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J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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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넷
작품등록일 :
2014.07.03 14:27
최근연재일 :
2014.08.09 16:2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305
추천수 :
136
글자수 :
134,494

작성
14.07.09 17:52
조회
693
추천
8
글자
8쪽

【대격변! 악몽의 날에 일어난 일들】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DUMMY

정체불명의 인물이 현관 너머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그때서야 슬며시 방문이 열리더니 경계의 빛이 역력한 아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이는 거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곤 확실히 그가 집안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었다.

문뜩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아이의 눈에 조각난 돼지의 시체 하나가 들어왔다.

갑자기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부모님을 지켜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조금 전 들었던 말이 떠오르며 귓가를 간질였다.


-힘을 주마. 따라와라.


아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돼지의 시체에 고정되어 움직일 줄 몰랐던 아이의 시선이 천천히 거실 이곳저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징그럽지도 않은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거실 여기저기에 너부러져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를 차례로 훑었다.

거실을 쭉 살피던 아이의 시선은 거실의 중앙에 이르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췄다.

자신의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누워계시던 자리. 그곳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흔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물기가 차올랐지만 입술을 꽉 물고 애써 흘러내리지 않게 참았다.

오래도록 시선을 때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이가 거실의 중앙을 바라보고 있던 시간은 짧았다. 길게 봐줘야 겨우 일분 남짓 정도.

부모님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될 장소를 뒤로한 아이의 시선이 최종적으로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현관문이었다. 부모님이 계시던 자리를 볼 때 보였던 애처로운 모습은 다 어디로 갔는지 현관문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에선 이미 무시하지 못할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힘을 원해.”


아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는 듯 성큼성큼 발을 내딛어 현관문 앞에 섰다. 이제 이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기세 좋게 현관까지 올 때와는 달리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이미 손잡이를 잡고 있는 상태였으니 이제 돌리면서 힘을 줘 밀기만 하면 문은 열릴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멈칫한 것이다.

두려운 것인가? 못 미더운 것인가?

아이는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드는 잡생각을 털어버리기 위해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난, 강해질 거야.”


잡고 있는 손잡이를 힘껏 돌리며 강하게 밀쳤다. 문이 열리자 늦가을의 차가운 밤공기가 따갑게 얼굴을 스쳤다.






새로운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아이의 눈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달빛 아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이가 당당히 자신을 마주보고 서 있었다.

만월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다. 집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정체불명의 인물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이는 그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눈을 부릅뜨고 담아두고 있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온 몸이 검은색 일색인 광대복 차림이었다. 과장되고 우스꽝스런 이미지의 통상적인 피에로 복장이 아닌 몸을 쓰는데 불편하거나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버려버린 무척이나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복장이었다. 전체적으로 날렵한 느낌을 주는 그의 복장은 전부가 천으로 만들어진 보통의 광대복과는 달리 군데군데 관절부위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단단한 경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양 팔과 다리 일부를 비롯해서 몇 군데를 빼놓고는 몸 전체가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다시피 했지만 관절이 아님에도 유일하게 갑옷에 덮여있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얼굴이었다.

보통의 광대들이 얼굴에 분장을 하는 것과 달리 그는 왼쪽과 오른쪽 볼 부분에 각각 스페이드(♠) 무늬와 ‘Ace’라는 글자가 새겨진 얇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얼핏 보면 하회탈과도 비슷하게 생긴 가면이었는데 얼굴 전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하회탈과는 달리 가면에는 주름이 하나도 없었다. 하회탈이 나이든 노인이라면 가면은 젊은 청년이라고 해야 할까? 생김새야 어쨌든 입고 있는 옷만큼이나 특이한 건 확실했다.

가면은 그 재질이 무엇인지 달빛을 받자 눈에 띄는 듯 안 띄는 듯 은은하게 빛을 발하였는데 그 모습이 아직 어린 아이의 눈에는 무척 신기하게 보였다.

그의 복색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허리와 가슴, 그리고 이마에 박혀 있는 검은색의 둥근 보석들이었다. 정확히 벨트와 흉갑의 중앙, 가면의 이마 부분에 위치한 보석들은 자칫 단조롭고 초라해 보일 수 있는 복장을 굉장히 세련되게 해주고 있었다. 물론 보석답지 않게 달빛을 받고 빛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흡수해 은은한 빛만 보이는 것이 가면과 더불어 보통 물건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복장 중 가장 멋진 것은 지금도 그의 등 뒤에서 펄럭이고 있는 검은색의 망토였다.

