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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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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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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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쪽

02. 적과 아군(2)

DUMMY

“죽음을 수집한다면 약간이지만... 마력을 회복시킬 수 있겠지.“

세키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했다.

“......무슨 소리지?“

청년은 맞다는 표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 누군가를 죽이면 마력이 회복된다... 고 하던데."

"......하던데?"

"들은 것일 뿐. 확실한 것은 아니니까. 뭐, 맞다고 하더라도 계속 힘이 빠져나가는 지금으로서는 얼마동안의 시간을 버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세키는 왠지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마족이란 참 귀찮군.“

“귀찮은 만큼 강하지.“

"......카시드."

세키에게 카시드라고 불린 청년은 간단하게 손을 돌리거나 하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응?"

"힘이 계속 빠져나가서 시간이 없다면 빨리 좀 움직이지 그래?"

세키는 왠지 급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계획에 따르면 3개월 전에 그 사막에서 봤어야 하건만 실패하고 지금에서야 나타난 것이다.

"......"

피식.

카시드라고 불린 청년은 한번 웃고 몸을 움직였다.

"좋아. 그럼 움직이지."

그렇게 말해놓고 카시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할거지?“

세키의 비꼬는 말에 카시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석이 누군지 찾아야겠지.“

“그러니까, 어떻게 찾을 건데?“

세키의 물음에 카시드는 진한 웃음을 지었다. 왠지 장난기가 섞인 웃음이었다.

“쉬워.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

확실히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을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찾기는 매우 쉬웠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

그 말을 들은 세키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끼고 말았다.

“왜? 본적 있어?“

카시드의 물음에 세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전에 성도 입구에서. 그 녀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세키의 더 설명하라는 듯한 눈빛에 카시드는 말을 이어나갔다.

“검사. 나이는 16~18세 정도로 보이고, 얼굴이 조금 동글동글하게 생겼어. 머리카락은 검은색인데 약간 붉은기도 돌고...“

그의 말이 계속될수록 세키의 이마에 주름이 더 많이 생겨났다. 그리고 말이 끝나자, 세키는 강한 어조로 내뱉었다.

“젠장. 맞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딱 그였다. 아까 눈이 마주쳤던, 말을 끌고 가던 사람.

“서두르자. 그다지 멀리 가지는 못 했을 거야.“

세키의 재촉에 카시드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탁자에 걸터앉았다.

"누군지 알았으면 됐잖아."

그의 말에 세키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흔적이 지워지기 전에 빨리 추격해야 돼.“

“그런 건 조금 쉬었다가 가도 돼.“

아무래도 카시드는 자신과 세키의 달리기 실력을 믿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들은 보통 인간보다야 훨씬 빠른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세키의 생각은 달랐다.

“......그 녀석은 말을 끌고 가고 있었다."

"......뭐?"

"우리도 말을 구하고 당장 추격을 개시한다면 늦지 않아.“

세키는 이런데도 편하게 쉬자고 할 것인가, 하는 눈빛이었다.

“......아우우!“

카시드는 짜증내며 머리를 박박 긁었다.

“가자.“

그는 짜증내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

덩치가 큰 카시드는 약간 왜소한 세키와 같이 서니 왠지 많이 비교가 되고 있었다.

“후우. 정말... 운이 안 좋군.“

세키의 중얼거림에 카시드가 대답했다.

“오히려 좋은 것 일수도 있지. 무작정 찾는 것보다는 더 쉽잖아? 얼굴을 알고, 이곳에서 나갔다는 것도 아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그들은 집 밖으로 나가려다가 카시드가 몸을 멈췄다.

"이 녀석의 집에 말이 있던가?"

"만약을 대비해서 녀석에게 준비시켰지만..."

세키는 그렇게 말하며 쓰러진 노인을 보았다.

"있을지 모르겠군."

"있어."

집 뒤쪽 헛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카시드는 만족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군. 말을 구할 필요 없이, 그냥 타고 가면 되겠군."

"그럼 조금 쉬었다가..."

퍽.

결국 카시드는 세키에게 한 대 맞고 말았다.

"칫..."

"한번만 더 쉬자고 말하면..."

카시드는 세키에게 맞은 이마를 문질렀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둘은 집 뒤에 묶여있는 말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렇게 가난한 녀석이 어떻게 말을 구입했지?"

카시드의 의문에 세키가 대답했다.

"녀석의 딸과 아내가 보이지 않던데."

"......그럼... 노예로 팔았다는 건가?"

"그럴지도."

세키의 대답에 카시드는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미쳤군."

세키는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마족이 마족숭배자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너는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

세키는 말에 안장을 얹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미쳤다고 생각하지."

"거 봐."

둘은 말에 올라탔다.

"가자!"

타각! 타각!

두 말은 뒷골목을 지나 성도의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달리는 것이었다.

"......"

"......"

그런데... 그들을 보고 욕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저기... 세키."

"응."

