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89,838
추천수 :
3,009
글자수 :
180,553

작성
16.10.24 11:03
조회
3,790
추천
106
글자
12쪽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3)

DUMMY

@


요새의 상업지구라고 해봐야 도시의 한 블록 거리도 안 되는 구간이지만, 이곳에는 번듯하게 세워진 두 개의 여관이 있었다. <대성호텔>과 <계룡산장>. 대성요새의 양대 숙박업소인 이 두 곳은 둘 모두 여관 겸 술집이었으나 이용하는 고객들은 좀 달랐다.


<대성호텔> 같은 경우는 요새 직영점이라 요새 직영 상단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곳과 거래하는 각 요새의 상단원들과 그에 소속된 용병들 혹은 정규병들이 주 고객층이었으나 그렇다고 그 외의 사람들을 안 받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계룡산장>은 이 요새의 자유민이 운영하는 업소였는데, 자유상인이나 대부분의 용병과 헌터들이 이용했다. 시설은 <대성호텔>이 좀 더 나은 수준이었지만, 실상은 호텔이라 부르기는 좀 민망한 약간 괜찮은 모텔 정도였다.


두 업소 모두 비슷한 구조였는데, 1층은 술과 식사가 되는 홀이었고, 2층은 약간의 객실과 좁디좁은 공중목욕탕 그리고 세탁실이 있었다. 3층은 오로지 객실이었다. 객실 중에 특실은 욕탕이 따로 달려 있었는데 정말 눈 튀어나오게 비쌌다. 그리고 두 업소 모두 지하에 유흥시설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성매매까지 했다.


세상이 변해버린 후 성매매는 이제 더 이상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 아니었다. 야만의 세상에서 여성들이 살아남는 법은 한정되어 있는 데다 남자든 여자든 죽음이 항상 곁에 있는 긴장 속에서 살기 때문에 욕구분출은 어느 누구도 만류하는 일이 아니었다.


용병이든 헌터든 목숨 걸고 벌어 결국 편히 살려고 하는 일이지만, 그 편안함을 줄 요새(fort)조차 완벽히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충동에 이끌려 행동하는 경향이 만연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상행을 떠나고, 좀비든 뮤턴트든 잡으러 돌아다니고, 뼛골이 상하도록 밭을 매고, 몸을 팔아 한 덩이 빵을 얻었다.


일행이 <계룡산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미 술에 떡이 되어 있는 놈부터 서로 으르렁거리는 패거리들, 여자들을 꿰차고 음란하게 히롱 하는 놈들 그리고 무덤덤하게 주문을 받고 서빙하며 돌아다니는 점원들까지.


석장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홀 제일 안쪽에 있는 바(bar)로 다가갔다.


이산은 아무런 감흥도 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다 호스티스의 가슴에 손을 넣으며 헤벌쭉하던 놈과 시선이 마주쳤다.


"어이 이산! 좀 늦었네. 오늘따라 안 보이길래 난 또 좀비 뱃속 구경하고 있는 줄 알았지. 하하하하~."


와하하하-


같이 있는 패거리들 모두가 그 장한의 말에 뭐가 그리 우스운지 웃어댔다.


'썩을....'


이산은 놈들이 웃든 말든 그냥 지나쳤다.


저놈들과는 대성요새로 오고 난 뒤, 몇 번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는데 그냥 흐지부지됐었다. 요새 내에서 싸워봤자 결국 손해고, 리더인 석장호가 소란은 일으키지 말자는 주의라 계속 참고 지내왔었다.


"크크 봤지? 저 새끼 꼬리 내리는 거?"


"원래 배알 없는 새끼니 형님이 이해하시고 술 한 잔 받으시죠?"


크하하하-


그 광경에 이산은 결국 멈춰 섰다.


'크크크큭.'


이산은 웃었다.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언제고 한번 이빨 좀 털어주려고 벼르던 참이었는데 이놈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아는 놈들이었다. 사람 속 긁는 재주는 타고 난 듯 보였다.


가뜩이나 오늘 짧은 순간이나마 저승 문턱을 왔다 갔다 하고 와서 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닌데, 알아서 들 멍석을 깔아주니 이제 한판 노는 일만 남았다.


방금 지껄인 뱁새눈에 대머리인 놈의 이름은 중식이란 놈이었다. 성은 모른다. 똘마니들 몇과 이 근방에 좀비들과 변종 동물들을 사냥하러 다니는 헌터였는데 성질이 개차반에 허풍이 심한 놈이었다. 얼마 전 대찬이네 애들과 시비 붙어 털렸었는데, 그들이 떠나가자 다시 지랄병이 도진 것 같았다.


"틀렸는데. 좀비가 아니라 뮤턴트야. 그리고 뱃속이 아니라 대가릴 날려줬지."


이산은 시릴 정도로 싸늘하게 말하며 천천히 중식에게 걸어갔다.


