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신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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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woon)
작품등록일 :
2013.06.16 13:43
최근연재일 :
2013.09.29 22: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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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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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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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0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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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2)

DUMMY

진석은 오른손으로 핸들을 꽈악 움켜잡았다. 빗물에 채 씻겨나가지 못한 피가 마디가 굵은 손가락을 따라 가죽으로 된 핸들에 스며들었다. 그는 백미러로 뒷좌석을 흘끔거렸다. 뒷좌석에는 피로 얼룩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길게 누워있었다. 본래 눈처럼 새하얗던 순백의 원피스는 여기저기 흙탕물이 튀고 혈흔이 스며들어 섬뜩해보였다. 그의 시선이 문득 손자욱이 선명하게 찍힌 차창으로 향했다. 방금 전의 상황이 다시 떠올라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다.


진석은 피투성이 여자가 귀신인 줄 알고 벌벌 떨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여자는 사람이었다. 진석은 다시 한 번 피식 웃었다. 하긴 누구라도 자정이 넘은 밤에 그것도 비가 오는 상태에서 피가 낭자한 인영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으리라. 여자는 자신의 차에 다가와 차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그러자 진석은 잠시 동안 멍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말이지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었다.

그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것은 핸드폰의 진동 때문이었다. 대리 콜이 들어왔던 것이다. 그는 다시 고민해야만 했다. 운전석 바로 옆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쓰러져있었다. 차창에 그려진 붉은 손바닥이 그의 망막을 가득 채웠다. 누군가 그를 노리고 여자를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보낸 거라면? 그의 눈에 정면의 거대한 화물차가 괴물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그녀를 살피러 나가면 괴물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달려와 그의 머리를 내려칠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한쪽 팔을 쓸 수도 없지 않은가. 여자를 든 상태에서 성인 남자에게 공격당하면 저항할 틈도 없이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는 그냥 이 곳을 벗어나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격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애당초 이런 동네에서 여자가 튀어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조심스레 차창을 내렸다. 그리고 주위를 살폈다. 자신과 여자 외엔 이 거리에는 지나가는 자동차 한 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여자를 바라봤다. 후진을 해도 밟히지 않을 거리였다.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준다는 게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나무토막 같은 이 왼팔이 바로 그 증거였다. 여자는 미세한 떨림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마 사람이 죽기 전에 보인다는 발작증세 같았다. 그는 어서 이 곳을 벗어나려 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죽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때 그의 귓가에 미약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 엄마….”


진석은 멈칫했다.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 엄마…. 너, 너무 아파….”


진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핸들을 세게 내려쳤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여자를 들쳐 맸다.


병원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길을 따라 쭈욱 내려가다가 우회전 하면 바로 보였다. 진석이 항상 지나다니는 길목이기에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 팔을 맡긴 그곳을…. 십자가 모양과 ㅇㅇ병원이란 글자가 진석의 눈에 들어왔다.


병원에 들어서기 전 진석은 다시 한 번 망설였다. 요즘 세상에 함부로 남을 도와줬다간 등신이란 소리를 듣기 마련이었다. 여자를 병원에 데려다 줬다가 괜히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가 봤을 때 여자는 뺑소니를 당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 빗길에 쓰러져 있다가 자신의 차 불빛을 보고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으리라. 진석은 괜한 생각을 한다 싶어 고개를 흔들었다. 여자는 숨소리는 너무나 미약해서 곧장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병원의 입구로 달려 들어갔다.

졸고 있던 직원이 그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진석의 옷에는 군데군데 채 빗물에 씻기지 못한 피가 묻어있었고 온몸은 젖어있었다.


“사람! 사람이 다쳤어요!”


진석이 크게 외치자 병원 접수대의 정적이 깨어졌다. 직원은 이내 안정을 되찾고 그를 향해 사무적인 시선을 보냈다.


“침착하게 말하세요. 어디가 어떻게 다치셨나요?”


