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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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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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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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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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림 86

DUMMY


86. 고무림 (86)


천지인은 천지혜가 무림과 뇌파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전음이라면 화경의 경지에 오른 천지인이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런데 뇌파라면 천지인도 생소한 분야였다.

“천마신교가 무림맹을 공격했다가 그냥 물러갔다는 말을 들었네.”

“그놈들을 미행해서 대화를 엿들으니 혈마와 사마의 세력이 이번 공격에서 모두 빠졌다고 하더군. 난 왠지 그놈들이 마음에 걸려. 시간이 지나면 공격에서 빠진 것이 탄로 날 것이 분명한데 그 전에 잠적했다는 것은 마천산이 알아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으로 보여.”

무림의 말에 천지인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 나타난 혈난(血亂)은 이번처럼 천마신교의 공격 따위가 아니야. 아마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무서운 혈풍(血風)이 몰아칠 거야.”

천지인은 혈난을 대비하기 위해 의선문의 문도들을 수련시키며 언제든지 무림맹으로 달려올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 빨리 아버지에게 말해서 저를 이곳에 남겨두고 가라 하세요. -

- 어떻게 그런 요구를 하지? 명분이 없는데. -

무림은 친구인 천지인에게 딸을 자신에게 달라고 할 면목이 없었다. 결혼을 해서 아들까지 낳아놓고 딸을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뻔뻔한 일이었다.

- 나 참! 간단한 일 가지고 뭘 그리 고민하세요. 반대하면 그냥 왕명이라 하세요. -

천지혜의 말에 무림은 진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반로환동의 고수인 마인적과 상대할 때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흠, 흠! 자네, 지혜는 이곳 무림맹에 남겨두고 가게. 그동안 무공수련만 하느라 장안구경을 못했을 테니, 내가 장안구경을 시켜주겠네.”

무림의 말에 천지인은 의외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지혜를 자네에게 맡기고 싶었는데 자네가 먼저 부탁을 하니 마침 잘 되었네. 이제부터 지혜는 자네가 책임져주게.”

천지인은 무림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지혜를 두고 무림맹을 떠나버렸다.

‘일반인들과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친구군. 일반인들이었다면 이미 결혼한 놈에게 절대 자신의 딸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무림은 남궁천검에게 말해서 천지혜를 자신의 옆방에 머물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천지인이 무림맹을 떠난 그날 저녁.

무림의 방으로 천지혜가 들어왔다. 천지혜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무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무림의 물음에 천지혜는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무림의 눈을 응시했다. 천지혜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눈만 바라보자 무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아저씨가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아저씨는 저 보고 싶지 않았어요?”

천지혜는 무림을 부를 마땅한 명칭이 없었기에 그냥 아저씨라고 불렀다.

“나, 나도 보고 싶었지.”

“얼마만큼요?”

“하, 하늘만큼 땅만큼.”

천지혜는 무림이 말하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무림의 어깨를 잡았고 무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까이 접근시켰다.

생사경의 경지인 무림도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듯 꼼짝도 못했다.

천지혜의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고, 입술사이로 천지혜의 혀가 밀고 들어오자 무림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윽! 이것은 대체 무슨 신공이지? 애정신공에 육탄공세인가?’

천지혜는 그의 아버지 천지인처럼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과 확실히 달랐다. 일반 여인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행동이었다. 하지만 무림은 천지혜의 행동을 이해했다.

봉황혈이 오랜 시간 자신의 심장에 머물렀기에 천지혜가 너무도 익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 천지혜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림은 천지혜의 몸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그 향기는 청룡혈과 봉황혈이 서로 섞이며 발생하는 아련한 향기였다.

자신의 몸에서도 나는 향기.

두 사람이 서로 몸을 밀착시키며 입맞춤을 하자 그 향기는 더욱 짙어졌다. 용봉향(龍鳳香)이라 일컬어지는 이 향기는 서로의 기분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청룡지체와 봉황지체는 평생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닌다는 말이 전해진다.

‘윽! 이러다 무슨 일을 저지르겠다.’

무림은 몸에서 열기가 확 올라오자 당황했다. 만난 지 하루 만에 일을 치를 수는 없었다.

- 떨어지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그럼, 아저씨 용서해 줄 수도 있어요. -

천지혜에게서 떨어지려 했던 무림은 뇌 속을 울리는 소리에 멈칫했다. 무림이 멈칫하는 사이 천지혜의 팔이 무림의 허리를 확 끌어당겼다.

무림이 천지혜를 만난 첫인상은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요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코 천박하지가 않았다.

‘나도 모르겠다.’

무림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냥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천지혜 역시 진정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방안의 공기는 어느새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청룡과 봉황이 하나가 되는 밤이었다.

다음날.

