가 인사를 하자 뭔가를 쓰던 남자가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책상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직 안 죽었군."


시니컬한 그의 말에 장호의 이마에 살짝 핏대가 섰다.


"사람 좀 구하려고 왔....."


"없어."


여전히 까칠하게 장호의 말을 끊으며 그가 말했다.


"쓸만한 애 있으면 소개 좀...."


"없다고."


핏대가 조금 커졌다.


"그래도 한 두......"


"없다니까."


이젠 울그락불그락 해진 장호가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말했다.


"아니 말 좀 들어 보..."


"없으니 가봐."


드디어 장호가 폭발했다.


"이 쌍누무 시키가 진짜!"


"뭐 인마?"


사내가 고개를 들어 장호를 봤다.


"개념을 좀비 똥꾸녕에 쑤셔놨나! 말 끊어 먹는 건 어느 나라 예법이냐? 덩치가 아깝다. 쉬벌, 아직도 꽁해갔고 물건 떼버려 새꺄."


장호가 한 바탕 욕설을 내뱉자, 우락부락한 사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니 엄청 컸다. 2M는 될 법한 키와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온몸에 꽉 들어찬 근육이 위압적이었다.


"이 썩을누무 시키가! 내가 니놈 땜에 뭔 꼬라지를 봤는데. 뭐? 아직도 꽁해 갔꼬? 꺼져!"


그의 목소리가 사무소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게 내 잘못이냐? 너도 그때 있었잖아!"


"됐어. 됐으니까 나가. 꺼져 달라고."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시키."


"책임감이라곤 쥐꼬리도 없는 놈이 누굴 보고."


둘은 으르렁거리며 유치한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보고 있는 가운데 이산은 상황을 좀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어휴.... 애들도 아니고. 진짜 올 때마다 쪽팔려서.'


이산은 앞으로 나섰다.


"저기.... 베르커스 형님 저 왔습니다."


장호와 서로 삿대질하며 욕하던 장한의 눈이 이산을 향했다.


"어? 산이냐. 잘 왔다. 근데 너 아직도 이놈이랑 같이 다니냐? 말했잖냐. 개털 돼서 후회하지 말고 얼른 딴 데 알아봐."


시커먼 얼굴에 하얀 이를 보이며 언제 싸웠냐는 듯이 이산을 보며 그는 친절히 말했다.


"베르커스는 무슨.... 벨커라고 불러. 하긴 뭐 봤더니 크지도 않더만. 스벌, 덩치가 아깝지."


"이 난쟁이 똥자루가 진짜! 오늘 뒈져볼래!"


장호가 이죽거리자 이번엔 방금 전보다 더욱 열 받은 듯 베르커스가 소리쳤다.


"흥. 맞고 짜지나 마라."


"그래 오늘 장사 접는다. 시발 다 나가! 너 이 시키 뒈졌어!"


그가 책상을 밟고 넘어오며 고함치자 사무소 안에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만 그만! 형님들 진정! 진정들 좀!"


이산은 막 주먹다짐하려는 둘 사이로 들어가 손을 마구 휘저었다.



@


담배 연기가 뿌옇게 시야를 흐리고 있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장호와 베르커스는 서로 질세랴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글렌 베르커스. 38세. 국적은 미국.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 흑인 아버지 사이의 혼혈. 외관상으로는 토종 흑인으로 보이는 거한.


도대체 이자가 왜 한국에 있는지 궁금하여 이산이 장호에게 물어보니, 그도 참 고생이 심했겠다 싶었다.


이산이 장호에게 듣기로는 베르커스는 미군 네이비씰 6팀 소속이었다고 한다. 2017년 한미연합훈련 때 이례적으로 씰6팀이 한국에 왔었는데, 그 와중에 2차 아마겟돈-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하여 결국 미군은 본국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한국에 남아 생존을 모색했었다.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은 전무했었기에 이들 역시 소수의 인원만이 생존하게 되었는데, 베르커스는 그들을 이끄는 상사였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의 부대 없이 홀로 남아 있었다.


이 적막한 분위기를 어떻게 좀 해보려고 이산이 나서려는 찰나 장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벌써 횟수로 4년이나 지난 일이다. 이젠 벗어날 때도 되었지 않나?"


베르커스를 응시하는 그의 눈에는 약간의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웃기지 마라. 나뿐만 아니라 너 역시 그리고 그때 있었던 모두가 빚을 진 거다. 넌 나를 빚쟁이로 만든 거야. 빌어먹게도 갚지도 못하는 빚을 말이야."


"우리들 중 누구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


장호의 말에 베르커스는 코웃음을 쳤다.


"푸핫. 뭐라? 몰랐다고? 그래 몰랐을 수도 있지. 아마 몰랐을 거야. 하지만 너만은! 너만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나? 그러니 날 기절시켰겠지."


베르커스의 추궁에 장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샘(Sam)이 원한 것이었다. 탈출에 방해만 된다고 나더러 데려가라고 하더군."


