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J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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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넷
작품등록일 :
2014.07.03 14:27
최근연재일 :
2014.08.09 16:2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30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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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494

작성
14.07.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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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연】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DUMMY

소녀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을 구해준 망토의 인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자신을 구해주고, 현재 자신을 안고 있는 이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대로 놔둔다면 언제까지고 계속 바라볼 작정인 듯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집요할 정도로 그만 쳐다보았다.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불에 댄 듯한 강렬함을 느꼈다.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순간순간이 너무 강렬해 일분, 일초가 전부 뇌리에 깊숙이 새겨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이미 하나하나 각인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기억을 어떻게 한순간이라도 잊어버린단 말인가. 죽을 때까지 자신의 기억에 그의 대한 첫인상은 뻘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삼킨 듯한 충격으로 남을 것이다.

그에 대한 첫인상이 강렬함이었다면 지금의 느낌은 또 달랐다.

뭐랄까?

황당함? 당혹스러움?

확실히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으며 또 놀라운 사람이기도 했다.

첫 만남부터 그랬다. 마치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잘 짜인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

하필 그 순간에 나타난단 말인가. 모든 걸 포기한 그 순간에.

또 대체 그 말도 안 되는 능력은 다 뭐란 말인가.

소녀의 기억이 아스라이 조금 전의 긴박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저기요. 아직 멀었어요? 빨리 해요! 빨리! 이러다 나 죽는단 말이에요!!!”


급한 마음에 무작정 소리를 질렀지만 그렇다고 모자랐던 공기가 갑자기 채워질 리는 없었다. 그건 소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죽을 수도 있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에서 침착함보다는 초조함이, 이성보다는 공포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30초? 20초? 그것도 아님 10초? 어쩌면 10초도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불안했다. 몬스터들이 시퍼렇게 날 선 무기를 들고 쫓아오던 그 순간보다도 더 불안했다. 당시엔 반반 아니, 그보다 훨씬 적은 확률이었지만 지금은 조금의 시간만 더 있다면 확실히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때 밑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기가 막혔다. 누군 일초만 지나가도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데 누군 태평스레 더 기다리란다.

내가 지금 여기 바람이라도 쐬러 나온 줄 아나보지?

만약 자기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도 저런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더 이상 아래 있는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무작정 그들만 바라보고 있기엔 시간도 부족했고, 믿음도 부족했다. 어떻게든 나름대로 살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사면(四面)이 낭떠러지인 건물의 옥상이었다.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한정된 공간인 것이다. 한데 그런 곳에서 아무리 용을 쓴들 달리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올 것인가? 마지막 보루임과 동시에 완벽한 사지(死地)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가지 밖에 없었다.

제발 도와줘.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제발…. 제발…….

최후의 순간, 소녀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선택을 기적에 걸었다. 기적을 믿지 않는 소녀였지만 그녀는 또다시 기적을 빌고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도망쳤던 좀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때는 어떻게든 도망쳐볼 구석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방이 막다른 곳인 옥상에서 어떻게 도망을 칠 수 있겠는가? 기적이 일어나는 것 외에 다른 방편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오늘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기적을,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어떤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그 일이 눈앞에 펼쳐지길 바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 간절하게 빌고 있었다. 기적을 이뤄줄 그 어떤 초월적 존재에게 자신의 진심이 전달되길 소원했다.

소녀의 절박함이 녹아 소망이 되었다. 진심을 담은 소망은 모이고 모여서 소녀의 볼을 타고 하나 둘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소녀의 고운 턱 끝에 모인 소망들은 이내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고, 간절한 바람을 담은 채 소녀를 떠났다.


-믿어. 원래 모든 일은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거야.


환청인 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소녀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쿠궁쿵쿵! 꽈아아앙!!! 콰앙!!!!!!


지금까지완 비교도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함께 결국 그녀를 지켜주던 최후의 관문이 뚫리고야 말았다.


“꺄아아악.”


꽈장창. 쾅. 쾅. 꽈앙. 쿠웅.


“꿰에에에엑.”


진정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뭔지 보여주며 처참히 박살난 문과 함께 날아온 오크 한 마리가 그대로 소녀 옆 옥상 난간에 처박혔다. 불행하게도 녀석의 복부에는 같이 딸려온 문의 모서리가 깊숙이 박혀 들어가 있었다. 문과 함께 난간에 처박힌 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던 녀석은 한 사발은 됨직한 피를 토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말았다.

바로 옆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지만 정작 소녀는 그 장면을 볼 수가 없었다. 폭발의 여파로 어마어마한 위력의 돌풍이 옥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흡사 작은 태풍이라도 불어 닥친 듯 순식간에 옥상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난간에 걸쳐 서있던 소녀는 갑자기 밀어닥친 엄청난 바람에 중심을 잃고 그만 아래로 떨어져 버릴 뻔했지만 마지막 순간 본능적으로 난간을 붙잡으며 간신히 떨어지는 걸 면할 수 있었다.