무림은 심장에 머물고 있던 봉황혈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진 것을 알았다.

‘믿을 수가 없군. 청룡지체와 봉황지체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니 사실이었어.’

간밤에 격정적인 사랑까지 나누었으니 무림도 놀랄 정도로 온몸에 기가 충만해졌다.

천지혜는 아침에 무림과 얼굴을 마주하자 수줍게 웃었다. 그 모습은 한 떨기 수선화 같은 모습이었다.

‘어젯밤의 모습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군.’

무림은 천지혜의 모습을 보자 자신이 아름답고 청순한 꽃을 꺾어버린 불한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라버니! 장안 구경은 언제 시켜 줄 건가요?”

하룻밤을 같이 자고 나니 명칭이 어느새 아저씨에서 오라버니로 바뀌었다. 천지혜는 무림을 아저씨라 부르니 왠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오라버니라 바꿔 불렀다. 무림 또한 아저씨보다 오라버니라 불리는 것이 훨씬 좋았다.

그동안 무림은 주로 방주님, 무림맹 수석장로님, 무림왕 전하, 천하대장군님으로 불리었는데 천지혜에게서 오라버니란 소리를 듣자 기분이 남달랐다.

“오늘은 무림맹에서 내가 처리해야할 일이 있으니 내일 출발하자.”

무림의 말에 천지혜가 기쁜지 밝게 웃었다. 천지혜의 웃는 얼굴을 보자 무림은 수많은 꽃들이 활짝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무림이 오늘 하려는 일은 맹호대를 3개조로 나누어 1개조씩 3개월간 휴가를 주려는 것이다. 맹호대는 무림맹으로 복귀하며 맹주의 직속이 되었다. 무림이 맹호대를 맹주의 직속으로 다시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림맹주는 맹호대 대원들에게 휴가를 주라는 무림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천마신교가 다시 공격해 올지 모르는 이 시기에 맹호대를 1개조나, 그것도 3개월씩 휴가를 보내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무림맹주 남궁천검의 물음에 무림은 빙긋 웃었다.

“맹주님에게는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 천마신교는 현재 내분 중이라 당분간 무림맹을 공격해 오지 못할 것입니다.”

“예? 내분중이라뇨?”

“천마신교에는 크게 세 개의 세력이 있습니다. 지금 교주가 된 마천산의 천마세력과 그리고 혈마의 세력, 사마의 세력이 있는데 이번에 혈마와 사마의 세력이 배신을 했습니다.”

무림의 말에 무림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무림맹을 공격하다가 물러난 것도?”

“그렇습니다. 맹호대가 무림맹에 복귀했기 때문보다 내분 때문에 물러난 것입니다.”

“역시!”

남궁천검은 뭔가를 느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들에게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맹호대 때문에 천마신교가 물러났다고 믿어야 앞으로 무림맹에서 맹호대의 위치가 더욱 확고해질 테니까요.”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맹호대를 두고 뭐라고 할 장로들은 없습니다.”

“제가 맹호대 대원들에게 휴가를 주라고 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 중에 결혼을 해야 할 대원들이 상당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과거에 제가 거룡방 방주로 있으면서 느낀 점인데 방도들이 결혼을 하여 가정을 가지자 방이 더욱 안정을 찾고 성장했습니다. 방도들의 충성심과 결속력이 더 강해진 영향이었지요.”

무림의 말에 남궁천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의 무력대는 보통 9파1방과 오대세가에서 우수한 인원을 선발하여 운영했다. 그러다보니 20대 초에 무력대에 들어와서 30세가 되면 무력대에서 나가 자신의 문파로 복귀했다.

그런데 맹호대는 30세가 넘은 대원이 상당수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문파로 돌아가기보다 무림맹에 계속 남기를 원했다.

‘맹호대가 벌어온 돈이 상당하니 그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가정을 가지게 하면 맹호대의 결속이 더욱 단단해지겠군.’

무림맹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무림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황보일검, 오작두, 추성, 황보설란을 천신문으로 복귀시켜야겠군.’

혈난의 조짐이 없었다면 맹호대의 인원을 1백 명이나 아니면 50명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는 모두 소속문파로 복귀시키는 것이 바람직했다. 필요이상으로 많은 인원은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맹주의 힘이 너무 강해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이다.

‘혈난이 마무리 되면 무림맹 장로들이 알아서 견제에 나서겠지.’

무림은 그것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림맹의 일은 자기들이 나중에 알아서 할 것이다. 다만 무림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과 인연이 깊은 팽진철과 제갈여후, 하천용과 천여화의 일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붙어 있었으니 서로 정분이 날만도 하지.’

기의 성질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무림은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 훤히 다 알고 있었다. 무림이 족집게 점쟁이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발산하는 기가 눈에 다 보였기에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주말 입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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