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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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리퍼
작품등록일 :
2017.05.2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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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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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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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

DUMMY

고 오오


넓게 퍼진 대지를 강렬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아득한 고요함에서 홀로 불어오는 바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삭막한 장면을 자아냈고, 그 위에 홀로 서 있는 준영은 천천히 감은 눈을 떴다.


“그래서, 제가 역천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도대체 뭡니까?”


역천(逆天).


말 그대로 하늘의 뜻을 거스른다.


여기서 하늘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준영은 시험의 주최자인 펜리르에게 그 하늘이 무엇인지 물었다.


‘뭐, 대충 누구인지는 알 것 같지만 말이야.’

[너도 잘 알고 있지 않으냐? 신(神)이다.]


펜리르는 준영에게 알고 있으며 왜 묻느냐는 듯이 퉁명스럽게 답했고, 준영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시 묻도록 하죠, 역천의 힘은 무엇입니까?”


준영은 질문을 바꾸었다.


역천의 힘이 무엇이냐.


그 대상이 신이라면 그 힘은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느냐고.


[흠···.]


준영의 물음에 펜리르는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답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강렬한 빛이 내려왔다.


호쾌하게 생긴 인간 남성, 펜리르의 분체(分體)였다.


“역시 대화는 이렇게 하는 게 편해, 그렇지?”

“말을 돌리려 하시는 거라면 그냥 시험이나 내려주십시오.”


펜리르가 말을 돌리려는 기색을 띄우자 준영은 가차 없이 거절의 뜻을 내보였다.


“흠···. 넌 참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없는 놈이야. 괜히 내 어금니를 준건가?”


말해주지 않겠다면 그냥 시험이나 치르겠다는 준영의 말에 펜리르는 준영을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없는 놈이라 치부하고는 자신의 어금니를 괜히 줬다면서 투덜댔다.


하지만 펜리르가 뭐라고 말하든 별 신경 쓰지 않던 준영은 그저 펜리르를 지긋이 응시했고,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난처한 기색을 표한 펜리르가 소리쳤다.


“아, 알겠다고. 말해 주면 될 거 아니야!”

“그건 감사합니다만···. 갑자기 웬 반말이신 겁니까?”

“아, 갑자기 그러니깐 이상해 보이냐?”

“네, 무척이나 이상해 보입니다.”


갑작스레 날아오는 준영의 돌직구에 펜리르는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그런 펜리르의 모습에서는 전 같은 위엄은 느껴지지 않았고, 준영은 그것이 펜리르의 진면목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위엄 있는 척을 있는 대로 해왔던 그것이 그저 연기였다는 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충격과는 별개로 왜 그가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대충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그때, 연신 헛기침만 해대던 펜리르는 준영의 의중을 알아채고는 헛기침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크흠, 애초에 나는 대단하신 영웅 왕처럼 체면을 세우는 부류는 아니라서 말이지. 그냥, 이게 더 편해. 물론 평소에도 이렇게 지내면 워낙 어중이떠중이들이 덤벼 대서 말이지.”


그가 토로하는 중이라는 것을 느낀 준영은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왕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자, 세계에 자신을 증명하거나 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라.


과거 비형랑이 준영에게 왕들에 관해 설명해 주기 전 해준 말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왕들과 준영의 경우는 전자에 속했지만, 간혹가다 후자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사례 때문에 왕들은 귀찮음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 이유는···.


“세계에 자신을 증명하지도 못하는 떨거지들이 왕에게 승부를 걸었나 보군요.”

“뭐, 그렇지. 왕의 지대한 품격은 그것만으로도 상대를 압도(壓度)시키니 적어도 떨거지들은 덤비지 않지 않겠어?”

“뭐, 그렇긴 하죠.”


준영의 말에 펜리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지의 손톱을 늑대의 그것으로 만든 이후 그것으로 허공을 그었다.


쩌저저저저적!