예고도 없이 몰아친 일진광풍(一陣狂風)은 소녀를 포함한 모든 것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살벌하게 휘몰아쳤다. 그 바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던 장애물들마저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옥상 입구는 그야말로 완벽히 뻥 뚫리게 되었다.


“꾸엑.”

“케엑.”

“키엑.”

“크에엑.”

“쿠워어어어어.”


미친 듯이 불어 닥치는 바람 속에서 소녀는 몬스터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갖가지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개중에는 아주 굵직한 것이 조금 전 실루엣으로만 보았던 거대한 괴물의 것이라 예상되는 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가슴 언저리에 걸치긴 했지만 죽을힘을 다해 다시 옥상으로 기어 올라온 소녀는 숨 쉬기가 벅찰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고갤 들어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온통 피투성이의 몸으로 누군가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거대한 괴물의 뒷모습이 잡혔다.

녀석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부근을 잡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어깨 아래로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오른팔이 있는 걸로 봐서 원래 외팔이는 아닌 듯 했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녀석의 손가락 사이로 펑펑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저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녀석의 왼팔은 분명히 존재했으며 무언가에 의해 통째로 뜯겨져 나간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누군가의 공격이라 한다면 그 누군가는 아마.

소녀의 눈이 괴물을 지나 이제는 무너져 버린 건물의 입구로 향했다.


“드디어 찾았다.”


입구의 잔해로부터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괴물의 커다란 몸통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형체나 목소리로 미루어 볼 때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쪼끄만게 제법인데? 덕분에 꽤나 고생했다. 그래도 좀 늦게 온 거 같아 미안하네. 혹시나 저것들이 밖으로 나갈까 싶어 전부 처리하고 오느라 늦었다.”


그를 본 즉시 소녀는 직감적으로 그가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쭉 자신을 찾고 있었으리라. 그렇지만 왠지 고마운 마음보다 원망스런 마음이 앞섰다. 왜 이제야 자신을 찾아왔느냔 말이다.


“그나저나!”


줄곧 소녀만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가 썰다만 고깃덩이(?)가 피를 철철 흘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는 왜 아직 안 죽고 그러고 있냐? 너 때문에 저-기 있는 아가씨가 힘들어 하잖아. 미안하지만 더는 놀아줄 수가 없겠다.”


그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계속 그의 눈치를 보며 으르렁거리기만 하던 괴물이 갑자기 위협적으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괴물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한없이 여유롭기만 했다.


“소용없다니까. 힘들 텐데 이제 그만 쉬어라.”


그가 천천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위협을 느낀 괴물이 발작적으로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손에서 무언가가 ‘반짝’ 했고 괴물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움찔하더니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공포에 질린 눈망울과 부들부들 떨리는 몸이 결코 괴물의 의지로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이 괴물의 마지막이었다.


쿵!

퍼벅!!!


그가 뻗었던 손을 내리자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괴물의 거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동시에 증발하듯 괴물의 머리 또한 사라져버렸다.

철문을 통째로 씹어 먹기라도 할 것처럼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며 등장한 최종보스 치고는 무척이나 허망한 최후가 아닐 수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어?”


간단하게 괴물을 처리하고 막 소녀를 바라본 그의 눈에 별로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이 잡혔다.


“진짜 이러면 안 되지.”


조금 전 오크와 함께 난간에 박혔던 문짝이 문제였다.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균열이 어느새 소녀가 잡고 있는 난간에까지 미쳐있었던 것이다. 소녀가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바로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아니,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더 이상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당장 구해야했다.

그런데.


쩌쩍! 퍽!!!


그가 막 움직이려는 찰나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난간이 무너져 버렸다. 덕분에 타이밍을 뺏긴 그는 순간 멈칫했고, 난간에 도착했을 때 이미 소녀는 저 멀리 건물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이없게도 그는 눈앞에서 소녀가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돌고래 저리가라 할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소녀를 보면서 그가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 이건 아닌데.”


푸슛


나직한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그의 신형은 옥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살다보면 종종 이런 경우가 있죠. 조금만 더,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는데 실패하고, 손에 잡힐 줄 알았는데 잡히지 않는 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일들 앞에서 좌절하기 쉽지요. 하지만 전, 다시 후일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나가려 합니다. 언제 한 번 연재한담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었죠.

이 소설은 3번의 실패를 맛보았다고. 벌써 4번째 도전이고, 5번째, 6번째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테니까요. 희망의 끊을 놓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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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격변! 악몽의 날에 일어난 일들】 +4 14.07.06 1,07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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