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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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네라이젤.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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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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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화 - 청혼을 받았습니다.

DUMMY

3화 - 청혼을 받았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풀네임으로 말해야 하는가?”

“네. 이게 원칙이라... 죄송합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해주었다.


“엘렌 S 슈네이도르.”

“헉! 저, 정말 슈네이도르 가문이십니까?”


내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는 표정 기사를 보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우리 가문의 이름이 워낙 유명해야 말이지. 수습기사 녀석도 우리 가문의 이름을 듣고 놀라잖아.


“시, 실례했습니다!”

“됐고 난 언제쯤 나갈 수 있는 건가?”


내 말에 수습 기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오늘 안으론 글러 먹은 듯싶다. 괜히 네그라도 녀석을 소환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다니. 나도 멍청했다. 물론, 나를 귀찮게 만든 그놈들 잘못이 200%로 가장 지분이 높았지만 말이다. 만나면 뒤지게 패야지. 아, 이런 생각은 내 자라나는 감수성에 좋지 못하다.


“정령사라고 등록하지 못한 건 미안하긴 한데 이틀 뒤에 공작부인께서 파티에 참석하라고 하셨거든?”

“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녀석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거슬리는 건 아니었으나 뭔가 착각하고 있는 부분에서 거슬렸다. 신입이라 어리바리한 건지 천부적으로 멍청한 녀석인지 몰라도 지금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

“헉!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녀석에게 잡혀버리다니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평소에 체력운동을 게을리 한 탓이다. 이반 녀석이 놀아달라고 징징거렸을 때 같이 어울려줄 걸 그랬다. 아무튼, 내가 일으킨 사건은 수습 기사 따위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미 상부에 보고가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그냥 정령사 등록을 자진해서 할 걸 그랬다. 귀찮아 했던 일이 화근이 되어 돌아왔다.


“적어도 일주일은 여기서 썩어야 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방법은 하나 있어.”


내 한마디에 녀석의 표정이 죽었다 살아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가문이 무서운 가문은 아닌데 이 녀석이 왜 겁을 먹고 있던 걸까? 그건 나중에 물어볼 일이다.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급했다.


“잘못 봤다고 해.”

“네? 그, 그건.”


녀석의 표정이 흙빛으로 다시 돌아갔다. 하긴 내가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긴 했다. 품격이라곤 보이지 않았으니 나 자신에게 사과부터 하고. 녀석의 얼굴을 다시 되돌려 놔야지.


“장난이야. 얼굴 좀 풀어.”

“휴우, 엘렌 아가씨,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뭐?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아, 아가씨?”


내 표정과 분위기가 차갑게 돌아서자 녀석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군. 하아, 정말 이반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놈을 만났네. 오늘 일진은 먹구름이 잔뜩 껴있는 그런 하루다.


“네! 아가씨. 엘렌 아가씨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 웃는 낯짝에 주먹을 날릴 수도 없고... 그래! 바른말로 녀석을 인도해주자. 폭력은 최후의 수단이야.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난 아가씨가 아니야. 어엿한 남자라고.”


그러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수습 기사. 명찰을 보니 이름이 보네한이로군. 너, 내가 똑똑히 기억해뒀어.


“제 여동생보다 아름다우...”

“닥치고 난 남자라고. 알겠어?”


웬만하면 화를 참으려고 했건만 여동생까지 들먹이다니 네놈의 승진은 내가 철저하게 가로막아주지. 울고불고 난리 쳐도 절대 들어주지 않을 거야. 나한테 그런 권력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가문의 힘이 그 정도로 강하거든.


게다가 이제 정령사로 등록되는 순간 내 지위는 수직으로 상승하게 될 테니까. 녀석을 애피타이저로 내놓든 메인으로 내놓든 후식으로 내놓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녀석은 아직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 나이를 묻지 않았네요.”

“내 두야, 17살. 성인식까진 4 개월 남았다.”


그러자 손뼉을 치며 주둥아리를 놀리는 보네한이었다.


“그럼! 절세미인이 탄생할 수도 있겠군요!”


빠직! 이건 내 인내심이 끊어지는 소리가 아니다. 녀석의 정강이가 부러지는 소리지.


