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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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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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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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4쪽

02. 적과 아군(1)

DUMMY

“드르릉......”

“하아암......”

평소 통행량도 적고 특별한 일도 거의 없는 성도의 문지기는 한직 중에서 한직, 덕분에 다른 도시의 문지기들과는 달리 한 명은 창에 기대어 자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반쯤 조는 상태로 근무를 서고 있었다. 10년 간의 문지기 근무로 다져진 서서 자는 기술이었다.

“......음...?”

그렇게 반쯤 졸고 있던 문지기는 문득 앞을 보았다가 성도로 다가오는 여행객을 볼 수 있었다. 순간 그냥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랬다가 치안대장에게 걸리면 꽤나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기에 졸린 눈을 뜨고 옆에 있던 동료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 저기 누가 오는데?“

한참 달게 자고 있던 문지기는 사정없이 눈살을 찌푸리며 앞을 보았다.

“쓰읍, 무기도 가지고 있는데?“

조는 동안 흘러내린 침을 닦으며 두 문지기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들은 성도의 첫인상, 결코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허리 펴.”

“알고 있다고.”

여행자는 온몸을 갈색의 망토로 감싸서 성벽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대략적인 신장과 걸어오는 걸음걸이로 봐서 남성이라는 것을 추측하는 문지기들이었다. 그러는 사이 여행자가 입구로 도착했고, 그 때 마침 그들은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씨익.

문지기들은 웃는 표정으로 이곳으로 오는 자에게 언제나 하는 말을 했다.

“여행자님에게 신의 축복을.“

“......“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행자였다. 그는 조금 큰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다. 체형으로는 왜소하지만, 확실히 남자같이 보였다. 옆으로 살짝 보이는 턱선은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얼굴은 너무 창백해 보였다.

“성도에서는 무기를 소지하실 수 없습니다.“

“......그래?“

여행자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가까이에 있던 문지기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웃었다.

“네, 저 창고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원래 용도는 무기보관 창고지만, 거의 대부분의 날들을 문지기들의 임시숙소로 사용되는 창고였다. 자신들이 자는 곳이기에 내부의 상태는 꽤 좋았다.

"흐음......"

여행자는 창고를 한번 훑어보더니 느린 동작으로 허리춤에 있는 검을 풀어 문지기에게 내밀었다.

철컥.

“감사합니다.”

검을 받아든 문지기는 왠지 그 검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맹수 같은 것이 자신을 노리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말이다.

‘기력이라도 떨어진 건가......’

“감사합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여행자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웃는 것처럼 보였다.

“세키니드 카레스.“

"힘들어..."

쉬란과 헤어진 지 다섯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쉬란의 '일' 때문에 생긴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하아......”

쉬란이 부탁한 일은 육체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굉장한 부담을 가져오는 일이니까. 거절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니 안 할 수도 없고.

“일단 검부터 찾고 가야 되겠지."

다행히 방금 전에 만난 오로스가 쉬란에게 정보를 누설한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말을 한 마리 내준 덕분에 앞으로의 여행이 조금 편해질 것 같기는 했다.

'몰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좋은 말 같아 보인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체력적으로 좋은 녀석이라니까 여행 할 때는 이런 말이 더 좋겠지.

‘그런데 이거 겉보기만 멀쩡하고 나머지는 엉망인 건 아니겠지? 가다가 픽 쓰러진다거나......’

오로스가 준 말이라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의심부터 들기 시작했다.

“......”

“히히힝-“

내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 불만스러운 듯 우는 말이었다.

-울음소리가 우렁차군. 건강하게 들리는데.

......신족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오로스에게 이 말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너는 니가쓰는 펜이나 종이에도 이름을 붙이냐면서 핀잔만 들었다.

'말이랑 펜이랑 같냐?'

이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왜 그때는 반박을 못 한 거지?

다각. 다각.

게다가 말이 순한지 순순히 내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오고 있었다. 성도를 나가면 본격적으로 올라타서 속도를 내 봐야겠다.

'주인 안 닮아서 다행이군.'

그런데 왜 자꾸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 느낌이 들지?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을 싸게 산 것은 맞으니......’

