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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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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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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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th 10. 균형자(12)

DUMMY

세키는 불타오르고 있는 검을 가진 청년을 바라보며 피의 권능을 풀었다.


“후우... 역시 힘들군.”


슈우우...


피의 권능에 의해 붉어진 눈동자가 다시 파랗게 변하고, 네리스도 그냥 평범한 건틀렛의 형태로 변했다.


“이봐. 이카온.”


“......”


세키의 부름에도 그 청년은 별 반응이 없었다. 단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입을 열었을 뿐이었다.


“알고 있었나?”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며 세키는 파란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그렇군. 관찰자였지.”


이카온은 약간 허망하다는 표정이었다. 완벽해진 관찰자의 눈이라면 그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도 이상하진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한가지만 묻지.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지?”


스릉...


세키의 질문에 이카온은 둘의 돌진을 멈추려고 뽑았던 검을 집어넣었다.


“죽기 위해서다.”


“......뭐?”


“죽으려고 이 일을 하는 거다.”


허무한 대답에 세키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렇게 간단한 이유로?”


“간단하지는 않지.”


세키는 이마를 찌푸리며 이카온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와 봐. 내가 죽여주지.”


피식.


그러나 이카온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을 뿐이었다.


“너 따위에게 죽을 정도라면 이 고생을 하지도 않겠지.”


“뭐?”


“균형자는 죽지 않는다... 그것은 절대적인 율법이지. 천족의 날개가 하얗다는 것처럼.”


“......”


세키는 그의 말을 듣고 라드의 집에 있는 한 아이를 생각했다. 천족이면서 검은 날개를 가진 아이. 하지만, 그 아이는 천족의 예외가 아니라 천족이 아니라는 구분이 내려졌다.


“아마도 이 세계가 존재하는 한, 우리도 계속 존재하겠지.”


“빌어먹을... 죽고 싶으면 혼자 죽으라고!”


“그게 안 되니까 이런 방법을 벌이는 것이지.”


“......”


대화를 계속해 나갈수록 세키는 더 할 말을 잃었다.


“어쨌거나 다행이다.”


“뭐가 말이지?”


“사실, 그 신관이 남으면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왜? 나보다 녀석이 무섭나?”


세키는 왠지 자존심이 상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 녀석은 왠지 공격하고 싶지 않아.”


“......”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세키는 잠시 이카온의 표정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반했냐?”


“글쎄.”


세키는 자신의 농담에 부정하지 않는 이카온을 보고 오히려 당황해버렸다.


“뭐, 한가지 내 생각을 말해주자면.”


스르릉...


이카온은 다시 검을 꺼내들었다.


“균형자들은 전부 이종족간의 혼혈이다.”


“그래서?”


“나는 그 중에서 불의 신족과 인간의 혼혈이지.”


“그런데?”


“녀석도 지금은 반신의 몸. 아마 동질감을 느껴서 그럴지도 모르겠군.”


“......”


화륵!


이카온의 검에 다시 붉은 불꽃이 붙었다.


“......”


촤악!


세키의 네리스도 날카로운 날을 만들어내며 이카온을 견제하고 있었다.


“아니면...... ‘그’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그럴지도.”


이카온은 자조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몰라도 된다.”


불타오르는 이카온의 검이 세키를 겨누었다.


“어차피 이 일을 시간을 끌기 위한 것. 발만 묶어두도록 하지.”


“그래?”


채앵!


세키가 기습적으로 네리스를 날렸지만 이카온은 가볍게 막아냈다.


‘칫... 역시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난 네놈을 죽일 생각인데.”


“......그래주면 고맙겠군.”


흩날리는 네리스를 세키가 회수하며 눈을 감았고, 이카온은 조용한 주황색의 눈으로 그 모습을 주시했다.


“끄으으......”


치이이익...


세키의 몸에서 붉은 연기가 솟기 시작했다.


‘피냄새...’


이카온은 이 기술을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데이너가 알려주었다.


‘지난번에 마족에게 사용한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궁극의 피의 권능’


“혈월(血月)...”


“그... 렇지...”


세키는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촤악!


네리스는 세키의 손에 붙어 그의 손톱이 되었다.


“정... 말... 로...”


치이이이익...


세키의 눈은 흰자위도 없이 붉게 변해 있었고, 몸에서 올라온 붉은 증기로 인해 몸도 선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죽일 거다......”


끄득.


그의 송곳니가 굳게 다물어졌다.


“끄아아아아!!!”


혈월. 바네인을 죽인 그 주술이, 지금 사용되었다.


“......이거 잘못하면 ‘죽여’버릴지도 모르겠군.”


이카온의 이마는 사정없이 찡그러져 있었다.


퍼어어억!!!


세키의 손톱과 이카온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터져 나갔다.



라드 일행이 돌진하는 경로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 왼쪽 방향에서 걸어오고 있는 한 청년이 있었다.


퍼석. 퍼석.


그의 발 밑에서 부서지는 낙엽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걷고 있었다.


“......그럭저럭 시간은 맞춘 것 같군.”