자신의 말에 즉각 반응할 줄 알았던 것과는 달리 직원은 느릿느릿하게 물었다. 아마 자신을 환자로 여긴 모양이었다.


“아니! 나 말고! 밖에 있어요!”


직원은 그의 말을 듣고 아직 졸음이 깨지 않은 눈으로 그를 보더니 서류를 내밀었다. 이름과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적는 것이었다.


“작성하세요.”


짧고 딱딱한 그의 말투. 진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환자가 있다는데도 이렇게 태연하게 반응하는 직원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직원은 그의 의중을 알아차린 듯 수화기를 들더니 진석의 차에 환자가 있다며 환자를 옮겨달라고 말했다. 아마 다른 직원을 호출하는 성 싶었다. 그리곤 진석을 향해 어서 서류를 작성하라는 듯 바라보았다. 그는 이름과 연락처를 대충 휘갈겨 썼다. 그리곤 서류를 집어던지듯이 직원에게 주곤 차로 달려갔다. 마침 호출을 받고 온 건장한 남자 둘이 여자를 옮기고 있었다. 직원들과 여자가 병실로 향하는 것을 보곤 진석은 그대로 차에 탔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다 한 것이다.


“잠시 만요.”


아까의 직원이 그의 차창을 두드렸다. 여자의 손자국은 빗물에 씻겨나갔는지 흔척조차 없었다. 우연일까. 직원의 눈길이 핸들의 핏자국으로 향했다. 그는 차안을 힐끔거렸다.


“뭐요?”


진석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사고이후 그는 병원이 싫었다.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와 활기가 없는 분위기, 환자는 몰라도 된다는 식으로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를 어려운 단어를 쓰며 자세한 것을 말하기 꺼려하는 의사들이 싫었다.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잠깐만 안으로 들어가시겠어요?”


상냥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의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 직원의 말은 노골적이었다. 마치 진석을 범인으로 몰고 있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직원이 진석의 차 범퍼를 힐끔 거렸다. 이미 차번호도 외웠을 것이다. 이미 예상한 반응이었으나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환자 보호자가 없어서….”

“그럽시다.”


직원의 말을 끊으며 진석이 대답했다. 머쓱해하는 직원을 두고 진석은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우고 직원을 따라 들어갔다. 딱딱한 철제 의자에 몸을 기대자 직원이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절차가 있는 법이라 서요.”

“그러시겠죠.”


진석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진석은 그와 더는 말을 섞기 싫었다. 그러나 그는 자꾸만 진석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도 자신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겠지. 갑자기 자신에게 친한 척 구는 그가 역겨워졌다.


“환자와 무슨 관계 시죠?”

“아무 관계도 아닌데요. 그냥 지나가다 보고 도와 준거요.”

“하하, 아까는 딱딱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선생님 같은 분은 드물거든요.”

“안 그래도 후회 중이네요.”


진석은 여전히 차갑게 대꾸했다. 역시 선행 따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요즘 사회는 철저히 눈과 귀를 닫고 살아야 했다. 성폭행 당하는 여자를 봐도 못 본 체 지나가야 하고, 맞고 있는 아이를 봐도 절대 도와주면 안 되었다. 요즘 세상에 선행이란 도리어 자신에겐 독이 되는 것이었다.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박씨는 젊은 남자가 노인을 때리는 것을 말리다가 손자를 때린다며 오히려 신고를 당해 합의금을 물어줬다. 자신이 너무 물렀던 것이다. 지금 자신의 꼴을 보라. 뺑소니 당한 여성을 기껏 병원까지 실어 날랐더니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다. 진석은 목구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쓴맛이 느껴져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친절한 척 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다시 진석의 고막을 울렸다.


“아휴, 그런 말 마세요. 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야 세상이 좀 더 좋아지는 거죠. 아까 제가 조는 바람에…. 좀 퉁명스럽게 굴었죠? 자다 깨니 정신이 없어서 그만….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는 직원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 건조하게 느껴졌다. 아니, 진석의 뇌리에 깊게 박혀버린 선입관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갈색 병에 담긴 유명 에너지 드링크를 내밀었다.