“산맥으로 가면 되는 거죠?”

-그래. 근처에 혼족의 마을이 있다면 느낄 수 있으니까-

여신의 말대로 일단 혼족의 근거지를 찾아보면 무슨 단서가 있겠지. 없으면... 그 근처에 있었다는 빛의 대신전이 있던 자리를 찾아봐도 되고.

-그곳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지?-

“무란산맥까지는 걸어서 일주일 정도... 걸리죠. 몰론 마을을 들리면서 갈 때 말이지만.“

-가깝군. 말 타고 간다면 2~3일 안에 도착하겠어-

“......뭘 모르시는군요.“

가깝다니.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산맥'이다. 산맥. 그것도 게론에서 가장 큰 산맥의 허리를 지나가는 것만 해도 성도에서 산맥의 끝자락까지 가는 것과 비슷한 거리일 테고, 게다가 산에서는 말을 타지 못하니까 걷는 속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어라...?"

‘잠깐. 그러고 보니 등산할거면서 왜 말을 사왔지?!’

지금에서야 그 찝찔한 심정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끄으윽..."

-......?-

아아... 내 가진 자금 거의 전부를 털어서 샀는데...... 내가 바보지.

“하아... 이미 산 것을 어떻게 해...”

터덜. 터덜.

다가닥. 다가닥.

게다가 노인이 대신전을 발견했다는 산맥 깊숙이 들어가려면 3일은 걸어야 할 것이다.

“결국 말은 중간에 묶어두던가 되팔던가 해야 된다는 건데.”

......산골마을에서 말을 사 줄 리가 없잖아.

"......후우... 응?"

입구로 나가려는데 뭔가 평소와 다른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입구에 사람이?“

의외로 이 성도에는 사람이 별로 들리지 않는다. 자기 먹고살기도 바쁜데 괜히 조금 예쁜 건물 좀 보자고 생계를 팽개치고 구경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이 성도는 자급자족이 되는 곳이라 특별히 외부에서 어떤 것을 사올 이유가 없고, 특산물도 없고, 교통은 최악인데다(내가 들어온 입구를 제외하면 빠져나갈 곳이 없다. 전부 산으로 막혀 있으니까. 가운데 큰 연못이 있으니 식수걱정은 없지만 말이다)... 신관이라는 직업 덕분에 상업이란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상단도 들어오기 힘들다. 여관도 󰡐사람들을 쉬게 해준다󰡑라는 생각으로 하는 도시인데 뭐.

󰡐하긴, 그러니까 두 명이서 무기를 다 관리하지.󰡑

무기창고도 작다. 무기 30~40개 보관하기도 힘들 정도... 그런데 창고가 좁다는 말은 한번도 못 들어봤다. 즉 무장한 사람 30명 이상이 온 적이 없다는 거다.

저벅. 저벅.

입구에 있던 사람은 무기를 맡기는 것을 끝냈는지, 이쪽, 도시 안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

나는 입구로 나가는 중이라 우리 둘은 서로 스쳐지나가게 되었고, 그 때 문득 그와 눈이 마주쳤다. 사람도 별로 없는 거리에서, 한 명은 온몸을 가린 여행자에 한 명은 검은머리를 가진 특이한 외모라면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건 의외로 쉬울지 모른다.

찌릿.

“......!!“

그런데 그의 푸른 눈과 마주쳤을 때, 마치 목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저벅. 저벅.

“......“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그를 보았으나, 그는 나에게는 별 신경을 안 쓰는 듯, 금방 시선을 돌려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

스윽...

손으로 목을 훑어보았지만 아무런 것도 없었다.

‘착각인가?’

기분이 묘한데. 병자처럼 창백한 얼굴에, 머리카락은 모두 가려놓고, 시리도록 푸른 눈을 가진 여행자......

"......병자인가?"

성도에는 신력으로 치료를 받기 위한 병자들도 많이 온다. 그러고 보니 얼굴색이 거의 환자수준인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별로 병약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데.'

저벅. 저벅.

그 여행자는 내가 뒤에서 바라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으로 걸어가기만 하고 있었다.

"......뭐, 어차피 나와는 관계없지."

