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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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리퍼
작품등록일 :
2017.05.2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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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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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마지막 강제휴식(2)

DUMMY

“후···. 그래서 이제 뭐 하면 되려나?”


봉인된 마법진 안.


절벽 아래에 홀로 남은 준영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눕혔다.


다행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은 넉넉했고, 그는 최대한 편한 자세로 눕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뭐, 천의 말대로 그냥 쉬면 되려나? 아 몰라 애초에 쉬는 걸 더 좋아했는데 아무런 상관없겠지.”


잠시간의 고민 이후 피식 웃은 준영은 의식의 끈을 놓았다.


그렇게 그의 의식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그에 공명하듯 그의 주위에 여러 마나 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시각, 준영의 집무실.


“... 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주저하고 있지?”


준영이 분노를 토해내며 떠난 이후.


집무실에 외로이 홀로 남아있던 사다함은 깊은 사색에 빠져 있었다.


“이미 대충은 알고 있었잖아? 비형랑은 나에게 계속하여 자신이 평범한 ‘군주’가 아님을 어필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것을 부정했지.”


그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했다.


준영이 자신에게 보여준 진실.


그중 절반 정도는 이미 예상하였던 일이었다.


그것을 애써 부정한 것은 자신.


준영에게 그렇게 반응한 것은 명명백백히 자신의 잘못이었다.


“후···. 미치겠군. 왜 녀석에게 그런 말을 한 거지? 아까 보니 무척이나 실망한 눈치였지···.”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말에 실망한 준영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것은 무관랑의 사고를 알아버린 자신이 그에게 지었던 표정과 무척이나 흡사했고, 그 점은 사다함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였다.


“에잉 쯧쯧, 여기서 뭐 하시고 계신 겁니까?”


그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뿔테 안경이 인상적인 사내, 비였다.


“아까 그 일 때문에 그렇게 홀로 자책 중이신 겁니까? 이거, 저까지 실망하게 하려고 하시네요?”


그는 넉살 좋게 웃어 보이며 사다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앞자리에 앉아 그를 쓱 훑어보았다.


“으음, 과거에 인간이었을 적의 후회와 현재의 열등감이 뒤섞여 참으로 황당한 결과를 자아냈군요?”

“···!? 열등감···. 이라고?”


비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다함.


그는 황당무계하다는 표정으로 비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그에게 비는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네, 열등감 말입니다. 아마도 그 대상은···. 전하겠죠?”

“...!”

“뭐, 천재들의 공통점이죠. 자신보다 아래에 있던 존재가 자신이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가 있다면···.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심히 느낀 달까요?”

“... 맞아. 그 말 그대로야.”


비의 말에 사다함은 침묵했다.


그가 침묵하자 비는 왜 그런 것인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결국 사다함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비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무언 갈 건넸다.


사다함은 이것을 얼떨결에 받아버렸고, 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까 사용법은 대충 익히셨겠지요? 그럼, 건넬 것도 다 건넸고, 할 말도 다 했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전하께서 맡기신 일이 워낙 많아서 말이죠.”


그의 말에 사다함이 자연스레 책을 바라보자 비는 후련한 표정으로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급하다며 재빨리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사다함은 얼굴을 굳혔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데.”


그의 중얼거림이 방 안에 울려 퍼졌지만 이미 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게 비가 떠나자 사다함은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책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기억(Someone’s Memory)’ 라 적혀있는 책.


사다함은 아까의 기억들을 떠올리고는 책을 펼치기를 잠시 주저했지만 이내 결의에 찬 눈빛으로 책을 펼쳤다.


“으아아아아악!”


누군가의 기억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과 함께 그에게로 ‘누군가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그의 군주, 준영의 기억이었다.


“당신의 왕께서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시라고요.”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비가 문밖에서 피식 웃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비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어쨌든 이젠 일이나 하러 가야겠군. 정말 나한테 일을 전부 맡기시면 어쩌라는 건지···.”


가벼운 푸념과 함께 비는 자리를 떴다.


사다함이 깨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준영의 기억을 지켜보며 생각을 정리하라고 특.별.히 기억을 지켜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도록 하였다.


그는 깨어나면 고마워하겠지? 라는 생각을 품고는 유유히 방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적막.


그 침묵 속에서 준영의 기억과 동기화되어있던 사다함의 눈가에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


꿈을 꾸었다.


아주 슬프고, 그리운 꿈을.


잊어버렸으나 잊지 못할 그 꿈.


그것은 아마도···.


“후···. 이거 원 미쳐버리겠군.”


잠에서 깬 준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봉인의 방어막은 활성화되어있는 상황.


무언가를 떠올리며 탄식하던 그의 눈가에는 자그마한 눈물이 맺혀있었다.


“큭, 도대체 뭐냐고. 꿈이···. 맞기는 한 거겠지?”


그렇게 말하는 준영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런 눈물을 닦아내지도 않고 그는 그저 자신이 꾼 ‘꿈’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 왜···. 왜!”


그 꿈의 내용은 ‘기록되지 않은 진실’에서도 보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진실보다도 충격적이었고, 구슬펐다.


“왜! 자신의 힘을···. 자신의 목숨을 써가면서 내 힘을 봉인한 건데! 날 살리겠다고, 날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왜 난 그런 거 원치도 않았는데 왜 그런 선택을···. 큭!”


그는 강한 원망과 분노 그리고 그리움과 고마움이 섞인 모순적인 감정을 토해내며 기억 속의 그를 떠올렸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준영은 거친 숨만을 내쉬며 눈물을 흘렸다.


“쯧, 천 자식 쓸데없는 짓을 해놨군. 우리 준영이는 알아서 잘할 녀석인데 말이야.”


그리고 그때, 들려올 리가 없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준영을 가둬놓은 천에게 욕을 한 사발 내뱉고는 혀를 찼다.


“내가···.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그 목소리를 들은 준영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는 자신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곧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할···. 아버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우리 준영이가 이렇게 갇혀있을까?”


그는 경악해 하는 준영을 바라보며 넉살 좋게 웃었다.


그리고는 대답이 없는 준영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준영의 몸 안에 있던 강력한 봉인이 깨져나가며 시스템 창 하나가 떠올랐다.


[하늘의 신격과 영혼이 동화되었습니다.]

-하늘에 관여하는 자(A person involved in the sky)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충격파가 준영을 중심으로 일었고, 그 충격파로 인해 준영을 가두던 봉인은 처참히 부서졌다.


그렇게 자신을 가두던 봉인이 깨지자 준영은 곧바로 자신의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그의 영혼이 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흩어져가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준영은 소리 질렀고, 그는 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이제 내가 가둬놓은 삶이 아닌 네 `진정한` 삶을 살도록 해라..."


그 한 마디와 함께 그의 할아버지는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


그런 그가 사라진 그곳을 바라보며 준영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삼켰다.


"당신이···. 제 친할아버지가 아니라 해도···. 당신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강호. 나의 평범한 삶을 만들어준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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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수왕(4) +2 18.03.29 78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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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수왕(2) +2 18.03.22 557 4 10쪽
140 수왕 +2 18.03.18 588 6 8쪽
139 감춰진 진실(2) +2 18.03.16 789 4 10쪽
138 감춰진 진실 +2 18.03.15 60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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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과거의 진실 +2 18.03.11 544 4 10쪽
» 떠나기 전, 마지막 강제휴식(2) +2 18.03.09 548 4 8쪽
134 떠나기 전, 마지막 강제휴식 +2 18.03.06 800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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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출진 +2 18.03.01 701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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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3] +2 18.02.17 626 4 8쪽
123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2] +2 18.02.17 6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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