“하나 드세요. 이 시간엔 이거만 한 게 없더라고요.”

“괜찮아요.”


진석이 사양하자 직원이 병뚜껑을 아예 따서 그에게 내밀었다.


“시원하게 드세요. 아니면 제가 너무 죄송해서…. 아, 그럼 커피라도 드릴까요?”


직원의 말에 진석은 마지못해 병을 받아들었다. 사실 그는 사고 이후 불면증이 생겨 카페인이 든 음료를 전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어쩌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는 날이면 어김없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잠은 오는데도 뇌가 수면상태가 되지 않는 것은 그 나름대로 고충이 컸다. 그는 손에 든 음료를 도저히 마실 수 없었다. 그는 병을 든 채 직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직원은 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듯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진석은 그를 향해 물었다.


“그 여자는 어디 있나요?”




* * *




“주작은 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정적 속에서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미모의 소녀에게 향했다. 시선의 중심에 다윤이 있었다. 다윤은 혈마를 향해 간곡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혈마는 이채를 띤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당대 주작의 수호자군. 좋은 성품과 재질을 갖췄구려.”

“혈마, 제발 말해주세요. 주작은 어딜 가야 만날 수 있죠?”


다윤이 다시 한 번 혈마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간절해서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혈마는 깊은 눈길로 그녀를 응시했다. 슬픈 표정의 미소녀와 피처럼 붉은 말.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러게 욕심을 부리지 말았어야지.”


어느 샌가 들어선 인영이 다윤을 향해 말했다. 무리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 운용과 비슷한 키에 잘 그을린 구릿빛 피부, 비스듬하게 쓸어 올린 갈색 머리엔 붉은 빛이 감돌았고 마른 근육의 탄력 있는 몸은 탄탄하게 느껴졌다. 은하의 눈에 문득 오른쪽 귀에 박힌 피어싱이 들어왔다. 흡사 은과 같은 금속에 붉은 루비를 박은 것 같아 보였다.


“은매 오빠….”


다윤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태화가 앞으로 나와 은매라 불리는 청년을 맞이했다.


“왔구나!”


은매는 고개를 까닥이더니 곧장 혈마에게로 다가갔다.


“혈마, 수고가 많으십니다.”

“은매 도령에 비할 수 있겠소이까?”


인사를 마치고 태화는 은매를 무리에게 소개했다. 그의 이름은 한은매, 남화의 세력은 모두 그를 매라고 불렀다. 반수호자의 감시를 맡고 있으며 나이는 태화와 동갑으로 스물여덟이었다. 매의 수호신을 지녔으며 차대형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사냥꾼의 집안이었다. 한씨 가문은 오래토록 차씨 가문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은매 역시 대형과 친했고 당연히 은하를 향한 그의 시선이 좋을 리 없었다. 은하는 자신을 향한 은매의 시선이 적대적인 것을 느꼈으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매, 조사한 걸 얘기해줘.”


태화가 은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덕에 은매의 시선은 태화에게 향했다.


“현재 반수호자의 세력은 크게 네 개로 나뉘어있고 대악마가 그것을 관리하고 있어.”


태화는 계속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얼마 전 대악마가 황룡님과 마주 했을 때만 해도 반수호자 수는 모두 합해 오십도 채 되지 않았어. 그러나 최근 세 번째 악마가 깨어난 뒤 그 수는 오백 가량. 열배나 늘어났어. 모두 대악마 때문이야.”

“대악마?”


태화가 묻자 은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이름은 이영현, 나이는 34살, 직업은 변호사. 왜, 어쩌다 대악마가 된 건지 전혀 알 수 없어. 재력이 상당하고 인맥도 대단해.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의 심리를 조절하는 능력이야. 그 능력 덕에 세력을 단시간만에 배로 늘렸어. 아직 어떠한 영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알려진 바로는 금에 가깝고 화의 능력도 일부 보인다고 해.”