애써 그 느낌을 잊으려하며 입구로 걸어갔다.

"나가려고?"

"검이나 줘."

맡겨진 무기가 거의 없으니 문지기는 찾을 필요도 없이 금방 검을 꺼내왔다.

"여기. 그럼 여행길에 신의 축복이 가득하길."

대충 문지기의 인사를 흘려들으며 말에 올랐다.

'아, 그랬지.'

그러고 보니 그걸 깜빡했다.

"아, 에인에게 근신 풀리면 그만 좀 사고 치라고 전해 줘."

"그러지."

그러고 보니 말에 타는 것은 오랜만인데. 말이라는 짐승이 하도 비싼 짐승이라서 예전에 용병단에서 일할 때 한번 제공받은 것을 빼고는 처음 타 보는 건가?

“그래도 그럭저럭... 탈 수 있겠군.”

말 위에 올라타고 처음에는 조금 흔들렸으나 이내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가자!”

“히히힝!!”

마침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길이니 마음껏 달려도 되겠지!

그 시간, 그 여행자는 성도 구석에 있는 한 집에 도착했다. 여행자는 정확한 장소를 몰랐지만, '표식'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집 앞에 서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 남자가 서 있는 곳은 뒷골목이었다. 신의 도시인 성도라고 해서 뒷골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도시와는 달리 홍등가와 술집이 아닌 조금 가정사정이 좋지 않은 집들이 살고 있을 뿐.

"준비는?"

여행자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몸이 잘게 떨리는 것이, 여행자를 두려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 됐습니다."

남자는 여행자, 아니 세키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그의 시리도록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치면 그의 늙은 심장이 멎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어디로 들어가면 되지?"

"처음에 보이는 왼쪽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알았다."

세키는 문을 열고 처음 보이는 왼쪽 방으로 들어갔다.

탕!

그가 문을 닫고 나서야 남자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무, 무섭군..."

그냥 풍겨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노인이었다.

"과연 위대한 그분의 수하다워..."

남자는 잠시 몸을 떨더니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이봐. 오늘은 일 안가나?"

"아... 오늘은 아파서 말이네."

"그런가?"

옆집 친구의 물음을 대충 넘긴 그는, 제발 이 일이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계속 문 앞을 지켰다.

탕!

세키는 방문을 거칠게 닫았다.

"......멍청한 녀석. 볼 때마다 짜증을 일으키는 녀석이야."

세키의 얼굴은 굉장히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다. 밖에 있는 노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몰론, 이유 없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번의 일을 망쳐버린 원인이 저 노인이니까.

'그렇게 겁이 많은 주제에 무슨 마족숭배자라는 건지.'

지난번에 저 노인은 병사들이 몰려오자 급하게 몸을 빼냈고, 결국 의식이 깨져서 실패하고 말았다. 그 때 세키는 저 노인을 죽이려 했으나 그때의 사고로 남은 마족숭배자가 별로 없었기에 원활한 일을 위해서 할 수 없이 살려뒀어야 했다.

"흐음......?"

그는 방에 놓여있는 물품들을 바라보았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붉은 액체가 들어있는 잔.

씨익.

"......그래도 준비는 잘 해놓는군."

'하긴, 그렇지 않으면 이미 제거되었을 거지만.'

세키는 탁자에서 붉은 액체가 담겨진 잔을 들어올렸다.

찰랑...

그가 잔을 살짝 흔들자 액체는 뭔가 끈적임이 있게 찰랑였다. 그 끈적임과 은근히 풍겨오는 비린내... 그것은 인간의 피였다.

"이번에는 조금 신경 쓴 모양이군."

세키의 얼굴이 조금 풀려다. 그의 종족특성 상, 이 액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쩝... 어차피 못 먹지만."

세키는 혀를 차며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잔에 넣었다. 잔에 가득 담겨있던 피는 그의 손가락을 붉게 적셔주고 있었다.

"흐음..."

손가락이 충분히 젖자 세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라홈 신도란 가런 카르소나 데르칸 자로에 예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말. 마족의 언어일지도 모르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다음은 모르겠군."

심심했는지 의미없는 주문을 외운 그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손가락에 묻은 피로 바닥에 커다란 원을 그렸다.

