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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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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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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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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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3)

DUMMY

“후우.......”


라드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군.”


바삭.


회색으로 바짝 말라붙은 땅은 그가 발을 옮길 때마다 건조한 소리와 함께 부서졌고, 말라붙은 나무 몇 그루만 비참하게 부러져 있을 뿐 다른 식물들은 흔적조차 없었다.


“그런데 꼭 여기로 가야 하는 거야?”


“네.”


로스의 단호한 대답에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그럼 출발하자고.”


하지만 그는 별 수 없었다. 다른 신전에서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으니, 남은 것은 바람의 신전 뿐... 즉, 이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바삭. 바삭.


둘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은 약간의 먼지를 날리며 부서졌다.


“지난번처럼 마물의 피 좀 봤다고 기절하거나 하지는 마.”


그런 것이 마음대로 제어가 되면 그건 이미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일이지만, 그는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네.”


그러나 로스도 별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기절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그의 눈은 ‘그랬다가는 버리고 갈 테다!’라고 하고 있었으니까.


출렁.


“끄응...”


그녀는 손에 들고 있는 짐이 무거운 것 같았다. 최대한 간단하게 물과 식량을 쌌지만, 그래도 무게가 상당했던 것이다.


“무거워도 참아. 내가 들 수는 없으니까.”


“......네.”


꽤 불만이 많은 것 같았지만 로스는 그것을 들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가 들었다가...


“께에엑!”


저런 마물들에게 빼앗기거나 내용물이 상하면 큰일이니까.


“일단 피해 있어!”


“네!”


로스는 급한 걸음으로 짐을 들고 뒤로 물러났다.


“케엑! 께엑!”


다행히 마물은 혼자였고, 라드는 주변을 살펴본 뒤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훙!


“께엑!”


위협적으로 휘두른 검에 마물은 뒤로 펄쩍 뛰었고, 라드는 그 순간 왼손으로 다리에 매달아뒀던 단검을 뽑았다.


픽.


가죽으로 된 걸이에서 빠져나온 투척용 단검은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사라졌다.


“어?”


그것은 뒤에서 보고 있던 로스가 찾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끼엑! 끼에에엑!”


로스는 단검이 어디 있는지 놓쳤으나 곧 찾을 수 있었다. 저 마물이 비명으로 단검의 위치를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대단하다...’


다급하게 날려보낸 그의 단검은 정확히 마물의 한쪽 눈에 박혀 있었다.


“간다!”


푸욱!


“께에에엑!”


마물은 라드가 찔러 들어오는 것을 보고 피하려 했으나, 한쪽 눈으로 보느라 원근감이 부족했고 뒤로 피하지 못 했기에 그의 검에 복부가 뚫리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검을 회수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자신이 원래 가지고 다니던 검을 뽑아들어 다른 마물을 상대했다.


“으읏...”


로스는 마물에게서 흘러나오는 피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물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두 자루의 검을 저런 용도로 가져온 거구나...’


라드는 여관에서 나오기 전에 데언에게서 다른 검 하나와, 투척용단검 10개를 받아왔었다. 로스는 그 모습을 보고 ‘검이 있는데 왜 또 준비하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들은 다 쓸모가 있었던 것이다.


“후우... 괜찮아?”


순식간에 남은 마물도 쓰러트린 그는 마물의 눈에 박혀있던 단검과 배에 박혀있던 검을 회수하며 물었다.


“네.”


로스의 안색이 약간 파랗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자 그는 주머니에 있던 천으로 검에 묻은 피를 닦고 다시 앞서서 걸어갔다.


“하나 물어도 될까?”


“네.”


“네가 가려는 곳... 가까워?”


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가까운데?”


“응... 한 일주일만 걸어가면 도착해요.”


“가깝군.”


사실 가깝다고는 했지만, 이곳은 언제 마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천천히 가야 했다. 덕분에 여정은 최소 2주 이상이 될 것이라고 계산하는 라드였다. 아무리 장애물이 없어서 멀리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가 날리면 마물이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식량은 5일 정도만 챙겨왔지만, 다행히 4일정도 거리에 마을이 있으니 그곳에서 다시 보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바람의 신전까지 돌아가려면 거의 4달은 걸리겠는데’


물론 말을 타면 그 기간이 단축되기는 하겠지만... 이 근처에는 말을 파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바람의 신전이 있는 곳도 숲이었기에 결국 말을 탈만한 곳은 두 곳의 중앙인 실론평원밖에 없었기에 말을 산다는 것은 사치였다.


‘아......’


로스는 자신의 머리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아니... 그게...”


그녀는 그 이상한 기분이 점점 커져가는 것에 당황하고 있었다.


‘뭔가가... 와...’


“마물이다.”


“네?”


그녀의 고민을 대답해주듯이, 전방에서 마물들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저 기분인가?’


고민에 빠져있는 그녀와는 다르게 라드는 빠르게 마물들의 종류를 살폈다. 대부분 인간 크기정도 되는 회색의 털을 가진 원숭이 모양의 마물이었고, 다른 마물들도 어느 정도 섞여 있지만 원숭이들에 비하면 극히 소수였다.


'쳇... 대부분 발루잖아'


발루는 속도가 느리지만 탈이 질겨 상대하기 곤란한 마물이다. 특히 베는 공격은 거의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힘도 강했기에, 이 마물을 상대할 때는 느린 속도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활이나 석궁으로 잡는 것이 정석이었다.


'나 혼자라면 피할 수 있겠지만...'


그는 로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


"네?"


"물통을 버리고 도망쳐."


로스는 그의 말대로 물통을 내려놓고 도망가려다가, 라드가 도망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드는요?"