“그리고 다른 악마는?”

“두 번째 악마는 하기성. 너희는 잘 알겠지? 그는 과거 수호자로 황룡님의 학생이기도 했었어. 그래서 상당히 위험인물이야. 영적 능력을 제대로 다룰 줄 아니까. 이영현의 꼬임에 넘어가 대형을 죽이고 반수호자가 됐어. 그의 영적 능력은 토에 가깝고 벌써 능력을 응용해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더군. 우리 입장에선 난감한 인물이 틀림없어.”


대형의 이름이 나오자 은매의 눈이 빛났다. 그의 두 눈에 살기가 깃든 것이 보였다. 한편 기성의 이야기가 나오자 은하는 침울해졌다. 그때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면 과연 그가 그렇게 되었을까. 문득 기성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태어난 세 번째 악마는 임사희. 본명은 임수희. 나이는 스물. 본래 디오란 고급 주점에서 일하다가 손님인 오정우를 죽이고 세력에 가담. 당시 오정우는 그녀를 사랑해서 남자의 아파트에서 동거까지 하고 있었다더군. 이영현이 그녀를 꽤 남자를 죽이고 세력에 가담시켰어. 능력은 화에 가까워. 그리고 현재까지 알아본 바로는 그녀의 세력이 가장 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허, 하나같이 만만치 않겠는 걸.”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이영현이야. 그는 사람의 약점을 잘 파고들어.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해서 맑은 영혼을 순식간에 타락시켜버리지. 그가 세력의 핵심이야. 이영현을 죽인다면 세력의 힘은 절반 가까이 떨어질 거야.”

“죽일 수 있다면 말이지.”


태화의 말에 모두는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단 기간에 나타난 반수호자의 세력이 이렇듯 클지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이영현을 처음 본 것은 불과 4개월 전. 그 사이 세력을 무려 다섯 배나 늘린 것이다. 태화는 새삼스레 그가 대단하다 느껴졌다. 확실히 그에게는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사람을 자신에게 끌어 모으는 마력, 그것 하나만큼은 인정해줄만 했다. 비록 악마라도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반수호자의 세력이 우리와 흡사하단 거야. 그들 역시 세력을 네 개로 나누었고 그 중심에 이영현이 있어. 아마 의도한 걸 거야.”

“후, 이거 원. 세력이 같아도 우리 수호자들은 다 합쳐도 오백이 안 되잖아. 큰일인걸.”


태화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은매는 그의 의중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는 450명가량이야. 확실히 적어. 그리고 또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저들은 세력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는 거지.”

“그거 참 미칠 지경이군.”

“그래. 그러니까 더는 악마가 깨어나게 둬선 안 돼. 절대로.”


은매는 절대로란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다. 현재 세력만 해도 밀리는 판에 악마가 하나 더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세력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지만 자신들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는 신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오히려 소멸해가고 있는 오래된 존재였다. 오래 전 그들을 지켜주었던 신은 어느새 케케묵고 낡은 것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선행을 베풀기 보다는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했고 과거를 잊은 채 미래로만 뻗어나가는 시대에 자신들은 더는 필요가 없었다. 태화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수호신인 혈마와 은매, 사방신과 은하라는 소년. 가만, 현대에서 수호신을 새로이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은하는…. 태화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무언가를 떠올리려 했으나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희미했다. 그때 은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혈마, 당신이 말해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혈마에게로 향했다. 태화는 생각을 떨쳐내고 혈마를 향해 말했다.


“이제 그릇이 누구인지 말해 주십쇼.”


태화가 절박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혈마는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이번에는 두 가지 사건이 한 화에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을 써보려 합니다.  