가볍게 휘두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름이 돋는 괴음이 울려 퍼지며 공간이 찢어졌고, 준영은 눈살을 찌푸렸으나 펜리르는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시험을 시작해볼까? 준비는 됐겠지?”

“굳이 이렇게 요란하게 시작하셔야 합니까?”


준영의 신경질 섞인 물음에 펜리르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고는 아공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가 완전히 아공간 속으로 사라지기 이전, 그는 고개를 약간 젖혀 준영을 바라보고는 조소를 지으며 말 한마디를 남겼다.


“아무렴, 네가 신을 넘어설 힘을 지니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지. 참고로, 어중이떠중이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길 빌지.”


그 한 마디와 함께 그는 아공간 속으로 사라졌고, 찢어진 공간이 아물며 아공간의 입구는 사라졌다.


“어중이떠중이는 오지 않는 다라···. 잠시만, 전 아직 왕의 자리에 앉지 못했습니다만?!”


어중이떠중이가 오지 않는다는 말에 펜리르의 입장에서 어중이떠중이가 누구일지 잠시 생각해본 준영은 기겁하며 소리쳐봤으나 이미 펜리르는 자리를 뜬지 오래였다.


허탈한 마음에 망연자실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던 그때, 지대한 힘이 섞인 거대한 음성이 대지를 울렸다.


[흠, 네 녀석의 상대로는 주신은 무리고···. 혹시, 상대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

“...!”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준영은 순간 주저앉을 뻔했다.


무언의 압박감이 그의 몸을 짓눌러서였는데 준영은 그 이유를 곧장 알 수 있었다.


“이게···. 당신의 본체(本體)의 힘인 겁니까?”

[후후, 이곳은 내 힘을 주체로 만들어진 세계, 과장되긴 했지만 뭐, 내 힘이긴 하지.]


준영의 물음에 긍정을 표하는 펜리르.


준영은 그 광오한 힘에 놀라면서도 아까 펜리르가 말했던 물음에 대해 고민하였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상대가 내 올바른 적수가 될 수 있을까···?’


사실 펜리르는 준영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자신의 힘을 드러낼 수 있는 적수를 택하라, 뭐, 역천의 의미답게 자신보다 격이 높은 상대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다름없기는 했다.


하지만 상대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은 강자를 상대하여 실력을 기르라는 말이나 다름없기에 준영은 그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자 하였다.


‘각 신화의 무신, 투신 등 전투에 능한 상대를 골라야 해. 그들이 나보다 월등히 강할지 몰라도 실력을 기르려면 그 정도의 페널티는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선택의 범위를 줄인다.


준영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나라의 유명 신화들이 떠올랐고, 그 속에서도 순위를 정했다.


물론 그것은 준영의 주관적인 평가였고, 정확한 강함의 척도는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위야말로 준영이 적수로 택할 신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일 것이 분명했다.


“흠, 펜리르 님께서는 군신, 아레스와 검선, 여동빈 중 누구를 택하겠습니까?”

[흠, 권능이 없고 불완전한 신격을 보유한 이들의 환영을 현 현시키 는 것이니 둘쯤이라면···. 상대할 여지는 있겠지.]


준영의 물음에 펜리르는 잠시 고민하더니 둘 다 상대를 할 여지가 있다며 잠시 고민했고, 이내 곧 답을 내주었다.


[본래부터 올림포스의 12신이었던 아레스는 권능과 신격이 봉인 당하면 약해진다. 하지만 검선 여동빈은 자신의 검술만으로 신선의 위에 오른 자이다. 권능이 봉인 당하고 신격이 약해진다고 하더라도 그리 약해지진 않는다는 말이야. 만약 자신의 실력을 기르고자 한다면 여동빈이 좋을 것이고 그저 역천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면 아레스를 추천하지.]


펜리르의 진심 어린 조언에 준영은 잠시 망설였다.