"역시 사람은 좀 겪어 봐야 해? 그렇지? 니들과 얼굴 본 지는 좀 된 거 같은데 겪을 기회는 안 줬네. 미안하니까 오늘 니들 지랄병도 덤으로 고쳐 줄게."


"이 자식이!"


패거리 중 한 놈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어나는 순간에 이산은 그의 정강이를 찼다. 그리고 수그러드는 상체에 맞추어 그의 목을 짧게 끊어서 밀어쳤다.


컥-


그는 바로 자리에 무너졌다.


"뭐야 죽고 싶어?"


다른 놈이 일어나 주먹을 휘둘렀다.


턱-


팔꿈치를 들어 주먹을 막고, 놈의 오금을 찼다. 흐트러지는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그대로 니킥을 턱에 빗겨 넣었다.


우드득-


이빨과 턱이 한꺼번에 털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으아으아아-"


순식간에 얼굴 주변이 피투성이로 변한 놈은 말도 못한 채 울부짖었다. 이산은 놈의 머리카락을 잡아 옆으로 치웠다.


꺄아악-!


놈들의 주변에 있던 호스티스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장내의 시선이 모두 이리로 쏠렸다.


뚜벅뚜벅.


장내는 정적이 흐르고 이산의 서늘한 미소만 흐르는 듯했다.


살기라는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죽여 생명을 끊는 느낌을 몸에 체득해야만 생기는 것으로 이것은 무형이나 상대를 압제할 수 있는 실체적인 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중 살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은 없었으나 이산의 살기는 그 수준이 달랐다. 어둠이 스멀거리고 끈적하게 엉겨 붙어 질식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그에게 있었다.


"중식아."


쨍그랑-


중식이 일어서며 술병을 깼다. 그가 날카로운 깨진 술병을 들이밀며 외쳤다.


"이 시발! 좆만 한 새끼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중식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술기운은 온데간데없고, 긴장과 두려움이 그 공간을 채웠다.


뚜벅뚜벅.


"이익-"


중식이 술병을 휘둘렀다.


이산은 왼쪽으로 한 발짝 움직였다. 코 끝으로 깨진 술병이 지나간다.


놈의 다리를 걸었다.


턱-


우당탕-


중식이 볼품없이 나동그라졌다.


그 모습을 보는 이산의 눈에 한심함이 스쳐 지나갔다.


술을 마셨다 하나, 겨우 발을 거는 것조차 반응하지 못하는 놈이었다니.


끓어오르던 화가 싸늘히 식어간다.


하지만 이왕 벌인 일, 마무리는 해야 할 터.


엎어진 중식의 겨드랑이 밑을 발끝을 세워 찔러 찼다. 겨드랑이 밑을 찔러 찰 경우 엄청난 고통과 함께 팔을 사용하기 힘들어진다.


"아악-"


이산은 고통에 발버둥 치는 중식을 몇 번 더 걷어찬 뒤에 놈의 옆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중식의 대머리를 밀며 말했다.


"중식아, 같은 칼 밥 먹고 사는 처지에 지랄은 좀 자제하자. 너 지랄 같은 꼬라지를 내가...."


그 순간,


딱-


윽-


"너나 지랄 좀 자제하자. 진짜 지랄도 풍년이다. 인마."


이산이 뒤돌아보자 장호가 언제 뒤에 왔는지 주먹을 쥐고 있었다.


"아 뭐예요?!!"


"뭐긴 뭐야? 지랄병 걸린 놈 치료한 거지. 너 하나 때문에 여기 분위기 봐라. 아우 진짜 내가 쪽팔려서."


잠시 전 장호는 바(bar)에 다가가 주인장에게 특실로 옮겨줄 것과 뜨끈한 목욕물이 필요하니 온수 좀 넣어달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비명과 함께 앞에 있던 주인장의 눈이 뒤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어? 뭐지?


장호는 궁금함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곧 하나뿐인 파티 막내가 느와르 한 편 찍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잠깐 정신을 놓고 구경을 했다.


그러다 이산이 살기를 일으킨 것을 보더니, 더 안 되겠다 싶어 사태를 수습한 것이었다.


"따라와 인마."


장호는 이산의 귀를 잡고 그대로 계단으로 끌고 올라갔다.


"아-아-."


"소란 피워서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거듭 사과하며 장호는 계단을 올랐다.



@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욕실. 이산은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나른하게 퍼져 있었다. 4월이라 보통은 찬물로 샤워하고 말았지만, 오늘은 장호가 웬일인지 탕에 몸을 담그고 싶다고 특실을 잡은 덕분에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물론 피 같은 돈의 위력이었지만, 일단 써버린 이상 최대한 즐겨주는 게 바람직했다.


2층의 공중목욕탕도 있었으나 그곳은 샤워만 하고 나오는 게 건강에 이로웠다. 탕에 들어가는 것은 온갖 세균과 뒹구는 일이라 오죽하면 세균탕 이라 할까. 사우나 역시 사우나인지 좀 따뜻한 방인지 모를 정도로 어설펐다. 그것도 자주 틀어주는 것이 아니기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놈이 108Mc이라고?'