장호의 눈이 우울함으로 물들었다.


..


....



‘Master sergeant. I have a favor to ask of you.’

(상사님. 부탁할 게 있습니다.)


‘sure. what can I do for you?’

(물론. 내가 도울 게 뭐지?)


‘please take him.’

(그를 데려가 주세요.)


‘what?’

(뭐?)


‘he must live.’

(그분은 살아야 합니다.)


‘SHUT UP! We will survive! Even one person without exception!’

(닥쳐! 우린 모두 살 거야. 한 명도 낙오 없이!)


‘HaHa. Sure! but...’

(하하. 물론이죠. 하지만...)


‘Shit. Tell me. I want to know why.’

(제길. 말해봐. 이유나 알자.)


‘He..he is our....no, We just want to pay the debt.’

(그는... 그는 우리의... 아니, 우리는 그저 빚을 갚고 싶을 뿐입니다.)


'......'


'Do not tell him.'

(말하진 말아줘요.)


.....


..


베르커스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샘이 원한 거라고?"


"그래. 빚을 갚아야 한다고 하더군. 샘 뿐만이 아니다. 너의 부대원 모두가 원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맹세코 진실이다. 난.... 나와 우리 부대원들은 그들이 끝까지 남아 탈출로를 확보할 줄은 몰랐다. 잠깐 시간을 벌고 흩어지기로 했었다."


장호는 연기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건 내 인생에 있어서도 최악의 실수가 되었지."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베르커스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장호는 그저 담배만 빨아 댈 뿐이었다.


담배를 비벼 끈 장호가 일어섰다.


"그만 가자. 아무래도 오늘은 돌아가는 게 좋겠다."


"네...."


강철 같은 두 사람이 힘이 없자 왠지 모르게 이산 역시 힘이 빠졌다. 베르커스의 유쾌한 미소도 장호의 대책 없는 태평함도 지금 이 순간에는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이산은 두 사람이 자신이 모르는 얘기를 하니 전말을 몰라 답답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다만, 한 가지 그가 알게 된 것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그들이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희생은 고귀한 것이지만, 남겨진 자들은 어떡하지. 아 진짜 빌어먹을 세상....'


장호와 이산이 사무소의 문을 열고 나가려 했을 때였다.


"어이 장호."


베르커스가 장호를 부르며 천천히 걸어왔다.


"술이나 한잔 하지. 좀 이르긴 하지만."


그 말에 장호는 잠시 뜻밖이라는 듯 베르커스를 쳐다보다 금세 얼굴이 펴지며 피식 웃었다. 낙천적인 그의 미소가 돌아왔다.


“한국 특전대 주량은 세계 최강이야. 술로만 치면 이미 세계 정복이라구. 감당할 수 있겠냐?”


"흥, 네이비씰 6팀이 하와이에 있는 술을 다 마셔버렸다는 얘긴 못 들었나보군. 삼일 밤낮 침대에 누워 있게 될 거다. 숙취로 말이야."


"난 술 마실 때 오줌도 안 누러 가지. 왠 줄 알아? 하도 안 취해서 밑으로 나가는 것도 아깝거든."


"난 술잔 따위로는 마셔본 적이 없어."


"니가 잘 모르나 본데, 러시아 애들이 나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 보드카 짜르 석님이라고 알랑가 모르겠네."


"러시아? 내 참.., 네이비씰에는 항공모함에 있던 술이 하룻밤에 없어진 전설이 있어. 누가 했을 것 같아?"


그렇게 장호와 베르커스는 갑자기 누가 주량이 세니 어쩌니 하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에 이산은 잠깐 멍청히 서 있었다.


“허, 방금 전까지 그 심각한 건 뭐야? 정말 이 분들 적응 안 되네. 아 참, 장호형!”


불현듯 이산은 또 다른 볼일이 생각나 장호를 부르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둘은 이미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려 보이지 않았다.


“무기점 들려야 하는데.....”


이산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어차피 술 마시러 간다고 해봤자 계룡산장이기 때문에 잡으려면 잡을 수 있지만, 왠지 그들의 분위기가 오늘은 터치해선 안 될 것 같았다.


잃어버린 전우를 찾은 날 정도일까.


이산은 할 수 없이 혼자 맞은편의 무기점으로 들어갔다. 장씨 할베에게 따질 것도 있고, 보급도 해야 했다.


작가의말

베르커스: 감독님! 왜 제가 대머리죠?

ahcha    : 원래 액션 드라마에 대머리 캐릭터는 필수야. 흑대남! 얼마나 멋져. 캐릭터가 확 살잖아.

베르커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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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6) +3 16.10.27 3,220 97 9쪽
»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5) +4 16.10.26 3,446 98 14쪽
5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4) +2 16.10.25 3,648 103 12쪽
4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3) +4 16.10.24 3,791 106 12쪽
3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2) +3 16.10.23 4,347 112 11쪽
2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10 16.10.22 5,459 118 11쪽
1 프롤로그 +5 16.10.22 6,619 1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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