그 덕에 조금 정신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역시 작가의 필력 증진을 위한 연습의 일환이라 생각해주시고 너그러이 봐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공지에서 봤는데 연참대전이란 게 있더라구요. 주 6일, 일요일을 빼고 하루에 3천자 ~ 1만1천자 정도 써야하는 것인데 참가를 해볼 성 싶습니다. 글 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ㅎㅎ

하루 글을 쓰고 하루 올리고 하는 형태로 하는 제가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합니다만. 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로 질문이 있습니다. 사실 3장의 내용 때문에 글을 19금으로 돌려야 하나 싶어 고민 중입니다. 이거 까딱하다간 어디론가 소환당할 것 같아서요. 혹시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항상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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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0 수원꿀주먹
    작성일
    13.07.08 03:22
    No. 1

    병원이 싫다고는 해도 진석의 태도는 좀 유별나군요.
    다친 여자를 데려온 피묻은 남자가 병원에 여자만 남기고 그냥 가려고 해서 제지하는 병원 직원의 행동은 당연해보이는데 그걸 못마땅하게 보는 시각은 좀 성격이 매우 까칠하다고 생각되는군요.

    "그 환자는 어디있나요?"에서 진석이 여자를 환자라고 지칭하는건 이상합니다.
    병원 관계자 입장에서 환자라고 하는게 맞는건데 진석의 입장에선 여자,여성 이라고 하는게 자연스럽겠죠.

    19금은 특별히 성행위에 대한 묘사만 없으면 굳이 19금으로 돌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운(woon)
    작성일
    13.07.08 23:24
    No. 2

    댓글과 의견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올렸는데도 댓글이 달려서 놀랐네요. ㅎㅎ 정말 빠르십니다! 19금처럼 보이지 않게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표현 했는데 그래도 걱정이 좀 되더라구요. ^^;
    진석의 성격은 매사 의심이 많고 겉으론 무뚝뚝하나 속에 잔정이 많은 그런 성격으로 하고 싶었는데 글에서 표현이 잘 안 되었나 봅니다. ㅠㅠ
    사실 진석의 마지막 말에 환자로 할까 여자로 할까 고민 했는데 그걸 콕 찝어 주시다니 예리하시군요. ㅎㅎ 현재 폰으로 작성하는 거라 추후에 여자로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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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9) 13.09.29 698 39 18쪽
38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8) +4 13.08.26 671 12 21쪽
37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7) 13.08.13 336 7 19쪽
36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6) 13.08.05 697 27 16쪽
35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5) 13.07.20 307 4 16쪽
34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4) 13.07.12 466 6 14쪽
33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3) 13.07.10 1,313 16 16쪽
»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2) +2 13.07.08 897 16 17쪽
31 제 4장 반수호자와의 조우(1) +5 13.07.01 681 7 16쪽
30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8) 13.06.24 1,979 36 23쪽
29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7) 13.06.22 865 32 17쪽
28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6) 13.06.16 584 9 16쪽
27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5) 13.06.16 552 8 15쪽
26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4) 13.06.16 509 8 18쪽
25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3) 13.06.16 1,206 31 25쪽
24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2) 13.06.16 556 14 14쪽
23 제 3장 어둠에 물든 이들(1) 13.06.16 1,032 29 11쪽
22 제 2장 네 개의 세력(11) 13.06.16 647 8 12쪽
21 제 2장 네 개의 세력(10) +3 13.06.16 1,144 36 18쪽
20 제 2장 네 개의 세력(9) 13.06.16 979 50 14쪽
19 제 2장 네 개의 세력(8) 13.06.16 695 16 15쪽
18 제 2장 네 개의 세력(7) +3 13.06.16 1,023 26 14쪽
17 제 2장 네 개의 세력(6) +2 13.06.16 1,208 17 14쪽
16 제 2장 네 개의 세력(5) 13.06.16 718 8 16쪽
15 제 2장 네 개의 세력(4) 13.06.16 1,359 29 13쪽
14 제 2장 네 개의 세력(3) 13.06.16 789 12 18쪽
13 제 2장 네 개의 세력(2) +5 13.06.16 823 14 16쪽
12 제 2장 네 개의 세력(1) 13.06.16 679 9 13쪽
11 제 1장 시작의 장(10) 13.06.16 938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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