"나는 시간을 벌고 있을 테니까. 일단 도망치기나 해."


"......"


그 말에 로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라드의 뒤쪽에 섰다.


"뭐해! 빨리 가라고!"


"싫어요."


로스는 마물들을 최대한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신력을 모았다.


'도와줘...'


휘이잉-


그녀의 손에 날카로운 바람이 모였다.


"......신관?"


라드의 물음에 로스는 순간 당황했다.


"아, 네... 그게..."


"......아아. 그랬나."


신력을 사용하는 그녀를 보며 라드는 바람의 신전에서 왜 계속 도우라고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신관이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뭐... 이 정도면 나중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발뺌하지는 않겠지’


그도 속으로는 바람의 신전을 반쯤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꾸워어어!!"


그러는 동안 선두에 있던 발루가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다가와!"


라드는 먼저 데언에게받은 검을 뽑아 그대로 발루의 배로 찔러 넣었다.


푹!


"꾸에에!!"


발루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지만, 질긴 털가죽 덕분에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역시 털이 너무 질겨!'


털이 복잡하게 엉켜 있어서 베는 공격은 거의 통하지 않는 발루인데, 찌르는 공격이라도 제대로 체중이 실리지 않은 찌르기 정도로는 일격에 죽일 수 없었다.


"-지금!"


휭!


긴장하고 있던 라드의 귓가에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렸다.


'바람의 신력인가?'


퍼억!


바람의 신력은 마물의 털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듯, 발루의 가슴에 긴 상처를 만들었다.


"꾸어!!"


"......!"


하지만 그것이 고작이었다. 단순한 힘이라면 발루 따위는 단숨에 갈라 버리겠지만, 그녀는 발루를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공격으로 털이 잘려나가며 약점이 드러났고, 라드는 검을 들어올리며 발루에게 몸을 던졌다.


퍼억!


그리고 어깨로 들이 받아 발루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차단한 뒤,, 바람에 의해 상처가 생긴 발루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꾸어어어어!!"


지독한 비명과 함께 라드는 검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났고, 발루는 몇 번 움찔거리더니 그 몸을 땅에 눕혔다.


털썩.


"호오... 괜찮은데?"


라드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신력의 유용성에 대해말이다.


'언젠가 나도 이런 힘을...'


"네... 그거....... 다행..."


털썩.


그러나 로스는 피를 보더니 땅에 주저앉았다. 역시나, 그녀에게는 조금 무리인 듯싶었다.


"꾸에!!"


선두로 달려오던 발루가 대장이었는지, 그 발루가 힘도 못 쓰고 죽자 발루들은 일단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이봐."


"네......"


기절은 한 것 같지 않았지만 로스의 대답에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뭉쳐있는 저것들에게 아까와 같은 것을 쓸 수 있겠어?"


"그건......"


로스는 부정적인 표정이었다. 그녀가 있던 곳에서라면 그런 일쯤은 우습지만, 이 곳에서는 이상하게 바람의 위력이 약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하지 않으면...'


"해볼게요."


"부탁한다."


라드는 검을 고쳐 쥐고 마물들을 주시했다.


휘이이이...


그녀가 눈을 감자, 작은 바람이 그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했다.


'한번에...'


휘이이이이...


'성공해야 해...'


휘이이이이이잉!!!


그 바람은 점점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윽......!"


라드는 예상외로 강력한 바람에 땅에 바짝 엎드렸고, 로스는 계속해서 마물을 주시하며 신력을 키워나갔다.


휘이잉!!!


그녀의 바람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한 발루가 앞으로 나섰다.


-큭... 누가 마음대로 내버려 둔다더냐!-


그 발루의 눈은 다른 발루와는 다르게 붉게 빛나고 있었지만, 눈을 감고 있는 로스나 엎드려 있는 라드나 그 차이점을 볼 수는 없었다.


팟!


"?!"


발루가 손을 뻗자 바람이 멈췄다.


"......한거야?"


라드가 조심스럽게 땅에서 몸을 뗐을 때, 로스는 바람을 부르던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응?"


로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뜨고 심상치 않은 그 얼굴에 라드가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꾸어어!!"


"이런...!"


발루의 울음소리에 라드는 직감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스에게 달려갔다.


"이봐! 정신 차려!"


"......"


로스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굳어 있었다.


"칫..."


쿵.


라드는 등에 매고 있던 짐을 모두 버리고 로스를 들쳐 업었다.


"캬아악!"


"?!"


그러나 이미 후방은 발놀림이 빠른 마물들이 막은 상태였다. 발루들이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마물들은 몰래 후방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엎드려있던 라드는 미처 몰랐던 것이었다.


"이, 이런..."


라드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마물들과 발루들에 의해 사방이 막힌 상태였다.


"......이런 곳에서..."


기절한 듯한 로스를 내려놓으며 라드는 인상을 구겼다.


"꾸에에!!"


라드가 로스를 내려놓는 순간 발루 몇 마리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그는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휘두르는 발루의 손톱을 고개를 숙여 피한 뒤, 그의 뒤통수를 노리고 달려드는 발루의 머리를 검으로 내려찍었다.


"......!"


퍼억!


발루 한 마리가 라드의 검에 머리를 맞고 뒤로 물러났다.


"꾸아아!!"


그 발루는 굉장히 아픈 것 같았지만 질긴 털가죽 덕분에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칫......'


"꾸에에!"


하나로는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발루들이 다시 동시에 달려들었다.


"쉽게 당해줄 것 같냐!"


라드도 그에 맞서서 한 방향으로 달려들려는 순간이었다.


콰라라락! 푸푸푸푹!


"꾸에에!"


"꾸아아악!!"


귀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의 뒤쪽 방향에 있는 발루들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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