"원래 이러면 엄청나게 욕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세키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말 그들을 보고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하... 하하..."

아무도 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카시드였다.

"관문이다."

세키의 말에 카시드의 시선이 앞으로 이동했다.

"문도 열려 있는데 그냥 지나가지 그래?"

"무기를 찾아야지."

세키는 말에서 내렸고, 카시드는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에서 내렸다.

"무기."

세키의 말에 코를 파고 있던 문지기가 다급하게 자세를 바로 잡았다.

"어? 금방 가시네요?"

"일이 끝나서."

"그렇군요."

코를 파던 문지기가 무기를 찾으러 들어가고, 그 옆에서 졸고있던 문지기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카시드를 보았다.

"음... 그쪽분은 아까 들어가지 않으신 것 같은데..."

"안에서 합류했는데?"

카시드의 말에 문지기는 더욱 수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히 요 몇 달간 여기에 들어온 여행자는 라드와 이분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의 의심에 카시드의 눈이 붉게 반짝였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문지기가 조용해지자 카시드는 눈에 실었던 마력을 거두었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지만 괜히 시비가 붙어서 좋은 일은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신관들이 엄청나게 많으니 더욱 조심해야 했다.

"여기 있습니다."

문지기가 건네주는 무기를 받아든 세키는 관문 밖으로 걸어간 다음 말에 올랐다.

"가자!"

그리고 둘은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까 한 청년이 질주했던 길을......

"......"

웅성웅성...

그러나 곧 멈춰야했다.

"......사람 참 많군."

세키는 말에서 내려 길옆에 세운 뒤 입을 열었다. 말을 타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가로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저 사람들을 말로 밟아 죽일 생각이 없는 이상. 아니, 그런 생각이 있어도 가로지르기 전에 숫자에 막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키였다.

"진짜... 시간 없는데 말이지."

카시드도 시간이 지체되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쉬어가자고 했던 녀석이...'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꾹 참는 세키였다.

"그런데 이 사람들 뭐 하러 가는 거야?"

카시드의 물음에 세키는 그들의 복장을 살폈다. 그들 중 몇몇은 신관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순례중이군. 신전에서 시간 남는 사람들이나 신심이 깊은 사람들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순례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성도에 다녀오는 것이지. 자격은 16세 이상, 50세 이하."

"호오......"

카시드는 그런 것이 있었나, 하는 표정이었다.

"......뭐, 말은 순례지만 사실상 단체관광에 가깝지만 말이지."

"......단체관광?"

"무슨 특별한 용건도 없고. 그냥 성도가 어떻게 생겼나 구경 가는거나 마찬가지지. 일생의 한번, 신전의 주도로 가는 여행이랄까."

"신전도 할 일이 없나보군."

"그렇지."

그들이 투덜거리고 있는 동안, 사람들의 행렬이 뜸해졌다.

"지나갔군."

세키는 한숨을 쉬며 다시 말에 올라탔다.

"여유 있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움직여!"

타가닥. 타가닥.

카시드는 이미 말을 달리고 있었다.

"......성격하고는."

세키도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카시드를 따라잡으려 했으나, 그는 어찌나 빠른지 세키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길은 아는 건가?'

왠지 그가 가는 방향이 약간 걱정되는 세키였다. 아직까지는 외길이라 별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

"하아..."

그렇게 얼마를 달리자, 카시드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조용한 길에 울려 퍼졌다.

"젠장! 길이 갈리잖아!"

중간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진 길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갈림길이라고 한다.

"세키! 이거 어떻게 추적할 수 없어?"

세키는 순례자들로 인해 평평하게 다져진 길을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없어."

"자세히 좀 살펴봐."

카시드의 재촉에 세키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살펴보았지만, 그로서는 순례자들의 발자국에 뭉개진 말발굽자국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하필이면 오늘이 순례기간이라니. 운도 없군'

세키가 속으로 투덜거리는 동안 카시드가 양쪽 길을 살펴보더니 물었다. 추적이 불가능하다면 목표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왼쪽 길에는 뭐가 있지?"

"글쎄... 인간들의 수도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른쪽에는?"

"마을 몇 개와 무란산맥."

"......"

카시드는 왼쪽으로 말을 몰았다.

"어떻게 왼쪽이라고 확신하는 거지?"

세키의 물음에 카시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 인간은 급하게 쫓기면 왼쪽으로 돌게 되어있어."

세키는 잠시 예전의 생각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먹이들을 쫓을 때 갈림길을 만나면 대부분 왼쪽으로 빠지고는 했었다. 세키는 어차피 가운데로 지나가니 어느 곳으로 가던지 잡히게 되어 있었지만.

"그건 그렇지."

세키의 동조에 마황자는 더욱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무란산맥은 뭐가 있는 장소가 아니잖아? 그리고 설마 말을 타고 등산을 하겠어?"

"......그럴지도."

세키도 왼쪽으로 말을 몰았다.

다각. 다각.

그리고 둘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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