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J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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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넷
작품등록일 :
2014.07.03 14:27
최근연재일 :
2014.08.09 16:2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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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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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영화처럼 소설처럼】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DUMMY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몬스터들만이 아니었다. 소녀 또한 몬스터들 못지않은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이 마비된 상태였다.

모든 몬스터들의 시선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자신을 향하던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더니 이후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무서운 것도 무서운 것이었지만 그보다 어찌나 황당하던지 어이없고 당혹스런 감정이 더 컸다.

채 일 분이 안 되는 시간이었다. 겨우 몇 십초 사이에 자신의 존재도 모르던 몬스터들이 모든 행동을 멈추고서는 오로지 자신만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 돼?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느냐고!!!

소녀의 눈빛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기막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소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조금 전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멈췄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애초에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기 전으로 가는 것은 감히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아주 조금만, 딱 삼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심장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거기서 멈추지는 않을 텐데.’


부질없는 바람임을 알고 있었지만 소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바라는 것은 바라는 것이고, 이젠 억지로라도 정신을 차려야 될 시기였다. 현실과 이상은 엄연히 다른 법이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무작정 기적을 빌고만 있기엔 소녀의 나이도 그렇고, 경험해왔던 사실들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면에서 아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실을 포함해서.

단지, 기적을 가장한 수많은 우연들만이 존재할 뿐.

뭐, 방금 전 폭발도 그런 차원 아니겠는가.

소녀는 분명 기적을 바랬지만 모순적이게도 기적이 그 자체는 믿고 있지 않았다. 남들 보다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은 그 나이 특유의 동경과 호기심, 순수함 같은 것들을 앗아가고 대신 지극히 논리적이고 계산적이며 잔인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소녀는 이미 세상물정 모르는 나이어린 요조숙녀가 아닌 것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기적 따위를 믿는 것은 어린아이라든지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나 하는 짓이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를 하지 되지도 않는 기적이 일어나길 믿고 있지는 않을 테니.

물론 지금처럼 기적을 바랄 수는 있다. 그러나 바람은 어디까지나 바람으로 끝날 뿐. 그것은 그저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다. 그리고 겨우 동경 같은 것에 목숨을 걸기엔 그 값이 너무 비싸지 않을까? 결국 지 살길은 지가 찾아야지.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흐릿하던 눈에 초점이 잡히고, 안개 낀 듯 뿌옇던 시야가 점점 밝아졌다. 눈을 몇 번 깜빡이자 그나마 남아있던 흐릿함도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눈앞이 선명해졌다.

시야가 돌아오기 무섭게 소녀는 몬스터들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이미 정신을 차렸으면 큰일이었지만 다행히 눈에 들어온 것은 반쯤 정신을 놓은 듯한 몬스터들의 모습이었다.

소녀는 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몬스터들 모르게 도망칠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언제 정신을 차리고 덤벼들지 모르는 게 저것들이었으니까. 단 한시라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됐다.

불안한 눈빛으로 몬스터들을 쓸어가던 소녀의 시선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일순간에 소녀의 얼굴이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소녀의 눈동자로 양쪽 입꼬리가 한껏 찢어져 올라간 고블린의 얼굴이 비쳐지고 있었다.

그래. 다 저놈 때문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다 저놈 때문이었어!!!

맨 처음 자신을 죽이려 한 것도 녀석이었고, 조금 전 벽이 폭발 했을 당시에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도 녀석으로 인해 받은 쇼크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또다시 이런 어마어마한 위기에 놓이게 된 일등 공신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씹어 먹어도……로는 부족하지. 아주 갈기갈기 찢은 다음 절구에 넣어 빻고, 팔팔 끓는 물에 지진 후, 믹서에 갈아버려도 시원찮을 저 괴물 놈 때문이었다.

당장 쫓아가서 저 재수 없는 면상에 주먹을 한 대 날려주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너무 큰 희생을 치러야 하기에 애써 분을 삭이는 수밖에 방법이…….

어? 근데 저 놈 갑자기 왜 저래?

흡사 피에로의 그것처럼 양쪽으로 삐죽이 올라가 있던 고블린의 입가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광기를 품고 휘어졌던 눈도, 미친 듯이 콧김을 뿜어대던 코도 마찬가지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윽고, 고블린의 얼굴에는 불길하게 느껴지는 약간의 미소만 남게 되었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소녀는 알 수 없는 오한에 양 팔을 교차해 스스로를 껴안고는 양 팔뚝을 미친 듯이 문질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갑자기 저렇게 얌전해질 녀석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한 건 저 꺼림칙한 미소. 분명히 뭔가 있었다. 노림수가 없고서야 녀석이 갑자기 저런 식으로 행동할리가 없었다. 무조건 생각해 내야 했다. 녀석이 노리고 있는 뭔가가 벌어지기 전에 그 의도를 파악하고 미리 대비해야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아마 난 죽게 되겠지.’


소녀는 절로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살고 싶으면 서둘러 생각해야 한다. 생각해라. 대체 뭐지? 무엇을 노리는 거야?

어느새 소녀의 이마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초조함 때문에 머리가 꽉 막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조바심만 늘어가고, 도무지 무언가 떠오를 기미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안 되는데. 빨리 생각해 내야 하는데. 정말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할 수만 있으면 어디에다가 소리라도 꽥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십중팔구(十中八九) 죽을 수밖에 없는……

……

……

……

가만…!

……

소리를… 지른다?

……

……

……

소리를 질러?!

……

……

……

……

소리를……

……

……

……

지른다고?!!!

소녀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문뜩 뇌리로 스쳐가는 한 가지 생각. 소녀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순간,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정수리부터 샅(=사타구니)까지 일직선으로 관통하고 지나간 생각은 소녀를 그 자리에서 망부석으로 만들어버렸다.

경악과 공포를 가득담은 그녀의 눈동자가 천천히 녀석을 향했다.

서, 설마?! 아,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아니, 아니어야 해!!!!!!

그러나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일이라던가. 지랄맞게도 바라는 게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더 그랬다. 왜 그런 징크스도 있지 않은가. 제발 아니었으면 하는 일은 꼭 들어맞는.

고블린의 시뻘겋고 길쭉한 혀가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의 그것처럼 입술을 쓱 핥았다. 특유의 샛노란 파충류 눈은 유난히 번쩍이며 빛을 발했다. 이윽고 녀석은 고개를 두어 번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더니 갑자기 히죽 웃었다. 그리곤 다짜고짜 끔찍한 괴성을 내질렀다.


“끼야아아아아아오! 키욧!!!”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고블린이 원망스럽습니다.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미소녀를 한낱 먹이감으로 취급하여 죽을 위기에 몰아넣다니 말이죠. 이건 탄핵 감입니다. 이런 인사들은 아주 세상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되요. 거 말이지 여자를 말이야. 이래도 되는 거야?

흠흠. 제가 흥분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

.

.

.

.

아니, 그래도 말이지. 여자를, 그것도 미소녀를 겨우 간식거리 따위로 전락시키고 말이야. 이 소설 작가가 누구야 이거. 내 이걸 가만 둬선 안 되겠. 저였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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