“크헉!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엘렌 아가씨.”

“학습능력이 제로인 동물에겐 매가 약이지.”

“전 정말 잘못한 게 없습니다.”


아이고, 뭔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내가 누누이 그 말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주었거늘. 그 말을 무시한 사람이 바로 본인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나 보다.


“너, 평소에 눈치 없다는 말 많이 듣지?”


그러자 또다시 놀라는 표정. 이제 지겹다. 보네한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네! 엘렌 아가씨가... 컥!”


나는 때린 부위에 또다시 발로 걷어찼다. 집안에서 정말 걱정이 많은 녀석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토록 눈치가 없어서야. 녀석의 움직임이나 행동거지를 봐선 태생이 귀족인 것 같은데 확실히 평민은 아니다.


“너 가문이 어디야?”

“메를린입니다.”

“뭐? 메를린? 검술천재로 유명한 그 메를린 말이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에서 자부심이 넘치는 걸 보니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가문에 이런 녀석이 있다니. 현 메를린 가주도 골치 아프겠군. 메를린 가문의 위상은 우리 슈네이도르 가문에 못지않은 대단한 집안이었다.


사람들에게 테사이르 왕국에서 검으로 유명한 집안을 말하라고 하면 이 두 가문을 말할 것이다. 메를린 가문과 제네쉬 가문. 참고로 제네쉬 가문의 소가주는 내 하나뿐인 친구, 이반이다. 어라? 생각해보니 그쪽도 문제가 많네. 설마, 이 녀석이 소가주는 아니겠지?


“헤헤헤. 제가 15대 가주가 될 사람입니다만? 컥!”


나는 짜증 나서 한 대 더 때렸다. 누가 짜고 치는 것도 아니고 멍청멍청 열매를 드신 두 분이 나란히 가주가 된다니. 우리 왕국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된다.


“네가 장남이냐?”

“네! 제가 장남입니다!”


사실 이 녀석과 나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 내가 정령사로 등록된다고 해도 한 가문의 소가주 정도였다. 물론, 아직 우리 가문은 소가주가 없는 상황이라 내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난 그런 고리타분한 지위는 극도로 싫어했다. 그건 가문 어른들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장남이면 현 가주의 심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아버님이요? 글쎄요? 싫어하는 표정을 내보이신 적은 없는데요.”


정말 그럴까? 내 생각은 ‘아니오.’다. 녀석이 워낙 눈치가 없어서 파악하지 못한 거지. 아무튼, 이 녀석과 이야기를 끝내야겠다.


“조사가 끝났으니 이제 가도 되지?”


어느새 반말을 놓고 있는 엘렌님이 되시겠다. 그런데도 녀석은 아직 모르고 있다. 지금은 네놈이 더 높은 신분이라는 걸 말이다.


“아, 아닙니다! 아직 조사가...”

“됐고 나머진 집으로 보내. 여기서 썩을 생각은 없으니까.”

“그,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우리 집으로 보내라니까? 수도와 가까워서 금방이잖아?”


내 기세에 눌린 보네한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려 했다. 그런데 귀가 썩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엘렌 아가씨!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세례식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되신다면! 청혼하겠습니다!”


뭐 이 XXX?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게 널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맑은 샘물처럼 하늘로 솟구치는구나! 그래 좋다! 오늘 네 놈의 정신을 철저하게 개조시켜주지! 나는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녀석을 향해 바라보았다. 여전히 태평하게 함박웃음을 짓는 청년.


음, 생각보다 잘생기긴 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여긴 품평회가 아니라고! 저놈을 교육할 아름답고 따뜻한 교육의 장소야! 정신 차려라. 엘렌! 그런데 갑자기 문이 쿵! 하고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다프네 누님이 되시겠다.


“엘렌!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데!”


다짜고짜 나를 안으며 눈물을 흘리시는 나름 연기파 배우 다프네 누님이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참 이상하죠? 내가 정신 개조를 시킬 때 들어오시다니 설마? 다 듣고 들어오신 건 아니겠지?


“사, 사교계의 아이돌! 다프네 아가씨?”


어라? 보네한 자식, 우리 누님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저 녀석도 사교계에서 유명한가? 그러자 움찔거리며 내 등에서 떨어지시는 누님이셨다.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훌쩍이시는 다프네 누님. 보고 있자니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같으세요.


