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베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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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123
작품등록일 :
2017.12.08 20:53
최근연재일 :
2017.12.08 22:1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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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561

작성
17.12.0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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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쪽

링 위에서

DUMMY

7)

그래서 사각의 링 위에 내가 섰다. 주인을 결정하라고 명령하는 강인한 적수가 내 앞에서 쉴 새 없는 펀치를 날렸다. 말없이 물러서는 내 모습은 한도 없는 방어의 자세였다. 그의 명령을 피해가며 내가 숨을 곳을 찾아 나갔다. 그런데 링 위에 내가 숨을 곳은 단 한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명령에 반박해 링 위에서 승리를 챙겨야 했다.

이 경기가 관객을 열광시키려면 압도적인 폭력이 필요했다. 숨 죽여 가며 미망인의 냉장고를 뒤지던 나를 생각해 냈다. 미망인의 딸도 내게 자극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서 하나하나 서툰 기억을 끄집어냈다. 내게 결핍된 물질과 정신을 상기해 냈다. 나는 아무것도 상속받지 못한 들판의 개였다.

나 같은 들판의 미친개에게는 더 이상 미망인도 없고 사랑스러운 미망인의 딸도 없었다.

따사로운 관심을 원했던 애처로운 발버둥을 철판 같은 양심으로 외면해 나갔다. 나는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저 들판의 외로운 들개, 외면을 사랑으로 착각했던 괴로운 들개, 느린 사냥을 양육으로 받아들였던 소용없는 생명.

고달픈 생명이 연신 훅을 내뱉었다. 분노하는 나를 가라앉히려 어금니를 깨물었을 때에 진정한 폭력이 폭발하고 있었다. 잔인한 참상이 벌어지자 열렬한 환호는 내게 더 강한 폭발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 자신과 벌여 왔던 게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소음이 내 피를 말려 한시바삐 승부를 지을 것을 명하고 있었다. 더 이상 나를 위한 싸움이 아니었다. 나는 링 위에서 나를 잊는 몸짓을 이어나갔다. 고조되는 함성에 상대의 숨통을 끊을 방법만 열렬히 구했다.

나는 극한까지 떠올라 역전의 탐색을 잠재우고 상대의 투쟁의지를 억누르기 위한 폭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는 들개다운 본능으로 링 위에서 나를 폭발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곧 죽을 것 같던 생명의 위협, 조그만 개미조차 내지르던 경고, 쓰레기장에 부스럭거리는 저 더러운 고약한 냄새에 배워야 했던 나는 아무것에도 충성할 수 없었고 아무 것에도 매진할 수 없었으며 아무 것에도 성긴 털 한 자락 내맡길 수가 없었다.

아는 것은 오직 충동이었을 뿐 거친 냄새가 안에서부터 풍겨왔다. 세찬 충동이 쉬지 않고 상대를 때리고 있었다. 나는 드디어 충동을 지배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에게 강한 한방을 날릴 것이다.

오른쪽 스트레이트가 그의 턱에 적중했다. 충동이라는 강한 무기를 발견한 내가 안겨오는 적수에게 강한 타격을 안길 수 있었다.

동시에 거센 함성이 들려왔다. 함성은 내 뼈를 으깨고 있었다. 도취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링 위에서 그간의 나를 태워가고 있었다. 박자 없는 박수 소리. 원시의 흥분은 아직 박자가 없는 재촉이었다.

신에게 부르짖었다. 내가 승리를 안았다고 크게 소리 지를 수 있었다. 나는 이전의 도베르만보다 나은, 더 뜨거운 피를 한 도베르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주인을 선택할 자신감에 살이 오르고 최후의 검정보다 어두운, 저 멀리 한 중간의 어두운 검정이 되어 주인을 찾기로 했다.

나를 지켜보고 있던 신과 신을 따르는 무리, 엄중하다 여겨지던 게임의 룰 앞에 나는 규칙대로 거센 폭력을 발할 것이었다.

그래서 신도 소용이 없었다. 내게 황금 목걸이가 빛나고 있었다. 나는 오른 손에는 황금의 창과 왼 손에는 황금의 성배를 들고 주인을 부르기로 했다.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었다. 지켜보는 신은 유일하지 않았다.

이 순간 오직 유일한 것은 링 위의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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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 위에서 17.12.08 115 0 4쪽
6 들개의 출소 17.12.08 110 0 4쪽
5 도베르만의 출소 17.12.08 99 0 2쪽
4 도베르만과의 대결 17.12.08 105 0 6쪽
3 도베르만과의 만남 17.12.08 110 0 3쪽
2 도베르만 17.12.08 87 0 3쪽
1 들개 17.12.08 17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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