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군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쿠리퍼
작품등록일 :
2017.05.27 23:34
최근연재일 :
2019.03.30 22:38
연재수 :
232 회
조회수 :
463,893
추천수 :
4,029
글자수 :
913,320

작성
18.03.22 00:35
조회
556
추천
4
글자
10쪽

수왕(2)

DUMMY

“크아아아아아아아!!!!!”


단절된 세상 속, 사람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짐승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멍청하긴.”


척!


조소를 터트린 준영이 착검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절단되었던 세계는 복구됐고, 준영은 다시금 검을 뽑아 겁에 질려있는 수왕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알겠냐? 넌 겨우 이딴 환각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병신에 불과해. 감히 어딜 덤비려는 거야?”


그렇다. 세계가 갈라졌던 것은 준영의 환각이었다.


정확히는 준영의 기세가 형상화되어 수왕의 눈에 환각처럼 비친 것이었다.


“무···. 무슨 짓을 한 것이죠?”

“음···. 정말 별거 안 했는데. 그냥 네가 쫀 것뿐이잖아?”


피식 웃는 준영이 다시금 검을 뽑아들었고, 이에 수왕은 흠칫 놀라며 얼른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기라도 한 것인지 그녀의 발은 바닥에 딱 붙어 움직이질 않았고, 그녀는 당황했는지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며 소리 질렀다.


“어···. 어째서!”


야수의 힘을 완전히 개방한 것인지 반인 반수의 형태를 한 그녀가 지르는 소리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무기였고, 결계가 방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린 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칼을 더욱 들이밀었다.


“아오, 시끄러워라. 조용히 좀 못하냐?!”

“흡···!”


그녀의 목에 서늘한 칼끝이 닿았고, 귀찮다는 듯이 인상 쓴 준영에게서는 더욱 강렬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그 흉포하고 패도적인 기운에 숨이 막힌 수왕은 다시금 힘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묻지 나의 땅에는 왜 침범했지? 그것도 기척을 숨기고 말이야. 내 땅이 탐나기라도 한 거야?”

“당신의 땅인 줄···. 몰랐···!”

“호오, 결국 내 땅을 탐냈다는 것이로군. 그렇다면 응당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잔인한 미소를 지은 준영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그런 그의 등 뒤로 황금빛의 굴절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는 수왕에게 인사를 건넸다.


“뭐, 네 명줄이 길면 살 수 있지 않겠어?”


조소하듯 피식 웃으며 뒤로 돌아선 그.


그가 돌아서자 황금빛 굴절들에선 하늘을 묶는 사슬, 엘 키두의 열화 판이 솟구쳐 나왔고, 사슬은 짐승을 묶었다.


“비···. 빌어먹을!”


수왕은 자신을 죄여오는 사슬에 발버둥 쳤지만 겨우 그녀 따위가 풀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사슬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더 꽉 잡혔고, 그녀는 울부짖었다.


“유물의 군주! 너는 언젠가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후회는 개뿔, 왕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 기대해봤는데 수왕은 개뿔, 그저 그런 짐승 나부랭이 새끼였군.”


준영의 도발에 몸을 부르르 떠는 수왕이었지만, 그녀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푸슉!


뒤이어 나온 도병들에 의해 몸이 꿰뚫렸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악!”

“그럼, 당분간 그 결계에서 반성 좀 하고 있으라고.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수왕의 비명 따위 가볍게 무시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결계 밖으로 향하는 준영.


그가 결계 밖으로 나왔을 때, 소음 때문이었었는지 기도를 마친 성녀가 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좀 시끄러웠나요?”

“아뇨,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전대 군주이자 비형랑의 애인이다 보니 조심스러워진 준영이 그녀에게 먼저 물었다.


열심히 비형랑이 무사귀환 할 수 있도록 신께 기도하던 성녀가 기도하기를 그만두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내심 찔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준영의 말에 성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에 의아한 준영이었지만 일단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부터 듣기로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일이시죠?”“그게···.”


준영의 물음에 성녀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고, 성녀가 선뜻 말하기 힘들어하자 준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군단과 맞서 달라는 얘기이신 겁니까?”

“아···. 네. 그렇습니다. 그이는 이곳에 남아 달라 했지만···. 부디 그이를 도와주십시오.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겠습니다.”


준영의 물음에 성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생각을 마친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어지는 그녀의 부탁 아닌 의뢰.


그 내용은 비형랑을 도와달라는 것이었고, 이에 준영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하하, 이런 부탁을 하실 필요도 없는 데 말이죠.”

“그 말인즉슨. 거절인가요?”


준영 특유의 장난기 섞인 대답이었지만 성녀, 에오스는 그것을 거절이라 생각하고는 동요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심히 떨렸고, 주먹을 쥔 그녀의 손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비형랑의 후대이자 후손인 준영이 거절하리라 생각조차 못 한 것인지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다.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거의 울기 직전의 목소리.


조심스럽게 거절의 이유를 물은 성녀를 바라보며 준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군요. 저는 성녀님의 ‘제안’이 필요 없다 한 말입니다만?”

“그게···. 그거잖아요? 당신은···. 그이의 말대로 군단과의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 아닌가요?”


준영의 모호한 대답에 성녀는 의아해했다.


그녀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 곧 군단과의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고, 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안 따위가 없어도 참전할 거라 필요가 없다고 한 건데요? 애초에 제가 군단의 대적자인 군주인데 참여를 안 하다니요. 제가 지금 땅따먹기나 하는 멍청이들로 보이십니까?”