펜리르가 쉽다고 해도 분명히 상대는 강대할 것이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쉽게 이겨서 무얼 할까? 이 싸움으로 막혀왔던 성장의 폭을 넓히고자 했던 준영은 생각했다.


‘만약 신격과 권능이 유효하다면 분명히 아레스가 몇 수는 위겠지. 하지만···.’


아레스가 강한 것은 분명하다. 그는 군신이며 강대한 힘과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여동빈은 검술 하나로 사람들을 구제하여 신선의 위에 오른 존재이다.


원래부터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존재와 무(無)에서부터 시작하여 신의 자리에 오른 이와의 차이는 극심하다.


준영이 괜히 상대할 만한 신을 정하라는 펜리르의 말에 헤라클레스가 아닌 아레스를 떠올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준영의 선택은 결정되었다.


“검선···. 검선, 여동빈과 붙어보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이로군. 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좋다, 검선, 여동빈의 환영을 현 현 시켜주도록 하지!]


호쾌한 그의 외침과 함께 망망대해에 광풍이 불어오기 시작했고, 광풍과는 맞지 않는 매화 향이 공간을 메워나갔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광풍이 멎자, 그 바람의 중심부에서 푸른 도복을 입고 있는 한 미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준영을 지긋이 응시하고는 허리춤에 매고 있던 검을 뽑아내어 준영에게 겨눴고, 준영은 피식 웃으며 단검을 장검으로 변환시키며 외쳤다.


“통성명은 하고 싸우는 게 맞지 않나? 고귀하신 검선님?”

“···.”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 이에 준영은 피식 웃으며 땅을 박찼다.


“전, 유물의 군주. 현, 영령왕! 이준영이 감히 검선이라 불리 우는 하늘에 거스르고자 합니다!”


그렇게 역천의 시험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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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천 +2 18.04.08 740 5 10쪽
146 펜리르의 정수 +2 18.04.05 550 4 9쪽
145 수왕(5) +2 18.04.01 564 4 8쪽
144 수왕(4) +2 18.03.29 552 6 9쪽
143 수왕(4) +2 18.03.29 785 4 9쪽
142 수왕(3) +2 18.03.25 796 5 9쪽
141 수왕(2) +2 18.03.22 557 4 10쪽
140 수왕 +2 18.03.18 588 6 8쪽
139 감춰진 진실(2) +2 18.03.16 789 4 10쪽
138 감춰진 진실 +2 18.03.15 604 4 9쪽
137 과거의 진실(2) +2 18.03.11 572 5 8쪽
136 과거의 진실 +2 18.03.11 544 4 10쪽
135 떠나기 전, 마지막 강제휴식(2) +2 18.03.09 547 4 8쪽
134 떠나기 전, 마지막 강제휴식 +2 18.03.06 800 4 8쪽
133 정비 +2 18.03.04 596 4 9쪽
132 출진(2) +2 18.03.02 753 5 8쪽
131 출진 +2 18.03.01 701 4 8쪽
130 생각 정리(3) +2 18.02.28 653 4 9쪽
129 생각 정리(2) +2 18.02.25 680 4 8쪽
128 생각정리 +2 18.02.24 632 4 7쪽
127 영웅왕의 힘(2) +2 18.02.23 661 5 8쪽
126 영웅왕의 힘 +2 18.02.22 629 4 8쪽
125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4] +2 18.02.18 712 4 8쪽
124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3] +2 18.02.17 626 4 8쪽
123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2] +2 18.02.17 625 5 11쪽
122 진실의 진실(The Truth of Truth) +2 18.02.14 719 4 10쪽
121 세계의 진실(2) +2 18.02.14 659 4 7쪽
120 세계의 진실 +2 18.02.11 665 5 9쪽
119 영웅왕(英雄王) [2] +2 18.02.10 649 4 9쪽
118 영웅왕(英雄王) +2 18.02.09 71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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