“메를린 가문의 소가주이신 보네한님 아니세요?”

“네! 저... 여기 사인 좀...”


주섬주섬 펜과 종이를 꺼내는 보네한이었다. 표정을 보니 정말 우리 누님을 우상으로 생각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흔쾌히 응해주셨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가? 평소 밖을 잘 다니지 않은 나에겐 살짝 놀랄 일이었다. 집에선 품위 없는 행동으로 나를 귀찮게 했지만, 지금은 한 가문의 아가씨처럼 우아하게 펜을 놀리고 있었다.


“여기에 제 이름을 써주세요. 아, 감사합니다! 제 가문에 보물로 남기겠습니다!”

“아닙니다. 너무 과분한 칭찬이세요. 호호호.”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건 나뿐인가?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냥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저 멍청한 놈은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테니까.


“앗! 엘렌 아가씨!”


내 발걸음이 또! 정말 움직이기 힘들 구나! 이를 놓치지 않은 다프네 누님이었다.


“엘렌 아가씨? 풋! 보네한 님, 정말 대단하세요!”

“하하하! 제가 그런 말 좀 많이 듣습니다.”


그렇겠지. 정말 많이 들을 테지. 이제는 정말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저들이 뭐라고 하던 이제 상관하지 않으련다.


***


달그락닭그락.


닭소리가 나는 건 무시해도 좋다. 가끔 그런 소리를 내는 마차니까. 물론, 마차를 별로 타보지 않은 내가 할 소린 아니었지만 말이다. 내가 왜 마차 바퀴 소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가 하면, 바로 우리 다프네 누님 때문이다.


“엘렌 아가씨, 오늘 외출 어떠셨나요? 후후후.”


정신과 시간의 방이 있다면 바로 여기일 터. 괴롭다. 너무 괴롭다. 그렇다고 누님을 때릴 수도 없고 나는 그런 나쁜 동생이 아니었으니까.


“짜자잔! 내가 파티를 위해 네 드레스를 사 왔어! 봐봐. 정말 아름답지? 이 기품이 넘치는 프릴 좀 봐.”

“예. 예.”


프릴 따위는 기품이 넘치죠. 다프네 누님 보다요.


“어머나! 정말 좋아하는구나! 역시 내가 드레스 하는 잘 고른다니까.”


네네. 누님이 입으시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군요. 그 날 사교계에 전 방위 마법 공격으로 상대를 매혹시킬 것만 같습니다. 역시 사교계의 아이돌이십니다. 나는 가벼운 과일 주스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그 날 왕자님이 오신다는 소문이 있어. 네 외모와 이 드레스라면! 반드시 홀릴 수 있을 거야!”


쿨럭! 위까지 안전하게 들어갔던 과일 주스가 역류하는 소리였다. 이 타이밍을 놓칠 다프네 누님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네. 정말 충격적인 말이네요. 남자가 남자를 꼬신다니. 누님, 그런 취향이셨어요?


“내가 언제 그런 취향을 가졌다고 했니?”

“지금요.”

“훗! 난 정신적으로 건전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지성을 갖춘 여성이란다.”


뭔가 엄청나게 긴 수식어가 붙어 있네요. 잘도 그러시겠어요. 요즘 사회에서 이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 누님이 그 당사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과거에 순수했던 다프네 누님으로 되돌리고 싶다. 한 7 살 때로? 아니지 10살 정도면 되겠다.


“도착했네요.”


말발굽 소리가 작아지더니 이내 마차가 멈췄다. 나는 재빨리 마차에서 내려 아이돌이신 다프네 누님을 에스코트했다. 내가 이 정도로 다프네 누님을 생각하고 아끼는데 도통 몰라주시니 안타까운 일이다.


“고마워. 엘렌.”

“뭘요.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끔찍한 하루 말이죠.”

“그래? 난 정말 즐거웠는데?”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다프네 누님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곤욕을 치렀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십니까?


“곤욕? 네가 곤혹을 겪었니?”


말을 말아야지. 이 분과 대화를 하면 내 속이 터지니까. 오늘 밤은 아주 긴 밤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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