"진홍의 성수여, 세상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는 문을 열어라."

원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기다린 뒤, 이번엔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을 잔에 넣었다.

지직- 지지직-

그리고 자신의 손톱으로 바닥에 흠을 냈다.

"아~ 듣기 싫은 소리."

바닥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원에 몇 개의 '틀'이 그려진다. 그는 허리를 펴고 원을 확인했다.

"음. 됐어."

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잔을 옆으로 기울였다.

쪼르르...

잔에서 떨어진 액체는, 느릿하게 틀을 채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피가 틀에 가득 차서 바닥에 붉은 원을 생성하자,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가장 깊은 곳에서 살아가는 신의 적이여, 나에게 응답하라.“

세키의 말에 액체는 붉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그러나 빛만 뿜어낼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성도에서도 안 되는 것인가.“

세키는 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관문을 열어야 하나?'

세키는 잠시 실패의 원인을 생각하더니 몸을 돌렸다.

“이봐, 거기 인...“

밖에 있는 노인을 부르던 세키는 말하던 그대로 몸을 멈췄다. 문 앞에 덩치 큰 청년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격이 급하군. 나도 약간은 준비하고 나와야 할 것 아닌가.“

그의 머리카락은 오른쪽 얼굴을 거의 가리고 있었다. 왼쪽 머리카락도 내려와 있었지만, 왼쪽은 눈의 위쪽으로만 내려와 있어 다행히 눈이 보였다.

“......네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성공이라는 건가?“

“반쯤은.“

붉은머리의 청년은 여유롭게 몸을 움직여 탁자에 놓인 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살짝 기울여 그것의 냄새를 맡았다.

“저급품이군.“

청년은 반의 실패를 재료로 탓하는 것 같았다. 세키도 청년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쓰레기가 구해온 것치고는 좋은 것이지.“

“그건 그렇군.“

카시드는 잔에 조금 남아있는 액체를 단숨에 들이켰다.

"퉤!"

그리고 바로 뱉어냈다. 그는 세키와 같은 취미는 없었던 것이다. 그저 장난삼아 세키를 놀린 것일 뿐.

“약간 굳었군."

옆에 놓여있던 물의 신성수로 입을 헹구는 그였다. 소환된 마족임에도 불구하고 물의 신력이 담겨있는 신성수로 입을 헹구고 멀쩡한 것으로 보아 하급 마족은 분명히 아니었다.

"의식은 액체가 따뜻할 때 하라니깐.“

“......“

세키는 그의 계속되는 잔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그 표정은."

"그렇게 불만 있으면 나오지 말지 그랬나?"

그 말에 청년의 인상도 세키처럼 찌푸려졌다.

"내가 지금 불만이 없게 생겼냐?"

청년을 가만히 바라보던 세키는 금방 청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망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세키의 말을 끊듯이, 붉은머리의 청년은 자신의 손을 세키에게 보여주었다.

“힘이 너무 제한되었잖아.“

세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느끼기에도 청년의 힘은 너무 약했던 것이다.

“......별다른 제물이 없었으니까.“

그 말이 끝나고, 갑자기 허공이 일렁였다.

찌잉-

일렁임과 함께 듣기 싫은 소음이 들려오자 청년은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마족을 거부하는 세계의 율법, 세계의 거부가 시작된 것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힘도 점점 빠져나가고 있어.“

“......그 말은, 즉...“

청년은 눈을 감았다.

“무슨 조치라도 취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야 되겠지.“

세키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그렇게 된다면 혼자서 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빨리 정보나 말해.“

세키는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내 힘을 반 이상 회복하지 않으면 이번 계획 자체가 위험해. 투신들이 이 일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는 없으니까.“

"......만약의 경우는 내가..."

"네가 상대하겠다고?"

청년의 물음에 세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

"무지란 참 좋군. 당당하게 투신과 싸우겠다는 말을 하다니."

청년이 자신을 무시하는 말에 세키는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하아... 그래도 할 수 없는 건가."

청년은 무언가 생각난 것 같았다.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는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별 방법이 없으니까... 쳇."

"방도가 있기는 한 건가?"

세키의 물음에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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