그는 갈색의 로브로 온 몸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덩치는 약간의 위압감이 들 정도로 컸다.


“캬아아악!”


그러나 거의 산맥 전체에 퍼져있는 차원파괴자들이 그들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몰려있는 지금, 그의 발걸음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고 봐도 옳을 것이다.


“......”


물론, 그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전제 하에.


“캬아아!!”


자신의 머리 위로 뛰어내리는 차원파괴자를 발견한 그는 오른손을 움직였다.


퍼억!


그리고 그의 오른손은 차원파괴자의 복부에 정확히 박혔고, 차원파괴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그의 내부는 완전히 박살난 상태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툭.


그는 손에 들린 쓰레기를 버리듯이 복부가 꿰뚫린 차원파괴자를 땅에 집어던졌다.


“후우......”


그는 앞에 몰려있는 차원파괴자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게 됐군.”


펄럭.


그가 로브를 집어던지자 선홍빛의 머리카락과 눈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는 피가 살짝 배어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배도 아파 죽겠는데 말이야.”


그렇다. 그는 바로 마황자, 카시드였던 것이다.


“케에엑!”


“꺄아악!!”


그가 로브를 벗어 던지는 순간, 주변에 있는 차원파괴자들이 동시에 카시드에게 달려들었다.


“......칫.”


카시드는 라드 일행이 균형자들을 막는 동안 일을 벌이고 있는 균형자에게 몰래 접근해 그 존재를 기습으로 쓰러트리고 계획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차원파괴자들이었다.


“할 수 없군. 녀석들이 균형자들의 발을 묶어주기를 바랄 수밖에...”


정말 오랜만에게 남에게 기대를 걸며 그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때는 순식간에 ‘보물’이 깨져서 세계의 거부를 받았지만, 지금은 세키가 가지고 있던 몇 개의 보물을 가지고 나왔기에 세계의 거부를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왕이 없으니... 힘들겠지만’


샤악!


그의 몸에서 순식간에 4개의 마력의 구슬이 나타났다.


퍼억! 퍽 퍼퍽!!


4개의 마력의 구슬은 순식간에 그에게로 달려들던 차원파괴자들을 전부 쓰러트렸다.


“다시 와라.”


오만하게 카시드가 오른손을 들어올리자, 구슬들은 카시드의 오른팔에 모여들었다.


콰르르르르륵!!


그리고 그 구슬들은 카시드의 오른팔에서 회전하며, 천천히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어차피 들킨다면... 반응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카시드는 몰려있는 차원파괴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길에서......”


콰르르륵!!


“비켜!!!”


퍼어어엉!


그의 손에서 발사 된 구슬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크륵?”


한참 자신들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차원파괴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구슬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캬아악!!”


몇몇 지성이 있는 차원 파괴자들은 그 자리에서 피하려 했으나, 구슬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쿠우우우우웅!!


이윽고 날아든 구슬은 차원파괴자들의 중앙에서 힘을 방출했다.


화아아아악!!


구슬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빛은 차원파괴자들을 ‘증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후우...”


구슬을 발사한 카시드는 한번 숨을 몰아쉬고 차원파괴자들을 살폈다.


“어떻게 정리되었군.”


주륵......


그는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배 묶어둔 붕대는 더욱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역시 평범한 상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들어가 볼까...”


다시 카시드가 걸음을 떼려 할 때였다.


“못 들어가요. 마황자님.”


“......”


카시드는 자신의 머리 위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멈췄다.


‘이 목소리는...’


분명히, 자주 들어본 목소리다. 알아듣지 못할 카시드가 아니었다.


“......페이로나?”


“맞아요.”


카시드는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오는 자신의 머리 위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네가...?”


“균형자거든요.”


“......”


예상외의 대답에 이마가 찌푸려졌다.


“바로 옆에 하나가 있을 줄은...”


“몰랐죠?”


페이로나는 계속해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쓰고 몰래 기습해도 소용없어요. 데이너는 다 알고 있으니까.”


“......역시... 읽고 있는 건가?”


“네. 데이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까.”


그 말과 동시에 페이로나는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쿠웅!


그리고 그 작은 몸과는 다르게 묵직한 착지음이 들렸다.


“그래서 제가 왔잖아요?”


페이로나가 팔을 들어올리자 순식간에 옷의 팔 부분이 찢겨나갔다. 날카로운 비늘이 일어서며 옷을 찢은 것이었다.


“......비늘?”


“어머니가 마물이니까.”


그렇게 말한 페이로나는 자신의 청록색 비늘을 잠시 보더니 카시드를 바라보았다.


“자...... 마계최강자 마황자님.”


“......”


“덤벼요.”


페이로나의 말과 동시에 카시드의 몸이 페이로나의 위쪽에 나타났다.


까앙!


카시드는 그 상태로 발차기를 날렸으나 페이로나의 팔에 어이없게 막히고 말았다.


휙-


발차기가 막히자 카시드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뒤로 물러났다.


주륵...


급격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인지, 그의 배에서 다시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어렵겠군’


카시드는 서서히 ‘감각’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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