지금 이산의 머릿속에는 좀 전의 중식 패거리들을 밟아준 것 따위는 아예 기억에도 없었다. 그 정도야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고, 요새에서도 용병과 헌터들의 다툼 따위는 가십꺼리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살인이나 나야 치안대가 출동할까. 그것도 돈이나 코어로 처리 가능했다. 요새주민과 얽히지만 않으면 된다.


물론 살인까지는 거의 가지 않았다. 안식처라 할 수 있는 요새에 밉보이면 좋을 게 없었다. 요새(fortress)들 사이에서도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큰 소란을 피운 용병이나 헌터는 다른 곳에서도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소수로 다닐 때 얘기고, 대형 클랜이라면 또 다른 상황이 된다.


몇 가지 원칙적인 법만 만들어 놓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요새라도 에너지 생산자라 할 만한 헌터와 용병들, 그중에서도 세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클랜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적대하면 아쉬울 것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 보았다. 무수한 상처와 굳은살이 박여 있는 투박한 손이었다. 놈의 허리를 가를 때의 느낌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산은 몇 차례 뮤턴트와 육박전을 벌인 전적이 있었다. 보통은 계획적으로 놈을 끌어들여 잡았지만 언제나 뜻대로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니기에 초근접전을 벌일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칼을 들고 드잡이하는 것은 거의 없다.


근거리에 접근한 놈의 다리, 어깨 등등 팔의 하완을 제외한 곳에 총알을 박아 저지력에 기대 싸우는데, 오늘은 정말 운이 없었다. 총이 고장 나 버리다니. 내일 아침에 무기상 장씨 할배한테 가서 단단히 따질 생각이었다.


놈과의 전투가 떠올랐다.


아드레날린이 질주하며 온몸이 터질 듯한 긴장과 흥분 속에 빠진 채, 모든 신경을 놈에게 집중했다.


숨소리 하나하나, 놈에게 스치는 바람까지.


찰나의 순간이 생사를 결정짓는다는 걸 본능으로도, 경험으로도 알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머리칼이 쭈뼛 서는 느낌에 이산은 머리를 흔들었다. 안전벨트 없이 타는 롤러코스터가 이러할까.


‘그런데 그건 뭐였을까?’


아까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못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떻게 놈이 움직이는 궤적을 읽을 수 있었을까?


더구나 그 긴박한 순간에도 이산은 주변 상황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놈과 자신을 포함한 일정 공간의 모든 걸 느끼고, 주시하고, 읽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쇄도하던 놈이 순간순간 멈춰 보였다는 점이었다.


마치 눈에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것처럼 찰칵찰칵 놈을 찍었다.


그래서 이산은 완벽한 타이밍에 놈에게 마주 뛰어들며 허리를 갈라버릴 수 있었다.


‘이건 뭐...., 그런 건가. 고수는 가끔씩 느려 보이기도 한다던데.’


평소라면 도무지 엄두도 못 낼 움직임을 해냈기에 이산은 혼란스러웠다.


스스로 강해진 것인지, 전투에 너무 과도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착각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에잇, 모르겠다.'


이산은 그만 생각을 접고,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뜨끈한 물에 담갔더니 물 위에 시커먼 떼들이 둥둥 떠다녔다.


작가의말

*과잉인지능력 - 감각계열(A), 진화잠재력(S)

 일정 범위 안의 모든 변화를 인식한다.

 적대적 대상 구별 가능.

*상급 진화 시, 변화에 기반 한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

*최상급 진화 시, 능력 보유자의.....

 

대략 이런 능력이지만, 아직은 손, 발이 못 따라가서 그냥 옵져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4 시공의틈
    작성일
    16.11.04 14:22
    No. 1

    좀비 아포칼립스 물 처럼 보고잇다가
    작가의말
    게임 스킬같은 설명을 보니 분위기가 확 깨버리는데요. ㅡㅜ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Ahcha
    작성일
    16.11.04 15:27
    No. 2

    좀 그렇죠? ㅡㅡ;;
    스킬설명처럼 해 놓은건 알기 쉽게 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소설에선 A급이니 S급이니 그런 건 안나옵니다. 나올 수도 없고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4 배GoFar
    작성일
    16.11.06 10:25
    No. 3

    ㅇㅇ작가의 말에서만 나오는 정도면 괜찮은데 예민하신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어림없지
    작성일
    16.11.06 19:44
    No. 4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화(進化) 바이러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6) +3 16.10.27 3,219 97 9쪽
6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5) +4 16.10.26 3,445 98 14쪽
5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4) +2 16.10.25 3,648 103 12쪽
»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3) +4 16.10.24 3,791 106 12쪽
3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2) +3 16.10.23 4,347 112 11쪽
2 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10 16.10.22 5,457 118 11쪽
1 프롤로그 +5 16.10.22 6,619 11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