망토의 중앙에는 붉은색의 늑대가 한 마리 멋들어지게 그려져 있었는데 고개를 쳐들고 울부짖는 그 모습이 참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의 복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이마, 가슴, 허리의 세 개 보석이었다면 그 보석들과 더불어 망토는 충분히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는 광대 복장을 무척이나 멋들어지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세부적으로도 그랬지만 그의 복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욱 빛이 났다. 머리에 쓰고 있는 세 갈래로 갈라진 광대모자부터 발을 감싸고 있는 뾰족구두 형 갑옷 슈즈까지. 그의 복장을 이루고 있는 모든 부분이 언뜻 보기엔 서로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렸다.

매우 특별한, 혹은 특이한 광대복장의 사내. 그는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오연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힘들 거다. 어쩌면 죽는 것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흔들릴만한 말이었지만 아이의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떠본 사내에게 따지듯 한층 더 강렬해졌다. 아이의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정도 말에 흔들릴 결심이라면 하지도 않았다.

이런 말을 들으니 더욱 오기가 생기는구나.

아이의 눈빛에서 그 뜻을 읽은 사내는 순간 피식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아이도 이제까지의 긴장된 모습을 풀고 처음으로 웃음을 내보였다.

사내는 속으로 무척 놀랐다.

어깨가 살짝 움직였는데 그걸 본 것인가. 아니면 가면 속 숨겨진 모습을 짐작했음인가.

가면으로 인해 들어나는 표정은 분명히 변화가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아이는 자신이 웃은 것을 알고 따라 웃은 것이다.

조금 전 보였던 의지도 그렇고, 자신의 앞에서도 당당한 배포도 그렇고…….

합격점 이었다.

가면 안쪽에서 짓고 있던 그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을 놀라게 한 이 아이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것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역시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녀석은 뭐가 되도 될 놈이었다.


“자신 있냐?”


사내가 물었다.


“네!”


아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자 다시 사내가 말했다.


“그럼 어디 죽을힘을 다해 따라와 봐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내는 쏜살과도 같이 대문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던 아이는 금방 정신을 차리곤 서둘러 사내를 뒤쫓아 나갔다.

대문 밖으로 나온 아이의 시야에 저 멀리 시체 두 구를 지고 손만 까닥거리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가슴 속으로 부터 불끈 치고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낀 아이가 신음처럼 혼잣말을 흘려내었다.


“피에로 주제에 잘난 척은.”


말과는 다르게 죽을힘을 다하여 사내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아이였다.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죽을 힘을 다하여 달린 후에야만 포기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하죠.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은 그때서야 비로소 허락된다고......


인생을 보통 레이스에 많이 비유하고는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인생 레이스에 임하시면서 얼마나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계신지요?


훗날 누군가 물었을 때 난 나의 삶에 충실했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노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십니까?


솔직히 전 아직... 자신이 없네요. 최소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먼 훗 날 태어날 제 자식에게만이라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


죽을 둥 살 둥 끊임없이 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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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7.09 19:02
    No. 1

    내일 글을 위해 댓글을 달아야 한다니...

    * 인생이 레이스라면 정말 비참할 거 같군요. 쳇바퀴에서 내려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과거에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 했던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겠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상상넷
    작성일
    14.07.09 19:55
    No. 2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中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신다는 말에 갑자기 생각나서 불러봤습니다.
    순간에 충실하라! 저도 즐겨쓰는 말입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죠. 하지만 현재를 즐기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처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물론 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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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인연】 14.07.22 216 1 7쪽
19 【인연】 14.07.21 179 2 7쪽
18 【인연】 14.07.20 313 1 11쪽
17 【영화처럼 소설처럼】 14.07.19 309 1 9쪽
16 【영화처럼 소설처럼】 14.07.18 300 1 10쪽
15 【영화처럼 소설처럼】 14.07.17 241 2 10쪽
14 【영화처럼 소설처럼】 14.07.16 279 2 8쪽
13 【영화처럼 소설처럼】 14.07.15 322 5 13쪽
12 【등장】 14.07.14 298 5 8쪽
11 【등장】 14.07.13 421 4 12쪽
10 【등장】 14.07.12 445 6 10쪽
9 【등장】 +2 14.07.11 487 6 12쪽
8 【등장】 14.07.10 526 7 11쪽
» 【대격변! 악몽의 날에 일어난 일들】 +2 14.07.09 694 8 8쪽
6 【대격변! 악몽의 날에 일어난 일들】 +2 14.07.08 679 10 10쪽
5 【대격변! 악몽의 날에 일어난 일들】 +2 14.07.07 575 10 11쪽
4 【대격변! 악몽의 날에 일어난 일들】 +4 14.07.06 1,07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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