준영이 결계 속 누군가를 가리키며 말하자 성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신에게 받은 신안(神眼)이 준영이 급히 펼친 결계를 꿰뚫어 보았고, 전대 군주인 그녀는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이 기운은···. 수인들의 군주로군요?”

“예, 자신을 수왕이라고 칭하는 오만한 녀석이죠. 왕이라니, 가당치도 않아라.”


결계 안에 갇힌 존재의 정체를 어렴풋이 느낀 성녀는 수인들의 군주냐며 준영에게 물었고, 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준영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이상하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라도 있는 것인가? 얼굴을 찌푸린 그녀는 잠시 고민하였고, 이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으음···. 이상하네요. 수왕은 단 한 존재에게만 주어지는 칭호일 텐데요? 저런 미약한 힘을 지닌 주제에 수왕의 칭호를 탐한다고요?”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서 준영은 그녀가 말하는 수왕의 정체를 곧 깨달았다.


“수왕이라는 존재가 열두 명의 왕들 중 한 명인가 보군요.”

“네, 수왕은 펜리르, 오직 그에게만 주어지는 칭호인걸요.”

“흠, 그런데 수왕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건가요? 뭐, 저 같은 경우도 아직 후보일 뿐이지만 영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성녀의 설명을 들은 준영은 내심 찔린 것인지 그녀에게 수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느냐 물었고, 성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준영님의 경우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펜리르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제 경우에는 문제가 안 되는데 펜리르가 문제라···. 그를 잘 알기라도 하시는 건가요?”

“제가 비형랑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직접 목도한 왕입니다. 신께서 그를 조심하라며 제게 과거의 기억을 보여주셨죠. 어쨌든. 그처럼 흉포한 자가 감히 수왕이라 칭하는 족속을 살려둘 리가 없어요.”


그녀의 설명에 준영은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수련 기간 동안 비형랑에게 전해 들은 왕들의 정보에는 수왕 펜리르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서 전해 들은 펜리르는 무척이나 오만하고, 흉포하며,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존재였다.


그는 세계를 다스리는 주신들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시를 당하면 주신들에게조차 이빨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벌레만도 못한 이에게 자신의 칭호를 공유한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참으로 이상하단 말이죠. 저렇게 떵떵거리고 산다는 것은 펜리르가 묵과했다는 것인데···.”


자신이 말하고도 말이 안 된다면서 고개를 젓는 성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사색에 빠져있던 준영이 무언 갈 떠올리고는 소리쳤다.


“아, 펜리르가 한 백 년 전쯤에 주신, 오딘에게 대들었다가 된통 당하고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 수면기에 빠졌다는 것이라고 얘기하시긴 하셨습니다만···.”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뒷말을 떠올리며 준영은 말을 흐렸다.


그 말에 뒤이어 비형랑이 나직이 알려준 정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분명 펜리르는 힘을 보충하기 위해 수면기에 들었으나···.


“이제 곧···. 깨어날 시간이라는 거죠.”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울!


그리고 그 순간 음성에 담긴 힘만으로도 경천 동지를 일으키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두 남녀는 그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을 굳히고는 말했다.


“이미 깨어났군요···.”

“깨어난 것뿐만 아니라 수왕을 칭하는 알량한 종자의 정체와 위치도 알아버렸나 보네요···.”


둘은 조금은 절망한 기색을 드러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가보실까요?”

“물론이죠.”


서로의 사인과 함께 그들은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한 천을 감춰두고는 울음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른 채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물의 군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7 역천 +2 18.04.08 739 5 10쪽
146 펜리르의 정수 +2 18.04.05 550 4 9쪽
145 수왕(5) +2 18.04.01 564 4 8쪽
144 수왕(4) +2 18.03.29 552 6 9쪽
143 수왕(4) +2 18.03.29 785 4 9쪽
142 수왕(3) +2 18.03.25 796 5 9쪽
» 수왕(2) +2 18.03.22 557 4 10쪽
140 수왕 +2 18.03.18 588 6 8쪽
139 감춰진 진실(2) +2 18.03.16 789 4 10쪽
138 감춰진 진실 +2 18.03.15 604 4 9쪽
137 과거의 진실(2) +2 18.03.11 571 5 8쪽
136 과거의 진실 +2 18.03.11 544 4 10쪽
135 떠나기 전, 마지막 강제휴식(2) +2 18.03.09 547 4 8쪽
134 떠나기 전, 마지막 강제휴식 +2 18.03.06 800 4 8쪽
133 정비 +2 18.03.04 595 4 9쪽
132 출진(2) +2 18.03.02 753 5 8쪽
131 출진 +2 18.03.01 701 4 8쪽
130 생각 정리(3) +2 18.02.28 653 4 9쪽
129 생각 정리(2) +2 18.02.25 680 4 8쪽
128 생각정리 +2 18.02.24 632 4 7쪽
127 영웅왕의 힘(2) +2 18.02.23 661 5 8쪽
126 영웅왕의 힘 +2 18.02.22 629 4 8쪽
125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4] +2 18.02.18 712 4 8쪽
124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3] +2 18.02.17 626 4 8쪽
123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2] +2 18.02.17 625 5 11쪽
122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2 18.02.14 719 4 10쪽
121 세계의 진실(2) +2 18.02.14 659 4 7쪽
120 세계의 진실 +2 18.02.11 665 5 9쪽
119 영웅왕(英雄王) [2] +2 18.02.10 649 4 9쪽
118 영웅왕(英雄王) +2 18.02.09 710 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